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서로 바싹 붙어서 교회를 향해 씩씩하게 걸었다. 한 사람은 키가 크고 허약하면서도 신념이 강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작지만강인하고 영민했다.
아무리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도 조선 땅이고 조선 사람밖에 없는 줄 알았다. 박완서
‘일본이 농촌경제에 기술 발전을 일으켜 중국을 구제할 것이다. 일본이 아시아의 빈곤을 종식하고 번성하게 할 것이다.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의 파괴적인 손아귀에서 아시아를 보호할 것이다. 일본의 진정하고 용감무쌍한 동맹국인 독일만이서구의 해악과 싸우고 있다.‘
"백 목사님이 잡혀갔어요." 나이가 제일 많은 여자가 소리쳤다. "유 목사님이랑 후도요. 그분들을 도와주셔야 해요………… "뭐라고요?"
"엄마가 모자수 안 꼬집고 가만히 데리고 있으면 맛있는 거 준댔어요. 애들은 안에 못 들어간대요." 노아가 차분히 말했다. "근데 이제배고파요. 여기 진짜 오래오래 있었어요."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들을 믿지 마라.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 적응해라. 지극히간단하지 않은가?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그저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큰어머니, 가장 좋아하는 큰아버지한테도 숨기는 큰 비밀은 노아가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아무 잘못도 하지않은 온화하고 다정한 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두었다. 아버지가 하나님은 아이들의 기도를 아주 꼼꼼하게 듣는다고 말했는데도, 하나님은 2년 동안 노아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아가 말할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 있었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아의 꿈은 이카이노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내 삶은 하찮았어요." 이삭이 고통과 피곤이 가득한 선자의 눈을읽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자신을 기다려줘서, 가족을 돌봐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선자에게 알려야 했다. 자신이 식구를 부양하지 못할때 선자가 일을 하고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낯을 들 수 없이 부끄웠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부지런한 사람이 돼야 해. 모든 사람에게연민을 가져라. 네 적까지도. 이해하겠니, 노아야? 인간은 불공정할지 몰라도, 주님은 공정하시단다. 너도 알게 될거야. 알게 될 거야." 진이 다 빠진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노아가 이삭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발 하나님, 제발.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제발.‘ 노아가 두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우리가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외세에 나라가 갈라지고 있는데…………."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경희가 낙심한 남자를 버리고 떠난다면, 자신이 지극한 애정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었다.
경희 생각을 지울 수 있으리라는 한수의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오늘 밤 달콤한 맛을 보고 나니 이제 그 맛을 한없이 한가득 느끼고 싶었다. 그 쾌락에몸을 깊이 담그고 싶었다.
창호는 자위를 하고 나서 안경을 쓴 채로 잠들었다.
"우리 조선인이요. 우리는 서로 다투고 있어요. 하나같이 자기가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죠. 누가 지도자가 되든 자기 권력을 지키려고격렬하게 싸울 거예요." 창호는 한수가 자기한테 한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특히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보는 일이라면 한수가 늘 옳아서였다. 이런 면에서 한수는 항상 정확했다.
꼭 할머니 둘이 말다툼을 하는데 마을사람들이 상대방의 못된 점을할머니들 귀에 대고 계속 속삭이면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들이 화해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 말은 무시하고 두 사람이 한때 친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김창호는 계속 사랑의 고통을 겪게 될 터였다.
이삭이 천국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선자가 마음속으로 그린 천국의 모습은 고향이었다. 투명하고 빛나는 아름다움 그자체였다. 고향 땅의 달과 별에대한 기억도 이곳의 차가운 달과 별하고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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