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쇼군
*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처 마사코(政子)의 별칭. 남편의 사후 비구니의 몸으로 내정을 움직였다고 한다.

요전에는 스케타케가 빠졌다. 그리고 오늘은 스케토모와 사요코다. 사요코는 무서운 충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미쳐 버렸지만 언젠가 상태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침 그 무렵 나스 병원 안쪽 수술대 위에 놓인 채 구스다 원장의 집도 아래 해부당하는 스케토모는 두 번 다시 이누가미 가문의 친족 회의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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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누가미 가문
이누가미 사헤 _ 방직업계 재벌
마츠코 _ 이누가미 사헤의 장녀
스케키요 _ 마츠코의 외아들
다케코 _ 이누가미 사헤의 차녀
도라노스케 _ 다케코의 남편
스케타케 _ 다케코의 장남
사요코 _ 다케코의 차녀
우메코 _ 이누가미 사헤의 삼녀
고키치 _ 우메코의 남편
스케토모 _ 우메코의 외아들
아오누마 기쿠노 _ 이누가미 사헤의 애인
아오누마 시즈마 _ 이누가미 사헤와 기쿠노의 사생아

노노미야 가문
노노미야 다이니 _ 나스(那須) 시 신사(神社)의 신관, 이누가미 사헤의 은인
하루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처
노리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딸
다마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손녀

사루조 _ 다마요를 숭배하는 일꾼
야마다 산페이 _ 귀환병 차림의 정체불명 남자
후루다테 교조 _ 이누가미 가문의 고문 변호사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 _ 후루다테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미야카와 고킨 _ 마츠코의 거문고 스승
오야마 다이스케 _ 현재 나스 신사의 신관
다치바나 _ 나스 시 경찰서장
긴다이치 코스케 _ 명탐정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발단
제1장 절세의 미인
제2장 요키 · 고토 · 기쿠
제3장 흉보가 도착하다
제4장 버려진 배
제5장 상자 속
제6장 거문고 줄
제7장 아아, 잔인하도다
제8장 운명의 모자
제9장 무서운 우연
대단원

신슈(信州) 재계의 최고 우두머리, 이누가미 재벌의 창시자, 일본의 생사*왕이라 불리는 이누가미 사헤(犬神左兵衛)옹이 81세의 고령으로 신슈 나스(那須) 호반에서 영면한 것은 쇼와(昭和)** 2×년 2월의 일이었다.

책에 의하면, 어려서 고아가 된 사헤가 신슈 나스 호반으로 흘러온 것은 17세 때였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모른다. 대체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그것조차 모른다. 우선 이누가미라는 묘한 성이 정말 있는 건지 어떤지조차 확실치 않다.

"나는 열일곱이 될 때까지 거지나 다름없는 꼴로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흘러 다녔다네. 그러다가 이쪽으로 흘러와 노노미야 어르신의 눈에 든 게 처음 운이 트이게 된 계기였지."

사헤 옹의 평생 변치 않던 감사의 마음과 다이니의 유족에 대한 성의 있는 보은은 분명 하나의 미담이었다. 하지만 세상사에는 엄연히 한도란 게 있다. 옹의 사후, 이누가미 일족에게 일어난 피투성이의 살인 사건은 모두 노노미야 일족에 대한 사헤 옹이 가진 보은의 마음이 너무 지나쳤던 탓이었다. 이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선의로 시작한 일도 일처리를 잘못하면 너무나 큰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는 하나의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다이니는 그 색을 사랑했다. 두 사람은 당시 남색의 정교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가장 큰 증거는 사헤가 몸을 의탁하게 되고 나서 몇 년 후에 여신처럼 상냥한 하루요가 한때 친정으로 돌아가 있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이니가 사헤만을 총애하고 처를 돌아보지 않았던 탓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사헤가 방적 공장에 들어간 메이지(明治)* 20년 무렵은 이른바 일본 방적 공장의 요람기 같은 때였다. 사헤는 거기서 일하는 동안 방적 공장의 기강을 확립하고 생사를 매각하는 상법을 배우고는 바로 독립해서 자신의 공장을 갖게 되었는데, 거기 필요한 자본을 제공한 사람이 노노미야 다이니였다고 한다.

그들이 초조하고 걱정하는 데는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사헤는 그의 딸들에 대해서 어쩐 일인지 털끝만큼도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물며 사위들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르신의 일주기를 기해 발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누가미 가문의 사업 및 재산 관리는 일체 이누가미 봉공회에서 대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이누가미 사헤 옹은 81년의 다사다난했던 일생을 마쳤던 것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 순간이야말로 그 후에 일어난 이누가미 가문의 피투성이 사건의 발단이었던 것이다.

나이는 서른대여섯, 더벅머리에 풍채가 좋지 않은 작은 키의 인물로 구깃구깃한 모직 옷에 구깃구깃한 하카마(袴)*를 입은 차림새. 말할 때는 조금 더듬거리는 버릇이 있다. 숙박부에 기록된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였다.

우메코의 남편인 고키치의 눈매는 호되게 얻어터진 떠돌이 개의 눈매와 닮아 있었다.

아아, 이누가미 사헤 옹의 유언장은 처음부터 어떤 무서운 목적을 가지고 쓰인 것은 아닐까. 옹은 자신이 죽은 후 마츠코, 다케코, 우메코 세 사람의 피로 피를 씻는 갈등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일부러 저런 기괴한 유언장을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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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가문
이누가미 사헤 _ 방직업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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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키요 _ 마츠코의 외아들
다케코 _ 이누가미 사헤의 차녀
도라노스케 _ 다케코의 남편
스케타케 _ 다케코의 장남
사요코 _ 다케코의 차녀
우메코 _ 이누가미 사헤의 삼녀
고키치 _ 우메코의 남편
스케토모 _ 우메코의 외아들
아오누마 기쿠노 _ 이누가미 사헤의 애인
아오누마 시즈마 _ 이누가미 사헤와 기쿠노의 사생아

노노미야 가문
노노미야 다이니 _ 나스(那須) 시 신사(神社)의 신관, 이누가미 사헤의 은인
하루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처
노리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딸
다마요 _ 노노미야 다이니의 손녀

사루조 _ 다마요를 숭배하는 일꾼
야마다 산페이 _ 귀환병 차림의 정체불명 남자
후루다테 교조 _ 이누가미 가문의 고문 변호사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 _ 후루다테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미야카와 고킨 _ 마츠코의 거문고 스승
오야마 다이스케 _ 현재 나스 신사의 신관
다치바나 _ 나스 시 경찰서장
긴다이치 코스케 _ 명탐정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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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청년이 가진, 경이롭다 싶을 정도의 통찰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듣자하니 그 시체는 우연히 거기서 파낸 게 아니라 긴다이치 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설령 거기 시체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몰랐더라도 세 손가락의 남자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사부로는 물론 기소되었다. 하지만 아직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중일 전쟁이 차츰 격렬해지자 법정에서 소집에 응했는데, 한커우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가련한 스즈코도 그 이듬해 죽었다. 그 소녀는 죽는 편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료스케는 작년 히로시마로 여행을 갔다가 원자폭탄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임종한 땅에서 그 아들이 같은 전쟁 때문에 목숨을 잃다니,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냐고 마을 노인들은 수군거렸다.

나는 문득 눈을 돌려 스즈코가 고양이를 묻었다는 저택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돌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만주사화의 검붉은 꽃이 하나 가득 피어 있었다. 가련한 스즈코의 피를 칠한 것처럼…….

이렇게 대충 인물이 모인 시점에서 쇼와 21년(1946년) 여름 초엽,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혼이덴 다이스케가 돌아왔다. 그의 귀환은 물론 혼이덴 가문에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귀기와 전율을 가지고 돌아왔던 것이다.

그 구즈노하는 자못 슬픈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요, 눈만은 시원스레 뜨고 있었어요. 그런데 뜬 눈에 양쪽 다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았어요.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이지, 인간의 모습에서 눈동자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그림을 보고 깨달았어요.

"너희들은 이 그림에 눈동자가 없단 얘길 하는 게로구나. 허나 그것이 바로 그림을 그린 화공의 깊은 뜻이겠지. 이 그림의 구즈노하는 진짜가 아니란다. 여우가 변한 구즈노하지. 이 그림을 그린 화공은 여우 불을 피운다든가 여우 꼬리를 그리지 않고 눈동자를 생략함으로써 이 구즈노하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 게지. 나는 항상 이 그림을 보면 그 부분에 감탄한단다."

‘의견무용, 명대안매(御意見無用, 命大安売り)*’라는 문신을 새겼다고 합니다.

* ‘입 닥쳐라. 목숨이 아까우면’이라는 뜻.

"산하고 아가씨는 훔치는 게 맛이야. 게다가 원래 이 산은 우리 거였는데 혼이덴 가문에 속아서 넘겨준 거라고."

일본 민담에 ‘여우가 시집갈 때 제등행렬을 한다.’고 해서 ‘줄지어 늘어선 도깨비불’을 가리키는 말임과 동시에 ‘여우가 시집가는 행렬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잠시 비를 내린다.’고 하여 ‘여우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미토 고몬(水戸黄門). 본명은 도쿠가와 미쓰쿠니(德川光圀)로, 도쿠가와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 우리나라의 어사 박문수 같은 인물로, 미토 번의 번주였으며 그가 내보이던 인로(印篭)는 마패 같은 역할을 하였다.

가부키 ‘게이세이아주마카가미(傾情吾妻鑑)’에서 시라이 곤파치(白井権八)가 반주이인 조베에(幡随院長兵衛)의 집에서 식객을 했다는 의미에서 더부살이, 식객을 의미한다.

매우 봉건적인 경제 구조에 기반한 명문가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같은 존재이다. 가문 자체의 영달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본가와 분가가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다. 중앙 정치의 손길에서 떨어져 있는 마을 사람들은 이 가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앙과 고립되어 자신이 뿌리 내린 토양의 자양분을 끊임없이 빨아먹는 동시에 주변에 자신의 양분을 내줘야 하는 이 가문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이미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옮긴이 정명원

1974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였다. 옮긴 책으로 《이누가미 일족》《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삼수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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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남자뿐만이 아냐. 이 집 사람들은 다들 이상해. 뭔가 알고 있고 그것을 숨기는 걸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감싸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다들 서로 의심하는 것같이도 보인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 부분이 이상하고 마음에 걸려."

"그 사람은 여기 오기 전에 오사카에서 무슨 조사를 하고 온 모양인데, 그 사건이 꽤 거창했나 봅니다. 경보국(警保局)*인지 뭔지의 관료한테 신분증명서 같은 것을 받아가지고 왔었죠. 어쨌거나 그쪽에서 중앙의 소개장이라면 하느님의 편지 이상으로 효험이 있으니까요. 서장도, 사법주임도 다들 쩔쩔맸던 모양입니다."

범인은 ‘밀실 살인’이라는 문제를 제출하고 우리에게 도전해온 것이다. 지혜의 결투를 우리에게 신청한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그 도전에 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혜의 결투에 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 이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이 편지를 쓰기에 앞서 가쓰코는 먼저 언니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요. 결혼 전의 비밀은 어둠 속에 묻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고백하면 결코 부부생활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언니의 충고. 가쓰코는 끝내 그것을 거역하고 저주스런 T와의 과거를 이치야나기에게 고백해버렸어요.

긴조는 알 수 있었다. 코스케의 모색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그의 두뇌, 언젠가 ‘돋보기나 줄자 대신에 이것을 쓰겠습니다.’ 하고 두들겨 보인 두뇌 속에 바야흐로 논리와 추리의 나무토막이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동자의 번뜩임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수수께끼가 풀릴 때가 이제 멀지 않았다고…….

"젊은 아가씨한테는 부모형제나 친척보다 생판 남인 친구 쪽이 털어놓기 쉬운 법이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중에 고백한 바에 따르면, 그때 그는 이 질문에 그토록 중대한 의미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저 약간 지능이 낮은 이 소녀의 가슴에 대체 어떤 슬픈 비밀이 있어서 밤마다 고양이 무덤 근처를 방황하는지, 그것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뭐, 뭐, 뭐라고요?"

"아하하하, 경부님. 제 흉내는 내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가시죠."

"아하하하하, 죄다 내 흉내를 내네. 이봐요, 미안한데 서둘러 이치야나기 댁에 가서 경부님을 모셔오지 않겠어요? 형사 분도 다들 같이요. 아, 그리고 삽을 두세 자루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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