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은 최은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과 함께 작년 소설가가 뽑은 최고 소설 공동1등을 차지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 다음이다. https://segye.com/view/20211214517295 참고.


오늘은 만우절, 책 마지막에 실린 표제작(자음과모음 2020 겨울호 발표)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족이 모여 불꽃 튀는, 아니 웃픈꽃 피는 짠한 배틀을 한다. '메리 포핀스'에 깔깔깔 웃다가 풍선에 가스 차듯 허파에 바람이 들어 둥둥 떠올라 아예 허공에서 티타임하는 장면이 있는데 - 메리만 안 웃고 자력으로 공중부양 - 이런 류의 기막힌 이야기가 이 단편에 나온다.


cf. 영화 '메리 포핀스' 속 허공 티타임 https://youtu.be/flr0eQ4OQPg 영화 '메리 포핀스' 스틸사진과 함께 메리 셰퍼드가 그린 1930년대 일러스트로 허공 티타임 장면을 볼 수 있다. http://english310.weebly.com/mary-poppins.html





동생은 계속 계속 생각했다. 행복했던 일들을. 하지만 그런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눈사람 뱃속에 빠진 이를 넣어두었던 날이 떠올랐다. 눈이 다 녹은 다음 그 이를 찾아 미끄럼틀 아래 묻어두었던 일을 추억하자 기분이 좋아졌고 마침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동생은 말했다.

만우절이라는 말을 듣자 나는 만우절을 위해 사 년 동안 타이어를 산 정상으로 날랐다는 사람이 생각났다. 알래스카의 어느 산이었는데 화산 폭발이 일어난 줄 알고 경찰이 가보니 타이어가 타고 있었다. 눈 위에 만우절이라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거짓말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 날마다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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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4-01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책만 갖다놓으심.
메리포핀스 저 상상력 어쩔~^^;

서곡 2022-04-27 18:41   좋아요 1 | URL
메리 포핀스 티타임 빈티지 일러스트 지금 추가요~ㅋㅎ
 


사진: UnsplashBrock Kirk





"여자를 믿지 않는 이 세상에서 여자인 너조차 네 자신을 믿지 않으면 누가 너를, 여자를 믿어주겠니?"

"모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젊은 학자를 키울 수 있습니까? 당신들이 젊었을 때 누군가가 모험을 감행하며 당신들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이 젊은 여성신학자를 부를까 말까 왈가왈부하며 토론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젊은 여성이여, 오늘부터 당신의 삶은 이제까지 살아온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바뀔 겁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도자기처럼 깨질 듯이 작고 섬세한 몸에서 세상을 뒤집는 무서운 말을 하는 동양의 젊은 여성신학자"라는, 거의 오리엔탈리즘에 가까운 논평들이 서양 신문, 잡지들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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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창작과비평 여름호 수록작, 2014년 문지문학상 수상작이다.



남자는 추워서 코트를 여미며 말했고 기타를 메고 가방을 든 채로 코트까지 여미니 뭔가 아주 바빠 보였다. 나는 왠지 화가 치밀어 아니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당신 내일 뭐 해 이제 뭐 해 다음 주는 뭐 해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내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앞뒤로 흔들거렸다. 힘이 없어서 서 있을 힘만 있는 사람처럼.
- P43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겨울에는 눈이 오고 눈이 아무것도 가져다주지도 가져가주지도 않는다. 이 눈을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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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블리아고서당사건수첩'의 진짜 주인공은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에도 나쓰메의 책 '그후'가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 '그후' 원고  - 漱石全集刊行会『漱石全集 第五巻』漱石全集刊行会、1936年6月10日。国立国会図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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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Laila Zouaki


https://youtu.be/xowf5fFsg_4 Chopin: 12 Etudes, Op. 25 - No. 11 in A Minor "Winter Wind" 손열음




겨울 산속에 있다 보면 죽은 나무에도 꽃이 피는 것을 보게 된다고, 해가 뜨자마자 그 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도 보게 된다고. 햇빛이 서서히 산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태백산맥 너머에서 누그러진 바람이 불어오면 금세 봄이었다. 그러면 둘은 고원을 내려가야 했다.

추위는 여전했지만 바람이 볼에 닿는 느낌은 하루하루 달라졌다. 영원히 겨울일 것 같았던 횡계고원에도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고원 밑에는 봄이 완연했다. 송천을 덮고 있던 얼음도 어느새 녹고 천변가로는 꽃다지 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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