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에 썼던글, 우연히 옛 외장하드를 뒤지다 2편의 글을 발견함. 먼소릴 지껄였는지도 모르겠다. 1th

유라시아 초원에서 디지털 제국까지
유목민 이야기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 울란바트르 근교에 있는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 비문에서 -
 
 
  몽골 및 유목문화 전문가 김종래의 “유목민 이야기”는 유목의 출현에서 몽골 제국까지, 그 질주의 문명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배워 온 역사에서 유목민은 약탈과 침략을 일삼으며, 질서를 파괴하는, 문명에 뒤쳐진 야만적 민족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잔인함과 야만적임만으로 당시 발달된 문명의 유럽과 중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 거대한 땅을 누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유목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유목민=야만인‘이라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로 정착민에 의한 기록과 그림, 노래, 최근에는 만화영화에서 까지 유목민을 적, 두려움의 대상, 야만적인 민족으로 표현하고 있다. 누가 보기에도 어처구니 없는 유언비어들도 꽤 많다. 저자는 유목민은 문명에 미개한 민족이 아니며, 단지 그들이 문자로써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기록에 의해 이 같은 오해가 널리 퍼져 그들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이며, 이 같은 오해는 정착민들의 정착마인드가 유목민들의 이동마인드를 이해하지 못 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데는 농경정착마인드를 버리고 유목이동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유목민이란 정확히 어떤 민족이며, 유목이동마인드란 무엇인가?
 
  이 책의 본문에서는 유목민의 정의로 ‘삶의 기초인 경제 활동이 목축에 의해서 이동성을 띠는 경우’만을 인정한다. 그들은 양, 산양, 소, 말, 낙타 등의 가축과 함께 가축들의 뒤를 따라, 풀을 따라 1년을 이동한다. 고인 물이 썩듯이 그들은 고립되면 죽는다. 쿠빌라이칸(칭기스칸의 손자)의 원나라가 멸망하게 되는 계기도 여기에 있다. 정착이 그들의 파멸을 불러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의아한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돌아갈 집을 주고, 많은 것을 누리게 해 주는 정착생활이 왜 파멸을 불러왔다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정착문명의 긴 지배가 마감되고 드디어 유목이동문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유목민 이야기」의 저자 김종래가 던지는 화두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정착문명 속에서 살아왔다. 정착은 반드시 어떤 근거지를 필요로 한다. 처음에 그것은 농경지 즉, 땅이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자본이었고 영토였으며 또한 자원이었거나 때로는 이념이기도 했다. 개개인들에게는 학벌과 기득권과 안정된 직업과 평생직장 등이 정착문명세계에서 살아가는 근거지들이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이익의 칸막이, 생존의 고정된 경계라는 성질을 지녔다. 그러나 이제 모든 칸막이는 무너지고 있으며 경계는 파괴되고 정착의 고정된 근거지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이 그러하다. 저자는 역사이래 단 한번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던 유목민의 역사를 복원시키면서 이 문명사적 대변혁의 원인과 동력, 그리고 미래의 상을 그려낸다. 움직이는 것만이 살아남는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 비문에 새겨진 이 말은 천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처럼 들린다. 소통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유목민의 삶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큰 모범일지 모른다.
 
  저자는 「유목민 이야기」를 내놓는 다짐을 이렇게 밝힌다. 머지않아 모든 거리는 디지털 문명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인간의 육신은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간의 숙명 앞에서 막막한 거리감과 싸우지 않는다. 대지 위의 길은 그렇게 해서 소멸되지만 이동은 그러나 끝나지 않는다. 먼 옛날 칭기스칸이 밤하늘의 별과 함께 초원 위를 갔듯이 앞으로의 인류는 문명 속에서 문명 속으로 어두운 모니터 안에서 깜박이는 커서와 함께 한없는 질주를 시작하리라.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유목민 역사의 복원에 있다. 농경정착문명이란 성(城)을 만들고 개미처럼 근면성·협동성·조직성을 중시하며, 공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인 데 비해 유목문명은 길을 만들고, 거미처럼 네트웍을 형성, 기동성과 순간 포착의 힘으로 살아가는 시간 중심의 문명이라는 것이다.
 
  로마제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훈족을 비롯하여 중화중심주의를 내세웠던 중국이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성벽을 쌓고도 공물을 바쳐야 했던 흉노족, 전 세계를 순식간에 통일시켜버린 몽골족, 이들의 역사는 비록 기록되어 전해오지 못했지만, 세계사를 움직여 온 또 하나 역사로서 우리 삶의 방식에 거대한 흔적과 징후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촌 시대‘ 원형 유목민에 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즉, 오늘날 지구촌 시대와 정보화 사회를 건설한 것은 분명 유목 문명이 아니라 정착 문명이다. 그렇다면 정착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 유목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말인 셈인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면서 저자가 피력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저자는 이 역설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13세기 초원의 유목이동문명이 오늘에 남긴 것들에 주목하면서 21세기의 작동 원리를 규명한다. 몽골 제국이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고 단일 지폐 경제권을 만든 것이나 다민족 다종교 국가를 건설한 것 등 ‘지구촌 시대‘의 원형이 유목민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프로토콜의 작동 원리를 8세기 전에 가동시켰던 역참제가 그러하고 속도 숭배 사상, 물품의 휴대화, 정보와 기술의 가치를 중시한 점, 혼혈과 잡종을 두려워하지 않는 ‘레고 문명‘의 성격 등 ‘정보화 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13세기 초원의 유목민에게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들을 이 책은 구체적 증거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21세기의 노마드는 특정한 가치나 삶의 방식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부단한 자기 부정과 변화를 통하여 창조적인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하나의 철학적 경향을 의미하고 있다. 즉, 정착과 안주로 점철되는 농경 마인드 생활에 대한 부정적 경향으로서의 디지털 노마디즘이 인터넷과 이동통신으로 뒤덮힌 지구촌 시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농경사회는 정착문명을 발전시켰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였고, 사유개념에 의한 안주 속의 사회를 건설하였다. 그에 따라 보다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경쟁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삶의 패턴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의 이유와 목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유목민은 농경민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유의 욕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환경적 요소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것이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이동하며 유목하는 자만이 살아남았고, 이동하며 유목하는 자만이 앞서 나가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정체하지 아니하고, 이동하며 매일 매일의 삶을 개척하는 노마디즘의 물결은 오늘날에도 지구촌에서 지속되고 있다.
 
  유목문화의 근원인 몽골족의 후예, 한민족은 오늘날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의 지구촌 최전방 전위대로서 ‘유목민 이동 마인드’로 무장하여 역동적인 한국(dynamic Koera)의 힘을 지구촌 만방에 표출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저 ‘한류‘라고 부르고 있지만, 조만간 오대양 육대주의 글로벌 리더 ‘팍스코리아나(Pax Koreana)‘를 창조할 수많은 코리언 징기스칸들이 나타나리라.
 
  극도로 열악한 환경이 자포자기 마저도 용납해 주지 않을 때, 대부분의 인간들은 조급증과 자기울분을 못이겨 섣불리 패배의 지점을 찾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오랜 고독을 견디고 견딘 끝에 전혀 다른 역사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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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1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목민. 노마드, 디지털 유목민 에서 한류까지 13년전에 읽고 이런 글 쓰셨다니 우와 대장정님 돗자리 까셔도 될 듯 ㅎㅎ 넘 반가워요 대장정님 ~~

대장정 2021-12-01 22:54   좋아요 3 | URL
ㅋㅋ 😂 감사합니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다시 읽어보니 ㅎㅎ 먼소릴 지껄였는지 ㅠㅠ 모르겠어요

청아 2021-12-01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13년전에 뭘 했었나 잠시 생각했습니다.ㅋㅋㅋ농경사회가 되며 소유의 욕망이 커져 지구까지 아프게 된 것 같아요.
요즘 전 지구인이 혼나는 중🥲
마지막 문장 멋지네요👍

대장정 2021-12-01 23:06   좋아요 3 | URL
네, 그 소유의 욕망 덕에 지구는 뒷전이구 책을 이리 사서 쟁여놓고 있지요 ㅠ ㅠ ㅎㅎ

scott 2021-12-01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쉬 👍 대장정님은 십년 앞을 미리 내다 보셨네요! 유라시아 초원에서 디지털 제국까지! 대장정님은 대륙의 氣를 받으신 분 ^^

대장정 2021-12-01 23:18   좋아요 3 | URL
ㅋㅋ 감사합니다. 한치앞도 내다 보지 못하고 매일이 안갯속이며 깨지고 있습니다. 정녕 대륙의 기는 어디로 갔을까요ㅜㅠ
 
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 서거?200주년 기념판 잘 받았고 요즘같이 책값 비싼때 저렴하고 아주 맘에 듭니다. 자간, 행간 넉넉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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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4 12: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
대장정님
대를 물려 줄 도끼옹 세트 🖐^^

대장정 2021-11-24 12:11   좋아요 7 | URL
ㅎㅎ 혹해서 샀습니다만 언제 읽을지 모르고 ㅠㅠ 물려줘도 책을 애들이 아닙니다 🤦 ㅠ

오거서 2021-11-24 12:38   좋아요 7 | URL
(귓속말) 물려줘도 책을 읽지 않는 얘들이 우리집에도 있어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1-24 13:47   좋아요 6 | URL
지금 집에 있는 엄마책 좀 버리라는 애도 있어요 ㅋㅋ

mini74 2021-11-24 13:57   좋아요 4 | URL
나중에 팔면 돈 좀 되는 책으로 사라는 녀석도 있어요 ㅎㅎ

대장정 2021-11-24 19:50   좋아요 3 | URL
ㅎㅎ 😂 그래도 다행이 애들은 버리라고는 않네요. 대신 친구(아내)가 가끔 버리라고 압력을 가합니다.🗣🗣

mini74 2021-11-24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대장정님~~

대장정 2021-11-24 19: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벌써 구매하셨을꺼 같은데요🤭🤭

잠자냥 2021-11-24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탄생 200주년입니다! ^^;;

대장정 2021-11-24 19:23   좋아요 3 | URL
🤦노안도 아니고ㅡㅠ제목에도 탄생이라고 버젓이 써있네요.

Conan 2021-11-24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괜히 대장정님 글 읽어서.....
방금 주문 했습니다.....

대장정 2021-11-24 19:28   좋아요 3 | URL
😂 참 잘하셨습니다. 잘 하신 일이죠ㅎㅎ. 이런건 사줘야죠

Conan 2021-11-26 16:18   좋아요 2 | URL
어제 책 받았습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일단 뿌듯하네요^^

대장정 2021-11-26 18:54   좋아요 2 | URL
ㅎㅎ 🎉 축하드려요. 맞아요. 책사놓으면 쌀독 채워진것처럼 든든하고 맘이 뿌듯하죠.**^^.
 

느리게 느리게 걸어유, 충남도보여행.

책 제목도 참, 느리게 느리게 걸어유가 멋여.
충남 사람들 말과 행동이 느리다지만 대신 언어의 경제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예를들어(이런 예를 들면 동물협회나 애견인들에게 태클 들어오거나 욕을 먹겠지만 예니까 양해를), ˝개고기 먹냐˝를 단 두글자로 ˝개혀˝

충남의 다양한 걷기길을 자세히 소개한 책이다.
총 48개 코스를 소개하고 있으며 내가 걸어본 길은 겨우 9개네. 부지런히 걸어보자.
충남 서천출신 시인이자 공주문화원장을 지냈던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가 있다.

오늘 내가 걷고온 길은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 17km

공주, 백제의 두번째 수도. 욱리하를 차지하려는 고구려 장수왕 고거련의 파상공세에 백제의 개로왕 부여경사가 패사하고 그의 아들 문주왕 원년에 웅진으로 수도를 옮겼다.
공주가 우리 역사에서 수도가 된게 두번. 첫번째가 백제의 두번째 수도로 문주왕 원년,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 성왕 16년까지 63년간. 두번째는 신라 헌덕왕 김언승 14년 김헌창의 난 때 3월~4월 두달간. 무열계 귀족 웅천주(공주) 도독 김헌창이 세운 장안국(연호 경운)의 수도.
후에, 그의 아들 김범문 또한 동왕 17년 정월에 고달산(여주?용인?)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하였다.

공주는 홍주(홍성)와 더불어, 경부, 호남선(고속도로, 철도) 분기점으로 교통의 요지가 된 대전이 충남 제일의 도시가 되기 전까지 제일 큰 도시였다. 충남 도청은 원래 공주에 있었으나, 대전 舊충남도청 자리(대전 선화동, 아직도 적산가옥이 남아있다) 땅주인이 땅 팔아 먹으려고 총독부에 로비해 대전으로 옮기고 나날이 쇠퇴해 지금은 인구수 10 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충청남도 조직 건재상 천안에 이어 두번째, 내고항 보령은 세번째. 인구수로하면 천안, 아산, 서산, 당진, 논산, 공주, 보령... 보령은 이제 10만선도 무너졌다ㅠㅠ

시작점은 고마나루지만 난 백제보부터 시작했다.
고마나루, 내가 학창시절엔 곰나루 🐻 라 했는데 언제부턴가 고마나루란다. 아마 내 기억엔 명박선수가 4대강 사업할때 부터 였지않나 싶다. 곰을 고마라, 출처, 어원을 모르겠다. 공주시 홈피에 드가바도 없다. 인터넷 뒤져보니 중국의 양서에 나와 있다나. ㅠㅠ
근데 이 고마란 말이 꼭 일본말 구마에서 온 것 같아 난 거부감이 든다. 熊本縣 구마모토현 가등청정(가토 기요마사)이 세키가하라 전투이후 세습 다이묘가 됐던 그 웅본. 구마모토의 구마. 난 그냥 곰나루가 좋다.

백제보를 시작으로~고마나루~한옥마을 관광단지~국립 공주박물관~무령왕릉~산성시장~공산성~금강교~정안천 생태공원길~연미산 자연미술원~백제보 까지. 총 17키로, 두시간 오십분 소요. 시속 정확히 6km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 중

‘충남 도보여행길‘이 열리는 날, 나는 어떤 길보다도 ‘솔바람길‘ 가운데 한 길을 택하여 제일 먼저 걸어보리라.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바람과 풀꽃과 햇살과 산새 소리들에게 나의 시 몇 편을 들려주리라. 그러면서 외롭고도 서럽게 보낸 나의 청춘의 어느 날, 그 길목에서 나의 사랑을 매정하게 거절하고 돌아선 여인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울먹거려보리라. 오, 아름다운 배반이여,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준 고마운 아낙들이여, 비록 그 길을 걸은 흔적은 내 발이 만든 낙엽 소리와 더불어 허공에 흩어지고 말 것이지만 나의 시들은 저혼자 남아 때로는 쓸쓸해하고 그리워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낡아갈 대로 낡아갈 것을믿는다. 그러한 날, 내가 그 길 위에서 읽어주고 싶은 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전문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행복 전문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선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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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8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주 하면 나태주 시인님이 떠오릅니다. 박물관 가보고 싶은데 ㅎㅎ 이번 주말도 알차게 보내셨군요~!!

대장정 2021-10-18 00:50   좋아요 3 | URL
09~16년까지 오래하셨죠, 공주문화원장. 박물관 인원수 제한하는 예약제라 못들어가고 문만 보고 왔네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10-1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장정님 말은 느려도 걸음, 산행 속도는 빠르시네유 ㅎㅎㅎ 공주, 🌰 귀신🖐^^

대장정 2021-10-18 07:17   좋아요 2 | URL
ㅎㅎ 말도 빠르고 뭐든 다 빠릅니다. 승질이 급해서요. 공주 정안 🌰 !!

오늘도 맑음 2021-10-18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장니임~!!!
언어의 경제성에 또 한번 감명을 받으며.......
저희는 ˝마~!˝ 가있지요~
그리고 야구장에서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들면, ˝아~ 주라˝는 말도 있습니다.(아이한테 공을 주라는 의미)
암튼 울 대장님은 산행도 좋아하지시만, 걷는 것 도 좋아하시네요~ 대장님께 자연인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여 내안에 혁명을 이뤄 보겠습니다~!! 그런데.......
또 집에 가고 싶어요ㅠㅠ

대장정 2021-10-18 22:58   좋아요 2 | URL
감명 받을꺼 까지야...암튼 감사드리고, 자연인으로 살고픈 맘 뿐이지라. 퇴직후 산채하나 마련하는게 꿈. 집에는 퇴근후에 가셔야 됩니다. 조퇴를 하셔도 되구요. 오늘도 혁명을 가슴에 품고....
 

스무살의 나는 스물 아홉살의 너를 만났고 사랑을 했고 네품에 안겼어
나는 미래로 갔다 온 거야
9년후 비의 계절로 다녀왔다

아이오 타쿠미 만약 이대로 헤어져서 지내면....

유우지를 이 세계로 맞아들이고 싶어

짧은 삶일지라도 사랑하는 그 둘과 함께할 미래를 택하고 싶어.

아이오 타쿠미, 유우지. 나를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8번째 생일을 축하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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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7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

대장정 2021-10-17 21:47   좋아요 1 | URL
저는 아름다운게 먼저. . . 아름답고 슬픈 영화
 

[책 앞날개 저자 소개부분]

🧡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인다.

지은이: 다치바나 다카시
(20만권의 장서 소유자, 빌딩서재 소유자)

1940년 출생, 1964년 도쿄 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문예춘추사에 입사했다. 1966년 문예춘추사를 퇴사하고, 1967년 도쿄 대학 철학과에 학사로 재입학했다. 1974년 치밀한 탐사를 거쳐 ˝문예춘추에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을 발표, 다나카 당시 수상의 비자금과
뿌리깊은 정경유착을 폭로함으로써, 다나카 몰락의 근거를 
제공했으며 이로 인해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약 스타 저널리스트로 발돋움하게 된다.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에 의해 폭넓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확립했다˝는 공로로 제31회 기쿠치 간 상을 수상했다. 1998년 제1회 시바 료타로 상을 수상했다. 한편 엄청난 독서광이자 애서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현재 20만 권에 달하는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건물 전체가 서가로 이뤄져 있는그의 ‘고양이 빌딩‘은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분야를 불문한, 방대하고 깊이 있는 학식으로 ‘지 의 거인‘ 이라 불린다.
대표작으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해파랑 농협 원숭이학의 현재˝,˝우주로부터의 귀환˝, ˝청춘 표류˝, ˝뇌사˝,˝천황과 도쿄대˝, ˝고바야시 · 마스카와 이론의 증명 ˝ ˝스무 살, 젊은이에게 고함˝등이 있으며,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등이 있다. 최근작으로 ˝죽음은 두렵지 않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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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2 07: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만권의 장서를 소유하기 위해서누 빌딩을 소유해야 하는군요~!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럽네요 ㅜㅜ

대장정 2021-10-12 07:22   좋아요 4 | URL
ㅎㅎ 정말 부러운 사람입니다. 이 책에 서가사진 올리기위해 카메라 셔터를 만번 눌렀답니다ㅠㅠ. 참고로 이사람 고양이 빌딩 전도 사진 첨부합니다.

mini74 2021-10-12 0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이 먼저냐 빌딩이 먼저냐 이것이 문제군요 ㅎㅎㅎ제가 책이 모자라서 아직 빌딩을 못 사고 있어요 ㅎㅎㅎ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이 궁금해지네요 ~

대장정 2021-10-12 07:50   좋아요 4 | URL
ㅎㅎ 그렇군요. 책이 모자라서 ㅋㅋ. 미니님 빌딩사실수 있도록 십시일반 책좀 보내드려야겠습니다. ㅎㅎ저도100권이 급 궁금해지네요

니르바나 2021-10-12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주인없는 서재입니다.
지난 4월 서재 주인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답니다.
지금은 누가 저 많은 책과 고양이빌딩을 관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애지중지하던 저 책들도 주인의 부재를 슬퍼하겠지요.
책도 사람도 애완동물도 사랑의 손길이 닿으면 더 빛이 나는 존재들이니까요.^^

대장정 2021-10-13 07:10   좋아요 2 | URL
안타깝네요 85세시면. 제 책들을 좀더 아끼고 소중하게 다뤄야겠어요.

오늘도 맑음 2021-10-12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인다.‘
저 이말 정말 좋아해서, 저 자신으로 이루어진 청춘책들을 제 눈 앞에 언제든 볼 수있는 장소에 놔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보일때마다 세뇌하곤 합니다. ‘잊지마, 잊지마. 저게 바로 너야.‘라구요ㅎㅎㅎㅎ
어찌보며 서글프면서도, 그게 또 다음시간을 기약하는 힘이 되는지라~
대장님은 역시 책을 참 좋아하시는 분이시네요~
작가의 대한 존경이 느껴집니다.

대장정 2021-10-13 07:09   좋아요 3 | URL
맑음님의 청춘책들시 궁금합니다. 한번 올려주세요 ㅎㅎ. 책꽂이를 좋아하는 사람이겠죠 ㅋㅋ

scott 2021-10-13 1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은 자신의 책들 소장품, 원고, 레코드판 와세다에 신축한 도서관에 멋지게 꼽았는데
이분의 도서관은 어찌 되었을지 ㅜ.ㅜ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리스트 궁금하네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