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노화도 예약되어 있을까
세포사멸이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노화 현상에 대해서도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노화라는 생명현상도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는가?’ 세포가 죽는 것이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노화도 당연히 프로그램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만들어낸 질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아그라다. 비아그라는 원래 혈관 확장제로 개발되었으나 그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게 되었다.

또 다른 효능을 기대하며 개발된 약의 부작용이 발모 작용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것을 탈모 치료제로 용도를 변경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야마나카 인자를 적당히 조절해서 생쥐에게 주었더니 늙은 생쥐가 젊어졌다는 실험이다.

새로운 종으로 진화가 이루어지려면 개체의 다양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는 유전과 변이에 의해 새로운 형질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 결국 유전과 변이가 진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새로운 형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유전과 변이의 기전은 무엇인지, 새로운 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아는 것은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길이다. 우리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다양해서 아름답다
우리는 언제나 지구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때 아름답다고 말하는 대상은 지구의 기후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이다.

한두 가지 생명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다양한 생명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아름답다.

어쩌면 진화의 과정 속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었기에 지구가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종이 생기려면 굉장히 많은 개체 중 새로운 개체가 등장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가 이루어지려면 먼저 개체의 다양성, 다양한 개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궁극의 질문은 ‘개체의 다양성, 그 기반은 도대체 무엇인가?’가 된다.

종의 다양성의 기반에는 매우 많은 수의 개체, 그리고 정말 다양한 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연이 그 다양한 것들 중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한다. 결국 환경에 조금 더 적절하게 적응한 자손들이 살아남는 것인데, 이것을 ‘자연선택’이라고 한다. 이것이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의 핵심 내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변이가 있다. 변이야말로 종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만든 기본이다.

사람이 모두 다른 이유는 염색체가 만나고 헤어지는 변이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달라지도록 되어 있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 그것이 더 중요한 변이의 근원인데, 우리는 그것을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돌연변이가 자꾸 쌓여서 새로운 유전자가 만들어지거나 또는 새로운 유전자의 발현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다양성의 근본이 되는 변이의 출발점이 된다.

찰스 다윈은 다양성에 기반한 자연선택으로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다양한 사례를 들어 증명했다.

또, 멘델은 감수 분열이나 수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자 조합에 의해서 새로운 형질이 유전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정작 그 유전자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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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양, 복제 양 돌리
양서류인 개구리를 대상으로 하는 체세포 핵 치환 실험은 1960년대에 이뤄진 실험이다. 그러나 포유류는 실험이 휠씬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복제 양 돌리’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포유류의 체세포도 모든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발생은 유전정보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유전정보는 고스란히 보내주되 그중 일부를 필요할 때 쓰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여기서 고스란히 보내준다는 것은 유전체 동등성, 유전정보 동질성을 의미한다.

야마나카 박사는 ① 4가지 유전자를 ② 피부유래세포에 도입해주었고, 이 세포들이 ③ 만능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램되어 생쥐 성체의 모든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든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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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수상한 예쁜꼬마선충

예쁜꼬마선충은 드디어 시드니 브레너를 만난다. 그리고 생물학의 중요한 소재가 되면서 발전을 이끄는 모델생물의 자리에 오른다.

예쁜꼬마선충이 받은 세 번의 노벨상

사실 문구를 보면 발생학 전체를 대상으로 노벨상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시 연구자들은 ‘시드니 브레너가 노벨상을 받았다’가 아니라 ‘예쁜꼬마선충이 드디어 노벨상을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정도로 예쁜꼬마선충이 모델생물로서 대단한 역할을 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사실 그의 실험이 진행된 그 짧은 시간 동안 결코 종의 다양성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지구가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온 그 엄청난 변화가 짧은 시간 동안 실험실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건이 우연히 하얀색 눈을 가진 초파리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그 하얀색 눈을 가진 초파리는 공교롭게도 수컷이었다. 이 수컷 초파리는 생물학에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최고의 모델생물 초파리가 거둔 성과들
나에게는 예쁜꼬마선충이 최고의 모델생물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모델생물의 최고봉은 역시 초파리다. 이는 노벨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제브라피시 역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척추동물이지만 포유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생쥐다. 오늘날 포유류의 생명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모델생물은 생쥐다.

모델생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되새겨보면 다음과 같다.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빠른 시간 안에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돌연변이 제작ㆍ유전체ㆍ단백체ㆍ전사체ㆍ대사체 등의 연구를 위한 다양한 생물학적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비모델생물의 약진이 계속된다면 그 끝은 결국 사람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개별적인 사람 한 명 한 명이 최종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상식적인 이유를 근거로 살펴보면 X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개체들의 등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거의 불가능’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아주 드물게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경이로운 생명현상이 가득하다. 특히 하나의 수정란이 수많은 세포로 이뤄진 복잡한 개체가 되는 발생의 과정은 더욱 그렇다. 20세기 들어 모델생물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발생학은 차별적인 유전자의 발현, 세포사멸 등 생명현상의 기전을 밝히고 발생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21세기 발생학은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

모든 생명은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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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사과에는 세균이 굉장히 많고, 그 세균들을 먹고사는 예쁜꼬마선충들도 많이 살기 때문이다.

동물의 종이 같다는 것은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 기준은 ‘둘을 교배시켰을 때 자손이 태어나고, 그 자손이 생식 능력을 가져서 다음 자손을 낳을 수 있느냐?’다.

가시고기는 단단한 가시가 달려 있어 실상 포식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가시고기를 잡아먹는 순간 입안이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먹이로 삼기가 쉽지 않다.

물론 멋모르고 한번은 먹을 수 있겠지만 상처를 입고 난 다음부터는 결코 가시고기를 먹이로 탐하지 않게 된다.

생명과학은 ‘인간의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초파리, 예쁜꼬마선충을 시작으로 제브라피시와 생쥐까지 다양한 모델생물을 연구에 도입했다. 그동안 생명과학이 거둔 성취는 모델생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낸 작지만 위대한 존재인 모델생물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유전정보 암호는 네 가지 염기의 순열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러스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거의 항상 동일한 알파벳을 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궁극의 목표로 할 때 모델생물 연구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정리하면 모델생물은 빠르고, 값싸고,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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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이란? 生物學, Biology
생물학은 생명과 관련된 과학 분야로 생명체의 기능, 구조, 발생, 발전,유전 등을 연구한다. 미생물부터 큰 동물까지 다채로운 생명체를 연구하며생명체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명체의생존과 진화, 환경과의 상호작용, 유전적 다양성, 세포 구조와 기능 등을연구함으로써 우리 주변의 수많은 생물체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세포 생물학, 유전학, 생태학, 발생학, 분자생물학,진화생물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토양 혹은 썩은 과일에서 주로 발견되는 약 1밀리미터 길이의 투명한 선충이다. 1963년 시드니 브레너에 의해 현대 생물학 무대에 등장한 이후,모델생물로서 발생, 세포사멸, 노화, 행동 유전학 등의 연구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다우어(dauer)
선충이 알에서 깨어난 후 살아갈 환경이 좋지 않음을 인지할 때 휴면이라는 대안적 발생단계로 들어가는데 이 단계의 유충을 다우어라고 부른다.
즉, 다우어는 예쁜꼬마선충의 휴면 유충이다. 그리고 오직 다우어만 닉테이션을 한다.

닉테이션(nictation)
예쁜꼬마선충의 휴면 유충인 다우어가 몸을 세워 흔드는 행동이다. 이를 통해 다우어는 다른 개체에 올라타 이동함으로써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모델생물(model organism)특정한 생물학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에 사용하는 생물이다. 모델생물은 한 세대의 주기가 짧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를 번식할 수 있어야하며, 인간과의 유전정보 유사성이 높아야 한다.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제브라피시, 생쥐 등이 대표적이다.

유전학(genetics)
생물의 유전자, 유전 그리고 변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통 유전학은 멘델에 의해 확립되었고 현대 유전학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 발견, 인간게놈 지도 완성, 유전자 가위의 발견 등으로 최근에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발생학 (developmental biology)
생명의 발생과 분화의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발생은 단세포인 수정란이 다세포인 개체가 되는 생명현상이고, 분화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특정 조직이나 기관으로 운명을 만들어가는 현상이다.

변이(variation)/돌연변이(mutation)
유전적으로 야생형(wild type)과는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것을 변이 또는돌연변이라고 부른다. 변이는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중립적 용어라 할 수있고, 돌연변이는 기능적으로 야생형과 다름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개체의 키, 몸무게는 물론 행동 등의 차이가 모두 변이에 속한다.

유전자 가위(CRISPR)
유전자 가위는 본래 세균이 특정 외래 DNA 염기서열을 잘라서 외부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기전으로 발견되었다. 현재는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유전공학 기술의 하나로 정착했다. 이로써비모델생물의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려 보다 새롭고 다양한 동물을 활용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
인간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DNA 속 30억 개 이상의 염기쌍을 모두 읽어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국제 프로젝트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인간 복제, 맞춤형 인간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마나카 팩터(Yamanaka factors)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네개의 유전자를 말한다. 이것은 세포치료와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끈기로 완성하는 학문이다. 호기심을 갖지 않으면 어려운 실험을 반복하고실패를 거듭 겪으면서 끈기를 발휘할 동인을 찾기 힘들다. 호기심이 있어야 새로운 궁금증이 과학적 질문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명의 비밀과 신비를 풀기 위해 생명과학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지구의 모든 생명이 갖는 보편적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태어나고성장하고 늙고 죽는 삶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현상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생명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그리고 ‘생명현상은 왜 일어나는가‘다.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생물학의 발견들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기후 변화 등 지구 생태계 변화가 21세기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전적으로 인간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책임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생명 다양성에 대한 연구와 지식이 앞으로 지구를 구해줄 신의 한 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비록 불확실성이 가로막는다 해도 언젠가는 생물학이 지구를 구하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생명의 비밀과 신비를 풀기 위해 생명과학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지구의 모든 생명이 갖는 보편적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는 삶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현상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생명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그리고 ‘생명현상은 왜 일어나는가’다.

생명현상 중 가장 멋지고 또 가장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곤충의 변태’를 이야기할 것이다. 애벌레일 때 모습과 허물을 벗고 나온 성충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 생명체라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북극 근처의 나무들은 봄이 됐을 때, 마치 꽃피듯이 두둑두둑 소리를 내면서 잎이 열린다." 바로 이런 현상이 위도에 따라서 식물들이 계절 변화에 얼마나 절묘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생각한다.

주당의 의미를 한국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뜻을 잘 모르는 외국 사람을 위해 괄호에 "알코올에 강하다는 뜻을 가진 한국말이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왜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과 그로 인해 시작된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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