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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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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언명한—사회주의자이면서 자유주의자라고 했는데, 아무튼—조국 씨가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을 보며 신선함을 느꼈다. 그런데 진보를 말하는 것과 진보를 사는 것이 다르고, 사회주의를 말하는 것과 사회주의를 사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신이 아닌 사람이므로 말과 실제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자님은 “말은 항상 지나치고 행동은 항상 미치지 못한다”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지나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말씀하셨다. 누군가 말했듯이, 위선은 말과 행동을 다르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말과 행동을 다르게 살면서도 다르지 않게 산다고 말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조국 씨는 SNS 활동에 무척 열심이었고 성찰이라는 말을 빈번히 사용했다. 그의 성찰은 그의 말과 행동의 간극을 조금도 줄여주지 않은 듯했다. 나에게 그는 점차 해석하기 어려운 인물로 비쳤는데, 수많은 동시대인들이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말하는 놀라운 상황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조국 가족은 하면 안 되는 일까지 포함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리브스가 말한 기회의 사재기에 나섰는데, 서초동에서 “우리가 정경심이다!”라고 외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삼루에 태어나… 삼루타를 치는” “기자, 학자, 기술자, 경영자, 관료들, 이름에 박사(PhD), 의사(Dr)와 같은 알파벳이 붙는” 사람들이었을까?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주창하며 시위에 나섰다. 하루에 보통 12시간, 적어도 10시간씩 일해야 했던 그들은 하루 24시간을 3으로 나누어 8시간은 잠자고, 8시간은 빵, 즉 일용할 양식을 위해 일하고, 나머지 8시간은 장미, 즉 자아실현을 위한 자유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미국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여 사상자를 냈고 폭발물 사고를 빙자해서 노동운동 지도자들에게 내란죄를 적용하여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5월 1일,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생일로 기념하는 노동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결 : 거칢에 대하여 | 홍세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