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덴부르크 자신도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한 히틀러에게 나쁜인상을 받아 ‘보헤미아 상병에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며 출마를 결심했다. 히틀러는 보헤미아 근처 오스트리아 북부 출신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상병 계급으로 참전했기에 전직 참모총장이던힌덴부르크는 그를 ‘보헤미아 상병‘이라는 별명으로 얕잡아 부르며 멸시했다. - P105
6. 영국 해군 제독 더들리 파운드의 뇌를 장악한 질병, 치명적인 오판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뻔하다- 뇌종양 - P118
늙은 앵무새가 횃대에 앉아 졸 듯 그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졸았다. - P121
다음의 인용문은 파운드가 정신없이 조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남긴 기록이다. 최고참모회의에서 의장인 더들리 파운드가 차라리 결석하는 편이의사 진행과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중략)그를 어떻게 해야 할까가 지금 대영제국이 맞닥뜨린 최대 전쟁이다. 그는 적어도 회의의 75퍼센트를 졸면서 보낸다. - P121
라디오 뉴스는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곡이 내 머릿속에 들어있다고 말한 사람이 오늘 할리우드에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라고 부고를 전했다. - P13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오늘날의 ‘혈압약‘이 있었다면 세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또 한번 가정해보자. 만약오늘날 사람들이 흔히 복용하는 ‘혈압약‘이 있었고 그 약을 제2차세계대전 중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Franklin DelanoRoosevelt, 재임 1933~1945)에게 투여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후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그때 만일 그랬다면 실제로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의학 잡지에 실렸다. 동서 진영의 대립이 격화하던 냉전 시대에 얄타회담에서 스탈린에게 고분고분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 루스벨트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며 손가락질당하고 있었다. - P139
대공황은 중서부 농민을 덮쳤다. 가난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유랑민 ‘호보(Hobo)‘로 전락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존 스타인벡 (John Ernst Steinbeck)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1939) 같은 소설과 우디 거스리의 포크송은 이 시대노동자의 삶과 감정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다. - P141
루스벨트 대통령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A형 성격‘이다. 여기서 A형 성격이란 혈액형이 아니라 1950년대 미국에서 생명보험회사가 성격과 심장혈관 질환과의 관계를 조사해 만든 성격 분류법의 한 유형이다. 이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은 향상심이 강하고, 성격이 급하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에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람은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A형 성격‘으로 분류했다. - P145
발작을 일으켰을 때 루스벨트는 한 여류 화가에게 의뢰한 자신의 초상화모델을 서기로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때 그는 오랜 연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가 쓰러지자마자 황급히 별장에서빠져나온 여성, 루시 러더퍼드(Lucy Page Mercer Rutherfurd)가 바로 대통령의 연인이었다. - P149
세계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이자 광기 서린 지도자로 불리는 히틀러가 한때 승승장구하며 승리를 이어갔으나 마침내 힘을 잃고몰락한 배경에 어떤 질병의 존재가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와 그가 이끈 독일이 왜 필연적으로 패망할수밖에 없었는지 좀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 P158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 최고 국가 독일을 표방한 나치스의 ‘독일 우선주의‘를 흉내 낸 것이다? - P158
전쟁 중 파리에 머물던 일본 상사 직원의 회상록에는 1943년가을, 뉴스영화에서 본 히틀러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문장이등장한다. 구부정한 자세로 다리를 절며 걷는 노인의 모습으로등장한 히틀러는 거의 페인이나 다름없었으며, 그 모습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빨리 죽어버려라", "지옥에 가서 사탄을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등 온갖 조롱과 야유로 극장 안이 떠들썩해졌다. - P161
히틀러의 정부로 인생 막바지에 결혼한 에바 브라운이라면그의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지고 굳어가는 증상을 알 수도 있었겠지만정말 몰랐는지 여부는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영원한 수수께끼로남을 수밖에 없다. - P166
히틀러가 세상을 떠나고 15년이 지난 1960년에 일본 오사카대학교의 사노 이사무(佐野勇) 교수가 L-도파를 파킨슨병 환자에게최초로 사용해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사노 교수가 일본어로만논문을 써서 전 세계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사노 교수의 뒤를 이어 빈의 발터 비르크마이어 (Walther Birkmayer)박사 연구팀이 사용했고, 마침내 세계 각지에서 유효성이 인정되어 1965년 무렵부터 파킨슨병 특효약으로 보급되었다. 그러나 빈연구팀에는 나치스 친위대 소속 군의관 전력이 있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어 노벨상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 P169
문화대혁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했고 중국의 혼란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마오쩌둥은 왜엄청난 혼란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그는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난치병으로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겼고, 그의 의사를 타진할 수 있는 기밀비서와 대립하는 세력 사이에 알력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 P179
얼굴은 후덕하고 당당한 생전의 인상 그대로라 긴 투병 생활끝에 야윈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해 보존 기술 탓일 수도 있겠으나 한때 살아 있던 사람의 유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생명이깃들어 있지 않은 무기물질, 일테면 마론 인형 같은 얼굴이었다. 나 말고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쉬쉬하면서도 ‘시신이 가짜다‘라거나 ‘알고 보니 밀랍인형이다‘라는 식의 불경스러운 소문도 은밀히 나돌았다나 어쨌다나. - P193
브레즈네프는 차례차례 국내외의 최고 훈장을 자기 자신에게수여했고 그에 걸맞은 복장을 갖춰 입고 외국의 최고급 차량을여러 대 구매해 타고 다녔다. 아니, ‘장만‘했다기보다는 속된말로 ‘삥을 뜯었다‘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해 최고급 외제 차량을 선물로보내라고 압박해 받아낸 뒤 자신이 직접 운전해 호화 별장을 돌아다니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그 무렵 소련에 나돌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브레즈네프 동무가 가슴 수술을 받았다네." "심장인가? 아니면 폐인가? 심각한 병이라던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훈장을 더 달 공간이 없어서 가슴팍을 넓히는 수술을 받았다네." - P198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던 1964년 10월, 브레즈네프는 자신의 은인이던 흐루쇼프 제1서기관을 실각시키고 소련 공산당 제1 서기관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그의 나이 쉰여덟 살의 일이다. - P200
이후 브레즈네프는 흐루쇼프가 깎아내린 스탈린을 재평가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 후 팽팽한 긴장을 해소해가던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려 긴장의 고삐를 바짝 틀어쥐었다. - P201
브레즈네프의 사망 전 몇 년간 소련의 최고 결정권자는 그의 간호사였다?
모스크바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1980년 7월의일이다. 그로부터 반년 전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 국가와 일본이 불참한 반쪽짜리 대회였다. 그 개회식을 두고 당시 나돌던 농담이 있다.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올림픽 개최 선언을 시작했다. 그는 큰소리로 ‘오‘라고 말한 다음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오‘라고외치더니 다섯 번을 반복했다. 당황한 측근이 서기장의 귀에 속삭였다. ‘브레즈네프 동무, 원고 위에 인쇄된 동그라미 다섯 개는알파벳 오(o)가 아니라 오륜기입니다‘라고." - P204
소비에트 정권의 실권자들은 왜 치매에 걸린 브레즈네프를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면서도 후계자를 물색하지 않았을까?
최고 권력자가 치매 등의 질병으로 직무를 수행하지못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마도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한데 때론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지도자가 차라리 낫다고 여겨지는 상황도 있는 모양이다. - P208
브레즈네프 이후 유리 안드로포프, 콘스탄틴 체르넨코(KonstantinUstinovich Chernenko, 재임 1984~1985)가 뒤를 이어 서기장이 되었으나이미 고령인 데다 둘 다 지병을 앓고 있어 정권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Gorbachev, 재임 1985~1991)가 서기장자리에 올라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혁)를 주창하며 국가 개조에 나섬으로써 브레즈네프시대의 최고 간부들이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1985년 이후의일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통제가 느슨해지자 사회는 한층 더 혼란스러워졌다. - P210
위대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마지막으로 싸운 무서운 상대는?
1960~197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운동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 (Muhammad Ali, 1942~2016)는 징병을 거부했다. 그 탓에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한 채 링위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반전 정신은 인권운동가이자 가수인 존 바에즈(JoanBaez) 등과 함께 분노한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복귀전을 치르고 타이틀을 되찾았으나 머지않아 링 위에서 사라졌다. - P215
1964년, 캐시어스 클레이는 프로 권투선수로 전향한 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and sting like a bee)"라는 유명한말처럼 가벼운 풋워크와 날카로운 펀치로 헤비급 세계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 P217
이로써 알리는 프로로 56승(37 케이오 승) 5패, 세계 헤비급 타이틀 통산 19차례 방어라는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 P219
무절제하고 방탕한 생활 끝에 ‘금치산자‘ 판정을 받고 유산 권리까지 빼앗긴 보들레르 - P230
벌거벗은 모습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리운 그대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보석밖에 걸치고 있지 않았다. (중략) 한숨 쉬듯 불길이 타오를 때마다 그 호박빛 살결을 저녁노을 빛으로 물들였도다.
당대의 대작가 빅토르 위고에게 찬사를 받은 보들레르, 그러나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매독에 걸려 절망에 빠지다 - P232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기 파괴적인 생애를 사는 예술가의 전형답게 보들레르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 그의 경험과 감정은 『악의에서 유난히 빛난다. 조숙한 보들레르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인 열여덟아홉 살에 매독에 걸렸다. 그리고 서른 살 고개를 넘어선 뒤에는 신경통과 관절통, 위경련 등의 증상에 시달리며 아편과 에테르로 버텼다. - P233
내 가엾은 뮤즈여, 오늘 아침에는 도대체 어인 일이오. 그대의 푹 꺼진 두 눈은 밤의 환영으로 가득하고 그대 얼굴에 차갑고 말 없는 광기와 공포가 번갈아 비치는 모습이 보이오. - P233
앨커트래즈섬 교도소에 갇힌 알 카포네는 냉혹한 암흑가의 제왕에서 절룩절룩 걸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비루하고 무기력한 사내로 전락했다. 그는 험악한 동료 수형자들 사이에서 구박과 천대를 받는 한심한 겁쟁이가 돼 있었다. - P240
한국을 의미하는 Korea와 발음이 비슷하게 ‘코리어‘라고 발음하는 단어 Chorea가 있다. 이는 신경계 난치병으로 알려진 헌팅턴병의 한 증상인 무도병(病, 자동적으로 팔다리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병)을 의미한다. 우디 거스리는 이 병을 앓았다.
떠돌이 일꾼들 사이에 섞여 서부 농장을 방랑하며 노래하는 우디 거스리
우디 거스리는 1912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 P249
원자폭탄을 싣고 일본 히로시마로 날아온 게이호의 조종간에 리타 헤이워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할리우드가 한창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스크린의 톱스타 자리에 올라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육군 병사들에게 가장인기 있는 핀업 걸 (Pin up girl, 여성의 매력을 보여주는 그림이나 연출된 사진 속의 여성 -옮긴이)로 사랑받은 여배우가 있다. 그는 관능미를 상징하는 배우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가 햇병아리 시절 동경했던 원조 섹시 스타였다. 그의 이름은 바로 리타 헤이워스(Rita Hayworth, 1918~1987)다. - P261
1994년에 로널드 레이건이 자신이 앓고 있던 알츠하이머병을 대중에 용감하게 공개할 때까지 미국에서 리타 헤이워스는 이 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리타 헤이워스의 가족과 후손들은 갈라를 통해알츠하이머병 대책과 의식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 P272
나는 이 병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날마다 이 병과싸우고 있다. 처음에는 이 병을 앓게 되었다는 현실에 무척 분노했다. 더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살기로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했고 최선을 다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 P296
낚싯바늘에 손가락을 찔려도 담뱃불이 손가락을 지져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병, 척수공동증 - P297
"환자분, 불편하시면 한쪽 손을 들어주세요." 치과의사의 말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소름 끼치는 통증을 가슴졸이며 기다리면서 통증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통각이 없으면 바비 존스처럼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찔려도, 담뱃불이 손을 지져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엄청난 재앙이다. 우리 몸 어딘가에서 발생한 긴급 사태를 전하는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증은 비상 체제를가동하라는 신호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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