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될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이야. 뭐랄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소거든.’

"새로 취임한 민원관리국장 말이야. 취임하자마자 관계자들을 몽땅 불러들였다는군."

"으레 그러잖아. 권한을 넘겨받으면 전임자가 했던 일을 싹 정리하고 싶은 법이지. 가장 의욕이 넘칠 때 아닌가? 아앗, 뜨거!"

"뚜껑에 글자가 있어. ‘오늘만 출근하면 3일 연휴라고 상상하면서 들이키세요.’라고 되어 있네."
모태일은 말이 끝나자마자 한 병을 통째로 들이켰다.

페니도 ‘월요병 치료제’의 뚜껑을 돌려 열었다. 페니가 가진 병뚜껑에는 ‘부장님이 오늘 출근을 안 한다고 상상하면서 들이키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효과가 있더라도 그냥 플라세보 효과일 거야."
"역시 월요병에는 약이 없군."
모태일은 깨달음을 얻은 수도승처럼 근엄하게 말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의 잠든 시간을 소중하게 가꿔나갈 임무를 부여받은 바, 그들의 시간에 경외와 존경을 담아 일할 것을 경건하게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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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한가운데 까만 잉크로 적어 놓은 ‘1999년 꿈 일기’라는 글씨는 달러구트 본인의 필체였다. 그는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무언가를 손수 적거나 만드는 걸 좋아했다.

반대로, 기계를 다루는 것이 달러구트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프린터처럼 비교적 간단한 기계조차 자주 고장을 내기 일쑤라는 건 백화점의 모든 직원이 아는 사실이었다.

달러구트는 보려고 했던 다이어리를 그대로 펼쳐서 침대 옆 동그란 협탁 위에 올려두고, 길게 늘어진 전등 스위치의 끈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쿨쿨 잠들어버렸다.

꿈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긴 하지만, 거긴 될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이야. 뭐랄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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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옛날 사람인 건지는 몰라도, 요즘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게 하는 면이 있어요.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죠." 오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내 삶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어요. 이건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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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우리가 좋은 꿈을 많이 만들기만 하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다? 이런, 우리가 한 방 먹었구만." 니콜라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 정도로 예의 없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속뜻은 그렇소. 인정하지." 달러구트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정말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 많이 울어서…. 산타클로스는 우는 아이한테는 선물을 안 준대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그랬거든요." 꼬마가 울상을 지었다.

"그건 크리스마스에 안 자려고 울면서 떼쓰는 아이들이 없게끔 하려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계획적으로 퍼뜨린 소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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