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2009년 발행
비싸지만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중 가장 무거운 책
무려 4kg
또한, 판형이 제일 큰(깊이 방향, 높이는 생각의나무 고대문명 시리즈) 책.
책꽂이에 꽂을 수도 없다.
케이스까지 하면, 이거 머 케이스가 얼마나 튼튼한지 모른다.
두께가 6mm, 양면하면 1.2cm
(얼마나 큰지 소세키 명암, 실크로드 도록, 고대문명 시리즈와 비교)
사진이 왜이렇게 흐리게 찍히냐.
사진 실력이 ㄱㅍ ㅠ
1991년 발간한 민음사판 김수영 전집 1권 시편의 육필원고들이다. 시인 자필도 있고, 부인이 정서한것, 누군지 모르는 것도 있다. 시인의 누이인 김수명씨께서 소장하고 있던 원고들이며, 편집자로 참여했다 한다.
˝육필시고 전집˝과 ˝김수영 전집 1˝, 수록작품 순서가 동일, 다만 전집 1에는 육필에 없는 작품이 둘.
31p 아침의 유혹, 339p 판문점의 감상
그중 한편의 육필을 올려본다.
제목 가지고 말이 많고 민족의 명시?라고도 하는 ˝달나라의 장난˝
달나라의 장난? 작란? 작난?
시는 어려워, 제목 하나가지고 ㅠㅠ 이랬다 저랬다
사전적 의미
가. 이희승 박사의 엣센스 국어사전
1. 장난. 아이들의 여러가지 놀음놀이
2. 작란. 1) 난리를 일으킴 2)참새의 알(양기를 돕는 데나 여자의 대하증 등에 약으로 씀)
3. 작난. 사전에 없다.
나. 표준국어대사전
1. 장난. 주로 어린 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
2. 작란. 1) 난리를 일으킴 2) 타서 문드러짐 3)참새의 알(양기를 돕는 데나 여자의 대하증 등에 약으로 씀)
3. 작난 ---> 장난
1) 1958년 출판을 기획한 시집 원고는 ˝작란˝. 시집 제목, 수록 원고 모두. 미출판
2) 1959년 출간된 시집은 ˝장난˝
3) 부인 정서본. ˝작란˝
4) 자필원고(2가지본). 제목 ˝장난˝, 본문 ˝장난˝, ˝작란˝
5) 가편집원고 봉투. ˝작난˝, 봉투안 원고는 모두 ˝작란˝
6) 원고의 ˝장난˝을 ˝작란˝으로 수정한 것도 있다.
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마치 별세계(別世界) 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1953>, 김수영 전집 32~34p, 육필~ 41~43p
시가 뭔지 아무것도 모른 놈이 어쩌고저쩌고 하기는 어렵고 황규관씨가 뉴스민에 연재한 ˝황규관의 김수영되기 달나라의 장난˝편 올려본다.
http://naver.me/xTec6aHq
김수영 육필 원고의 가치(5p)
육필 원고는 인쇄된 작품이 전해 줄 수 없는 시인의 육체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시인이 남긴 필적 속에는 시인이 시로 살았던 시공간이 담겨 있다. 시인이 지워 버린 글자는 인쇄된 작품에선 흔적조차 없지만 원고에는 어지러운 펜의 움직임과 함께 남아 있고 어떤 글자는 복원해서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추상화를 거부하는 필적의 물질적 육체는 시를 읽는 것을 넘어독자들로 하여금 시를 직접 느끼도록 해 준다.
김수영 시인이 당대의 정치 현실과 정신적 허위에 대항해싸운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한국어 서기법을 두고 고투를 벌인 과정은 자세한 검도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문학작품이 입말로 전달되던 구어적 소통을 넘어서서 인쇄된 문자의 시각적 형태로 탄생한 것이 20세기 한국 문학의 가장큰 특징 중의 하나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김수영 시 원고는 보다 새로운 차원에서 주목받아야 할 것이다.
김수영 조기 시의 난해성은 시인 의식 내부의 문제이기도하지만 그가 남긴 그 시기의 원고를 보면 표현 형식을 확정하기 힘든 외부적 언어 상황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의 물리적 표현으로서의 문자 표기의 혼란은 시적 형식의 수립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병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초고와 원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현대 문학의형성 과정에서 겪어 온 물리적 형태의 생성과 변화 즉 육필초고에서 인쇄된 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수록된원고에 기록되어 있다. 한글 표기법의 변화, 원고지 사용법의혼란‘ 한자 사용 방식 그리고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뀌기 전의 시적 형식의 시각화 모색 과정 등 한국어가 예술 형식으로서의 시를 문화적 제도로 정착시키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