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무작정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게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김기돈은 책에서 읽은 코란의 한 구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당한 가르침이고, 지고한 일깨움이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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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갑자기 철학적으로 나오시나? 그 말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이 있지. 오스카 와일드 왈, ‘정치가라는 자들은 가장 하급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끝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오로지 권력을 갖기 위하여 전혀 회의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때? 썩 괜찮은 말씀이지?」「여기 정치학과 없어? 이런 말 듣고도 전과 안 하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순진한 소리하지 말어. 정치학과 애들은 이미 회의할 줄 모르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서 그런 말이 아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몰라?」「하하하……….. 그건 너무 심했다.
「저렇게 말하는 쟤야말로 정치학과에 딱 어울리는데 상대 헛다니지아마?」학생들이 와아 웃음을 터뜨렸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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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숙소는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만약 도둑이 든다 해도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사장의 숙소로 들어서던 이상재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짧은 인생 영원 조국에."
현관에서 바로 시작되는 좁은 거실의 정면 벽에 이런 붓글씨가 세로쓰기 두 줄로 붙어 있었다. 이상재는 그 문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애국심이 대단하다는 정치부장의 말을 떠올리며,
「사장님께서 손수 써붙이신 겁니다.」숙소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거실에 사무용 소파, 방에 한쪽짜리 옷장이 전부였다. 검소를 넘어 초라하게까지 보이는 그 숙소에는박태준의 정신만이 가득차 있었다. 이상재는 박태준이란 사람의 심층깊이까지 다 안 것 같은 기분으로 숙소를 나왔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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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선배님은……, 고시를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으세요??
김선태는 주저하고 머뭇거리며 이 말을 꺼냈다.
「허! 자네가 결국 그걸 묻는군. 글쎄에 ……,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후회 안 한다고 하면 형편없이 둔감한 놈이 될 것이고, 후회한다고 하면내 인생이 한없이 초라하게 될 거고……. 그게 반, 반이라고 해둘까?
키엘케고르가 말했지 아마? 인생은 어차피 후회다. 결혼하라, 후회할것이다. 결혼하지 마라, 후회할 것이다. 출세해 보라, 후회할 것이다. 출세를 외면하라, 후회할 것이다. 인생이 이런 거니까 다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지.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게 흠이었고, 공부깨나잘한 게 두 번째 흠이었지. 이 나라 농부의 태반이 그렇듯이 우리 아버지도 힘없고 가난한 농사꾼을 가장 천한 직업으로 여기고 아들만은 출세시켜 권세를 누리기를 바라셨지.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그 소원을 마누라가 이어받아서 내 꼴이 이리 됐어.」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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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새가 허공에 그 발자국을 새기지 못하듯이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
언젠가 읽었던 불경의 말씀이었다. 불경은 역시 진리의 바다고, 석가모니는 비교할 자 없는 지고한 현자였다. 그 허무의 철학은 극점에 이른미학이고,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결과론이었다. 그러나 인간 군상들은나날의 생활 속에 묻혀 현실만 크게 볼 뿐 그 허무의 가르침을 쉽게 망각해 버렸다. 그 허무의 가르침의 핵심은 현실을 작게 보고, 과욕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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