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에게는 세 가지 습성이 있다고 했다.
‘첫째, 그것은 늘 속삭인다우. 먹잇감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이가 들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 떳떳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꼭 속삭이잖수? 오래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속삭이는 버릇이 남아 있지. 둘째, 그것은 상대방의 욕망을 부추긴다우. 아무도 찾지 않는 육병달의 집을 어떻게 가게 했을까? 기다란 혀로 저들을 조종했을 거야. 기생충이 메뚜기를 물가로 가게 하듯 말이야. 흐흐흐…. 마지막 셋째, 마귀들은 신을 팔아! 신에게 맹세하니 어쩌니…. 그거 다 거짓말이야. 신을 기만하는 자, 그가 마귀이자 악마야! 그리고 이거 받아.’

괴이한 미스터리 : 괴담 편 | 전혜진,김재회,윤자영,김영민,문화류씨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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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월영시. 현재 신도시 계획이 잡혀 있으며 일부 아파트가 들어서고 분양이 들어간 상태.

이곳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이한 존재들은 인간들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지키고자 한다.

인간과 괴이의 중간지대를 오가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는 저주받은 물건을 모으러 돌아다니고, 이 지역 토지신인 노란 스웨터를 입은 할머니는 괴이를 막고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기말고사 무렵, 나는 시험공부를 하다 말고 앱을 켰다.

시험기간일수록 딴짓을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 같은 거라서, 나는 우리 학교 커뮤니티의 중고장터 게시판에 들어가 이것저것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커뮤니티에서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별 볼 일 없으면 바로 군대 가라고, 그게 그나마 돈 버는 길이라고들 했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성적을 잘 받으면 될 것을, 너희 학교 애들은 왜 그러는 거냐?"

‘당신도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방송장비 팝니다.’
이거 괜찮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오르내리다가 어딘가에 내리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지."

월영시. 경기도의 소도시로, 괴이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는 곳.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 소문은 들어본 적 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왜… 무섭냐?"
그때 광희 형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일부러 소리내어 웃었다.
"무섭긴 누가 무서워요. 저거 그냥 병원이잖아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면 다행이고."

"레이어라고 알지? 그림 파일 수정하거나 할 때 많이 보잖아. 우리가 아는 이 세계도 겹겹의 레이어로 이뤄져 있어. 괴담은 그러니까 다른 레이어에 속한 세계를 엿보는 거지. 수고해라."

하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지닌 것을 버리지 말라던 그 말을.

고물상이란 원래 쓰레기를 치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있는 고물들 중에 쓸 만한 것이 있으면, 서로 붙여서 고치기도 하는 게 고물상이라고.

고해진은 ‘뱀탕에 뱀열마리’를 문자로 자신에게 보냈다. 매일 아침 10시마다 하는 일이었다.

해진은 마흔여섯 살이 된 자신이 아침마다 이 문자를 보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들끓는 성욕도.

일본 AV를 케이블이나 인터넷에서 보기도 했고, 여성용 자위기구를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것으론 욕망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터치해주는 촉감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사랑받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어느 날 아이패드로 남편 계정의 클라우드에서 20대 베트남 여성과 남편이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을 보고 나서 더욱더 간절해졌다. 그 사진은 아이패드가 남편의 폰과 연결돼 있어 자동으로 뜬 것이었다.

"대학교 나오고 그냥 평범한 직장 다니다 인스타그램에 이것저것 사진 올리고 그러면서 상업사진을 찍게 됐죠. 꿈은 김중만이나 구본창인데 아직은 이런 일만 해요. 첨에 사진 입문했을 때 사진과 카메라 역사도 좀 팠었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카메라 오브스쿠라에서 기원이 된 게 카메라인데, 1826년 프랑스 화학자 니엡스가 찍은 게 세계 최초입니다. 1839년에 다게르가 은판사진술을 완성하면서 발전해서 코닥이나 라이카 렌즈회사 등이 탄생했죠. 지루하죠?"

"산중에 사는 구렁이가 처녀로 변신해서 자신의 집을 방문한 남자를 잘 모셨대요. 한참 지나고 남자가 본처와 아이들을 만나려 하니까 구렁이 처녀가 남자의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음식도 넘치게 해줬다죠. 남자가 다시 구렁이 처녀에게 돌아가는 길에 한 노인을 만나게 돼요. 노인은 구렁이가 요괴라면서 죽이는 방법을 알려주죠. 남자는 자신의 처와 아이들까지 잘살게 해준 구렁이를 차마 죽이지 못해요. 구렁이 처녀가 감동해서 남자를 잘살게 해주었답니다."

"나도 그게 어이없어서 인터넷 찾아봤는데, 원래 그런 식으로 고혼을 달래는 풍습이 있다나봐. 장례식장서 망자가 입었던 옷을 들고 흔든다고 하더라고. 조선시대에는 지붕 위에 올라가서 했고. 말하자면, 셀프 고혼이지 뭐."

모든 학교에는 괴담이 있기 마련이다. 월영시에는 올해로 99년 된 월영고등학교가 있는데, 오래된 만큼 전해지는 괴담도 많고 내용도 괴기했다.

‘늦은 밤에 별관에 가지 마시오. 학창시절 괴롭힘으로 자살한 원기들이 가득함.’

새벽 3시가 넘어서야 회원의 집인 월영아파트 앞에 겨우 도착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업이 다 잘린 탓에 서울의 노른자 대치동에서 쫓겨나 월영시라는 낯선 곳으로 좌천됐다.

골목을 헤매다가 할아버지 한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차로 칠 뻔했다. 할아버지는 빈 리어카를 끌고 다녔다. 새벽 3시에 말이다. 길을 헤매던 나를 보더니 갈라지는 목소리로 "좋은 물건 있어? 바꿀 껴?"라고 물었다.

그나저나 가장 의아한 건 굳이 새벽 2시 반에 수업 전 상담을 진행하겠다는 중3 과외생 박세준과 그의 어머니 송인애이다.

"박세준 학생 어머님이시죠? 학생은 어디 있나요?"
"세준이는 외출했어요."
침을 꿀꺽 삼켰다. 새벽 3시에 중학교 3학년이 외출을 하다니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어머니도 보통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2시 반까지 기다리다가 볼일이 있어서 나갔어요."
그러니까 늦게 온 내 잘못이란 뜻인가.
"무슨 볼일인가요?"
"그게 말이에요."
갑자기 송인애가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하마터면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갈 뻔했다. 원피스 앞섶이 살짝 벌어지며 삐쩍 마른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저도 몰라요."

숨이 턱 막혔다. 그건 파란색 가짜 보석이 달린 반지였다. 하수구에서 발견한 귀걸이와 세트임이 틀림없었다.

"어머, 고마우셔라. 덕분에 살았어요. 아들놈이 제가 들고 있던 칼을 뺏으려 달려들지 뭐예요. 하마터면 역으로 당할 뻔했는데, 감사해요. 세준이는 제가 자기 엄마인지 몰랐겠지만."

"아들놈이 괜히 길고양이를 돌본답시고 새벽에 싸돌아다니니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선생님에게 미행을 부탁한 건데, 뭐 결과적으론 잘됐네요. 어머, 선생님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건가요? 세준이는 괜히 길고양이 치료해준 것 말고는 아무 죄가 없어요."

송인애가 땅에 떨어진 식칼을 주워들었다.
"으…."
"선생님은 잘생기셔서 살려두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목 뒤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의식이 끊겼다.

지금 이 시간에도 괴이한 일은 벌어진다. 악귀에 씌어 일가족을 살해하기도 하고, 이사 간 집에서 귀신에게 시달리기도 한다. 공포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뉴스에 보도되는 내용이다.

1999년, 월영시 괴촌면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현재는 재개발 지역이라 사람이 살지 않지만 과거에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무당 육병달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통하기로 소문난 그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그가 선택한 건 새로운 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내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지 사람이 신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육병달은 새로운 신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육병달의 집 앞에 무속인과 종교인들이 모였다. 그들은 육병달이 신내림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마귀를 불렀다고 했다. 여론은 그들이 시기심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의 잘못으로 마귀를 불렀습니다. 그것이 이곳에 머무는 자들을 죽이고 제물로 삼을 것입니다. 어서 이곳을 나가세요. 가족들이 그것에게 당했습니다. 이 집에는 마귀가 삽니다.’

"경찰도 기자도 그곳에 들어가는 걸 멈추세요. 행여 호기심에 들어갈 생각은 마세요. 육병달은 들여서는 안 되는 걸 들였어요. 그건 동쪽 저 멀리에서 온 마귀예요. 인간의 마음을 건드려 자신의 제물로 삼는 거죠. 마귀가 바라는 건 인간의 비극입니다. 서로 다투고 싸우고 죽이고…."

"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육병달이 부른 마귀를 신봉하는 단체가 있었어요. 인류 종말의 시대에 악마를 섬겨야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사람들이 무당의 집을 다녀왔더라고요. 여기 인증사진도 있어요."

‘에베소서’ 4장 26‐27절이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마라."

모두 경악했다. 최 작가의 머리가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멍석에는 그녀의 사체가 칼에 찔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육병달의 가족들이 죽어 있던 모습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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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2세의 죽음을 둘러싼 기묘한 미스터리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루트비히 2세의 유령을 만난 열세 살 소녀 엘리자베타

유럽의 성은 왕가의 거주용 궁전이나 전쟁을 위한 요새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성은 궁전도 요새도 아니다. 한 왕이 거액의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자신의 탐미적 꿈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세운 꿈의 궁전이다. ‘광인 왕’, ‘건축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이에른 국왕 루트히비 2세(1845~1886)가 이 성을 지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자살이었으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이 지금도 난무하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인슈반슈타인성에서 루트비히 2세의 모습을 보았다", "산기슭에 있는 호텔 부근에서 목격했다" 등 여러 가지 소문이 퍼졌다. 그 호텔은 성에서도, 루트비히 2세가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호엔슈방가우성에서도 가까웠다. 고인이 된 왕이 옛날을 그리워하며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는 그럴듯한 소문이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온통 베일에 싸인 바이에른 국왕 루트비히 2세

1806년에 수립된 바이에른 왕국은 연방 국가와 여러 공국이 패권을 다투던 13~19세기 독일에서 역사와 품격을 자랑하던 비텔스바흐 가문이 1918년까지 통치하던 나라다. 왕국의 수도는 현재 바이에른주의 최대 도시 뮌헨이다.

과거에는 호엔슈방가우성을 ‘슈반슈타인성’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노이슈반슈타인성(새로운 슈반슈타인성)’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다만 이 이름은 루트비히 2세 사후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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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에서는 <글루미 선데이> 가사가 자살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래서 BBC 라디오에서는 가사 없이 오직 악기 연주로만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예방 조치를 했는데도 방송 직후 자살자가 나왔다. 그 후 BBC에서는 악기 연주를 포함해 곡 전체를 방송 금지 처분했다. 가사뿐 아니라 멜로디에도 자살을 유발하는 힘이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노래는 멜로디, 템포, 음의 강약, 악기의 종류, 가사 내용 등의 요소가 어우러지며 기운을 북돋워주기도 하고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들게 하기도 한다.

불행을 몰고 오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암울한 시대’였다

<글루미 선데이>는 1930년대에 인기를 끌었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 대공황에서 1939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까지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어쩌면 답답하고 불온한 세상이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다.

헝가리는 9세기 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마자르족이 건국한 헝가리 왕국을 기원으로 한다. 16세기에는 남부를 오스만제국이, 북부를 오스트리아 대공국이 지배했고, 18세기에는 거의 오스트리아령으로 흡수되었다. 1867년에 가까스로 자치권을 인정받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되었으나, 이것이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글루미 선데이>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던 작사가와 작곡가 두 사람이 안고 있던 사랑의 고통 속에서 탄생한 노래였다.

나치스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을 위기에 빠진 셰레시 레죄를 기적적으로 구해준 〈글루미 선데이〉

셰레시의 어머니도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가로수길을 지나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그곳에서 사망했다. 한편 셰레시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글루미 선데이>의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치 군인이 강제수용소에서 그를 빼내준 덕분이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자살 성가’가 역설적으로 그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다.

"이 곡이 팔리면 팔릴수록 불행해진다"

"이렇게 탐미적인 공간에 있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지. 실제로 헝가리가 자살률이 높다잖아."

룩셈부르크에 거점을 둔 유럽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헝가리의 자살률은 EU 국가 중에서 라트비아와 함께 3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19명의 자살자가 나왔다. 참고로, 1위는 리투아니아(30명), 2위는 슬로베니아(21명)였다.

불에 태워도 타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도 끝내 다시 돌아오는 기묘한 그림

"〈우는 소년〉은 정말 악마의 자식일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저주받은 인형 ‘애나벨’

〈컨저링〉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인형 애나벨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다?!

애나벨 인형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컨저링: 악마가 돌아왔다(Conjuring the Genie)>에 등장해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그 후 스핀오프 격으로 제작된 <애나벨>(2014)에서 주인공으로 승격하더니, 이후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애나벨 집으로>(2019)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일곱 살에 죽은 애나벨 히긴스의 영혼이 씌어 제멋대로 움직이는 이상한 인형

"실제로 이야기에 나오는 악마는 존재합니다. 동시에 신도 존재합니다."

그녀는 생전에 이렇게 꾸준히 호소했다.

"애나벨 인형이 박물관에서 도망쳤다"

나중에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에드는 깍쟁이처럼 보이는 로레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로레인은 일기에 "오늘 결혼할 남자를 만났다"라고 적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감이 뛰어났던 그녀에게 에드와의 만남은 금세 사랑에 빠지는 소녀의 감성이라기보다 미래를 예지한 예감에 가까웠다.

일본과 유럽에서 각각 20년 이상 살아본 개인적 경험으로 보건대, 서구보다 일본은 신기나 신통력, 영감이 있는 사람에 관대한 편이다. 서구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라는 인식보다 ‘기묘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남들에게 없는 힘을 가졌다고 꺼림칙하게 여겨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20년 9월 14일, 오컬트 팬으로 보이는 인물이 트위터에서 "애나벨 인형이 박물관에서 도망쳤다"라는 글을 올려 실시간 트렌드로 소개되었다. 이 소문에 대해 토니는 "애나벨 인형은 박물관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라고 증언해 오컬트 팬과 세상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1,500건의 괴이한 현상을 낳은 엔필드 사건

영화 상영 중에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는 실제였을까,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였을까?

2016년, 영화 <컨저링 2(The Conjuring 2)>가 제작되었다. ‘컨저링(conjuring)’은 ‘마술’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주문을 외워서 부른다’는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부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영혼이다. 영화는 크게 성공해, 말레이시아 출신 화교 제임스 완 감독에게 ‘공포영화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안겨주었다.

잠시 공포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1960~1970년대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The Texas Chain Saw Massacre)>(1974),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The Omen)>(1976)> 등의 걸작이 연이어 탄생했다.

이 영화들은 공포영화 팬을 넘어 일반 영화 관객까지 끌어들여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예술성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은 <악마의 씨>는 제4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루스 고든)을, <엑소시스트>는 제46회 아카데미 각색상(윌리엄 피터 블래티)과 음향상(로버트 크누두슨)을, <오멘>은 제49회 아카데미 작곡상(제리 골드스미스)을 받았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아카데미상을 놓쳤으나 런던 영화제 최우수상에 빛나는 영광을 안았다.

사건의 무대는 그린가 284번지 2층의 공영 주택이다. 건물은 두 가족이 한 동을 나누어 쓰는 구조로 되어 있다. 평면도를 보면 거실, 주방, 그리고 침실 세 개가 있다. 1920년대에 지어졌으니 반세기 가까이 지난 셈이다. 런던에는 이 정도로 오래된 주택이 드물지 않다.

이 집에는 호지슨 가족이 살고 있었다.

밸푸어 다음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실용주의’ 사조를 제창한 철학자로 하버드 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그는 초상 현상에 관심을 드러내며 "믿고 싶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지만, 믿지 않는 사람까지 믿게 만들 증거는 없다. 본질적으로 초상 현상의 해명에는 이러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윌리엄 제임스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연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샤를 리셰(Charles Richet, 생리의학상), 아르곤을 발견한 레일리 경(John William Strutt, 3rd Baron Rayleigh, 물리학상), 합리주의에 반기를 든 ‘생철학’을 주장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문학상) 등 쟁쟁한 인물들이 회장직을 맡았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거머쥔 마리 퀴리(Marie Curie)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셜록 홈스』 시리즈를 쓴 아서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도 SPR 회원이었다.

SPR은 심령 현상을 단순히 긍정한 단체가 아니었다. 그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엄격하게 검증하고 많은 영매 실험으로 속임수를 폭로해 오히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심령주의자에게 반발을 샀다. 19세기 말에 심령 열풍이 종말을 맞이하자 협회 활동도 미진해졌다.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이념은 엔필드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그로스와 플레이페어도 확실하게 계승하고 있었다.

이 현상은 1917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인구 1만 명가량의 농촌 파티마에서 일어났다. 양을 치던 세 명의 어린이가 여섯 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에게서 계시를 받았는데, 이것을 ‘파티마의 기적’이라고 부른다(그중 세 번째 발현인 ‘태양의 기적’이 유명하다).

성모 마리아의 세 번째 발현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를 위해 러시아를 봉헌하라"

목격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도플갱어

도플갱어를 목격한 사람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도플갱어(doppelgänger)’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또 한 사람의 자신 혹은 타인이 그 사람을 목격하는 현상으로, ‘자기상환시(自己像紈視, autoskopie)’라고도 부른다. 독일어 ‘도펠(doppel, 이중·복제)’과 ‘겡어(gänger, 걷는 사람)’가 합해진 단어로, 영어권에서도 그대로 ‘도플갱어’라고 한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 "내가 침대에서 죽어 있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②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 자신의 분신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하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③ 미국의 링컨 대통령 ― 관 안에 누운 자신을 본 후 암살당하다

분신이 죽음을 예고한 사례 ① 시인 존 던 ― 세상을 떠난 아기가 아버지에게 죽음을 전하기 위해 찾아오다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은 작가 외에도 성공회 사제, 의원,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그의 『명상록』에 수록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훗날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 제목으로 사용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분신이 죽음을 예고한 사례 ② 해군 제독 조지 트라이언 ― 전함 충돌 사고로 죽은 트라이언이 아내의 사교 파티장에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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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일요일
어둠만이 나와 함께하네.
내 마음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네.

30년간 유럽 33개국을 발품 팔아 취재하며 건져 올린 13편의 살아 있는 도시 기담

자살을 유발하는 무서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공포스러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해도 죽고 싶어진다……. 헝가리에서 157명,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이 자살 혹은 원인 불명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지면서 ‘자살 노래’라는 오싹한 별명을 얻은 무서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이 노래는 1933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도하니 거리에 있는 쿨러치(Kulacs)라는 술집에서 탄생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이 가게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30대 중반의 남자 셰레시 레죄(Seress Rezsö)다. 헝가리에서는 한국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처럼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온다. 따라서 셰레시가 성이고 레죄가 이름이다. 그러나 서구권에서는 레죄 셰레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불행한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자 같은 해 11월 7일 신문에는 <살인곡(Murderous Song)>이라는 심란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 이듬해인 1936년 2월, 요제프 켈러라는 이름의 제화공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기묘한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우울한 일요일
어둠만이 나와 함께하네.
내 마음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네…….

쪽지에는 <글루미 선데이> 가사가 적혀 있었다. 경찰관은 연쇄 자살 사건에 혀를 끌끌 찼다. 비슷한 사건이 부다페스트 시내에서만 벌써 17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녀는 음독자살로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소름 끼치게도, 그녀가 남긴 유서에 <글루미…… 선데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제 장례식 때 〈글루미 선데이〉를 틀어주세요"

<글루미 선데이>와 수많은 자살의 인연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프랑스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심리학자에게 의뢰해 이 곡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으나 입증할 수 없었다. 결국 헝가리 당국은 이 곡의 라디오 송출을 금지했다.

그 무렵 세계 각국에서 <글루미 선데이> 리메이크 열풍이 불었다. 미국에서는 1936년 <글루미 선데이>라는 제목으로 재즈 색소폰 연주자인 할 켐프가 커버 곡을 발표했다. 그 후 루이 암스트롱,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폴 롭슨, 레이 찰스 등 거물 예술가가 이 곡을 노래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제 장례식 때 <글루미 선데이>를 틀어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긴 채 가스를 틀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독일 베를린에서는 젊은 여성이 목을 매달아 자살한 현장에 <글루미 선데이> 레코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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