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 여자 없는 남자들 / 예스터데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중 두번째 작품 '예스터데이'는 갓 대학 들어간 나이 정도의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비틀즈의 노래 '예스터데이'에 엉터리 가사를 붙이는 엉뚱한 인물이 나오는데 - 이 친구의 엉뚱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하루키월드적인 청춘물이다. 

"아키와 떨어져 있으면 꼭 가슴속 한구석이 욱신거려. 충치처럼. 정말이야. 내 마음에는 그애를 위해 따로 떼어둔 부분이 있어.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는, 뭐랄까, 좀더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다는, 좀더 많은 것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강한 바람도 있어. 호기심이랄까, 탐구심이랄까, 가능성이랄까. 그것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억누르려 해도 채 억눌러지지가 않아." 화분이 채 감당하지 못하는 강한 식물처럼, 나는 생각했다. - 예스터데이

데카메론 / 죄와 벌

일곱째날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경우 없는 '난봉질'을 하면 죽어서 무서운 형벌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던 두 친구들은 먼저 죽는 사람이 나중에 어떤 벌을 받는지 가르쳐주자고 약속합니다. 먼저 죽은 친구가 약속을 지키러 돌아와 알려줍니다. 그 정도 '죄'는 지옥에선 암것도 아니라서 벌받지 않고 넘어간다고 - 그래서 살아 있는 친구는 걱정을 내려놓고 속편하게 열심히 재미있게 삽니다. 현세적이고 향락적이라는 이탈리아적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페스트로 목숨과 건강이 위태로운 시절, 당장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정서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The Decameron, 1837 - Franz Xaver Winterhalter - WikiArt.org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 / 젤다와 스콧

Clothes for a Summer Hotel BY DAVID SHEWARD | LAST UPDATED: AUGUST 15, 2012 https://www.backstage.com/magazine/article/clothes-summer-hotel-57430/ 

알라바마 - 사진: Unsplash의The New York Public Library

젤다에 대한,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 '앨라배마 송'이란 소설을 발견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내 마음속에 실망감이 자꾸만 쌓이고, 모든 것에 대한 환멸이 점점 더 늘어만갔어요. 그건 흔히 있는 일이죠, 그렇죠? 단순히 늙어가는 과정이라구요. 순응한다는 것은 마치 촛불처럼 새벽녘이면 희미해져 가는, 그런 신념만을 낳더군요. 뭐라고 해야 하죠? 그 꺼져가는 조그만 불빛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섬뜩한 생각이 들었어요. 내 맘을 날려보내 버렸지요. 그때, 지혜, 그래요, 삶에 순응하는 슬픈 지혜. 그걸 난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 P136

두번째 봄 / 실종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은 뒤 잠적한 적 있는 아가사 크리스티는 그 일에 대해 평생 침묵했다. 그러나 자연인 아가사는 함구했지만 작가로서 최대한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이 소설은 당시의 배경을 소상히 드러낸다.

아가사 크리스티 1967 By Edi Šelhaus - the Digital Library of Slovenia

크리스티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더스틴 호프만 주연.

아빠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엄마였어요. 아빠는 난 좋아했어요.

밤의 언어 / 현실도피

사진: Unsplash의Raelle Gann-Owens

10년 전에 어쩌구저쩌구라는 이름의 도시에서 도서관 아동도서실로 가서 호빗을 주문했거든. 그랬더니 사서가 이러는 거야. ‘아, 그건 성인 도서 쪽에만 있습니다. 아이들이 현실도피에 빠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서요.’

상상력이 필요한 놀이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은 성숙할 수 없다. 그리고 성인의 정신이 자유롭게 발현되면, 전쟁과 평화나 상대성이론과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최고의 현실도피 작품, 완벽한 비현실주의 독서의 최고 걸작은 일일 증권 시장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