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러 찾지 않았음에도 호랑이와 딱 마주쳤을 때는 어찌합니까?
범도의 질문에 심 노인이 대답했다.
— 빛과 어둠이 어느 쪽인지를 먼저 생각해라. 호랑이가 어두운 쪽인가, 내가 어두운 쪽에 있는가. 호랑이가 밝은 쪽이면 나는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다. 호랑이는 천생 사냥꾼이라 사냥하려 할 때는 제 몸뚱이를 어두운 쪽에 두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호랑이와 나 사이에 여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가 달아날 수 있을 만한 여백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여백이 있으면 뒤로 가만히 물러나고, 모든 게 꽉 차 여백이 없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호랑이를 못 본 듯이 굴어야 한다. 내가 저를 해칠 뜻이 없음을 보여주는 게다. 와중에 호랑이 숨결이 거친지, 매끄러운지도 알아채야겠지. 그 순간 내게 맺힌 게 많다 싶으면 풀어헤쳐야 한다. 내게 맺힌 게 많아 숨결이 거칠면 호랑이는 저를 공격해올 적이라고 단정하고 털을 곤두세우며 덤비기 때문이다. 그 모든 상황 판단이 단숨에 이루어져야 하고, 피치 못할 시에는 단방에 호랑이 목 아래 부위를 정확히 쏘아 맞혀야 한다. 다른 곳을 맞히면 두 번째 총탄을 쏘기 전에 내가 죽는다.
“세역을 말하는 게 아니네. 예를 들어, 심 포수가 외손자와 평생 만나지 않고 산다고 해도 외손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외손자가 호시기 같은 놈한테 붙들려서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는 걸 심 포수 어른이 알게 됐다고 치세. 가만있을 수 있겠나? 총도 있는데? 그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외손자보다 먼저 죽게 될지라도 구하러 나서긴 해야지. 또 내 부모형제가 호식이 앞에 놓여 있는 걸 내가 알았다고 치세. 내가 가만있을 수 있나? 총도 있는데? 죽든 죽이든 쫓아가야지. 마찬가지로 우리는 조선 백성으로 조선 땅에서 조선 짐승들을 잡으며 살지 않는가. 호랑이도 청국 호랑이를 잡는 게 아니라 조선 땅에 사는 호랑이를 잡는 것이고. 그러매 왜놈들이 쳐들어와서 조선을 향해 총질을 해대면 우리도 왜놈들을 향해서 총구를 겨눠야 하지 않는가? 놈들을 몰아내고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 해야지.”
나는 홍범도 | 송은일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