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이 책의 네번째 꿈 나눔에서 한 참가자가 상추를 뜯고 주는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다른 참가자가 이 꿈 이야기를 들으며 상추가 나오면 태몽 특히 딸 낳을 꿈이라고 농반진반 반복한다. 그 꿈을 상추 위주로 대강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콩나물해장국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건지니 노끈이다. 노끈이 너무 길어 잡아 당겨도 계속 나오고 콩나물과 엉켜 있다. 잘라 버리려는데 칼이 없어 칼을 가지러 집에 갔다. (먹는 장소가 집이 아닌가 보다.) 칼을 들고 집을 나섰다. 텃밭에 상추가 있어 뜯는다. 운동장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가운데 아는 사람들이 보이고 무얼 해 먹는다기에 뜯은 상추를 주었다.


상추 꿈에다가 딸 태몽 해석이 언급되어 그런지 동화 라푼젤이 떠오르고, 길고 뒤엉켜 잘라야 할 노끈은 라푼젤의 긴 머리가 연상된다. 위의 꿈이 태몽이라고 의견을 낸 참가자의 개인사는 아래 옮긴다.

사진: UnsplashKing Lip






아마 제 가정사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버릇 없는 말일 수 있는데, 아버지한테 여자가 많았어요. 손가락을 다 꼽아도 부족할 정도였고, 그렇다 보니 배다른 형제들도 많았지요. 왕래는 드물었지만요.

저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처럼 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고요.

물론 저도 술 먹고 가끔 난리칠 때가 있어요. 목포 유달산에서 약 먹고 뛰어내린 적도 있지요. 그렇지만 아버지가 나한테 물려준 삶을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진 않았어요. 그것만은 스스로에게 뿌듯해요. 자식들이 이제 서른이 넘었으니 내일모레 장가갈텐데, 특별히 아이들한테 해준 건 없지만 반듯한 가정을 물려줬다는 데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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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와 스콧 1924


젤다의 단편소설 '미친 그들(원제 a couple of nuts)'은 당연히 젤다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본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cf. '여성과 광기'에 젤다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는 20년 전에 태어났다면, 또는 시골 타운에서 태어났다면, 금발 퐁파두르 가발을 쓰고 마을 잡화점 직원으로 일했을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 세대 지식인층의 지적 갈망을 공유했고, 그래서인지 자신의 직업을 살짝 낯뜨거워했다.

그의 눈 밑으로 넓고 다정한 구릿빛 초원처럼 만개하는 얼굴은 단연 최고였다. 그가 미소 지으면 비에 젖은 보도에 닿을까 봐 치켜든 공단 치마처럼 한쪽 귀 뒤의 피부가 접혀 올라갔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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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ddle Years https://en.wikipedia.org/wiki/The_Middle_Years





덴콤은 아주 열심히 문장을 수정했고 또 문체를 아주 중시했다. 그가 도착하게 될 종착점은 그 자신을 위한 최종적 형식이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출판 형식은 남들 몰래 출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이미 발간된 문장 위에다가 지독할 정도로 수정을 가하여 언제나 초판본을 희생시키면서, 후세를 위하여 그리고 수집가를 위하여 수정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날 오전에도 그는 발간된 ‘중년‘에다 연필로 열 군데 이상 수정을 가했다. - 중년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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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젤다'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원저는 부부가 공저자인 'Bits of Paradise'란 작품집이다.https://www.goodreads.com/book/show/895828.Bits_of_Paradise

젤다와 스콧 부부 1922 By Staff photographer - Cocosse Journal






젤다의 전기 작가 샐리 클라인에 따르면 1920년 스콧은 젤다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자는 에디터의 제안을 거부했고, 대신 그녀의 일기와 편지를 자신의 작품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과 <젤리 빈>에 써먹었다. 이를 두고 젤다는 1922년 <뉴욕 트리뷴>에 발표한 장난스러운 서평 <친구이자 남편의 최근작>에서 "피츠제럴드 씨는 - 스펠링 제대로 쓴 것 맞죠? - 표절은 집안에서 시작된다고 믿나 봐요."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젤다는 자신의 묵인으로 인해 자기 글이 스콧의 것으로 영속되리라는 예상은 못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그녀가 쓴 단편과 기고문조차 대부분 스콧의 이름이나 부부 공저로 나갔다.
- P12

젤다의 작품에 스콧의 이름을 붙이면 더 높은 고료를 받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젤다 본인도 거기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스콧 ‘측‘의 주된 견해였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젤다는 점차 예쁘고 분방한 아내의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했고, 진지한 커리어 추구를 막는 남편에게 분개했다. - 서문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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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은 먼저 읽은 '양탄자 무늬'와 마찬가지로 명성 있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열독하며 흠모하는 독자가 등장한다. 차이는 전자에는 3인칭 화자로서 작가가 관찰의 주체로 나서고, 후자에서 작가는 이해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대상이 된다. 



시간이 사라지고, 기회가 없어져 간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하는 것을 다했으나 정작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못했다. 그것은 파열이었다. 사실상 소설가로서 그의 경력은 끝났다. 그것은 강하게 멱살을 잡힌 것 같은 폭력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자맥질했고, 세이렌의 손길에 잡힌 듯이 허구의 어두운 지하세계로 이끌려 들어갔다. 예술의 윤이 나는 거대한 수조인 그 세계에서는 기이하면서도 말없는 주제들이 표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기를 알아보았고 자신의 재주에 감탄했다. 비록 별것은 아니지만 그의 재주는 그때처럼 빛난 적이 없었다. - 중년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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