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충실하게 학생들을 대했으나 날개 달린 발로 그들에게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무언가가 삶의 얼굴을 바꾸어놓는 일이 벌어졌고, 그 이후로 디어링가로 올라가는 길은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꿈의 비행과도 같았다.

-알라딘 eBook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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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에는 이렇게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왜 죄도 없는 사람이 아깝게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
난 항상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베토벤을 연주할 때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모차르트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있을 때도 누군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정말 참담해져."

"유난이라니.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모든 말에는 힘이 있다고."
"에이, 설마, 논리적이지 않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예를 들어 내가 뭔가를 마음먹었다고 해도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리잖아. 말의 힘을 우습게 여기면 안 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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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의 아버지가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자각없는 재능만큼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것도 없다. 미사키에게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말일 테지만 평범한 나로서는 아예수긍못할 이야기도 아니다.
재능이 있으니 괴롭다. 없으면 더욱 괴롭다. 신이재능을 주는 것이라면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심술궂다.
나는 음악의 신이니 뭐니 하는 것을 향해 원망을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집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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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4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들 중에 이런 식으로 좀 당황스런 제목들이 꽤 되더군요 ^^

대장정 2022-11-14 20:47   좋아요 0 | URL
네, 제목하고 내용이 매치가 안되긴 합니다.ㅎㅎ
 

베토벤이 직접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니다. 그의 사후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을 두고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에 뜬 조각배가 달빛의 파도에 흔들리는 듯하다"라고 평했다는 점에서 이런 제목이 붙었지만, 미사키의 연주는 그런 선입견과 별개로 내게 호수 위에 걸린 달을 연상시켰다.

1801년에 작곡한 이 소나타는 베토벤이 당시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바친 곡이다. 베토벤에게 이 사랑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이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 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백작 딸과의 신분차이가 베토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다. 비단 나이나 신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 털어놓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고통. 곡 주제의 셋잇단음표는 그런 감정을연상시켰다.

<월광>의 작품 번호는 27-2. 베토벤의 작곡 이력 안에서는 중기, 즉 난청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쓰인 곡이다. 이전 곡과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고 희로애락을 더 절실히 표현하게 되었다.

이 3악장의 격렬함은 베토벤의 심정 그 자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망, 미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인을향한 애정이 노도처럼 밀려든다.

오른손의 멜로디가 왼손의 리듬을 덮친다.
왼손의 리듬이 오른손의 멜로디를 잘게 새긴다.
선율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몸부림치며 포효한다.
소리가 작렬한다. 리듬이 시간을 절단한다.

남의 일이지만 화가 치밀었다. 다자이오사무의 <달려라메로스>는 아니지만, 지금은 미사키의 사명감을 믿고 대신 반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정과 사람 간의 신뢰를 소재로 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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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무사히 2학년에 올라갔을 때 음악과에 전학생이 한명 들어왔다.
"미사키 요스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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