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 문건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을 1990년대에 번역했던 임옥희 교수가 학술지 '여성문학연구'에 게재한 해러웨이 선언문(2019) 서평으로부터 일부 발췌한다(사회주의 페미니즘 부분은 별도의 페이퍼로 옮겨 두었다). 이 서평은 작년 11월 말에 나온 임옥희 교수의 저서 '팬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믹스' 1부 4장에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아래 목차 참조).


1부 4장 반려종과 더불어 공생적 세계 짓기: 다너 해러웨이

인본주의에서 사이보그-견본주의로
근본 없는 패륜아들: 미러링과 마녀 되기
반려종과 더불어, 난잡한 친족 만들기
휴머니즘에서 퇴비주의로: 카밀 이야기


[20세기 후반에 나온 사이보그 선언 (1985)과 21세기 초반에 출현한 반려종 선언 (2003) 사이에는 2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다. 사이보그 선언문이 레이건 체제 아래 나온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라고 한다면, 반려종 선언은 9.11을 경험한 부시정권 아래 등장한 선언문이었다. 


두 선언문 사이 세기가 바뀌었다. 동구 공산권은 무너졌고,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의기양양하게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한 만큼 두 선언문 사이에 이론적 편차는 상당하다. 기술과학 시대의 사변적 유토피아를 상상했던 사이보그 선언과 그와는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정치 윤리에 바탕 한 반려종 선언을 함께 묶은 의도가 바로 그런 편차를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인본주의(Humanism)에서 사이보그-견본(犬本, caninism)주의로: ꠓ해러웨이 선언문ꠗ(책세상, 2019)에 관해 - 임옥희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630732895


언론 서평은 학술지 서평과 차이가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02481.html (임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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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선언은 그런 시대적 맥락 속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살아남아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거대담론이자 거창한 기획이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네오라이트와 같은 도덕적 다수파들의 공격,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대 레이거노믹스의 심화, 정치적으로는 진보세력의 신보수화 등으로 페미니즘은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 심지어 페미니즘 진영 안에서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공격 대상이었다.


온갖 경계와 범주가 해체되고 위배되는 시대에, 부적절한/해진 타자들의 정치를 사이보그화로 전유하려는 것이 해러웨이식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정치다.]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630732895 (임옥희)


임옥희 교수가 쓴 해러웨이 선언문 서평('여성문학연구' 게재) 중 사이보그 선언 부분으로부터 사회주의 페미니즘 대목을 발췌하여 남긴다. 이 서평은 작년 11월 말에 나온 임옥희 교수의 저서 '팬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믹스'에 수록되었다.


'도나 해러웨이'(이지언)로부터 아래에 옮긴다. 








해러웨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1983년에 서독의 마르크스주의 학술지인 <주장들>의 편집진인 노라 레트젤의 요청이었다. 즉 마르크스주의 사전에 넣은 새로운 단어로 ‘젠더‘에 대한 재정의를 부탁한 것이었다. - P38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은 1970년대에 나타난 여성운동의 흐름으로, 당시 팽배했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에 근거한다. (중략)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이 주목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문제다. - P40

해러웨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론에서 계급과 노동이라는 개념은 받아들이면서도, 이들이 간과한 성과 젠더, 여성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확장, 진전시킨다. - P41

마르크스주의는 근본적으로 계급, 자본의 문제를 전제하고 있는데, 사이보그는 이러한 전제마저 해체하기 때문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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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nn randolph http://www.lynnrandolph.com/


[사이보그는 서구 이분법의 경계허물기에 관한 은유다. 사이보그는 기계/인간, 유기체/동물, 물질/비물질과 같은 이분법적 범주의 위반이다. 따라서 사이보그는 인간/기계/코요테/사기꾼/뱀파이어/몬스터/여신처럼 온갖 이종들의 결합이자 잡종들의 짜깁기다.] 인본주의(Humanism)에서 사이보그-견본(犬本, caninism)주의로: 『해러웨이 선언문』(책세상, 2019)에 관해 (임옥희)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500978





해러웨이가 제시한 린 랜돌프의 <사이보그>(1989) 그림은 호랑이/사자를 등에 업고 컴퓨터 키보드를 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이 그림은 여성이 기술과 자연을 매개하는 연결체를 상징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해러웨이가 추구하는 과학의 관점은 기존의 생물학에서 볼 수 있었던 결정론이나 성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신기술에 대한 젠더가 어떻게 변화할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이보그는 인간의 몸으로써 새로운 정치적 정체성의 모델로 제시할 수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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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흘류도프는 누나와 만나 화해의 시간을 가지지만 그들 사이에 발생한 틈은 메꿀 수가 없다.

Seeing-off - Mykola Yaroshenko - WikiArt.org







"어제 누나네 호텔방을 나왔을 때 난 다시 돌아가 잘못을 빌려고 했어요. 근데 매형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가지 못했어요." 네흘류도프가 말했다. "내가 매형에게 심하게 말해서 무척이나 괴로웠거든요." "알고 있어. 너의 본심이 아니란 걸." 누이가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가 동생의 손을 잡았다. 끝을 맺지 못한 누이의 말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했고 그 의미에 감동했다. 그녀가 하려 했던 말은 그녀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남편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지만 동생인 그에 대한 사랑도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하며 동생과 남편의 소소한 말다툼도 그녀로서는 너무나 힘겨운 고통이라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누나…… 아, 내가 오늘 뭘 본지 알아요?" 그는 갑자기 두 죄수의 시신을 떠올리며 말했다. "두 명의 죄수가 살해당했어요." "살해당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살해당한 거죠. 이 찜통더위에 죄수들을 이송했고 두 명이 일사병으로 죽었어요." "그럴 리가! 어떻게? 오늘? 조금 전에 말이야?"

"그래요, 조금 전에. 내가 그 시신을 봤어요." "근데 왜? 누가 죽인 거야?" 나탈리야 이바노브나가 물었다. "강제로 그들을 이송한 사람이 죽인 거죠." 네흘류도프는 누이가 자신의 남편과 똑같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화가 버럭 났다.

누이는 ‘편지해!’라는 말조차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두 남매는 헤어질 때 나누는 이 상투적인 말을 이미 오래전부터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돈과 상속에 대해 나눈 그 짤막한 대화가 이들 남매 사이에 조성된 그 사랑스러운 관계를 무참히 파괴해버렸다.

그들은 이제 서로를 타인처럼 느꼈다. 기차가 움직이자 나탈리야 이바노브나가 속으로 기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슬프고 애틋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잘 가, 그래, 잘 가, 드미트리!" 하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기차가 떠나자마자 동생과의 대화를 남편에게 어떻게 전할까 궁리하느라 그녀의 얼굴에는 심각한 근심이 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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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의 2022 광주미술아카이브전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https://artmuse.gwangju.go.kr/pj/pjExhibit.php?pageID=artmuse0209000000&action=view&exhiCd=001&exhiTp=N&lang=KOR&eSeq=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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