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침내 자력 구제에 나선 것은 유월 중순의 일이다.
내 이름은 미타무라 마코토. 중학교 1학년이다. 성적도 키도 중간 정도인데 성적은 뒤에서부터, 키는 앞에서부터 세는 편이 빠르다.
나는 주택 정보지를 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나오고 게다가 어느 물건이나 사려는 사람이 나선다는 사실에 소박하게 놀랐다.
다만 우리 남매를 키우며 회사를 운영하고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늘 과부하 상태인 부모님과, 평일 밤이나 때로는 토요일 오후 매번 비슷한 시간에 대형 벤츠를 스윽 타고 와서는 애인과 즐기기 위해 문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배가 나오기 시작한 아저씨를 비교하며 내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이를테면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 따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하룻밤 묵으러 왔던 할머니는 실로 솔직하게 "옆집의 빌어먹을 개새끼"라고 표현했을 정도니까.
동물은 ‘움직이는動 것物’이라고 쓰는 만큼 운동이 필요하단 말이지.
도모코는 지금도 이층 방 침대에 누워 있다. 병약한 아이란, 부모에게 어리광만 부리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굉장히 면목 없어하는 데가 있는 법이다.
"아버지도 나도 벌써 몇 번이나 했어." 나는 대답했다.
"어머니도 슬리퍼를 확 던지거나 하지만. 요전에는 막 사 온 달걀 박스를 던져 버려서 말이야."
삼촌은 천장을 보며 웃었다.
"누나는 열이 확 오르는 타입이니까 말이야."
있어야 하는 것도 없이 만들어 버렸다니 말이지. 어른이란 여러 가지 일을 하는군.
"우선, 이런 종류의 범죄에 여자를 가담시키면 위험하거든. 수다스러우니까 말이야."
"그럼 아버지는?"
"음…… 매형은 말이지……. 저래 봬도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니까. 어디까지나 정공법으로 이웃의 상식에 호소하는 방법이라면 찬성할 테지만, 이런 식의 자력 구제 얘기를 꺼내 봤자 아마 반대할 거야. 게다가 지금은 안 그래도 바빠서 큰일이잖아? 쓸데없는 일에 머리를 쓰게 할 필요는 없지."
그날, 나는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밀리의 소음이 아닌 다른 일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남한테 실컷 폐를 끼쳐 놓고 모르는 척하는 주제에 이렇게 비밀 계좌를 만들어 탈세하고 있단 말이야, 이웃분께서는. 억울하지 않아?"
"무슨 일이니? 누구한테 온 전화야?"
정말이지, 어머니 귀는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그 귀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은 일만 쫑긋하고 반응하는 안테나는 거의 스파이 위성급이다.
삼촌은 이제 너무 웃어서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도 비슷했다. 도모코가 가장 침착해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듯이 기대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다.
만 엔짜리 지폐가 다섯 줄 늘어 놓여 있다―하지만 그것은 ‘늘어 놓여 있는 듯 보인다’를 잘못 본 것이었다. 맨 위의 다섯 장을 빼고는, 나머지는 전부 지폐 크기로 자른 신문지다.
그날 밤, 두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첫 손님은 뇌우였다.
데루테루보즈 처마에 걸어 놓으면 다음 날 날씨가 맑아진다는 일본의 인형
그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여자의 체격이 좋아 보인 이유는, 아기띠를 하고 아기를 안은 채 그 위로 코트를 입었기 때문이다.
"예, 삿포로니까요."
대답하고 나서, 이 사람 대체 뭐지, 나도 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는 거지, 하고 뒤늦게나마 생각했다.
"끝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판에 와서 겁먹어 버리다니 계산 착오야. 안 돼. 못 견디겠어."
격렬하게 고개를 젓고 반쯤 우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해, 전부 거짓말이야."
"나는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예요. 그것도 AID, 비非배우자간이죠. 아버지는 아이를 만들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머니와 의논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유전적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의 아이가 아니에요. 그걸 알게 된 건 다리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기 시작하면서 꾸벅거리고 있을 때였어요. 그럴 땐 주위의 이야기 소리가 제법 들리는 법이거든요."
요도 호 하이재킹 사건 일본에서 일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 아홉 명이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도주한 사건. 일본 최초의 항공기 공중 납치 사건으로, 범인들은 북한에 도착했으며 한국과 북한 정부의 도움을 받아 희생자는 없었다.
"그만두게 해 주십시오."
젊은 교사는 쭈욱 어깨를 펴고 두 다리를 버티고 서서 강요했다. 관자놀이가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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