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 P7

내가 못된 일을 하지않고 귀가하면, 아내는 웃는 얼굴로맞아 주었다. - P7

예술의 미는 결국 시민을 위한 봉사의 미다. - P13

꽃을 지독히 좋아하는 목수가 있다. 방해다. - P13

밖은 진눈깨비, 어째서 웃고 있나 레닌동상. - P16

나는 산적. 네놈의 긍지를 빼앗으련다. - P17

메피스토펠레스는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미 꽃잎에 가슴과 뺨과, 손바닥이 불타왕생했다고 적혀 있다. - P17

병든 아내여 밀려드는 구름 참억새. - P18

생활.

만족스런 일을 끝내고
한 잔의 차를 마신다
차 거품에 아이
아름다운 내 얼굴이
수도 없이
비치네

어떻게든 되겠지. - P24

ㅅㅌ나내셔츠와 속옷의 솔기에 참깨를 흩뿌린 듯 이가 꾀었을 때,
동생이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는 핑계로 문자 그대로 동생을흠씬 패 버렸다. 하지만 나는 역시 걱정이 되어, 동생머리에생긴 혹 몇 개에 약을 발라주었다.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나.
죽기 전에 단 한 번만 쓸게요.
・・・・・스가짱.
그 부인의 이름입니다. - P158

어젯밤 둘이서 술을 마시고 여자를 2층방에 눕힌 뒤, 나 혼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래층 방에 이불을 깔고 이 비참한 수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P159

누나.
내겐 희망의 지반이 없습니다. 안녕. - P159

결국 내 죽음은 자연사입니다. 사람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있는 게 아니니까요. - P159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쑥스러운 부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유품인 삼베 기모노. 그걸 내년 여름에 내가 입을 수 있게 누나가 수선해 주셨잖아요? 그 기모노를 내관에 넣어 주세요. 입어보고 싶었거든요. - P160

날이 밝았습니다. 오래도록 고생만 끼쳤습니다.
안녕.
간밤의 취기는 말끔히 가셨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한번 더, 안녕. - P160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 P160


모두, 내게서 멀어져 간다.
나오지가 죽고 뒷마무리를 끝낸 뒤 한 달 동안, 나는 겨울산장에서 혼자 지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편지를, 물처럼 무덤덤하니 써 보냈다. - P161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당신이 저를 잊는다 해도, 또한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는다해도, 저는 제 혁명의 완성을 위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같습니다. - P163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작정입니다.
아무쪼록 당신도 당신의 투쟁을 계속해 주세요. - P163

M. C 마이, 코미디언.
1947년 2월 7일.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절망의 벽, 그 존재를난생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 P102

파괴 사상, 파괴는 슬프고 애처롭고 아름답다.
파괴하고 다시 짓고 완성하려는 꿈. 일단 파괴하면 완성할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 해도 사랑하기때문에 파괴해야만 한다. 혁명을 일으켜야만 한다. 로자는 마르크시즘에 일편단심 슬픈 사랑을 했다. - P107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P109

"네, 하나도 안 졸려요. 사회주의 책을 읽고 있으니 흥분되는걸요." - P110

놀리는 투로 말했는데 그 태도에는 어딘가 데카당과 아주흡사한 요염함이 있었다. - P110

42) 데카당(décadent). 퇴폐적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의 탐미적이고 향락적인 경향을 지칭한다. - P110

나는 어머니가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지나 아스라이 신기한불빛을 보는 기분. 이런게 행복감이라면 폐하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분명 지금, 행복한 거다. 고즈넉한 가을날 아침 햇살 따사로운 가을 뜰 나는 뜨개질을 멈추고 가슴 높이로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 P118

전투, 개시.
언제까지나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새로운 윤리. 아니, 이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사랑. 그뿐이다. 로자가 새로운 경제학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나는 지금 사랑 하나에 매달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예수가 이 세상의 종교인, 도덕가, 학자, 권력자의 위선을 파헤치고 신의 진정한 사랑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열두 제자를 각지에 파견할 즈음 제자들에게 들려준 가르침은, 지금 나의 경우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듯 여겨졌다. - P123

전투, 개시.
만약 내가 사랑을 위해 예수의 이 가르침을 고스란히 반드시 지킬 것을 맹세한다면, 예수님은 나무라실까? 어째서 ‘연애‘가 나쁘고 ‘사랑‘이 좋은 건지, 나는 모르겠다. 똑같은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랑을위해 연애를 위해 그 슬픔을 위해, 몸과 영혼을 나락으로 내던질 수 있는 사람. 아아, 나는 나 자신이야말로 그 사람이라고주장하고 싶다. - P125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전투, 개시. 사랑해, 좋아해, 그리워, 진짜 사랑해, 진짜 좋아해, 진짜 그리워. 보고 싶으니까 어쩔 수없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어, 그리우니까 어쩔 수 없어. 그부인은 분명 보기 드물게 좋은 분. 딸도 예뻤어. 하지만 나는신의 심판대에 세워진다 한들 조금도 자신을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아.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거야, 신이 벌하실 리가 없어. 난 털끝만큼도 잘못한 게 없어. 진짜 좋아하니까 대놓고 당당하게, 그 사람을 한 번 만날 때까지 이틀 밤이건 사흘 밤이건 들판에서 지새우더라도, 기필코. - P128

뜨거운 우동에서 올라오는 김에 얼굴을 묻고 후루룩 우동을 먹으며, 나는 지금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쓸쓸함의 극한을맛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35

아아, 이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거야. 하지만 이 사람들도내 사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사람들이 끝까지 살기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 P136

"아침이에요."
동생 나오지는 그날 아침, 자살했다. - P145

나오지의 유서.
누나.
안 되겠어. 먼저 갑니다.
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걸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돼요.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권리도 있을 테죠. - P146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습니다. 강인하게, 아니 난폭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147

그렇지 않으면 민중의 방에 들어갈 입장권을 얻을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P147

"헤헤헤, 아무리 잘난 척해 봤자, 똑같은 인간 아닌가?" - P149

나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어머니의 애정. 그것을 생각하면 죽을 수 없었어요. 인간은 자유롭게살 권리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도 가졌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죽음의 권리는 유보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건 동시에 ‘어머니 ‘마저 죽이고 마는 일이니까요. - P1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양족 斜陽族<명사>
급격하게 사회가 변함에 따라 몰락한 명문 가족.

한때는 명문가임을 뽐내며 기세등등했던 그들도 
이제는 사양족의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 → 사양족

사양족〈샤요오조쿠〉
斜陽族
키워드로 여는 일본의 향

1948년 사양족. 1947년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 『사양(斜陽)』이 출생배경이다. 이 사양족은 예전에 군 장교였거나 귀족이었던 사람과, 전쟁에서 일본의 패배나 전후에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몰락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샌드위치맨으로 전락한 장군의 아들과 빈곤해지자 절망으로 자살한 사람들이 사양족의 전형들이다. 다자이 자신도 전후에 가세가 기운 귀족 가문 출신으로 1948년 6월에 타마(多摩)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출처 네이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5-27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책입니다!

대장정 2022-05-27 21:49   좋아요 1 | URL
작년에 만년살때 같이 사놓고 저도 잊고있다 읽었네요. 만년도 읽고 있어요^^
 

눈물이 터질 것 같더니 문득 제 가슴에 리얼리즘이라는 단어, 그리고 로맨티시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게 리얼리즘은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 P79

저는 요즘 조금씩 살이찝니다. 동물적인 여자로 되어간다기보다 사람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에는로렌스의 소설을 딱 하나 읽었습니다. - P81

"말씀하신 그 행복이라는 것을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제넘은 말씀을 드려 죄송해요. 체호프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아이를 낳아 주시오, 우리의 아이를 낳아 주시오.‘라고 썼지요. - P83

아시겠어요?
사랑에 이유는 없습니다. 다소 변명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