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ㅅㅏ는데 미치다.난처한 미술이야기가 계속 나오는군계속 사기 난처하군
처음에는 작은 공장이었는데 이듬해 일어난 한국 전쟁 때문에 단숨에 커졌다더군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질 때 후계자니까 저를 소중히 키우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런 약속은 동생이 태어나자 벌써―," 덩치 큰 아이자와 씨는 커다란 얼굴 앞에서 커다랗고 두툼한 손바닥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 집에 딱 한 번밖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였죠. 그때 할아버지가 내 주셨던 조리사 학교 학비를 정확하게 돌려 드렸습니다. 이게 제 부조라고요. 동생 밑으로 여동생도 셋 있는데 막내 여동생은 그때까지 태어난 줄도 몰랐습니다."
"집에서 거추장스러운 사람 취급을 받을 때 자주 생각했거든요. 아버지가 데리러 와 줬으면 좋겠다고. 새해 첫 참배 때, 올해야말로 아버지가 데리러 오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고. 귀엽지요?" "네. 슬프지만 흐뭇하네요."
"어쨌든 한번 본가에 돌아가 보셨는데 뿔뿔이 흩어진 후였대요. 밭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고 누구의 소식도 알 수 없었다고요." 아버지는 저보다 더 외톨이였어요―.
서서 먹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하는 가게였다. "그 점이 재미있다면서 리포터인 탤런트가 왔죠. 방송은 고작해야 삼 분 정도였지만 아버지가 그걸 보고 찾아와 주셨어요."
"옆 가게 사람이 가르쳐 주었지요. 설마 하면서 달려가 보니 아버지였습니다. 아니, 많이 닮은 부자라 다행이었어요. 삼십 년 만이라도 금방 알아봤으니까요. 거울 속의 나를 늙게 만들면 이렇게 되겠지 싶은 얼굴이었어요."
"아버지는 얌전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아내는 신경을 써야 하니 귀찮은 일도 있었을 겁니다. 아내는 잘해 주었어요.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내 덕분에 저도 가정을 가질 수 있었어요. 가족이 있으면 즐겁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그 행복을 맛보실 수 있었으면 했지요."
―내가 결혼 얘기를 거절하고 도망쳐 버렸으면 되었을 텐데. 하지만 내게도 아가씨와 결혼하면 장래에 이 공장의 사장이 될 수 있겠지, 하는 욕심이 있었어.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가 발끈해서 해치고 말았다는 여성은 어쩌면 어머니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요, 아버지의 속마음이 짐작이 가는 만큼 슬프고 불쌍하고, 무섭습니다."
"조사를 맡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 아이자와 씨의 걱정을 제가 대신 맡아 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아내는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울지도 모르니까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하고 나왔지요." 그 또한 흐뭇한 대화였을 것이다.
아이자와 씨를 203호실에 남겨두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층계참에 서서 한 번 심호흡했다. 나 자신의 과거에도 ‘배신당한 남편’이자 ‘쫓겨난 사위’인 부분이 있다.
"그건 분명히 본인의 체험인가요?" 주사와 요양사는 힐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래요" 하고 미야마 요양사가 대답했다. "자신의 체험이 아닌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요."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서 팔꿈치를 대고 "묘하네" 하고 혼잣말을 했다. ―무엇이? 라고 되물어 주는 사람은 없다.이혼하고 나서 만 이 년, 나는 이제 익숙해졌다. 무토 간지 씨는 몇 년 만에 익숙해졌을까. 정말로 혼자서 중얼거리는 혼잣말의 쓸쓸함에.
"할아버지가 그 양로원에 들어갈 때 수속에 필요해서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했어요." "왜 복사를 해 둔 거지?" "어떤 서류를 냈는지 나중에 분명히 알 수 있게요."
"넌 어떻게 아버지가 조사를 부탁하신 걸 아는 거니?"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얘기할 때 쓸데없이 목소리가 크니까요."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몇 시간 전에 이 뒷모습과 매우 비슷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나카 양로원’의 하자키 청년. 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숨으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려고 하지만, 쓸쓸해 보이는 등은 똑같았다.
하지만 하자키 청년은 달랐다. ―무토 씨, 뭔가 저지르고 있었나요? 역시 그의 귀에는 간지·고지 부자의 대화가 들린 것이다. 이 ‘저지르고 있었다’는 ‘그때 이야기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가 축약된 것이 아닐까.
철칙이 하나. 파출소에는 들르지 말 것.쓸데없는 말썽의 원인이 될 뿐이다.
"네. 그래서, 그런가요, 묻지 마 살인에 당한 건가 보네, 불쌍하네요, 라고 대답했더니, 살해당한 쪽뿐만 아니라 범인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이런 짓을 저지를 때는 귀신에 씌어 있는 거야.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고.
―그게 아니야. 이 아가씨는 습격을 당한 거잖니. 나쁜 것에 씐 남자가 저지른 거야. 그런 일은 있는 거란다. 나는 잘 알아.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꼭 경험이 있으신 것 같잖아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만 머리에 피가 올라서 손을 대고 말았지.
"혈전이 뇌 쪽에 쌓이면 뇌경색이 되고, 심장 동맥에 쌓이면 심근경색이 되지요. 주치의 선생님이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서 저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싱겁게 가실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