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그날은 이상했다. 잠 깨는 순간부터 마음이 어지러우면서 명백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차를 마셔도 산란한 마음이 수습되지 않고 책상에 앉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았다. 전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 느닷없이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면서 온 신경이 허공으로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실내를 우왕좌왕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리모컨을 들고 텔레비전을 켰다. 긴급 속보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으며 아침 내내 나를 휩쓸었던 불안감의 정체를 이해했다. 다음 순간 불안감은 울음과 함께 해소되기 시작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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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나무가 목련을 감싸며 몸을 숙인다. 나는 관이 되고 싶어. 배 모양의 관. "배 모양을 한 관...... 왜?"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강을 건너가니까.

가장 빛나는 한 사람을 태운, 그런 관이 될 거야. - 목련정전

‘목련정전’에 나오는 배 모양의 관을 생각하게 된 건 ‘주형석관’에 대해 쓴 강우방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관을 배 모양으로 만든다는 것, 배 모양을 한 관이 정말 형상으로 남아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당장 앉아서 긴 글을 쓸 수 있을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을 만나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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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널 By Rhododendrites







이 힘든 과정 중에도 아름다운 봄은 왔고 교정의 분홍 목련들은 삶의 신선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현란하게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또 가슴이 주홍색인 카디널은 학교 정원의 나무 위에 새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벌이는 분쟁과 상처에는 아랑곳없이 자연은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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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그릇 Wang Duk Kyung | Vas Hermetis (2019) https://www.artsy.net/artwork/wang-duk-kyung-vas-hermetis





중세 연금술사들은 헤르메스의 그릇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연금술의 핵심이 그릇의 밀봉 상태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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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박사논문을 ‘피를 주신 어머니, 젖을 주신 어머니, 꿀을 주신 어머니’라고 표현한 세 분의 어머님께 바쳤다. 낳아주신 분, 키워주신 분, 가르쳐주신 분. 어머니가 세 분이나 계셔서 삶이 풍요롭다고 여긴다. 세 분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피, 젖, 꿀로 이루어진 불가분의 삼체이며, 꽃과 나무와 숲 그 자체이다. 

April Breakout, 1981 - Walter Darby Bannard - WikiArt.org







세 어머니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분 모두 숲과 꽃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분들과 함께했던 잊을 수 없는 삶의 장면들이 있습니다.

제게 삶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심어 주셨던 영적인 어머니도 나무와 숲 사랑이 유별나셨습니다. 해마다 교정에다 사랑하는 학생의 입학이나 생일을 기념하며 나무를 심으셨고, 새벽에 교정을 산책하며 그 나무들을 만지고 기도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그 나무가 우리의 수호천사나 되는 것처럼 나무를 잡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 가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저의 영적 어머니처럼 삶이 너무 슬프거나 기쁠 땐 나무를 심습니다. 저도 이제 그분처럼 나무를 안고 기도합니다. 나무는 지친 마음을 항상 어루만지고 새 생명의 기운으로 저를 소생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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