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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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의 저자 박문호는 기나긴 진화의 과정을 겪어온 인간의 다음 거주지는 우주라고 주장했다. 지구를 망쳐 놓은 환경 파괴범, 더 이상 지구에 거주하기 어려운 인류의 후손들은 우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최초 육상 동물의 출현, 즉 물에서 생활하던 동물이 육지로 발을 내디딘 사건과 비견될 정도로 생명 진화의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너무 오래 걸릴 일이고 너무 미래의 사건이어서 나와 큰 상관은 없어 보이는데, 아무튼 인간이 그렇게 진화한다니. 그럼 진짜 사이보그 모습을 갖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1초간 했다.

책의 제목이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결론을 제목으로. 정면으로 부딪히기. 그렇겠지, 나는 화성으로 떠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럼 나 말고 나 다음. 내 다음다음, 다음다음 다음다음 다다다다다다음 인간은 어떨까. 그 사람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제목이 스포일러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화성, 하면 아무래도 화성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가 떠오른다. 지구인과 화성인의 만남, 화성을 둘러싼 흑인들과 백인들의 갈등은 신대륙 개척 이후 침략자와 선주민 간의 갈등으로 읽기 쉬우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레이 브래드버리님의 깊은 뜻은 내 알기 어려울 것이다. 백 번 정도 말한 듯한, 내가 완전 애정하는 단편 중의 단편은 <2005년 9월, 화성인>이다.

화성, 하면 또 <마션>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전 세계적인 히트에 힘입어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영화는 안 보았다. 맷 데이먼 좋아했는데, 그런데도 안 봤다. 예고 영상에서부터 느껴지는 '로빈스 크루소' 느낌 때문이었는데, 이 문장을 쓰고 있노라니 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고 및 소개 영상 4-5개 보고 돌아옴)



돌아가자, 화성으로.

제1장 <지구 종말의 각본>은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수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구를 떠나야 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서술한다. 제2장 <가고 싶은 곳 - 화성과 달, 그리고 우주 식민지>는 인간이 지구 이외의 장소에서, 이 척박한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서술한다. 과학적 지식과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미래 정착지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화성에 대한 설명은 스포일러의 기억을 오늘에 되살린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특히 <지구의 남극도 그곳에서는 천국이 된다> 챕터는 지구의 환경이 생명체에게 얼마나 호의적인지, 지구 환경을 근거로 한 지구 생명체의 진화가 얼마나 찰떡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우주를 파는 상인들>은 바로 그 영화,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과 리들리 스콧의 동명의 영화를 비판하면서 시작하는데, 화성 여행을 터무니없이 쉬운 일로 묘사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화성으로의 편도 여행을 제안하고 일반인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었던 네덜란드 민간 기업 마스 원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돈을 목적으로 한 장사꾼의 사기 행각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우주비행사들이 화성 도착 후 68일 만에 질식할 것(131쪽)이라는 치명적인 예측과 명백한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헛된 희망을 품게 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 당연히, 일론 머스크. 약 100만 명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자급자족 정착지를 꿈꾸는 머스크의 계획에 대해 저자는 우주 여행에서 겪는 문제와 화성 내 생존에 필요한 엄청난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머스크 역시 화상 탐사와 지구인의 화성 이주를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 핵심이다.

다시 화성으로 돌아온다. 이 책의 제목대로 '우리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면, 화성이 우리 인류의 차기 거주지가 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인류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제3장 <태양계 너머의 세계; 거주 가능한 행성과 성간 여행>은 지구라는 요람에서 떠나 우리 태양계를 넘어, 우리은하 그 너머를 탐험하고 탐사하는 미래를 그린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거주 가능 영역에 프록시마 b라는 행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행성이 실제로 거주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4.2광년의 거리에 있으니, 빛의 속도로 여행해도 4년 이상이 걸린다. 인류는 아직 빛의 속도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비행한다. 보이저 탐사선의 속도가 초속 약 17킬로미터지만, 이는 광속의 약 1만 8,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니(197쪽), 아직도 인류에게는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고 하겠다.

우주 방주로서 '세대 우주선' 발상은 영화에나 나올 법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다시는 지구에 돌아오지 못해도 괜찮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이 그 우주선에 탑승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세대가 그 우주선 안에서 태어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문단이 있어서 옮겨 본다.

장기간의 성간 여행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우주선 추진 기술이 꾸준히 발전한다고 가정할 때, 먼저 출발한 세대우주선이 훗날 개발된 더 빠른 우주선에 의해 추월당할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여행하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훨씬 나중에 출발한 인류가 먼저 도착해 새로운 행성을 이미 점령한 사실을 알았을 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더 편안하고 빠르게 여행했을 뿐만 아니라, 더 발전된 기술을 보유했으며, 더 많은 것을 알고, 먼저 떠나고 늦게 도착한 이들을 옛날 사람들로 여길 것이다.(220쪽)

수백 년 동안 심연과 같은 우주를 여행하고 바라던 바로 그곳에 도착했는데, 훨씬 나중에 출발한 인류가 먼저 그곳에 도착해 이미 그 행성을 점령한 것을 확인하는 상황. 더 발전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더 빠른 사람들, 결정적으로 더 젊은 사람들 앞에서 먼저 출발한 사람들은 속수무책일 것이다.

이제 진짜 쓰려고 하는 데까지 왔다.

태양의 탄생과 지구의 탄생, 그리고 생명체의 출현에서 각 동물의 진화, 그리고 현재 인류의 문명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이 모든 것이 '충분한' 시간 속에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1000년도 못 가는 문명이 허다하게 오고 갔지만, 지구에게는 46억 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무한에 가까운 확률 속에서 인간은 여기에까지 이르렀다.

지구 밖 외계 생명체, 정확히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하지만, 인류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조사 및 관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외계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어디에 있나?"(240쪽)

물리학자 엘리코 페르미가 이렇게 물었다는 건데, 기술적으로 진보된 문명의 은하 제국이 존재하고 항성계 사이를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들은 왜 아직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가.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이라면 전자기 통신을 활용한 신호가 우리에게 도달했어야 했다. 알려졌어야 한다. 의도적으로든 혹은 실수이든. 현재까지는 그런 신호가 없다. 모두 어디에 있나.

나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은하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우주는 너무 넓고, 하나님은 크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주 저편 어딘가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형태의, 우리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문명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아직까지는.

자연선택을 통해 과학을 발명하고 기술을 사용하며 우주 비행에 이를 수 있는 생명체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더 길고 특별한 우연이 필요하다. 전 우주 역사에서 몇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라는 존재가 이러한 도약을 한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이며, 이 우주 시대에 유일한 종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241쪽)

나는 가끔 나 자신이 신의 존재를 확신했던 시대에 과학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억지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가끔 그런 착각이 든다. 모두가 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인간이 신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가장 중요한 존재,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대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우리의 지구 역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하나의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는 과학자는 미친 사람이라 여겨졌다. 신학이 온 사회를 지배했던 시대였다. 신학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했던 과학은 오랜시간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이제는 명실공히 과학의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안다. 우리 지구는 태양계의 중심이 아니고,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이 아니고, 우리은하는 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별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 인간은 우주의 저 한쪽 구석의 작고 작은 지구별을 잠깐 스쳐 가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potentially habitable)'을 곰곰 따져볼 때, 지구라는 우리의 우연, 인간이라는 우리의 현재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에너지원과 화학 원소, 그리고 액체 상태의 물. 이 중에서 '물의 존재'는 '거주 가능성'과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하다. 태양 주변 거주 가능 영역에는 세 행성 즉 금성, 지구, 화성이 존재하지만 호수와 바다가 있는 곳은 지구뿐이다. 행성의 평균 온도는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지만 역시 대기가 가장 중요하고, 대기와 관련해서는 별과의 거리가 중요한 요소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어쩌자는 건가.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후 널리 받아들여졌던 개념, 지구가 특별할 것 없는 여러 행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믿음은 이제 상식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질 활동, 판 구조, 강력한 자기장, 풍부한 산소 대기와 심지어 위성의 존재 등을 고려했을 때, 지구와 같은 조건으로 생명체가 살아갈 만한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지은 고생물학자 피터 워드와 천체물리학자 도널드 E. 브라운리의 '희귀한 지구' 역시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간사 괴로움과 고통은 비대한 자아 때문이다. 혹은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특별하다'를 제일 중요하다,고 해석하지 않는다면, 나는 자아에 대한 이런 인식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이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지구는 우주 한쪽 구석의 아주 작은 행성에 불과하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겪어온 이 모든 경험과 사건의 조합, 환경과 상황이 전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존엄하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단어 그대로 '우아하게', 내가 내 삶의 주인이면서 또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을 테고, 그에 더해 내 존재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감격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지구는 생명을 품은 행성이다. 행성이 공전하는 중심별의 유형, 우주 방사선의 양, 초신성 폭발이나 다른 잠재적으로 해로운 천체물리학적 현상과의 거리와 빈도, 소행성 및 혜성과의 출동 가능성, 자기장과 화산 활동의 존재(21쪽) 등이 모두 제때 정확하게 조절되고 조정되었고, 그 결과와 결론으로서, 지구는 생명을 품은 파란 별, 인류의 거처가 되었다.




지구의 환경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얼마나 호의적인지, 얼마나 미세하게 조정되고 있는지, 그 균형이 46억년 동안이나 이렇게 잘 맞춰져 온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왜 나만 감동받는 것이냐. 왜 나만 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냐.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우연과 확률이라고 말하는 세계에서, 과학적 탐구와 그 결과만 인정받는 세계에서, 노사연의 노래는 진실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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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9-06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절반 읽은 상태 ㅋㅋㅋ 다 읽고 읽을게요. 우리 만남은 우연은 아니고 바람이라요. 간절히 간절히. 온 우주가.

단발머리 2024-09-06 23:56   좋아요 1 | URL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라고 박근혜가 그랬었죠 ㅎㅎㅎ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204-5쪽)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9-07 12:43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단발님 간직할게요 ㅋㅋㅋ 지지 말 ㅋㅋ

단발머리 2024-09-07 13:12   좋아요 0 | URL
간직하면서 푸코도 잘 챙겨욬ㅋㅋㅋㅋㅋㅋ푸코는 챙기고 김연수는 간직(😜)

다락방 2024-09-09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우주에 관심이 요만큼도 없거든요? 그런데 단발머리 님이 이런 글을 올려주실 때마다 감탄해요. 어떻게 우주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차곡차곡 그에 대한 질문과 지식을 쌓아가실까? 당연히 단발머리 님과 저는 다른 사람이지만, 이 다름이 너무나 놀라워요! 우주,화성, 과학 관련 책은 제가 안읽는데 ㅋㅋㅋㅋ 그것에 관한 책을 읽고 쓴 단발머리 님의 글은 제가 읽습니다.

단발머리 2024-09-11 11:44   좋아요 0 | URL
사람이 각자 궁금해하는 게 다르니깐요. 저는 엄청 일찍 자는 사람이고, 잘 자는 사람이고 (tmi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전 별이랑 우주가 많이 궁금하고요. 화성가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 화성 간다고 하면 그게 또 그렇게나 궁금합니다.
우주, 화성, 과학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하하하!
 















아울러 시드니의 언론 매체들은 아랍계 남성의 여성 혐오중이 호주의 가치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경쟁적으로 싣기 시작했다. 더욱이 폴 시행(PaulSheehan)은 저서에서 무슬림 호주 남성을 '문화적 시한폭탄'으로 호명하며, 그들이 성폭력적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기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Sheehan, 2006: 51). 아랍계 남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분노는 '우리'의 여성을 '우리'의 영토에서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는 가족주의적 민족주의 정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83쪽)

무슬림 호주 남성의 백인 여성 강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백인 남성들의 분노는 이런 식이었다. '우리'의 여성을 '우리'의 영토에서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무슬림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아온 『우리 안의 인종주의』 저자의 주장은 여남 관계를 대립적으로만 이해하는 혹은 자주 그렇게 판단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들린다. 그녀의 말은 옳다. 어떻게 가부장제가 여성에게만 해가 되겠는가. 남성이 가부장제 속에서 특권과 혜택을 누린다는 건 사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남성이 존재할 수도 있는 일이다.


딥페이크 사건으로 내내 답답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는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퍼센트가 한국인 가수와 배우로 나타났다고 한다. 가수와 배우만 그럴까. 선생님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그 잔혹한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호는 필요없고, 차라리 무관심을 원한다.

관용은 필요없고,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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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03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진짜 미치겠어요. 너무 화가 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09-03 10:57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처음으로.... 아, 이건 답이 없구나. 인류가 망하는 수밖에... 그런 생각했어요ㅠㅠㅠ

2024-09-0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9-03 12:18   좋아요 0 | URL
너무 슬퍼요. 그리고 뭐랄까... 전 인생의 어느 부분, 인간의 어느 부분에 대해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절망적인 거에요. 아.... 답이 없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돼... 막 그런 생각 땜에....

보내주신 거 복사하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4-09-03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를 위한 기술의 발전… 유구한 본좌의 나라…

단발머리 2024-09-05 12:47   좋아요 0 | URL
하아........... 한숨만 나오죠. 본좌 유지 계속할 필요 없는데 ㅠㅠㅠ

2024-09-0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5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대의 반역과 로마의 철저한 응징으로 예루살렘이 파괴되고, 유대땅 전역이 폐허가 된 후, 말 한 마리보다 싼 값에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노예로 팔려나갔다. 생존자는 뿔뿔이 흩어졌다. 유럽 여기저기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안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살았고, 정해진 직업군 안에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종교 지도자들, 왕, 귀족, 지역 유지들과의 관계를 통해 지위를 보장받았지만, 반유대주의의 폭풍이 몰아치면 그들은 유대인들을 모른 척하기 일쑤였고, 유대인들은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재산을 쌓아놓은 근거지에서 쫓겨나고, 재산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했다.

지속적인 반유대주의를 가능케 한 가장 주된 요인을, 나는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보았다.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질시.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성공으로 귀결된 운명을 지닌 사람이, 최종 역사의 주인공이 자신들이 아니라 저들, 유대인일거라는 불안한 예감.

유대인은 시대의 첨단을 걷는 초월적 사상, 즉 윤리적인 유일신관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또 당시로서는 세계 유일이라 할 만한 복지 제도까지 갖추고 있었다. (253쪽)

유독 똑똑한 사람, 똑똑한 유대인들. 어제 읽은 <사피엔스>의 이 사진이 겹쳐지는 지점이다.

<호모 사피엔스> 특징: 자신들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함.












또 하나의 요인으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유대인의 인구 팽창.

유대인은 농업 및 무역 경제의 급격한 성장, 경이로운 인구 증가라는 특징을 보인 거대한 식민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기능했다. 대략 1500년경 폴란드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500만 중에 유대인은 2-3만 명 정도였다. 1575년에 이르러 전체 인구가 700만 명으로 증가했고 유대인 수는 15만 명으로 치솟았으며 이후 증가 속도는 더욱 급격해졌다. (432쪽)

남의 나라에서 거주와 이전의 자유 없이 극히 제한된 직업군에 종사하는 유대인들은 무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경이로운 인구 증가의 맨 선봉에 선다. 불리한 조건, 척박한 환경에서도 유대인은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번성했다. 초저출산의 현시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성경에도 기술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내용이기는 한데, 그래도 한 번 써보자.

애굽(이집트)이 아프리카 북부 인근 지역의 패권을 가지고 있던 시기, 이스라엘인들이 대흉년을 피해 애굽 땅으로 대피한다. 초반의 화해 무드도 잠시,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애굽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불안의 이유가 숫자다. 저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어. 이는 미국에서 백인 여성들에게 출산이 책무로 강제되는 반면, 흑인 여성들에게는 각종 보조금을 통해 피임을 권장하는 일련의 일들과 비교된다. 나그네이며, 이방인이며, 외국인인 유대인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애굽을 다스리더니 그가 그 백성에게 이르되 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이 우리보다 많고 강하도다. 자, 우리가 그들에게 대하여 지혜롭게 하자 두렵건대 그들이 더 많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 때에 우리 대적과 합하여 우리와 싸우고 이 땅에서 나갈까 하노라 하고 감독들을 그들 위에 세우고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 괴롭게 하여 그들에게 바로를 위하여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게 하니라 그러나 학대를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여 퍼져나가니... (출애굽기 1장 7-12절, 개역개정)

일을 더 많이 시켰는데도, 밤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강인한 체력의 이스라엘 여성과 남성. 언제나 가장 두려운 건 숫자다.

인구수. 돈. 수학. 통계. 평수. 배기량. 시험점수. 근무시간. 연차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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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8-26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숫자가 다는 아닌데... 하지만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것이기는 하죠.

Unorthodox 보면 일찍 결혼해서 많이 낳길 권장하던데, 예전부터도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끄덕끄덕 하다가 연차 개수에서....????

단발머리 2024-08-27 09:46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댓글 보고 찾아보니 Unorthodox가 표지가 눈에 익네요. <시녀 이야기>와도 겹치고 타라 웨스트오버 책도 생각나고요. 약간 무서울 듯 하지만 읽어보고 싶어요.

연차개수는.... 많을수록 좋은 거 생각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떠올랐습니다. 연차 내기 어려운 사람이라서요.

2024-08-27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8-27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성경을 읽었잖아요. 음.. 한 번 본 거고 기억은 안나니까 읽었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으려나요. 아무튼 그 때 출애굽기 부분 읽을 때 말이죠, 그 때 검색을 했었나 해서 출애굽이 이집트(애굽)를 나가는(출) 이야기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막연하게 출애굽기, 라고만 생각했는데, 왜 그 노래도 있잖아요. 창세게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와~ 이런 노래요. 뭔지 아시죠? 그렇게 출애굽기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알긴 했지만 그게 이집트를 나가는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몇해전 성경 읽을 때 처음 알게 된거죠. 그걸 아니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모세가 사람들 이끌고 이집트를 나가는 이야기. 저는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읽으면서 모세.. 매력을 느꼈고요. 이건 일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으니 패쓰하고.

저는 이 책이 단발머리님에게 읽히는 시점에서 정말이지 독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동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08-29 13:1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교회 다니시는 분들도 ㅋㅋㅋㅋ 이 애굽이 지금의 이집트라는 걸 모르시기도 합니다. 그 노래는 성경목록가 ㅋㅋㅋㅋㅋ 그 노래로 요한계시록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모세에 대해 느낀 매력이라고 한다면, 저는 뭐 예전부터, 항상, 일관되게, 거침없이 모세를 사랑합니다. 같은 마음, 같은 사랑이 반가울 뿐이구요.

우리가 책을 읽어가면서 이 때가 그 때구나. 지금 이 책이 나를 찾아왔구나, 그렇게 말할 때가 있잖아요. 지금이, 제게는 딱, 유대인의 역사를 읽을 때더라구요. 구구절절 새롭고 놀라워서 읽을 때마다 저도 감동의 도가니!!
 













사피엔스를 한 권 샀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2.5번 정도 읽었는데, 그래픽으로 나온 책이 읽고 싶어 근처의 구립 도서관 2개, 작은 마을문고까지 합치면 20개가 넘는 도서관에서 찾아봤는데, 모두 대출 & 대출대기 중이고, 예약조차 불가능한 정도라서 그냥 샀다. 한 권 사면 안 되는데, 택배기사님에게 죄송한데, 그래도 한 권만 샀다. 장바구니에서 대기하고 있는 책들 많은데 모른 척 하고 샀다. 지난 번, 작은 보조배터리 나온 거 받으려고 이러저리 재다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그 사은품이 없어져버려 이제 그것도 못 받으니 에라 모르겠다, 한 권만 샀다.

며칠 전에는 큰애 베프가 집에 놀러왔다. 집 치우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버려야할 것 제때제때 버리지 못한 상태라 더운 여름 지나고 바람 불고 선선해지는 가을에 초대하자 했더니, 안 된다고 꼭 그날이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을 치웠다. 처음에는 현관에 안 신는 신발 치우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대청소 비슷하게 되어서 33도에 3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집을 치웠다. 집에 다녀간 큰애 베프가 집에 책이 많다고, 진짜 진짜 책이 많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알라딘 생활자인 나로서는 내가 책이 많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큰애 베프가 진심 놀라며 그런 말을 했다고 하니 진짜 책이 많은가 싶어 책장 앞에 서보았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큰애 베프가 돌아가서 나서 달력 종이를 제자리에 놓아 두었다. 먼지 방지용 & 햇빛 가리개이다. 새로 산 책들도 가릴 수 있고(어떤 사람이 어느 집에서 책 사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때 유용함), 로맨스 소설 가리기에도 좋다(나의 다짐: 이제 제발 그만 좀 사자). 처음에는 나름 원칙에 따라 읽은 책은 아래쪽에 깔아두고, 읽어야할 책들은 세워놓고는 했는데(이게 원칙 맞나요?), 이제는 막 뒤섞여서 선물 받은 책, 신간, 페미니즘 고전들이 서로 껴안고 난리 부르스다.

그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책을 한 권 꺼내 거실 탁자에 놓아 두었다. 일전에 사두었는데, 나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읽어서 이 책은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이라 선물하면 되겠다 싶었다. 큰애는 책선물 싫어하는 현세태의 심정을 고발하면서 싫다고, 베프도 그 책 싫어할거라고, 자기가 그 책 치울 거라고 그리 말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책을 내놓고 집을 나섰는데, 다녀와서 보니 책을 전해주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큰애 베프에게 선물한 책은 내가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책이다. 최신간은 아니고, 비교적 신간이다. 책사진을 안 찍어 두어서 등장인물로 그 책을 묘사하자면.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책, 바로 그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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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4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력 가리개가 그런 용도였군요? 먼지 방지 햇빛 가리개. 저는 보자마자 19금 책 제목 가리는건가.. 했어요. 🤣🤣🤣🤣

단발머리 2024-08-24 13:21   좋아요 0 | URL
위에서부터 5-6 구역이 19금은 아니지만 유의 구역입니다. 다락방님 뭔가 아시는 분 😜😜😜😜😜

잠자냥 2024-08-24 18:08   좋아요 1 | URL
이 인간….🤦🏻‍♀️🤦🏻‍♀️

단발머리 2024-08-24 18:32   좋아요 0 | URL
그거 알아보시는 분 ㅋㅋㅋ 그 분 잠자*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24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가리고 아웅 같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보고 알라딘에서 예쁜 책가리개를 굿즈제작 해주면 좋겠습니다 ㅋㅋ
저기 아래 반가운 제2의성이 보이고 저 위에 반가운 토지도 보이고 저기 오른쪽 위에 하늘색 앤 원서는 저도 갖고 있습니다만 못 읽었고 ㅋㅋ 가운데 파칭코 원서도 눈에 띄는군요.

단발머리 2024-08-24 17:04   좋아요 0 | URL
약간 비치는 재질도 좋기는 한데, 센치를 잘 맞춰야 할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 반갑고요, 토지 반갑습니다. 빨간 머리 앤 원서 버전이 여러 개인데 저랑 같은 것 가지고 계신 거라 하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파친코 역시 포기할 수 없고요. 매의 눈 독서괭님에게도 19금은 아니지만 주의 필요한 책들 잘 안 보이는 거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공입니다, 짝짝!!
 











먼댓글 기능이 없어져 슬픕니다. 이것은 저의 질병입니다. 먼댓글쓰기명. 긴댓글쓰기병.

저의 글에 대한 다락방님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도 히잡, 베일에 대해 이 책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는 약간 다르게 생각했는데요, ‘이 땅에 살면 여기 문화를 따라야지, 히잡을 벗어야지‘ 라는 것보다는 ‘저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쪽이었거든요. 히잡 없이 자유로운 여성들을 보고 본인의 억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라고 생각했던거죠. 이 책 읽으면서 제가 되게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히잡을 벗을 자유‘ 입니다. 본인의 종교나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히잡을 쓰고 싶다면 쓰면 되지만, 마찬가지로 그것을 벗기를 원한다면 벗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제가 편협하게 계속 그것을 억압이라고 생각했던 데에는, 그들에게 ‘쓸 자유‘는 있지만 ‘벗을 자유‘는 없다는 것 때문이었거든요. 벗을 자유가 없는데.. 그게 억압이 아닐 수 있나? 이런거죠.

그렇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역시나 이것이다 저것이다 라고 정하질 못하겠는데요, 그것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악용되기도 해서요. 그런데 그 악용 때문에 모두 벗으라고 해야 하나 싶어지면서 저는 트랜스젠더라며 비수술 상태로 여성 목욕탕에 침입한 남자들도 떠올랐고요. 명백한 하나의 답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역시나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어요.

음 그런데 말이죠, 계속해서 끊임없이 복잡하게 생각되는건, 애초에 베일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여기로 흘렀을까, 하는 거였어요. 베일이 강제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억압이라 생각했을까. 베일을 쓰지 않았다면 여기선 베일을 벗어 라는 말이 나왔을까. 베일을 벗으라는 말에 난 쓰고 싶어 라고 저항하는 건, 말 그대로 애초에 그것이 존재했고 그 문화의 혹은 인종의 특성이 되었기 때문인거잖아요? 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정리가 잘 안되는데, 그러니까 이제와서 타문화권의 사람이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질없고 그 또한 차별적 시선이겠지만, ‘저항‘이라는 상징이 있기 전에 이미 강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거였어요. 이건 제가 좀 더 정리할 수 있는 언어로 생각해볼게요.

일단 저는 베일이 저항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혹은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는 "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 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247쪽)"이 계급 형성에서 시각적 구분을 가능하게 했다고 썼거든요. 즉, 베일이 '구별'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인류 역사의 초창기부터 여성이 물성화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수단으로서, 그러니까 노예에게 시각적 표시를 강제하거나, 유대인들에게 노란 모자를 쓰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훨씬 이전부터 여성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구별'하려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명 억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 억압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고, 다른 문화에서도, 일테면 서구 유럽의 코르셋이나 중국의 전족, 최근 특히 우리나라에서 아주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형 권유'가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이 여성을, 특히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도구죠.

다만 저는... 저항의 상징이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악용될 수 있는 히잡의 사용에 관해서, 그 판단은 여전히 '이슬람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가 예정되어 있는 '히잡 금지 법령'은 그들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글로벌화 정확히는 서구화 되는 과정 속에서, 이제 서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유일한 지역은 이슬람이라고 보거든요. 아,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동포 북한이 있지요. 자료 사진을 한 장 첨부합니다.



제가 알기에, 지금 전 세계에서 자신의 전통의상을 공식적인 자리에 입고 나오는 문화권 혹은 세력권은 오직 이슬람권이 유일합니다. 저는 그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우리만큼 여성혐오와 억압으로 똘똘 뭉쳐진 문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구세력에 대항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그들에게 히잡 착용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일은 억압이죠. 히잡은 억압으로 작동하고요. 하지만, 그 베일을 여성혐오에 앞장섰던 서구 남성들이, 너희들은 뭘 몰라,라고 말하는 서구 여성들이 '벗기고자' 할 때, 그 문화 구성원으로서 살아왔던 경험을 가진 이슬람 여성들에게 그건 분명 모욕적인 일이 될 거에요.

그래서, 다락방님께서도 댓글에서 밝히셨듯이, 그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을 자유'를 원할 때, 그들이 살해되거나 협박받는 일이 없도록,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베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랑하는 정희진선생님 말씀처럼 여성혐오는 인류문화의 시작점이 확실한 듯해요. 일부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군가인지를 알아갔던 거죠. 물론 그 나.... 그 '나'는 남자.

밤이 깊어갑니다.

화이트와인과 오징어젓은 어떤 조합을 보여줬는지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이거 쓰면서 한 캔 했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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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3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히잡이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지금이라서‘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게만‘ 가능해질 수 있죠. 히잡을 쓰는게 저항이 되는건 자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잖아요. 자국내에서는 그저 흐름을 따를 뿐이고요, 그럴 경우에는 그야말로 ‘벗을‘자유가 필요하고요. 타문화권에서 ‘벗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자국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걸 썼든, ‘니네가 뭔데 나한테 벗으라 마라야?‘ 하게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이게 굉장히 복잡하고 결론이 안나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그러니까 이게 참으로 복잡한 것이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이 책 때문이었어요.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것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점에서 책읽기가 참 좋은데요, 제가 쉽게 혹은 단순하게 결론내렸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여기엔 또 어떤 복잡한 의미가 있을까, 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되겠죠. 정말로 제가 그렇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인간은 애쓰지 않으면 단순하게 결론내기 쉬운것 같아요.

화이트와인은 마시지 못했는데 그에 대해선 제가 지금 페이퍼로 풀겠습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니까 손수건 꺼내고 각오하세요..

단발머리 2024-08-23 12:00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자신의 삶과 신체의 주인‘으로서 자의대로 히잡을 벗겠다는 여성에 대한 지원이 있었야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부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거 같기는 해요. 저는 이 부분 생각하면서 흑인 여성들이 생각났는데요. 자매애를 강조하면서도 인종차별적 언행을 서슴치 않는 백인 페미니스트와 인종적 저항을 말하면서도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는 흑인 남성들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들의 상황, 처지가 좀 생각나더라구요.

내 말이 옳다,는 강요 없이 상대방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겠죠.

제 손수건, 일반 손수건보다 조금 더 커요. 꽃무늬 손수건이 흠뻑 젖었다는 소식입니다. 너무 슬픈 이야기였어요.

다락방 2024-08-23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저 펜 통.. 이라고 하나, 저거 혹시 알라딘 굿즈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뭘 사면 얻을 수 있나요??

후렝치파이 애플망고맛 있다는 거 지금 처음 알았어요. -.-

잠자냥 2024-08-23 10:27   좋아요 1 | URL
초중고 참고서 사면 저런 필통 주던데요?
근데 다락방님 저런 필통 있으면 정리 잘 할 거 같죠??
다부장.... 꿈 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3 10:38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저런 통을 다이소에서 몇 개 사놓긴 했거든요?

(그 뒤는 말하기 생략)

단발머리 2024-08-23 12:03   좋아요 0 | URL
저 펜 통은 1) 알라딘 굿즈가 맞으며 2) 현재 이벤트 상품은 아닙니다.
일전에 (2년 전쯤) 알라딘에서 이벤트 해서 준비해 두었는데, 큰아이가 가져가더니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것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잘 닦아서 김치냉장고 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정리정돈의 시작은 수납장 구입이죠. 이상 정리정돈에 취약한 단발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8-23 15:27   좋아요 0 | URL
후렌치파이 애플망고맛 신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맛은 그닥ㅋㅋㅋ 저는 사과맛이 나은거 같아요. 참고바랍니다!

잠자냥 2024-08-23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아만든 배 한 캔이라니... 이건 좀..........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 한 캔도 아니고....-_-

단발머리 2024-08-23 12:04   좋아요 0 | URL
출생 이후 한결같이 금주 생활에 여념이 없는 1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아만든 보리 넣어 발효한 맥주라~~ 어떤 맛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8-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3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8-23 12:20   좋아요 0 | URL
크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름이 핵심이네요. 우아,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