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동 결연, 2백만 원도 아니고 20만 원도 아니고 단돈 2만원을 한 달에 한 번 쏘는 걸로 좋은 일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폼까지 잴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이런 밉지 않은 자화자찬, 아름다운 사치는 얼마든지 부려도 좋을 것이다. 아니, 부리면 부릴수록 좋은 것이다. - P152
냉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외국 기자는노골적으로 이런 기사를 썼다고 한다. 35년간 일본 식민지에, 남북간 이념 대립에, 이제는 전쟁까지 하고 있는 한국이 제 발로 서기를 바라느니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바라겠다‘고, 이런 차가운 시선에도 한국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구호 활동을벌여준 단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P153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낸 세금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까지 가게 되었을까? 바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덕분이다. - P155
공적개발원조란 잘사는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인데, 한 나라의 도덕 지수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7년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무상원조와 유상 원조가 있는데, 전자는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후자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된다. - P155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구제하고, 네가 남을 위해 불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 P158
우리 아시아, 우리 세계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아시아와 우리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다 우리 아이들이 될 것이다. 그 ‘우리 아이들 가운데 굶는 아이가 있다면, 별것 아닌 병에 걸려 아픈아이가 있다면, 가난 때문에 노예처럼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그들도 내 집에 살고 있는 내 아이와 다름없는 우리 딸, 우리 아들인데… - P159
별을 꿈꾸는 아이들 시에라리온 · 라이베리아 - P161
"나는 그동안 미쳐 있었어요. 전쟁이 나를 미치게 했어요!" 목소리가 떨리도록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모모, 소총을 몸의 일부인 양 가지고 다녀서 무장해제를 하니어깻죽지가 허전하다던 모모. 그러나 작별인사로 라이베리아식 손인사를 하니까뒤집어지도록 좋아하던 모모, 난 정말 모모와 같은미칠 뻔한 소년병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싶다. 그 기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무거운 총 대신 무거운 책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 옆집 여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겨 밤잠 설치며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 십대라면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이런 일상을 돌려주고 싶다. - P161
시에라리온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일행들 잠잠.)시에라는 산, 리온은 사자, 즉 사자의 산‘ 이라는 뜻입니다." - P163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나라. 남자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986.6캐럿이나되는 이것을 시에라리온의 별‘이라고 부른답니다." - P163
라이베리아. 자유의 땅이라는 이름 - P174
"나는 그동안 미쳤었어요. 전쟁이 나를 미치게 했어요!" - P181
평화로워 더 안타까운 산들의 고향 네팔 - P183
배분 받는 쌀이 80킬로그램이나 되는데 누가 가지러 올 거냐니까의아한 얼굴로 이마에 머리띠를 두르는 시늉을 한다. 누구라니, 네팔 여자들은 저 이마로 100킬로그램을 지고50리 길도 간다는데..….. 쌀을 집에 가져오면 우선 솥단지가 넘치도록쌀아무 잡곡도 넣지 않은 하얀 쌀밥을 지어 배터지게 먹이겠다며처음으로 이를 다 드러내고 활짝 웃는다. 아, 예쁜 저 얼굴, 저 환한 미소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저 친구의 소망처럼 우리 프로그램이 이 동네에서 계속되어야 하는데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말 안타깝다. - P183
1) 긴급구호 및 복구 사업 중 특히 식량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2) 쌀 45만 6천 톤을 관리함으로써 물자 관리 훈련을 받는다. 3) 위 사업에 대한 종합 평가를 현장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4) 분쟁 지역 내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 P191
"비차라(아이구 불쌍해라), 비차라!" - P194
"나마스테, 메로 남 한비야 호. (안녕하세요, 저는 한비야입니다.) 머콜야바트 아에게 후, (한국에서 왔습니다.)" - P194
푸드 포 워크(Food For Work)‘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것은 주민들이 자기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면서 임금을식량으로 받는 프로그램이다. - P199
그동안 저를 세계 곳곳에 보내셔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왜 저같이 부족한사람에게 이토록 좋은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왜 저를 택하셨을까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누구보다도 잘 아시면서계속 일을 맡기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제가 힘은 부족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 P215
한마디로 마오바디들이 주장하는 것은 신분 제도와 왕정을 타파하여 만민 평등한 사회를 이룩, 능력껏 일하고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거다. - P220
세계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 P231
그동안은 평화롭게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왜 전쟁이 일어나고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이건 이스라엘의 유대교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교 간의 대립이라고, 현장에 가보면 이 문제는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양측 누구도 종교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한 어떤 협상이나 합의에도 종교가 언급된 적이 없다. 내가 만난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유대교인이 밉다고 말하는 사람은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삶을 파괴하는이스라엘 군인들을 미워할 뿐이다. - P231
쓰나미는 과연천재 (天災)였을까 남아시아 해일 대참사 - P251
아, 그렇구나, 사랑하는 가족을, 유일한 생계 수단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 같은쓰나미 이후에도 삶은 이렇게 계속되는 거구나. 등뒤의 것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바로생명의 본능이구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연인들은 결혼하고, 일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일상의 삶이 끈질기게 이어지는구나.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저 삶의 끈을 놓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 P251
내가 오지 여행을 하고 지금은 재난 현장에서 일해서인지, 가끔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왜 나라고 무서운 것이 없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虛名)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 P263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가짜배기 수박이고 싶은가, 진짜배기 오이이고 싶은가? - P263
아, 세상에!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까지, 아득히 내 눈길이 닿는 데까지, 벌판 가득 감자꽃이활짝 피어 있었다.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 송이의 하얀 감자꽃! 송이송이 함박눈이 들판 가득히 내려 쌓인 것 같았다. 파란 이파리와 푸른 방풍림을 배경으로 핀하얀 감자꽃들이 등불인 양 환하다. 산들바람이 불면 일제히 찰랑, 몸을 흔드는 감자꽃. 아, 저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많은 밤을 새우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 P265
로이터재단의 인도주의 뉴스에서는 ‘극한의 삶‘ 이라는 제목으로 ‘잊혀진 세계 10대긴급구호 현장‘을 발표했다. 그 1위부터 10위까지를 보면 ①콩고내전 ② 우간다 ③수단 ④ 에이즈 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6. 콜롬비아 ⑦ 체첸 ⑧ 아이티 ⑨ 네팔 ⑩ 말라리아·결핵의 순이다. 이 열곳의 현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사망한 사람의 수는 콩고와 수단 등내전으로 수백만 명, 에이즈 등으로 또 수백만 명…. 천만 명 단위가 훨씬 넘는다. - P266
그렇게 가고 싶던 93번째 나라 북한 - P267
북한 사람과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만약 얘기했을 경우엔 가까운 대사관에 대민 접촉 신고를 해야 한다. - P267
특히 우리가 가려는 개마고원(북한명은 양강도 백무고원 대홍단이다)은 북한 감자 혁명의 전초 기지로, 수백만 평의 밭에 우리의 씨감자가 심어져 알알이 살찌고 있는 곳이란다. 정말 기대가 된다. - P269
위대한 장군의 열렬한 항일 투쟁 정신을 본받자 - P275
"홍단수 물결 우에 황금빛 물들고 밀보리 설레이네 감자꽃 춤추네. 수령님 지어주신 그 이름도대홍단 금나락도 삼천 리요 노래도 삼천 릴세." 대홍단 삼천리라는 유행가이다. - P277
그러나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기가 꺾여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몸이 지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때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에게 내려진 절체절명의 명령 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P287
1. 긴급구호란 무엇인가? 긴급구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그 생명의 최대한 빨라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를 말한다. - P292
2. 구체적으로 긴급구호 현장이란 어떤 곳인가? 긴급구호 현장이란 사람들이 재난으로 생명이나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받거나,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는 그 재난을 극복할 수 없어 외부 도움이 절실한 현장을 말한다. - P293
3. 현장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갑자기 전쟁이 발생해서 맨몸으로 겨우 피난을 나왔다고 상상해보자.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것투성이겠지만, 그래도 제일 시급한 건 먹고 자고 입는 것일 게다. 따라서 초기 긴급구호에서는 물, 식량, 천막, 화장실, 기초 의료 들을 확보하고 배분하는 일이 가장 급하다. - P294
피난민들을 하루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고향과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긴급구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 P295
4. 긴급구호 물자 세트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나? 초기 긴급구호 물자 세트는 그것만 가지고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수 있는 ‘생존을 위한 물자로 꾸려져 있다. 재난의 종류와 정도에따라 세트 A, 세트 B, 세트 C 등 몇 가지로 나뉜다. - P295
5. 긴급한 상황이 없을 때 긴급구호 요원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긴급구호는 초기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가가 관건이다. 사람단 하루라도 물과 식량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호 단체들은 재난에 한시의 지체도 없이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P296
6. 긴급구호 요원들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 구호 요원 대부분은 구호 단체에 속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파견된 사람들이지만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 영양죽 사업장에는 영양사가 필요하고, 남부아프리카 에이즈 고아를 위한 사업장에는 같이놀아줄 유치원 교사가, 케냐의 사막 한가운데라면 안과의사가 필요하다. 꼭 긴급구호 훈련을 받지는 않았어도 의사나 영양사나 현지 언어가 가능한 전문가도 환영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전문가여야 한다. - P298
7. 긴급구호 요원은 어떤 훈련을 받는가? 크게 전문적인 훈련과 일반적인 훈련이 있다. 전문 훈련이란 긴급구호 요원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훈련이다. 기초 훈련부터 후진을 가르칠 수 있는 training for the trainers‘ 과정까지 몇단계로 나뉜다. 나는 홍보 담당에서 물자 배분 담당으로 업무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 훈련을 받는 중이다. 10개월간의 물자 배분 매니저 전 과정을 한꺼번에 이수하는 것과 한 번에 두 달씩 세 번에 나누어시 받는 과징이 있는데, 나는 두 번째를 택했다. 이미 몽골과 두바이에서 기초 교육을 받았고, 앞으로 2년간 차근차근 본격적인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 P300
8. 긴급구호 현장에서 일하기에 여자가 더 힘들지 않은가? 긴급구호 현장이 위험하다 보니 주로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단언컨대 여자라서 더 어려운 일은 없다. 내가 남자가 되어보지 않아 남자라면 얼마나 더 유리한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라는 점이 방해 요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 P301
9. 긴급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가? 긴급구호는 정부도 하고, 유엔도 하고, 월드비전 같은 민간 단계도 한다. 물론 각각 구호를 위한 재원과 하는 일의 규모가 다르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엔은 각국 정부가 내는 분담금으로, 민간 단체는 일반 후원자의 후원금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 - P301
10. 민간 단체들은 구호 자금을 어디서 얻는가? 한 푼 한 푼 모두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물론 정부가 민간 단체에게 지원하는 긴급구호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보조금이다 - P303
11. 긴급구호는 목숨을 살리는 것으로 끝인가? -물론 아니다. 때문에 구호에도 단계가 있다. 긴급구호 단계 →재난 복구 단계 → 개발 단계‘ 순인데, 이걸 쉽게 병원에 비유해보면, 긴급구호 단계는 응급실, 재난 복구 단계는 중환자실이다. 교통사고가 나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의 목숨을 응급실에서는 어떻게하든 살려내려고 애쓴다. 이렇게 응급 수술이 끝난 다음에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듯 긴급구호로 살려낸 사람들을 각종 시스템과장비로 돌보는 재난 복구 단계에 들어간다. 중환자실에 산소호흡기 등 장비가 필요하고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필요하듯, 이단계에서 한시라도 게을리하면 기껏 살려놓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아직은 위험한 단계다. 그래서 집중적인 관심과 물자와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P305
국제 적십자 및 인도적 구호 단체 요원들의 행동 강령 The Sphere Proiect 1. 인도적 임무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2. 인종, 종교, 국적에 관계없이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부터 돕는다. 3. 인도적 지원은 특정한 정치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확산시키기 위한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4. 인도적 지원은 정부 대외 정책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5. 문화와 관습을 존중한다. 6. 지역의 역랑으로 재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7. 긴급구호 사업 진행 과정에 수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8. 미래에 또 다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줄이는 데 힘쓴다. 9. 돕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10. 홍보 활동을 함에 있어서 재난 피해자들을 희망이 없는 대상물로서가 아닌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보호해야 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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