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장을 걷어내는 청천백일의 역사가 여기 있다. 역사의 분화구가 진실을 분출하는 어느 날이 여기 있다. 역사학의 주류에는 고대 사관(史官)의 종적이 여지껏 지워지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옛 정사(正史)와 야사의 불화가 역사학의 토속(土俗)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국 통사의 수구성도 강단사학의 그것으로 굳어져 온 것이다. 이 같은 낭패에 맞서 정사와 야사의 구차한 변별 따위를 가차 없이 뭉개버린 생동의 역사서술이 한홍구 전위사관에서 체현된다. 이번에는 시대모순의 극복을 신열(身熱)의 의지로 구현하는 그의 공덕에 우리는 빚지고 있는 것이다. 장하다.
— 고은(시인)
이 책의 목차를 하나하나 살피면서 잔혹한 시대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되풀이될 수 없는 유신의 잔영이 다시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유신시대를 되돌아보면 지식인의 초라한 몰골만 남는다. 그러기에 유신과 대결하며 자기를 헌신한 선진(先陣)들은 형언할 수 없는 감사의 대상이요, 한국 민주화의 영웅이다.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희생의 대가다. 정녕 이 세대는 그 선진들에게 빚진 자들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누림이 무임승차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유신시대를 부끄럽게 살아온 세대가 용서받을 길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유신의 야만을 제대로 깨닫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 교수께 감사한다.
- 이만열(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역사가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소극으로 두 번 되풀이된다는 말은 역사란 것이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또 무언가 같은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달라진 점을 정확히 포착하여 비극이 두 번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새 세대의 몫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이 책은 이 시대착오의 나날을 견뎌내고 보다 나은 오늘을 누려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유신시대를 제대로 장송하지 못한 구세대 역사학도가 드리는 미안한 마음이다.
장준하, 송건호, 리영희 같은 내 청춘의 스승을 떠올리며
2013년 12월 견지동에서
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 한홍구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