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수록작 '끔찍한 사건(A painful case)으로부터

더블린(2024년 12월) 사진: UnsplashHarry Obahor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주권 인정’ 아일랜드 대사관 폐쇄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61126011





그에게는 말 상대나 친구도 없었고, 교파나 신조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교제하지 않고 혼자만의 영적 생활을 했고, 크리스마스 때 친척을 방문하거나, 그들이 죽으면 묘지까지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 두 가지 사회적 의무만큼은 체면 때문에 지키고 있었지만, 그 밖의 개인 생활을 제약하는 여러 관습엔 전혀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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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약한 눈비…내일 오후부터 다시 추워져]https://news.jtbc.co.kr/article/NB12229169?influxDiv=DAUM 올해의 성탄절인 오늘이 저물어가는 중이다. 이제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사진: UnsplashRebecca R





그는 손을 들어 눈송이 하나를 잡았다.

"네가 이걸 볼 수만 있다면" 하고 그는 감탄을 연발했다. "이번엔 진짜 눈이란다! 내일은 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야. 모든 게 하얗고 새롭고 깨끗할 거야. 자, 가자꾸나! 거의 다 왔을 거야."

"가자" 하고 남자는 쾌활하게 말했다. "이제 다 왔단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하얀 밤 속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 지상의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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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주민들'(로맹 가리)로부터 옮긴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록작으로서 2차 대전 직후 독일 함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배경이다.


Christmas greetings 1905 from Hamburg (Germany) By Vitavia - Own work, CC BY-SA 4.0






아시다시피 이 어린것은 금간 유리처럼 면으로 싸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난 이애에게 무슨 말인가를 할 때 몹시 주의를 기울이고, 모든 것을 언제나 밝게 묘사하지요. 폐허나 군인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빨간 기와에 채소밭이 딸린 아담한 집들과 친절한 사람들만 사방에 있다고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난 무슨 얘기든 그녀에게 할 때만은 조금 낭만적으로 한답니다. 타고난 낙관주의자인지라 그런 일은 내게 잘 어울리지요. 난 사람을 믿어요. 그래서 언제나 이렇게 말하죠. 사람을 믿으세요, 그러면 그들은 여러분에게 백 배로 보답해줄 겁니다, 라고 말입니다.

어쨌든 난 낙관주의자예요. 우리 인간들은 말이죠, 아직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겨우 출발했을 뿐이니까, 나아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어떤 존재가 될 겁니다. 난 미래를 믿어요. - 지상의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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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문예출판사)에 실린 '교회지기를 흘린 고블린 이야기'로부터 옮긴다.


Goblin with Christmas Porridge 1880 By Edvard Munch


[크리스마스는 ‘고블린 모드’로] https://www.khan.co.kr/article/202212240300055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즐거움에 으르렁거리는 그 자신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사악한 잡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선을 악과 대비해본 결과 그는 결국 세상이 굉장히 너그럽고 살 만한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그런 결론을 내리기 무섭게 마지막 광경 위에 서렸던 구름이 그의 감각을 지배하며 이제 쉬라고 그를달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나씩 차례차례 고블린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마지막 고블린이 사라지면서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크리스마스에 남에게 부루퉁하게 굴고 혼자서 술만 마시는 사람은 전혀 나아질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대단히 선량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한결같게 유지하도록 생각을 고쳐먹는 게 좋겠다. 가브리엘 그럽이 고블린의 동굴에서 확실히 보았듯이. - 교회지기를 흘린 고블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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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cards on table, 1987 - Andy Warhol - WikiArt.org







"그 맬린스 녀석 말이야." 그가 빠르게 말했다.

"응, 그 사람이 왜요?"

"있지, 그 녀석도 알고 보면 괜찮은 놈이야." 가브리엘은 좀 꾸민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꿔준 1파운드를 갚더라고. 받을 생각 전혀 안 했는데. 그 브라운과 떨어지지 못해서 탈이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돈을 언제 꿔줬는데요?" 조금 있다가 그녀가 물었다.

"아, 크리스마스 때, 그 친구가 헨리가에 조그만 크리스마스 카드 가게 냈을 때."

"당신은 참 너그러운 사람이에요, 가브리엘."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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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1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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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2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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