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버지를 죽인 쌍둥이 두 사람이 또 그 아들을 죽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는 것은 누님으로서는 무리가 아닐지도 모르고, 게다가 저런 고령에 이른 노파란 사람들은 어딘가 인간을 초탈한 데가 있어서 생각하는 법도 상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누님은 그걸 겁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체는 시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과사전의 설명에 의하면 시체가 물기가 많은 곳에 매장된 경우, 시체의 지방이 분해되어 지방산을 만들고 그 지방산이 물속의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결합하면 물에 불용해성 지방산 칼슘 및 지방 마그네슘, 즉 비누로 변한다는 것이다. 즉 시체는 비누가 되어버려 오랫동안 원형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것을 시랍이라고 한다고 한다. 물론 아무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 타고나길 지방이 많은 사람이어야 하고, 또한 매장한 장소가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풍부한 수분이 많은 곳이 아니면 안 된다.
그것은 세로로 5촌(15센티미터), 가로로 3촌(9센티미터) 정도의 네 모서리를 깎은 타원형의 금속으로 손에 쥐자 묵직하게 중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면에는 나뭇결 같은 흔적이 있고, 한 면은 까칠까칠한 접쇠무늬28)였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한동안 그것을 손바닥에 놓은 채 응시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쏴 하고 등골을 뚫고 지나가는 전율을 느꼈다.
아아, 이것은 황금 판자, 즉 금화가 아닌가.
아아, 나는 이제 와서야 어머니의 자비로움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왜 그 지도를 내 복주머니에 넣어두셨는지, 그리고 또 왜 그 지도를 그처럼 소중히 하라는 말씀을 남겼는지, 나는 이제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지방에 남아 있는 전설이라든가 구전 같은 것을 바보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처음으로 알았던 것이다.
언젠가 나는 들은 기억이 있다. 정량정질(定量定質)의 금화를 최초로 주조했던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로, 그 전에는 그저 금괴를 망치로 두들겨 펴서 낙인도 찍지 않고 묵화도 없이 필요하면 저울에 달아 조각내어 썼다고 한다. 내가 아까 본 황금은 그런 판금(板金)의 일종은 아닐까. 아마코 가문이 멸망한 에이로쿠 9년은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의 패권을 주장하기 전의 일이고, 이 무렵 천하는 군웅이 할거해 금은에 대해서도 분란이 일었던 시대로, 각지에 여러 가지 판금이 있었다고 한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근심이 이어져 끊임없음을 비유한 말로 오랫동안 쌓인 수심 때문에 덧없이 늙어 백발이 3천장이나 길어졌다는 뜻.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 글귀임.
부처님의 보물 산에 들어간 사람은 용의 턱의 무서움을 알리라
흑옥 같은 어둠보다 검은 백팔 개의 여우 굴에서 헤매지 마라
푸지 마라 도깨비불 연못의 귀청수30) 혹 몸을 태우는 갈증에 미칠지라도 30) 귀청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물을 가리킴.
그렇다고 해서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보물을 찾는 것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 비밀로 해야만 재미있는 것이다. 결국 그 날은 결국 말을 꺼낼 기회를 놓쳐버렸다.
비구니가 앉아 있는 텐구의 코에서 쉬게 되면 메아리의 십자로에 귀 기울이라
육도(六道)32)의 도깨비와 부처의 갈림길이여 메아리의 십자로를 주의하라
31) 일리총(一里塚): 이치리즈카. 강호시대 전국 가도에 1리마다 흙을 쌓아올리고 소나무나 삼나무 따위를 심어 이정표로 삼았던 것.
32) 육도(六道): 일체 중생이 선악의 업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르는 여섯 가지의 미계(迷界).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
‘도깨비불 연못’에 떠있던 코우메 할머님의 시체를 절벽 위로 끌어올리자 바로 두 사람의 형사가 밖으로 끌어냈고 한 사람은 외지 출신의 의사 아라이 선생을, 한 사람은 초롱이니 휴대용 램프 등 여러 가지 조명 도구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도깨비불 연못’은 천지개벽 이래 가장 많은 조명을 받고 그 빛 아래에서 검시나 현장조사 등이 행해졌던 것이다.
나는 망연해졌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내 가슴은 요동치고 머리는 착란상태에 빠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는 겨우 알아차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나를 빼닮았다. 본인인 나 자신이 잘못 봤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눈가, 입언저리, 뺨이 부푼 정도. 쏙 빼닮았지만 어딘가 나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게다가 이 사진은 낡았다. 이건 이 년이나 삼 년 전에 찍은 건 아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는 사진을 뒤집어보았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글씨가 춤추듯 내 망막으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가메이 요이치(27세) 다이쇼 10년(1922년) 촬영
이렇게 나는 고뇌하고 번민하며 한밤중까지도 잠들 수가 없었는데, 세상에는 어떤 일이 행운이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 덕분에 나는 무서운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마음을 어둡게 한 것은 아까 들은 미야코의 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미야코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건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그 만큼 나를 믿고 나를 격려해주었던 미야코이기에, 그 예상치 못한 변심은 새삼스레 사람 마음의 미덥지 못함을 일깨워주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앞뒤 분간이 되지 않는 어둠속에서 이야기상대도 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아실런지. 사실 나는 어쩌면 그때 무서운 근심의 씨앗이 없었다면 정신이 이상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결코 미친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오늘밤 스와 변호사를 이 자리에 모신 것도 이 일에 대해 부탁하고 싶어서입니다. 묻혀 있던 재물을 발견했을 경우 그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지, 또 어떤 법적수속을 밟으면 되는지, 저는 조금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일 일체를 스와 씨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계속해서 여기서 발표하겠습니다만, 저는 노리코와 결혼했습니다. 저 동굴 속에서……. 자, 노리코, 여러분께 그 황금을 보여드려……."
노리코가 일어서서 도코노마 옆에 있는 벽장을 열고 거기서 엄청난 금화를 꺼냈을 때 어떤 환성과 박수의 폭풍이 일어났는지 그것은 새삼 설명할 것도 없다.
"이 마을에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근대적인 기술을 몸에 익힌 인간이 모여들게 되면 마을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어느 정도 달라지겠지. 그것 밖에는 이 부아가 치미는,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교정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아. 그런 의미로도 나는 이 사업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타츠야 군, 나는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네. 그것은 미야코에 대한 의리 같은 게 아니라, 나 같은 경험을 한 남자가 여성에 대해 회의적이 되고 겁쟁이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러니 너희들, 너와 노리코는 많이 아이를 낳아줘. 너희들 사이에 태어난 두 번째 남자아이를 나는 입양해 다지미 가의 상속인으로 하고 싶네. 그렇게 함으로써 불행했던 너의 어머니에게도 의리를 지키고 또 너를 이 집의 상속인으로 하려던 히사야 군의 뜻에도 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타츠야 군, 이 일만은 지금 약속해주게."
나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생명의 첫 숨결이 어머님의 태내에 싹튼 것은 저 동굴 속에서였음이 틀림없다고. 같은 일이 노리코의 태내에 일어난 것이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되풀이되는 세포의 역사는 집요하다.
나는 강하게 노리코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곧 태어날 이 새 생명에게는 결코 자신이 맛본 것 같은 비참한 반생을 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마지막으로 《팔묘촌》 속의 긴다이치 코스케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대한 일본의 국민 탐정은 사실 가장 무능한 탐정이라는 오명도 동시에 갖고 있는데, 후세의 연구자들로부터 제법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 ‘모두 죽지 않고서는 범인을 말하지 않는다’라든지 ‘사건을 떠나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다’라든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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