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점차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몇 년간 나의 옛 작품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 완성한 내 작품을 읽을 때 내 안에서는 종종 낯설다는 느낌이 솟아오른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나는, 작가로서, 동일한 내 작품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생활이 변했고, 감정도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자기 작품의 서문에 쓰는 내용은 사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느낀 바라고 말하고 싶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2세기 아프리카 북부에서 씌어진 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가능할까?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단 말씀이야."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래도록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온 미련에 관한 이야기다. 한 줄기 길과 한 줄기 강물, 비 온 뒤의 무지개, 면면히 이어져온 한때의 추억,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무한히 이어지는 한 자락의 민요, 그리고 한 인간의 생애……. 이 모든 것이 타래에서 풀려나오는 새끼줄처럼 그 길의 끝자락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고대 로마의 시인 마티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글쓰기와 독서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뜨거운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아들아, 네 얼굴이 어디 있는 거냐?"

-알라딘 eBook <허삼관 매혈기> (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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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오븐 속에 넣어두마, 얘야. 나 지금 간다." 그말은 사실이었는데, 법에 따르면 어린이가 아닌 모든 사람들, 어린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일하러 나가야만 했거든. 엄마는 깡통에 든 수프나콩 같은 허섭스레기가 선반에 가득찬 ‘국영 슈퍼‘라는 곳에서 일했지.  - P46

"제가 뭐 굉장히 즐겁게 해드리는 일을 했나요? 뭐가 잘못됐나요?" 내가 물었지. - P48

유고슬라비아 해변의 ‘아름다움‘이 어쩌고 하며 예쁘장하고 젊은 계집애가 젖가슴을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사진이었지. 놈은 두어 번 꿀꺽 소리를 내며 그 계집애를 먹어치우려는 듯이 본 다음 말하더군. "왜 모든 일을 무언가잘못되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거니? 하면 안 되는 일을해버린 것 아니야?" - P48

"그래, 그렇겠지."놈이 비웃듯이 말했지. "그냥 조심만해, 그게 다야. 알렉스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더 많이 알고 있어." 그리고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의자를 여전히 흔드는 채로 말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우리는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제길, 거의 한 세기 동안 연구해 왔지만, 더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어. 너는 좋은 집에, 사랑을 주는 부모에, 또 그다지 나쁘지 않은 머리를 가졌는데 말이야. 네 속에는 악마라도 들어앉아 있니?" - P50

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일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나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수 가 없지. - P51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형제 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 말을 심각하게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거야. - P52

집애밖에는 없었지. 고것들은 한겨울인데도 아이스바를 빨면서 새로운 팝송 음반들, 조니 어웨이」, 「스태쉬 크로」, 「믹서즈」, 「에드와 이드 몰로토프와 함께 잠깐 누워요」 등의 허섭스레기를 뒤지고 있었지. 이 계집애들은 열살도 채 안 되어 보였고 나처럼 분명히 오전 수업을 빼먹고 있고 있는 중이었을 꺼야 8) 열거된 가수의 이름들은 모두 방화, 마약, 폭력을 의미한다. - P54

아빠는 중얼중얼하시며 말꼬리를 흐리셨지. "미안하다,
얘야. 그렇지만 가끔씩 걱정이 된단다. 가끔씩 꿈도 꿔.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된다만 꿈은 많은 것들을 말해 주지.
지난밤에 네 꿈을 꾸었는데 하나도 좋지 않았어." - P61

"그래요?" 아빠가 내 꿈을 꾸었다는 말이 관심을 끌었지. 나는 꿈을 꾸었다는 느낌은 가졌지만 무슨 내용인지는도통 제대로 기억을 할 수 없는 편이었거든. "그래서요?"
나는 끈적거리는 파이를 씹다가 관두고 물었어. - P61

"아빠의 외아들이자 후계자에 대해선 걱정마세요. ‘두려워 말라. 그는 진정 스스로를 돌볼 수 있으니.‘ 이런 말도 있잖아요." - P61

놈들은 내가 마음아파하는 것을 보간 비뚤어져고는 신나게 웃었는데 그중 하나가 말했지. "사랑이란 때이른 악몽 같지." 얼마 후에 어떤 경찰 우두머리가 들어왔는데 계급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가슴에 별을 달고 있었고 나를 보자 한숨을 쉬더군. 내가 말했지. - P83

"나는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을거야. 나도 법을 안단 말이야, 이 자식들아". 물론 놈들은그 소리를 듣고 커다랗게 웃었고 별을 단 경찰이 말했지. - P83

"좋아, 좋아, 자네들, 우리 또한 법을 안다는 것과 법을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지." 놈은 신사 같은 목소리지만 아주 이상한 말투로 이야기하면서 몸집이 커다란 어떤 뚱뚱한 자식에게 친근한미소를 짓더군. - P83

"폭력은 폭력을 부르지요."그 경찰 우두머리가 아주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지. 걔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에게저항했소." - P85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공들인 결과란 말이지." 델토이드가 다시 말했지. 그는 내가 더 이상 피를 흘리고 맞은놈이 아니라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아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지. "천생 내일은 법정에 출두해야겠군." - P85

"그 일이 네 양심을 고문하게 될 거야. 그 일이 네놈을고문해서 미치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마." 놈이 심각하게말했지. - P89

놈은 철창을 흔들려고 애쓰면서 외쳤지. "나도 빌어먹을 권리라는 게 있다고, 이곳은 다 찼잖아, 이건 염병할 강압이라고,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랬더니 간수 한 놈이 돌아와서 녀석에게 적응해야 한다고, 누군가 허락하면침대를 같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서 자야 한다고말하더군.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 "상황은 나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거야. 네놈들 모두가 범죄로 가득 찬 진짜더러운 세상을 건설하려고 하니까. - P103

친절했으니까. "내 이름은 브래넘 박사란다. 난 브로드스키 박사의 조수야. 네가 괜찮다면 간단한 일상 종합 진단을 하겠다."그러고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청진기를 꺼내면서 말했지. "우리는 네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신해야만하지, 그렇지? 그럼, 그렇고말고." 파자마 윗도리를 벗고누운 나를 놈이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동안 물어보았지. - P117

"누군가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 P118

"이게 뭐요.형씨? 난 어디든 걸어갈 수 있소." 그러자놈이 대답했지.
"내가 밀고 가는데 제일 낫지."아니, 정말로 내가 침대에서 나오니까 힘이 좀 빠져버린 걸 알게 되었지, 여러분.
그건 브래넌 박사 말대로 영양 부족이었고, 모든 게 그 끔찍한 감옥 음식 때문이지. 그렇지만 식사 후 맞은 주사가내 건강을 돌려주겠지. 거기에 대해서 의심할 여지가 전혀없다고 생각했던 거지. - P119

"제가 내내 앉아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그걸 봐야만 한다는 말씀인가요? 말도안돼.얼마나 끔찍했는데." - P128

"물론 끔찍하지."브래넘 박사가 웃으며 말했지. "폭력이란 끔찍한 것이지. 그게 바로 네가 배우고 있는 것이란다. 네 몸이 지금 그걸 배우고 있는 중이야." - P128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브래넘이 대답했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입니다. 마치 그 시인 죄수가 말했듯이 말이죠. 그게 바로 처벌을 내리는 것이겠지요, 아마. 소장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 P136

두 놈 모두 좀 생각하는 눈치였지. 그러더니 브로드스키박사가 말했지. "통제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야. 세상도 하나고, 인생도 한 번이니까. 인간의 행위 중 가장감미롭고 꿈만 같은 일도 어느 정도의 폭력을 수반하지,예를 들면 사랑의 행위라든지 음악 같은 것  말이야. 넌 이기회를 잡아야만 해, 얘야. 이제껏 선택은 전적으로 네가내린 것이었어."이 모든 말들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난 이렇게 말했지 - P138

"그렇지만 선생님, 아니 선생님들, 저는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아요. 그건 잘못이죠. 그건 사회라는것에 반항하는 일이니까요. 그건 잘못이죠,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맞거나 차이거나 칼에 맞지 않고 살면서행복할 권리를 가졌으니까요. 전 많은 걸 배웠어요, 진짜로 많은 것을요." 그러나 브로드스키 박사는 내 말을 듣고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지. - P139

"이성의 시대에 대한 반론이구먼." 뭐 그런 비슷한 말이었지. "뭐가 옳은지를 알고, 그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잘못된 일을 한다. 안되지, 안 돼, 얘야, 이 모든 걸 우리에게 맡겨두렴. 그렇지만 즐거워하라고. 모든 일이 곧 끝날거야. 지금부터 두 주일이 채 되기 전에 자유인이 될 테니까." 그리고 놈은 내 어깨를 토닥거렸지. - P139

"나, 나, 나, 도대체 나는 어쩌라고요? 난 여기서 뭐란말이야? 내가 무슨 짐승이나 개란 말이야?" 이 말에 놈들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지. 그래서더 큰 소리로 내가 외쳤지.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왜 그런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어, 
여러분.
대갈통을 쓰지 않고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지. 그리고 무슨이유인지 내 말에 놈들은 일이 분 정도 아무 말도 못하더군. 그때 교수 타입의 어떤 여윈 늙은이가 일어섰는데, 놈의 목은 대갈통과 몸통을 연결하는 전선 같았지. 놈이 말했어. - P151

 "내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 P151

"기쁘군요. 여러분, ‘사랑‘ 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다니요.
우리는 이제 중세와 함께 사멸했다고 믿어온 ‘사랑‘의 예절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불이 꺼지고 조명이 다시 켜졌는데, 하나는 여러분의 불쌍하고 수난을 당하는 친구이자 화자에게, 그리고 또 하나는 일생에서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진짜로 예쁜 계집애를 천천히 비추기 시작했지. - P152

내가 대답했지. "끝을 내고 싶어요. 해볼건 다 해봤어요. 그게 바로 문제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 가요." - P168

 "이렇게 비참한온 사람이 네가 처음이 아니란다." 녀석이 말했지. "경찰은 자신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이 마을 주변으로 데려오기 좋아하지. 그러나 다른 차원의 희생자인 네가 여기오게 된 것은 신의 섭리야. 아마, 너도 내 이름을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는데?" - P181

아주 조심해야 했지, 여러분. 내가 대답했지, "난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책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읽지는 않았지만, 들은 적은 있지요." - P181

"저들은 항상 도가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마른 행주로접시를 닦으면서 멍한 듯이 말하더군.  "그러나 본질적인동기는 죄 그 자체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거야." - P183

 "내일 너를 보러 올 사람이 몇 명 있을거다. 내 생각으로는 네가 소용이 될 것 같구나,이 불쌍한 애야. 내 생각으로는 이 고압적인 정부를 몰아내는 데네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정부라도 버젓한 젊은이를 태엽 감는 기계로 만드는 것을 승리라고 생각해서는안 되지, 그건 탄압을 자랑스레 여기는 정부나 하는 짓이야" - P183

"우리 시대의 희생양이야,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엾은사람." - P185

『시계태엽 오렌지한 권이 꽂혀 있었고, 책의 등짝, 그러니까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 F. 알렉산더‘가 찍혀 있었지. 하나님 맙소사, 녀석은 또 다른 알렉스였어. - P185

"야만적인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의지력을 갉아먹는 조건반사 기법을 도입하는 것 말이야."
녀석은 이런 어려운 말들을 미친 것 같은 눈빛으로 내뱉었어. - P187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 P222

그리고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여러분, 여러분은 갈수없는 나 혼자만의 길이야. 내일도 향기로운 꽃이 피겠고,
더러운 세상이 돌아가겠고, 별과 달이 저 하늘에 떠 있을거고, 여러분의 오랜 동무 알렉스는 홀로 짝을 찾고 있을거야. 엄청 구리고 더러운 세상이야, 여러분. 자 이제 여러분의 동무로부터 작별 인사를.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놈들에게는 커다란 야유를 엿이나 먹으라 그래.
그러나 여러분들은 가끔씩 과거의 알렉스를 기억하라고.
아멘, 염병할. - P223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는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대한 반성을 제시하고 있다. 버지스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자유의지라는 신학적·철학적인 문제를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함으로써 그 환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리고 나아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알렉스라는 비행 청소년의방황에 투영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는 성(性)과물질 그리고 유희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절도,
마약, 강도, 폭력과 강간 등 극단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그러던 중 믿었던 패거리의 배신으로 범죄 현장에서 잡히고 죄질의 심각함 때문에 청소년 보호 시설이 아닌 일반교도소에 수감된다. - P224

즉 이 소설을 통해서 버지스는 국가권력이 구성원들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태엽 장치를 달아서 통제하려는 음모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버지스가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경험한 국가의 폭력, 좁게는 군대 조직에서 경험한 권력의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여기에는 조지 오웰이라는 1940년대 문학적 우상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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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될까, 응?"
나, 그러니까 알렉스는 동무들 셋, 즉 피트, 조지, 그리고 딤ㅡ 이름처럼 정말 멍청한 딤"과 함께 ‘코로바 밀크바‘에 앉아서 맑았지만 춥고 깜깜한 그날 저녁에 무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 코로바 밀크바는 뭔가를 섞은우유를 파는 데였는데, 여러분들은 아마 이런 장소가 어떤곳인지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군. - P7

젖가슴 부근에는 조나 마이크 같은 사내들의 이름이 적힌 은빛 배지를 달고 있었지.
아마 열네 살이 되기도 전에 같이 잔 놈들의 이름이겠지 - P10

그 시절에는 해만 떨어졌다 하면 경찰력이 부족한데다가 우리같이훌륭한 젊은 놈들이 설치는 관계로 나이 지긋하신 부르주아들을 많이 볼 수 없었거든. 이 교수 타입의 늙다리가 그거리를 통틀어 유일한 치였지. 우리는 아주 점잖게 다가갔고, 내가 말을 걸었어. "실례합니다. 형씨"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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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 별 소득이 없자 그는 다시 저널리즘으로 돌아와 친구 플리니오 아폴레요 멘도사와 함께 소련과 동유럽 등지를 비밀리에 여행하며 소비에트사회주의를 맛보았다. 석 달 뒤 여행에서 돌아온 가보는 오랫동안 자신과의 결혼을 기다려 온 메르세데스에게 청혼했다.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마음을 먹은 지 16년, 처음 청혼한 지 12년이나 지났을 때였다. 1958년, 두 사람은 드디어 바랑키야에서 결혼했다.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메르세데스의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다. - P129

어느 날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그는 서른다섯 살의 카를로스 푸엔테스를만났다. 이미 15년간 가보는 문학에 헌신했는데 무엇을 보여 줄게없었던 반면, 푸엔테스는 1958년 당시 라틴아메리카 붐 세대를 이끄는 사람이었다. - P130

가보식 ‘썰‘의 결정판 백 년의 고독 초판
가보는 1967년 마흔 살에 백 년의 고독을 발표하기 이전까지는 무명 작가였다. 그가 1년 6개월에 걸쳐 『백 년의 고독을 쓰는 동안 메르세데스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러나 원고를 다 쓰고도 출판사에 부칠돈이 모자라 절반만 보내야 했을 만큼 부부는 너무나 가난했다. 우여곡절 끝에 ‘백년의 고독이 세상의 빛을 보면서 가보는 첫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와함께 세계문학의 중심축도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로 넘어갔다. - P131

(현재 환율로 약 6,000원)가 없어 원고의 반만 보내야 했다. 하지만 출판 담당자가 나머지도 읽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해 돈을 부쳐 주는 바람에 『백 년의 고독』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 P132

백 년의 고독이 출판되었을 때, 내가 아마 가장 놀랐을 것이다. 그 정도로 성공할 줄 몰랐다.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가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가보는 이렇게 말했다. 1967년은 가보가 첫 번째로 맞이한 전성기였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카르멘발체스에이전시에 의해 국제 문학 시장에 소개되었다. 초판 500부에서 시작된책은 이제 남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문학의 왕좌는 자연스럽게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로 넘어갔고, 그는 무명 작가에서갑자기 남미의 세르반테스가 되었다. 나아가 그는 라틴아메리카의고독을, 아니 익사 직전의 문학 전체를 구해 냈다. 그리하여 1982년에는 그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에게는평생 믿지 못할 마법 같은 일이었다. - P132

"저는 여자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더 잘 소통합니다. (…) 결혼에 관한 핵심적인 조언을 하자면 여자들은 부부 사이의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끝내는 논쟁으로 끝납니다. 그들을 믿고잊어버리고 앞으로 나가세요. 절대 논쟁하지 말고 그냥 앞으로 나가요."
- 이브 빌런 외, 다큐멘터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중 - P133

1980년대까지 선배들이 험난한 민주화 투쟁 끝에 얻어 낸 평화 속에서 내가 안전하게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처럼, 콜롬비아의 20대들도 불완전하지만충분히 안전한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보았다. - P138

마약왕파블로 에스코바르
‘은 아니면 납‘, 즉 ‘내게 협조하여 돈을 벌든지, 아니면 나를 반대하여 죽든지 하나를 택하라‘
는 구호 아래 한때 전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퍼센트를 점유한 인물이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건설, 자동차 등의 사업에도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하지 못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빈민 구제 사업도 벌여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에 정계로까지 진출하여 한때 대통령을 꿈꾸기까지 했지만,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의 공조 작전으로 인해 범죄자로 쫓기다 결국 사살되고 말았다. - P147

바랑키야에서 본 마그달레나강
마그달레나강은 콜롬비아 서쪽에서 남북으로 관류하다가 바랑키야에 이르러 마침내 카리브해로 흘러든다. 가보는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보고타의 폭력적 현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카리브 최대 해안 도시 바랑키야로 강물처럼 흘러들어 저널리스트이자 문학인으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보헤미안 같았던 이 시절의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윤락가 여성들과 문학인들의 모임인 바랑키야 그룹이었다. - P160

피델과 쿠바에 대한 사랑
가보는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정치적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글을 쓰는 데 의미를 두었다. - P165

가보와 피델 카스트로
가보는 보고타 사태 때 피델 카스트로와 우연히 마주친 이래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는 혁명에 동조하는 이들과 본격적인 사회주의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카스트로가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지식인들의 비판이 이어질 때도 가보는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에붐세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가보를 ‘카스트로의 궁정 작가‘라 비난하기도 했다. 카스트로에 대한 가보의 지극한 사랑은 1976년에 발표한 『족장의 가을』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 P169

가보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칠레 인구의 10퍼센트로 하여금 망명길에 오르게 한 피노체트의 독재정권을 비롯하여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학살을 비판했다. 그런 그가 카스트로에 대해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낸 것에는 어쩐지 석연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 권력과 명예욕이었는지, 아니면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열정이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듯하다. - P171

카르타헤나의 중심 렐로흐성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보고타를 뒤로 하고 카르타헤나에 온 가보는 "고통 없는 고독과 바다가끝없이 펼쳐져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16세기, 에스파냐의 식민지 건설을 위한 관문으로 건설된 이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카리브를 대표하는 도시가 된 카르타헤나는 가보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20대의 많은 날을 보냈다. 그가 소유한 저택과 그의 유해도 이곳에 있다. 또한 부모님의 연애 시절 이야기를 소설화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 P174

카르타헤나의 거리
식민지풍의 건물,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오래된 성벽, 화려한 색깔로 페인트칠한 집 등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가운데 원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카르타헤나는 마치 1년 내내 축제 중인 도시 같다.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가보의 소설을 영화화한 <콜레라 시대의 사랑>도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 P179

리오아차의 바다
에스파냐의 대표적인 식민지 마을인 리오아차는 16세기에 영국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가습격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가보의 부모님이 신혼 생활을 한 곳이고, 백 년의 고독에서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반란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가보의어머니 루이사는 리오아차의 바다보다 넓은 바다는 없다고 했다. 여행자는 이 바다 앞에서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졌다. - P187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은 적 없음.)
가슴 아픈 젊은 부부의 사연이 담겼을 것 같은 헤밍웨이의 이 소설은 단문을 무기로 내세우던 작가의 특징을 잘 나타내 준다. - P195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의 가보
1982년, 가보는 영국의 그레이엄 그린과 독일의 귄터 그라스와 경합한 끝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노벨재단은 그가 약자들의 편에 서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서구의 경제적착취와 국내의 압제적 상황에 강력하게 대항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리브 지역의 예복을 입고 시상대에 선 가보는 수상 연설을 통해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고독을 웅변적으로 설파했다.

반복이 과장법과 함께 사용되면 유머는 증폭된다. 하지만 과장은자칫 잘못 사용하면 거부감을 낳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꽤 많은 장치다. 하지만 가보는 특유의 이야기 재능을 통해 이 산을 가볍게 넘어 버린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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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와 아마란타의 역할 모델인 가보의 외할머니 미나
백 년의 고독에서 마콘도를 실질적으로 다스린 우르술라는 가보의 외할머니 미나를 모델로한 것이다. 외할머니는 빵과 과자를 만들어 팔며 가정 경제를 이끌어 갔을 만큼 현실감각과강한 생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카리브에 떠도는 미신과 주술도 신봉했는데, 그런 모습은 어린 가보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가보의 문학을 상징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마술적‘이라는 말은 외할머니가 남긴 문화적 유산과 다름없다. - P111

아라카타카에 있는 가보의 기념물마콘도라는 가상공간을 낳은 아라카타카의 기차역 주변에는 가보의 소설 구절을 적은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개 고독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반면, 여성들은 한결 강인하고 지혜로우며 다채롭고 복합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백 살 넘게 살면서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우르술라의 모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 P114

그에게 20세기 문학을 일깨워 준 ‘바랑키야 그룹‘의 돈 라몬 비녜스도 아니었다. 그의 스승은바로 윤락 여성들이었다. 그의 소설에는 아내보다 윤락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인물이 더 많이 나온다. 그는 왜 윤락 여성에 집착한 것일까? - P118

가보는 열두 살 때 섹스를 경험하고는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는 마지막 장편소설로나이 아흔 살 노인이 성매매 업소의 10대 소녀와 사랑을 나누는 작품을 남겼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최소 514명의 여자와 잠을 잤다는 노인의 말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가보가 젊은 시절 임질을 반복적으로 앓을 정도로 성매매 업소를 즐겨 드나든 것은 사실이다. - P118

바랑키야의 거리
젊은 시절 가보는 바랑키야에 살면서 성매매업소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그 때문에 임질을 반복적으로 앓기도 했다. 그러나 윤락여성들로 대표되는 집 밖의 여자들은 그에게 모성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 준 제2의 어머니이자 연애 코치이자 공부방 누나로서, 그의 진정한 스승이었다. - P120

청년 가보
20대의 가보는 주로 바랑키야와 카르타헤나를 오가며 저널리스트이자 문학인으로서 본격적인 길을 걸었다. 저널리즘은 그를 계속 땅에 붙어 있게 했으며, 그것이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과 만나면서 현실의 시적 변형이라는 그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밑바탕이 되었다. - P125

그는 드디어 조용히 글을 쓸 기회가 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돌아가는 비행기를 환불해서 식비에 썼다. 힘들게 두 번째 장편소설이될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의 초고를 썼지만 ‘아무도 출판하려 하지 않다‘가 되어 버렸다. - P126

가보 부부와 두 아들
‘가보는 열네 살 때, 아버지와 친한 친구의 딸인 메르세데스 라켈 바르 파르도를 동네에서 처음 보고 훗날 결혼할 것이라고 막연히 예감했다. 둘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별다른 진전이없다가 무려 16 년이 지나고 나서야 부부의 연을 맺어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다. 56년을 이어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가보의 죽음과 함께 끝났다. 가보는 자신의 작품 어디서든 메르세데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는 가보가 죽고 6년 뒤인 2020년에 멕시코시티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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