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끝.

9월16일부터 시작했으니 석달하고 이틀이 더 지났다. 게을렀다.
총 111편 94일간.
하루에 한편 쓴 꼴이구먼
실제 필사한 일수는 20일.

감성치유 라이팅북
감성없는 내가 치유좀 해볼라꼬 썼지만서두
치유가 됐능가 몰겄다.

별들아! 내 슬픔을 가져가쁠라

다음 권은 童詩筆寫
내가 아주 작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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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12-19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정해놓고 필사를 해야하는데 저는 이 책 저 책 오가다가 늘 흐지부지 되어버리네요. 대장정님 20일이나 하셨다니 그게 어디입니까! 수고하셨어요. 필사 기운받아갑니다 ^^

대장정 2023-12-19 16:4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일정량을 꾸준히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미미님 필사를 응원합니다. 연말 마무리 잘하시고요. 😀 ^^
 

향신료 운송로가 바뀌며 이탈리아 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

세계사에서 신항로 개척시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다면 ‘해운업의 발전’이라는 말로 그 시대를 정의할 수 있다.

16세기 전국시대에 일본이 유럽의 군사혁명을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예수회’의 무기 판매 덕분이었다는데

신항로 개척시대 초기에 포르투갈과 예수회는 무슬림의 결정적 도움으로 탄탄한 상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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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 P227

지금 알고 있는걸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P228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

안녕, 아빠,
지금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
마치 시 같다.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이
한그루의 나무 같다. - P246

폭풍을 기다리는
고요와
적막을
견디어내지 못한 시간들이
앞으로 돋아나지 못할 거야.
나는 가지런하게 서서
버스를 기다려야 해.
이국의 하늘, 아빠,
여기는 내 생의 어디쯤일까? - P248

구름처럼 지나가는
책이 되어.
한장을 넘기면
한장은 접히고
다른 이유가 다른 이야기가 거기 있었지.
책을 책장에 꽂아둔 것 같은
내 하루가 그렇게 정리되었어. - P250

내 생각은
멈추었다가 갑자기 달리는 저 푸른 초원의 누떼 같아.
그리고 정리가 되어 아빠 시처럼 한그루 나무가 된다니까.
아빠는 시골에서 도시로 오기까지 반백년이 걸렸지.
난 알아, 아빠가 얼마나 이주를 싫어하는지.
아빠는 언제든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겠지. - P252

아빠, 삶은 마치 하늘 위에서
수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바람 같아.
안녕, 피츠버그,
내 생의 한 페이지를 넘겨준 피츠버그,
그리고 그리운아빠. - P254

방창 方暢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사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P256

등 시린 잉걸불 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고구마가 익는다.
비가 오려나보다.
차는 빨리도 달린다. 비와
낯선 마을들,
백양나무 흰 몸이
흔들리면서 불 꺼진 차창에 조용히 묻히는
이 저녁
지금 이렇게 아내가 밥 짓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 나는
아무런 까닭 없이 - P258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이 하찮은 이유가 있을 리 없는
이 무한한 가치로
그리고 모자라지 않으니 남을 리 없는
그 많은 시간들을 새롭게 만들어준, 그리하여
모든 시간들이 훌쩍 지나가버린 나의 사랑이 이렇게
외롭지 않게 되었다. - P260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 P262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 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또 무슨 낙이 있을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새벽이다.
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맑은
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 P264

번개가 천둥을 데리고
지상에 내려와
벼락을 때려
생가지를 찢어놓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간다. 노래여! 어떻게
내리는 소낙비를 다 잡아 거문고 위에 다 눕히겠느냐.
삶이 그것들을
어찌 다 이기겠느냐. - P266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하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겠다 시방 - P268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저녁이슬 달린 풋보리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 P268

산나리

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덧없다 - P270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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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게만큼 무거워 보일 때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내리누른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북방의 전설이 말하는 것처럼
어깨에 하늘을 인옛날의 난쟁이처럼. - P216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 P218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P220

그대가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날마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고. - P222

어쩌면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
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
어쩌면 희망이 나의 눈물을
영원히 닦아 없애 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야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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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고생인 기라." 양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네, 고생이에요." 경희가 고생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여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어릴 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고생이라는 말에 신물이 났다. 고생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선자는 노아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고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물을 마시듯 들이마시던 수치를 참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어야 했을까? 결국 노아는 자신의 출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앞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한 일일까?

"니 노아 때문에 속상하제." 양진이 말했다. "내도 안다. 니는 노아 생각만 한다 아이가 처음에는 고한수였고 이제는 노아제. 니가그 흉악한 남자를 원했던 바람에 고생하는 기다. 여자는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된데이."

"참 나쁜사람이었다."

"아뇨, 실은 여기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보쿠 상 가족들은 꼬박꼬박 찾아오세요. 아드님 두분과 솔로몬이라는 손자가있으시죠. 모자수님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오세요. 노아 님은 11년동안 뵙지 못했는데 그 전에는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오시곤 했어요. 한 번도 날짜를 어기신 적이 없죠. 노아 님은 잘 계시나요? 아주친절한 분이셨어요."

관리인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선자는 묘비 밑에 맨손으로 3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사진이 달린 열쇠고리를 묻었다. 흙과 풀로 구덩이를 메우고 나서 손수건으로 열심히 손을 닦았지만손톱 밑에 흙이 남아 있었다. 땅을 밟아 다지고 손가락으로 풀을 털었다.

선자가 가방들을 집어 들었다. 경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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