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고를 쓰기 전에 나는 다시 한 번 그 무서운 사건이 일어났던 집을 보아두고 싶어서, 어느 이른 봄날 오후 산책을 겸해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홀연히 집을 나섰다.
그들 상당수는 아직 이 사건의 진짜 무서운 점을 모르고 있었다.
흔히 남이 들려주는 내용 중 이야기하는 사람의 생각만큼 재미있는 사건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하물며 그것이 소설 재료가 될 만한 이야기였던 적은 적어도 내겐 한 번도 없었다.
미스터리 작가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한 번쯤 다뤄보고 싶어 하는 것이 이 ‘밀실 살인사건’이다.
범인이 들어갈 곳도 나올 곳도 없는 방 안에서 자행된 살인사건, 그것을 멋지게 해결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엄청 매력적인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미스터리 작가라면 대개 반드시 한 번은 이것을 취급했다.
존경하는 친구 이노우에 에이조(井上英三)의 말에 따르면 딕슨 카의 모든 작품은 밀실 살인의 변형이라고 했다.
한데 이 사건에는 또 한 가지 나를 흥분시키는 기묘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시종일관 사건에 얽혀 있는 거문고다. 변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들었다는 황량한 거문고 소리!
밀실 살인, 붉은 방, 그리고 거문고 소리. 다분히 흥분할 만한 요소를 갖춘 이 사건을 내가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작가의 명분에 어긋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곳이야말로 이치야나기 살인사건과 중대한 관련이 있는, 이상한 세 손가락 사나이가 처음으로 발길을 멈춘 곳이었다.
이 사람이 이치야나기 가문의 당주인 겐조(賢蔵)였다. 인력거는 그런 이치야나기 가문의 주인을 태운 채 그들 앞을 지나 금세 저편 모퉁이로 사라져버렸다.
"이치야나기 나리가 몇 살이더라. 마흔……?" "딱 마흔이랴. 근데 초혼이지." "중년의 사랑이란 젊은 사람보다 더한 모양이지."
"근데 색시는 스물다섯인가 여섯이라던데. 린(林) 씨 따님이라잖아. 그 집 형편으로는 굉장한 상대를 얻은 거지. 꽃가마에 탄 거라 해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 예쁘장해, 아줌마?"
남자의 오른쪽 뺨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다친 자리를 꿰맸는지 입술 오른쪽에서 뺨에 걸쳐 깊은 상처가 있었는데, 마치 입이 찢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 남자가 마스크를 한 것은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먼지를 막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느낀 것은 컵을 든 남자의 오른손 때문이었다. 그 손에는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었다. 새끼손가락과 약지는 반쯤 잘리고 온전한 것은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뿐이었다.
정말 여주인은 그 컵을 두 번 다시 쓰지 않으려고 선반 구석에 밀어놓았는데, 훗날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안광이 종이를 뚫을 만큼 예리한 독자가 여기까지 읽었다면,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을 진즉 알아차렸어야 한다.
거문고를 뜯는 손가락은 세 개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거문고는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만으로 뜯는다는 사실을…….
농촌에 들어가 보면 도회지에서는 거의 사장된 ‘문벌’이라는 말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만사를 지배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패전 이후 사회의 혼란 때문에 농민들도 지위, 신분, 재산 등을 이전만큼 숭상하지는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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