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망겔이 '서재를 떠나보내며'에서 언급한 헨리 제임스의 단편 '양탄자 무늬'를 찾아 읽는다. 





사진: UnsplashErfan Banaei






페르시아 양탄자의 복잡한 무늬 같은 어떤 것. 내가 이렇게 표현하자 그는 적절한 비유라고 칭찬하면서 또 다른 비유를 했다."그것은 내 진주알들을 꿰는," 그가 말했다. "줄 같은 것이지요!" - 양탄자 무늬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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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마을의 로메오와 율리아 [Romeo und Julia auf dem Dorf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0776&cid=40942&categoryId=40213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 삽화(1919) by Ernst Würtenberger (1868-1934) - 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그들은 벽에 기대 앉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모든 증오심을 초월하는 행복한 감정에 몸을 맡겼다.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가운데 서로 착하고 사랑스러운 자신들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을 에워쌌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이 잘 차려입은 한 쌍이 너무 다정한 나머지 주변의 세상사를 잊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저런, 저길 좀 보라지!"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저건 분명 마르티의 딸 브렌헨과 시내에 사는 잘리로구나! 저것들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붙어 다니네! 깨가 쏟아지게 다정한 저 꼴 좀 봐! 대체 저것들이 어디로 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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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이 러브 딕'의 제1부까지 일단 읽었다. 1부 제목이 '결혼생활의 장면들' -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 제목으로부터 따온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에릭 로메르의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이 명시되는데 파트너 있는 여성이 독신 남성을 유혹하는 내용의 재미있는 프랑스식 프랑스 영화이다. 또한 성매매를 다루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인생'을 인용하며 저자-주인공은 남편의 재력에 기대어 활동하는 자신을 냉소와 변명 사이에서 관조한다.


Marriage, 1637 - 1638 - Nicolas Poussin - WikiArt.org





딕의 집에 이르자 에리크 로메르의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에 나오는, 알딸딸한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밤이 펼쳐진다.

아티스트의 눈으로 보면 딕의 비디오는 한심하리만치 조야하지만 그녀는 어떤 종류의 형편없는 예술, 만든 이의 희망과 절망이 여과 없이 드러나 보이는, 그런 예술을 사랑한다. 조야한 예술은 보는 이를 더 능동적으로 만든다. (몇 년 뒤 크리스는 이처럼 조야한 예술을 좋아하는 것이, 제인 에어가 말처럼 생긴 못된 인간쓰레기 로체스터에게 끌리는 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야한 인물은 창조를 부추기는 법이다.)

20년쯤 전 크리스가 어릴 때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떠오른다. 빙 둘러 사람들이 그려진, 푸른색과 흰색의 도자기 에그컵과 찻잔. 호박색 찻물 속으로 보이던, 잔 바닥의 파랑새. 그 두 사물에 들어 있는 세상의 모든 어여쁜 것들. 크리스와 실베르가 도시바 노트북 컴퓨터를 치울 무렵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는 다시 집필 중인 책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엘리자베스 시대판 운명의 수레바퀴를 타고 있다고 여기는 완고한 페미니스트 크리스는 계속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남편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인생>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포주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이렇게 그녀를 나무랐다. "독립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하녀? 관료? 은행가? 그런 사람은 없어!" 그렇다. 이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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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에 실린 작가 제인 볼스(부커상 수상자 리디아 데이비스가 택한)에 관해 찾다가 발견한 장편소설 '아이 러브 딕'에 제인 볼스가 수차례 언급된다. 그리고 멘츄와 보부아르, 윌케.


노벨평화상 수상자 리고베르타 멘츄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106080600005

Jane Bowles (1917–1973), American writer and playwright (출처: 위키피디어)


Hannah Wilke Collection & Archive http://www.hannahwilke.com/





닳아 해진 언덕들과 떨고 있는 나무들이 어쩐지 슬프네요. 제인 볼스의 이야기 <매사추세츠로 가다>에서처럼. 이런 풍경에 감정이 휘몰아치는 까닭은 바로 대단치 않기 때문이에요. 내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감정의 푸가를 끌어내기에. 사막은 그만의 감정으로 우릴 압도하지만 이런 풍경이 자아내는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죠.

나는 오후 내내 버스에서 과테말라 반란군 지도자인 리고베르타 멘추의 자서전을 읽고 제인 볼스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두 종류의 다른 고통, 다른 각성.

제인 볼스는 남편이자 더 ‘나은’ 작가인 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진실성의 문제를 언급했어요.

1947년 8월

사랑하는 버플

깊이 들어갈수록... 진지한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작가들을 마주할 때면 더 고립감을 느껴... 시몬 드 보부아르의 "새로운 영웅들"이란 글을 동봉할게... (중략) 줄곧 내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인데, 지금처럼 글을 쓰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따라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야. 당신은 이런 문제를 겪을 필요가 없겠지. 당신은 늘 진정으로 고립된 사람이니 무엇을 쓰든 진실이 되고 좋은 글이 되지만 내 경우엔 그렇지 않아...당신의 글은 당신 자신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그 사람을 바깥세상이 늘 알아볼 수 있으니 당신은 바로 인정을 받지... 내 경우엔 누가 알겠어? 나처럼 진지하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의 진실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야...

제인 볼스의 편지는 당신과의 일보다 나를 더 화나고 슬프게 한답니다. 그녀는 아주 똑똑했고 자신의 어렵고 모순적인 삶에 대해 기꺼이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제대로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예술가 한나 윌케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살아생전에 자신에게 동조해주는 사람을 좀처럼 찾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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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Feat. 태양) Fear (Feat. TAEYANG) https://www.youtube.com/watch?v=oQTaHjcipK8


최근 꾼 꿈을 적어둔다. 꿈에서 아이돌 래퍼 방송인 송민호를 봤다. 내 꿈에 그가 '갑툭튀'한 이유와 정황을 따져본다. 그의 노래를 들어보기는 했다. 송민호가 힙합서바이벌 '쇼미더머니'에 나온 것도 봤다. 최근에는 정신과 의사 오은영의 상담 프로그램에서 송민호가 공황장애였나 어떤 증세로 힘들다고 털어놓는 장면을 잠시 보았다. 이번 봄 그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무명가수전2'란 방송 프로그램을 정주행했는데 그는 진주 장신구를 자주 하고 나왔다. 귀에 딱 붙는 진주귀걸이는 늘 하고 있었던 것 같고 가끔 진주목걸이를 걸었다. 


송민호가 한 진주장식이 내 뇌리에 남아 있었나? 가장 최근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베레니스를 읽었다. 그 소설에 생생하게 묘사된 이빨들이 내 꿈으로 들어와 진주로 탈바꿈한 걸까? 


꿈이 끝날 무렵 송민호에게 질문했다. 피카소와 마티스 중 누가 더 좋냐고. 그는 대답 없이 자리를 뜨고 싶어했다. 바빠서 그랬을 수 있지만. 내 자격지심인가 그는 잘 차려입은 자신에 비해 내가 '투머치'하게 안 꾸민 모습이라 그 점 또한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은 내가 의식했었으리라.) 뮤지션 송민호는 전시에 작품을 출품하는 아티스트로도 활동한다. 피카소와 마티스에 관한 질문은 우리 나라에서 작년과 올해 피카소와 마티스 전시회가 열렸기에 그 기억 때문에 갑툭튀한 듯하다. ㅋㅋㅋ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도 올봄에 봤다. 그림 모델을 하는 하녀가 귀를 뚫고 진주귀걸이를 하는 줄거리가 끌리지 않아 안 봤던 작품이다. 이 초상화의 제목이 '터번을 쓴 소녀'였다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로 바뀐 걸로 기억한다. 머리에 쓴 푸른 터번과 금빛 장식보다, 맑고 큰 눈과 함께 굵고 영롱한 진주귀걸이가 시선을 더 사로잡았나 보다.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송민호(MINO)의 '자화상' 공개 그림도둑들(doduk) 3회 | JTBC 210526 방송]https://youtu.be/tWRoWCya560?si=4obVLxNROxd77SwM



치아! 그 치아들! 그 치아는 여기, 저기,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모든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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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5-11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카소와 마티스 중 고르라면 힘들 수도요. 대답 없이 갔군요. 전 두 전시회 모두 봤고 마티스를 좀 더 좋아해요. 송민호가. 꿈속 지인… ㅎㅎ 재미난 설정. 그림까지 재능 있는 줄 몰랐네요. 개성 있어 좋아해요. 포 인용문, 치아에 대한 상상이 번져갑니다 서곡 님. 베레니스는 읽지 못했어요 찜.

서곡 2022-05-11 21:10   좋아요 1 | URL
앗 ㅋㅋㅋ 지인 아닌 것 같아 페이퍼 수정했는데 원문 보셨군요 ㅎㅎㅎ 인터뷰어일 수도요 전 피카소 전시만 봤네요 네 고르기 힘들어 그냥 가 버렸을 수도요 ㅋㅎ

singri 2022-05-1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과 현실과 책들이 서로 묘하게 연결됐네요. 보통 전 꿈을 잘 기억하질 못하는데 신기해요. 송민호는 무명가수전에서 봤던 기억이 있지만 잘모름 ㅎ

서곡 2022-05-11 22:41   좋아요 0 | URL
자잘한 꿈은 걍 넘어가지만 요 꿈은 연예인까지 나와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ㅋ 가끔 뜬금 없는 꿈 꿉니다 ㅎ 패셔니스타에요 송민호~지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