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선택. 체의 마지막.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길보다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다.
* 위대한 일에는 열정이 필요하다.
* 체의 마지막, 총성이 4발 울렸습니다.
그러나 별이 달린 검은 베레모에
시가를 즐겨 피우던 체 게바라는
영원히
우리들 각자의
가슴에 묻혀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선택한 것이었다.
* 사진출처: 체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실천문학사
(86)
‘우리‘를 위해 ‘나를 내어 줄 수 있을 때 인간은 아름다웠으며 여전히 아름답다.
(82~83)
적의 급습을 받은 동지 하나가
상황이 위급하다며 지고 가던
상자 두 개를 버리고
사탕수수밭 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하나는 탄약상자였고
또 하나는 구급상자였다
그런데,
총탄에 중상을 입은 지금의 나는
그 두 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밖에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연,
의사로서의 의무와
혁명가로서의 의무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깊은 갈등에 빠졌다
너는 진정 누구인가?
의사인가?
아니면,
혁명가인가?
지금
내 발 앞에 있는
두 개의 상자가 그것을 묻고 있다.
나는
결국 구급상자 대신
탄약상자를 등에 짊어졌다
- 체 게바라 시집 (이산하 엮음)에서 인용
(84)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선택의 시점은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지금 이 순간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진실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나는 내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해 지금껏 위태로운 여정을 걸어왔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죽음을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나는 터키의 시인 히크멧의 마음으로 거창하진 않지만 진실된 나의 길을 선택하리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으며 나의 무덤을 향해 걸어가리라 오직 못다 부른 노래만을 아쉬워하리라˝
사실 나는 학문적인 분야에 큰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은내가 그 희망을 위해 무엇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85)
불의에 대항하기 위한 거대한 싸움이 임박하는 동안 누구나 내면에서는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한 명의 동지가 자신의 고향인 과테말라로 떠나갔다.
그가 싸움이 임박한 상황에서 달아나 버리자,
얼마 후 그의 동생 역시 고향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따스한 배웅을 해 주면서 나는 보다 넉넉해진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87)
쿠바를 공격하기 위한 배가 출항했다.
* 그란마 호
결국 82명중 12명만이 피델과 생존했고 그중 5명은 따로 흩어졌다.
(88)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눈앞에 동료가 버리고 간 탄약상자와 의약품상자가 놓여 있었다.
순간, 나는 혁명이 지속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의약품상자 탄약상자냐, 그 일순간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의사인가, 혁명가인가,
결국 나는 탄약상자를 짊어지고 달렸다.
(89)
우린 졌어 항복해야 돼
어느 누구도 항복할 사람은 없다
*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혁명적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혁명이 필요하다
(95~96)
나의 독서는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 속에서 다시 꽃피었다. 에밀 루드비히가 쓴 <괴테전기>는 오랜 전투로 지친 심신을 충전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내 오른 손 중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처음으로 빛이 나는 걸 느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찾아와 게릴라 부대 입대를 희망했다.
그는 17세의 나이로 바티스타 정부군이 자신의 약혼녀를 죽이고 집을 불태웠다고 했다. 그는 혁명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몰랐지만, 그 마음만은 알 것 같았다.
우리 모두는 서로 비슷한 이유를 간직한 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시에라 산악에서의 게릴라 투쟁을 하는 동안, 우린 빗질도 씻을 수도 없었다. 나무 사이에 매단 해먹 침대를 구분하는 것도 각자의 냄새로 알아내었다.
나의 이름 뒤에 계급을 쓰려고 하는데, 피델이 등 뒤에서 단호히 ‘사령관Comandante 이라고 쓰게!‘ 라고 말했다.
나이 스물 아홉에 나는 진급의 상징으로 빛나는 작은 별을 받았다.
(97)
나는 아르헨티나 태생이지만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나의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98)
우리는 미국이우리의 민중들에게 적대적이기에미국을 반대하는 것이다.
(100)
드디어 피델은 쿠바의 중심부를 향한 최후의 일격을 지시했다.
피곤과 굶주림으로 싸워온 동지들에겐 마지막 공세에 대한의지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상황이 종국으로 치달을수록 우린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만이 민중들에게 우리가 안겨주어야 할 것을 더욱 분명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1)
훌륭한 인간은
무릇 자신의 행동에서
수많은 다수를 위한 뚜렷한 행적을 남기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만이 아닌
다른 다수의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자의 대담함과 강인함은
누구보다도 헌신적이며 위대하다.
(103)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유일한 열정은 진리에 대한 열정이다.
(104)
나는 쿠바 시민이 되었다.
(105)
진정한 지도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따라잡도록 자극하여,
뒤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자기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만일 당신이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든 불의가 저질러질 때마다 분노에 떨 수 있다면 우리는 동지이다.
(106)
우리의 목표는 토지개혁, 관세개혁, 경제개혁을 통한 국가의산업화를 이룩하여 민중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민족해방을 이루어 국제적 존엄성을 지켜가는 데 있다.
(107~108)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먼저 그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발적인 모범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이야 말로
우리들이 서로 하나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109)
가끔은 내 사랑하는 아이들을 9명까지 낳아서 야구팀을 만들고도 싶다.
젊어서는 축구팀을 원하기도 했지만.
나는 기업의 간부와 비서 간의 성적 결합을 금지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권력의 남용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113)
볼리비아에서의 목표는 권력을 잡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이곳은 여러 나라 사이에 위치한 이점이 있다. 왼쪽으로 페루와 칠레를 위 아래로 두고 있고 위와 오른 쪽으로 브라질과 파라과이 그리고 밑으로 아르헨티나를 두고 있다.
이곳에 게릴라 진지를 만들어 투쟁하는 것은 남미 전역을 넘나드는 게릴라의 거점기지로써 저항운동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것이다.
호세 마르티의 저 ‘지옥의 시간 이 시작되었다.
(129~130)
˝총성이 4발 울렸습니다. 저는 체를 쏜 것 같아서 급히 뛰어나왔습니다. 밖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건물로 뛰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체 게바라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체는 바로 누운 채 팔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1967년 라이게라의 여교사 - 흘리아 코르테스
체의 시신은 그 후로 산 후안 데 디오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과정은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는 들것 위에서 군용 담요에 덮어 씌워진 채 헬기로 이송되었다.
발레그란데는 언론인과 군인, 정치인들로 가득했다. 그의 시신은 거기서 하루 종일 전시되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늙은노파에 이르기까지,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은 체 게바라의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는 이 시대 마지막 예수의 모습을 한 채로 죽어 있었다.
볼리비아 군은 마침내 손목을 절단한 체의 시신을
발레그란데의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한다.
그러나 별이 달린 검은 베레모에
시가를 즐겨 피우던 체 게바라는
영원히
우리들 각자의
가슴에 묻혀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선택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