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는 사람 이름이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세이백화점처럼
백화점 이름인줄 알았는데

*세이백화점(정식명칭 백화점 세이)
대전을 주 근거지로 활동했던 향토 백화점 브랜드. 1996년 8월 30일 본점이 개장, 2024년 5월 19일 폐점.
개점식에 SES가 왔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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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네는 왜 퇴근을 안 하나?" 달러구트가 이제야 물었다.

"저… 사실, 달러구트 님이 아직 퇴근을 안 하시길래…."

"오, 이런. 난 이미 나름대로 퇴근한 상태야." 달러구트가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그건 확답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주문한 꿈을 제대로 수령하시기 위해서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할 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고든까지 치솟다니! 대체 누가 남의 성취감을 큰돈 주고 사서 대리만족하는 거야? 작년에 사재기해놨으면 지금 시원하게 퇴사하는 건데!"

‘설렘’은 어제보다 조금 오른 병당 180고든에 거래되고 있었다.

아뿔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대신 들어주고 있던 ‘설렘’ 1병도….
큰일 났다. 페니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기꾼이었을까?

잠들기 전 진지한 생각은 금물이다. 숙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녀였다.

여자의 콩닥거리는 마음은 10대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제 여자는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체 없는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였다.

"그 손님한테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팔아도 될까요?"

"음,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건 처음 몇 번만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다 보면 마음만 커지고, 결국은 속앓이를 하게 되니까요. 계속 꿈만 꾸려고 한다는 건…." 페니는 잠깐 생각하느라 뜸을 들였다.

"맞아요! 계속 꿈만 꾼다는 건 실제로 현실에서는 진전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페니는 이제야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꿈에 자꾸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나오면, 점점 무의식도 그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페니가 자신 없게 말했다.

"짝사랑이 아니면 좋겠어요. 너무 슬프잖아요."

"네 말대로 꿈은 꿈일 뿐이잖니? 현실의 그녀를 믿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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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꿈을 꿀까? 왜 인생의 3분의 1씩이나 잠을 자며 보내도록 만들어졌을까?

도무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신비롭고 이상한 장면들, 자꾸만 꿈에 나오는 그 사람, 분명히 가본 적 없는 장소들. 어젯밤 꿈속에서 그토록 생생했던 일들이 정말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까?

나는 누구나 한 번쯤 스치듯 가져봤을 질문 더미를 애착 인형처럼 끌어안고 지냈다.

인류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한 덕분에 놀랍도록 많은 것을 알아냈으나, 그것이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낼 만큼 충분한 양일 리 없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호기심은 집요해지고 물음은 복잡해지며 대답은 간결하게 삶을 관통하길 바라게 될 뿐이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달러구트의 혈통과 그의 먼 조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가문의 존재야말로 이 도시의 기원이기도 했다.

"방금 팬티만 입고 자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걸 본 것 같아." 아쌈이 밤색 코를 씰룩거렸다.

"셋째 제자여, 늘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너에게 묻겠다. 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다스린다면 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중 어느 조각을 가져가겠느냐?"

셋째는 잠시 고민하더니 첫째와 둘째가 선택하고 남은 것을 가져가겠노라 말했습니다.

"제가 사랑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시간입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굳이 잠들었던 시간까지 포함하여 떠올리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이 잠들 시간을 고대하지 않으며, 하물며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가 깊이 잠들어있음을 채 깨닫지 못하는데, 부족한 제가 어찌 이 딱한 시간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편이 오히려 낫다. 그들 스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름이라도 붙여주십시오. 기적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아니면 허상입니까?" 셋째는 간절하게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꿈’이라고 부르거라. 그들은 이제 너로 하여금 매일 밤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매일 밤 꿈을 꾸는 우리들 모두, 먼 옛날 세 번째 제자가 세운 ‘꿈 백화점’, 그리고 대대로 그의 가게를 물려받은 후손들과 지금의 달러구트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증거였던 것이다.

"오, 어서 들어오게."

"실례합니다."

"지원서류가 아주 인상 깊었거든. 특히 ‘아무리 좋아봐야 꿈은 꿈일 뿐이다.’라고 쓴 구절이 압권이더군."

"페니 양이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자유롭게 듣고 싶군."

"하지만, 현실에서 겪지 못할 일들을 체험한다고 하더라도 꿈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어요!"

"저는 아무리 좋은 꿈을 꾼들, 깨어나면 그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

"특별한 뜻은 없어요. 손님들은 꿈을 꾸고 나면 대부분을 잊어버린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꿈은 꿈일 뿐이고 깨어나면 그뿐이라고 말씀드린 거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방해가 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과하지 않은 점이 좋아요."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은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제가 생각하기에… 잠, 그리고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잠든 손님들이 대부분 신발을 벗고 오기 때문에 길거리의 바닥도 실내처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당연했고, 언제부턴가 주민들도 잠깐 외출할 때는 양말만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몰디브에서 3박 4일 휴가 보내는 꿈’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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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에는 갑마장길이라는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예로부터제주에서 생산하던 상급 말은 임금께 진상되었는데, 이를 ‘갑마‘라고 불렀다. 갑마장길은 바로 그 갑마를 키워내던 목장의 흔적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다. 전체 코스를 다 걸으면 넉넉잡아 7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긴 편이라 10킬로미터로 단축한 코스인 ‘븐갑마장길‘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제주말로 ‘쫄븐‘은 ‘짧다‘라는 의미다. 이마저도길다고 느껴진다면 따라비오름에서 출발해 가시리의 들판을 지나 유채꽃프라자까지 이어지는 3킬로미터 핵심 구간을 걸어보길 권한다. - P325

제주에는 대흘리, 와흘리 등 육지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이름의 마을들이 있다. 이름 속 글자 ‘흘‘은 제주말로 깊은 숲을 의미한다. 선흘리역시 제주의 깊은 숲 곶자왈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겨울의 끝자락에선흘리로 왔다. 모든 생명이 잠시 쉬어가는 계절이었지만, 선흘리는겨울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는 듯이 푸른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결핍의 계절에 더 아름다워진다. - P339

결국 이야기는 모두 길 위에 있었다. 섬을 그저 관광지로 바라보는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마을 안 올레와 푸르른 밭담길을 걸었다. 드센 바람에 흔들리고 뙤약볕에 찡그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걷고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멈춰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며 풍경이 말을 걸어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 느린 여행의 결과물로 수십권의 스케치북이 남았다. - P348

아직 가보지 못한 마을이 많다. 그 사실에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을느낀다. 새삼 제주도가 무척 큰 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여행에는 가방에 간식거리를 넉넉히 챙겨 가야겠다.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돌담길에서 혹은 벚꽃이 흩날리는 오름 기슭에서 당신을 우연히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from. 리모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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