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는 겨우겨우 몸을 가누며 바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문 앞에 기대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간을 묻고 있었다.
서너 번째 사람이 11시 반이라고 하며 바쁘게 걸어갔다.
「이봐, 인생이란 말야 때론 눈물이고 때론 한숨이고 때론 막막함이고. 그러다가 바람으로 사라져가는 거야. 그 사이사이에 빛이고 영광을 끼울려고 몸부림들 치는 거지. 그래 봤자 물거품이고 티끌이기는다 마찬가지야. 이 박만길의 말 알아듣겠어?」김선태와 어깨동무를 하고 뒷골목을 벗어나며 그 남자는 마치 시를읊듯 가락을 넣고 있었다.
「일만 만 자에 길할 길 자, 이름은 참 기똥찬데 말이죠.……..」「왜 고시엔 16번씩이나 떨어졌냐 그거지? 가난하고 무식한 농사꾼이었던 우리 아버지의 욕심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