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도 안 보여
"딸이 어머니에게 소송을 걸었다?"
눈길을 떨군 이태하는 혼자 중얼거리듯 했다. 그 낮은 목소리에 한숨이 서려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하나도 창피스러워할 것 없어. 그거 흔한 일인걸, 뭐."
이태하가 눈길을 들며 고개를 젓고, 두 손까지 저었다.
"흔한 일……?"
박현규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돈 문제잖아."

"말도 마. 돈에 얽힌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일어나. 아버지가 아들과 소송하고, 부부끼리 소송하고, 사돈 사이에 소송하고, 그러니까 형제끼리 소송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거기다가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그런 사건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잖아. 근데 그런 일들이 갈수록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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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노화도 예약되어 있을까
세포사멸이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노화 현상에 대해서도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노화라는 생명현상도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는가?’ 세포가 죽는 것이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노화도 당연히 프로그램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만들어낸 질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아그라다. 비아그라는 원래 혈관 확장제로 개발되었으나 그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게 되었다.

또 다른 효능을 기대하며 개발된 약의 부작용이 발모 작용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것을 탈모 치료제로 용도를 변경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야마나카 인자를 적당히 조절해서 생쥐에게 주었더니 늙은 생쥐가 젊어졌다는 실험이다.

새로운 종으로 진화가 이루어지려면 개체의 다양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는 유전과 변이에 의해 새로운 형질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 결국 유전과 변이가 진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새로운 형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유전과 변이의 기전은 무엇인지, 새로운 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아는 것은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길이다. 우리는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다양해서 아름답다
우리는 언제나 지구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때 아름답다고 말하는 대상은 지구의 기후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이다.

한두 가지 생명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다양한 생명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아름답다.

어쩌면 진화의 과정 속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었기에 지구가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종이 생기려면 굉장히 많은 개체 중 새로운 개체가 등장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가 이루어지려면 먼저 개체의 다양성, 다양한 개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궁극의 질문은 ‘개체의 다양성, 그 기반은 도대체 무엇인가?’가 된다.

종의 다양성의 기반에는 매우 많은 수의 개체, 그리고 정말 다양한 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연이 그 다양한 것들 중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한다. 결국 환경에 조금 더 적절하게 적응한 자손들이 살아남는 것인데, 이것을 ‘자연선택’이라고 한다. 이것이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의 핵심 내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변이가 있다. 변이야말로 종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만든 기본이다.

사람이 모두 다른 이유는 염색체가 만나고 헤어지는 변이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달라지도록 되어 있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 그것이 더 중요한 변이의 근원인데, 우리는 그것을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돌연변이가 자꾸 쌓여서 새로운 유전자가 만들어지거나 또는 새로운 유전자의 발현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다양성의 근본이 되는 변이의 출발점이 된다.

찰스 다윈은 다양성에 기반한 자연선택으로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다양한 사례를 들어 증명했다.

또, 멘델은 감수 분열이나 수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자 조합에 의해서 새로운 형질이 유전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정작 그 유전자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가정한 염기 결합의 양상을 봤을 때 유전물질이 어떻게 복제될 것인가를 간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고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논문을 끝냈다.

진화는 종의 다양성이 생성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생성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어떤 생명현상이 일어날까? 바로 새로운 형질의 탄생이다.

진화는 종의 다양성이 생성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생성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어떤 생명현상이 일어날까? 바로 새로운 형질의 탄생이다.

교배를 통해 자손이 태어나고 그 자손이 다시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애초의 두 개체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교배했을 때 태어나는 자손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특정 유전자를 도입해 새로운 종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종의 출현이 아니라 하더라도, 종의 다양성의 기본이 되는 변이를 쌓는다는 면에서 본다면 유전자 조작은 종의 다양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안에는 과학자의 유전자가 있다

생물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감히 답하건대, 생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끈기로 완성하는 학문이다. 호기심을 갖지 않으면 어려운 실험을 반복하고 실패를 거듭 겪으면서 끈기를 발휘할 동인을 찾기 힘들다. 호기심이 있어야 새로운 궁금증이 과학적 질문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 실패를 견디면서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전혀 새로운 경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동력은 바로 지치지 않는 끈기다.

호기심과 끈기, 이 두 가지만 갖추면 누구라도 멋진 생명과학자의 자질을 타고난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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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양, 복제 양 돌리
양서류인 개구리를 대상으로 하는 체세포 핵 치환 실험은 1960년대에 이뤄진 실험이다. 그러나 포유류는 실험이 휠씬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복제 양 돌리’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포유류의 체세포도 모든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발생은 유전정보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유전정보는 고스란히 보내주되 그중 일부를 필요할 때 쓰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여기서 고스란히 보내준다는 것은 유전체 동등성, 유전정보 동질성을 의미한다.

야마나카 박사는 ① 4가지 유전자를 ② 피부유래세포에 도입해주었고, 이 세포들이 ③ 만능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램되어 생쥐 성체의 모든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든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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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수상한 예쁜꼬마선충

예쁜꼬마선충은 드디어 시드니 브레너를 만난다. 그리고 생물학의 중요한 소재가 되면서 발전을 이끄는 모델생물의 자리에 오른다.

예쁜꼬마선충이 받은 세 번의 노벨상

사실 문구를 보면 발생학 전체를 대상으로 노벨상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시 연구자들은 ‘시드니 브레너가 노벨상을 받았다’가 아니라 ‘예쁜꼬마선충이 드디어 노벨상을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정도로 예쁜꼬마선충이 모델생물로서 대단한 역할을 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사실 그의 실험이 진행된 그 짧은 시간 동안 결코 종의 다양성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지구가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온 그 엄청난 변화가 짧은 시간 동안 실험실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건이 우연히 하얀색 눈을 가진 초파리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그 하얀색 눈을 가진 초파리는 공교롭게도 수컷이었다. 이 수컷 초파리는 생물학에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최고의 모델생물 초파리가 거둔 성과들
나에게는 예쁜꼬마선충이 최고의 모델생물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모델생물의 최고봉은 역시 초파리다. 이는 노벨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제브라피시 역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척추동물이지만 포유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생쥐다. 오늘날 포유류의 생명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모델생물은 생쥐다.

모델생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되새겨보면 다음과 같다.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빠른 시간 안에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돌연변이 제작ㆍ유전체ㆍ단백체ㆍ전사체ㆍ대사체 등의 연구를 위한 다양한 생물학적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비모델생물의 약진이 계속된다면 그 끝은 결국 사람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개별적인 사람 한 명 한 명이 최종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상식적인 이유를 근거로 살펴보면 X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개체들의 등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거의 불가능’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아주 드물게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경이로운 생명현상이 가득하다. 특히 하나의 수정란이 수많은 세포로 이뤄진 복잡한 개체가 되는 발생의 과정은 더욱 그렇다. 20세기 들어 모델생물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발생학은 차별적인 유전자의 발현, 세포사멸 등 생명현상의 기전을 밝히고 발생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21세기 발생학은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

모든 생명은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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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사과에는 세균이 굉장히 많고, 그 세균들을 먹고사는 예쁜꼬마선충들도 많이 살기 때문이다.

동물의 종이 같다는 것은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 기준은 ‘둘을 교배시켰을 때 자손이 태어나고, 그 자손이 생식 능력을 가져서 다음 자손을 낳을 수 있느냐?’다.

가시고기는 단단한 가시가 달려 있어 실상 포식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가시고기를 잡아먹는 순간 입안이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먹이로 삼기가 쉽지 않다.

물론 멋모르고 한번은 먹을 수 있겠지만 상처를 입고 난 다음부터는 결코 가시고기를 먹이로 탐하지 않게 된다.

생명과학은 ‘인간의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초파리, 예쁜꼬마선충을 시작으로 제브라피시와 생쥐까지 다양한 모델생물을 연구에 도입했다. 그동안 생명과학이 거둔 성취는 모델생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낸 작지만 위대한 존재인 모델생물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유전정보 암호는 네 가지 염기의 순열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러스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거의 항상 동일한 알파벳을 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궁극의 목표로 할 때 모델생물 연구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정리하면 모델생물은 빠르고, 값싸고,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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