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직접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니다. 그의 사후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을 두고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에 뜬 조각배가 달빛의 파도에 흔들리는 듯하다"라고 평했다는 점에서 이런 제목이 붙었지만, 미사키의 연주는 그런 선입견과 별개로 내게 호수 위에 걸린 달을 연상시켰다.
1801년에 작곡한 이 소나타는 베토벤이 당시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바친 곡이다. 베토벤에게 이 사랑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이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 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백작 딸과의 신분차이가 베토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다. 비단 나이나 신분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 털어놓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고통. 곡 주제의 셋잇단음표는 그런 감정을연상시켰다.
<월광>의 작품 번호는 27-2. 베토벤의 작곡 이력 안에서는 중기, 즉 난청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쓰인 곡이다. 이전 곡과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고 희로애락을 더 절실히 표현하게 되었다.
이 3악장의 격렬함은 베토벤의 심정 그 자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망, 미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인을향한 애정이 노도처럼 밀려든다.
오른손의 멜로디가 왼손의 리듬을 덮친다. 왼손의 리듬이 오른손의 멜로디를 잘게 새긴다. 선율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몸부림치며 포효한다. 소리가 작렬한다. 리듬이 시간을 절단한다.
남의 일이지만 화가 치밀었다. 다자이오사무의 <달려라메로스>는 아니지만, 지금은 미사키의 사명감을 믿고 대신 반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정과 사람 간의 신뢰를 소재로 한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