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적이 누군데." "자기 자신의 불민함." "어이, 그런 현학적인 대사는 집어치워. 그보다 당장 우린 뭘 하면 좋지?"
류 님은 전에도 말했듯 인형처럼 아름답다. 교토인형처럼 오목조목하고 섬세하다. 교토인형처럼 차갑고 새침하다. 하지만 이런 타입의 여자들일수록 성적인 욕구는 보통이 아닌 사람이 많은데 류 님도 그런 인상이었다.
아,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센고쿠 데쓰노신, 그도 역시 몽유병자였던 것이다.
그는 서른네다섯쯤 되어 보였는데 이렇다 할 장점이 없는, 말하자면 평범한 생김새를 한 사람이었다. 열차 안의 혼잡함 때문에 후줄근해진 모직 옷에, 이 또한 오래된 것인 듯 낡은 하카마를 입고 있었고 약간 더러워진 펠트 중절모 아래로는 더벅머리가 비어져 나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다지 출중한 생김새는 아니었다. 키도 작고, 평범함을 넘어 궁상맞았다. 나는 한눈에 그가 마을사무소 서기일 거라고 짐작했다.
단지 신경 쓰이는 것은 남자의 눈매였다. 눈만은 아주 아름답고 맑았다. 맑을 뿐만 아니라 예지의 빛마저 어려 있었다. 그렇다고 차갑지는 않았다. 은은한 온화함을 띠고 가라앉아 있었다.
"혹시 당신들, 귀수촌(鬼首村)의 후루가미 댁에 가시는 거 아닙니까?"
이상한 남자가 내민 명함을 보니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라고만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나오키의 몸 안에 잠복해 있던 병을 유발시킨 모양인지 그는 이른바 조발성치매증이라고, 살아 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인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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