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8쪽)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그래도 털어놓는 나의 독서 근황.










두꺼운 책을 못 읽고 있다. 『사상의 좌반구』를 빌려왔는데, <포스트 여성성>만이라도 다 읽으려 했는데, 3분의 1 밖에 못 읽었다. 『폴 존슨 기독교의 역사』는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가 좋아서 상호대차했는데 시작도 못했다. 오늘 반납하러 갔는데, 장서 점검 중이라 반납도 안 된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넥서스』도 계속 ing다.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는 2권을 끝내고 3권 읽는 중이다. 장르는 스릴러지만 각각 다른 게, 1권은 쫀득하고, 2권은 달달한 느낌이 강했는데, 3권은. 교외 중산층 가정 이야기 나오는데, 숨이 컥컥 막힌다. 역시나 가정사에 약한 주부되시겠다.












들고 다니는 책은 『앨리 러셀 혹실드』와 유발 하라리의 『Money』. Vintage Minis 시리즈는 작가의 책을 주제에 맞춰 발췌한 책이다. 하라리여서 기대가 컸는데, 아... 글자 크기 어쩔것이냐. 글씨가 너무 작아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다. 나의 노안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출판사를 한껏 원망해 본다. 책이 작고 예뻐서 좋아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다. 저 아니에요, 진짜로.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를 아마존에서 '1클릭'으로 구매해서 아이패드로 읽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글자를 크게 키워서 읽다가 작은 책으로 읽으려니 돋보기를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킨들을 사야겠다 싶은데, 어떤 걸 사야 하나, 사고 나서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기계치의 두려움과 걱정을 얼리어답터들이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결국은 살 것이 분명하기에 알아봐야 하는데. 하/는/데. 알아볼 여력이, 에너지가, 힘이, 흥이 부족하구나. 『Lucy by the Sea 』도 계속 읽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창조적 시선』을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피아제의 이론을 창조성과 연결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창조적 능력이란 자신이 이미 보고서 머릿속에 기록해놓았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새롭게 연결하는 편집 능력이다. 새롭게 편집하여 '표상'하고 그 새로운 편집 결과에 대한 개념, 즉 '메타언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창조성의 핵심이다. (739쪽)

창조적 능력이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이라는 주장을, 나는 김정운님이 아니라, 장경철님의 글(『책읽기의 즐거운 혁명』)에서 먼저 읽었다. 20년 전 일이다. 핵심은 맥락, 관계, 그리고 위치성이다. 관심 가는 몇 군데만 짧게 짧게 읽고 반납하려고 하는데, 1년에 두어 번 내가 읽는 책을 가져가는 사람이 이 책에 관심을 보여 구매(97,200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찬찬히, 꼼꼼히 읽으리라.(는 다짐을 여기에 적어 두고)



아쉬운 마음에 에필로그를 읽었다. 1028쪽이라는 방대한 양의 책을 마친 저자의 심경은 어떨까. 그의 마지막 말은 뭘까. 이런저런 책을 쓰고 싶다. 그게 그의 '최후' 심경이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24곡을 내 언어로 번역'한 책을 쓰고 싶고, '카드와 노트의 차이를 젊은이들이 실제 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 쓴' 책을 쓰고 싶고, '<문명은 질투>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싶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닷가에서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이렇게 지내다가 다 늙으면 '노인과 개'라는 책도 쓰고 싶습니다. 노인과 바다에 버금가는 책이 될 겁니다.

아, 이 책들을 다 쓰려면 난 아주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

난, 아예 안 죽을 수도 있습니다. (968쪽)

인간 공통의 꿈, 영생불사는 이렇게도 그려질 수 있겠다. 그럼 인류 본연의 간절한 소망에 내 것을 더한다고 해서 해될 것이 무엔가.

저 책들 다 읽고, 빌려놓은 책들 다 읽고, 사 놓고 안 읽은 책들 다 읽어야겠습니다.

난 아주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난, 아예 안 죽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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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6-18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열독중이시네요 이럼 언제 노나 대체 🧐🥸🤨😱😡

단발머리 2025-06-18 23:19   좋아요 0 | URL
완전 열독 중이라 오늘은 가열차게 ㅋㅋㅋㅋㅋㅋ 이불정리했어요. 장마 대비 이불 교체 ㅋㅋㅋㅋㅋㅋㅋㅋ
장마를 기다리며 이불 빨래를 내놓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6-19 13:16   좋아요 0 | URL
이불 빨래 해야하는 여자는 정작 아 하기 싫은데 하기 싫은데 하기 싫은데 이러면서 노려보기만 하고 있는데 완전 바지런해, 역시 단발님은, 대체 못하는 게 뭡니까? 알려줘요.

독서괭 2025-06-18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다락방님이 좋아하시겠네요. 여기 영생을 꿈꾸는 자 한명 추가됨 ㅋㅋ

다락방 2025-06-18 22: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영생불사를 불태우는 독서의 밤 되세요! 📚🔥🌰 책불밤!

다락방 2025-06-1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지 말고 삽시다!! 저도 죽을 수가 없어요. 읽을 책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2:22   좋아요 0 | URL
읽을 책만 많을까요?ㅋㅋㅋㅋ 오고 있는 책들도 많지 않나요?
건강 카테고리 따로 만들까봐요. 요가-달리기-건강식 페이퍼로 가득한 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6-1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유튜브에서 가수 코쿤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음악을 늦게 시작한만큼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오래 살면 같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산다구요.
책을 읽어야 해서 오래 살아 죽지 않을 수도 있겠단 글을 읽으니 문득 코쿤이 저 문구를 읽었나? 싶군요.ㅋㅋㅋ
우리 모두 오래 살아요.^^
아, 이것도 생각나네요.
어젯밤엔 그냥 일찍 잠들려고 저녁부터 누워서 오디오북 들었거든요. 고미숙 선생님 편의 글이었는데 옛날엔 125살에도 살 수 있어서 지금의 100세 인생을 놀랍게 바라볼만한 것도 아니다?….잠결에 비몽사몽으로 들어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ㅋㅋㅋ
암튼 오래 살 수 있겠네? 그런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아침에도 단발 님 장수 글 읽으니.,ㅋㅋㅋ
우리 오래 살아요.^^

수이 2025-06-19 13:15   좋아요 1 | URL
언니가 말한 고미숙 샘 문장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느낌상 139세까지 가능할 거 같은 느낌이라니!!

책읽는나무 2025-06-19 23:41   좋아요 0 | URL
아…그리된다면 장수상을 받고 싶네요.ㅋㅋㅋ
저는 워낙 저질 체력이라 나름 노력 많이 하고 있긴 합니다만…139세까지 골골거리지 않고 과연 버틸 수 있을지?ㅋㅋㅋ
근데 나만 오래 살면 뭣하나요?
심심하게시리…
다들 노력해서 139세까지 같이 읽고 놀아봅시다.ㅋㅋㅋ
 


<프렌즈>(언제적 프렌즈인가요,의 그 프렌즈. RM이 영어 공부 교재로 썼다는 그 프렌즈)에 로스가 모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가 있다. 좋아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다음을 생각하고 싶고 진지해지고 싶지만, 그럼에도 하지 못하는 말, 끝내 미뤄두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I love you.' 그러니깐, 'I love spending time with you.' 혹은 'I'm in love with you.'까지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되는.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가 그렇다. 남자친구 브록은 매력이 넘치는 데다가 밀리를 소중히 여긴다. 항상 헌신적이고 섣불리 밀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브록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밀리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인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나를 배려해 주는데. 이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은데, 이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그래야지, 그렇게 해야지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게 잘 안된다. 꼭 해야 할 말을 미루고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꼬여있는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나중에서야 밀리는 알게 된다. 나를 위하고 있다는 그 말에 100%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런 노력 없이, 특별한 결심 없이 'I love you.'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브록을 좋아하지 않았구나. 'I love you.'라고 말하기를 계속 주저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구나.

『The Housemaid's secret』를 읽은 후에, 나 혼자 보는 독서일기 '2025년 슬기로운 원서생활'에는 이렇게 써두었더란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감추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행동에서, 말에서...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척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때, 좋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닐 때, 그게 진짜 비밀이다. 비밀은 조만간 탄로 난다.

곧 알게 된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지만... 아니다. 다 안다. 온 세상이 다 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빼고 다 안다.

이미 다 알고 있다. déj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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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6-16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을 맛이!!

단발머리 2025-06-16 18:53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5-06-17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하우스메이드 2권까지 끝내신겁니까?! 대단합니다!!
3권도 바로 읽으실건가요? 3권은 아직 번역본이 안나왔어요. 2권의 내용은 제가 알지만 3권은 모릅니다. 읽고 써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6-18 08:28   좋아요 0 | URL
3권에 핫가이 나옵니다. 저는 핫가이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아니었네요.
저, 핫가이 좋아하네요. 좋아하네,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 밀리의 연애생활 나오는군요!! 2권 바로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궁금.. 심지어 3권에 핫가이 나옵니까? 꺄올

단발머리 2025-06-18 19:27   좋아요 1 | URL
핫가이 나옵니다!! 제가 핫을 좋아하더라구요. 저, 커피 웬만하면 아이스 마시는데 말이지요.
핫가이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9 18:30   좋아요 1 | URL
땡투하고 주문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6-19 18:43   좋아요 0 | URL
👍😘😎
 












내 비밀이라 하자면, 내가 『사상의 좌반구』 읽고 있는 거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 특히 잠자냥님한테 비밀이다. 잠자냥님이 알면 "오, 단발머리님? 이 책 샀어요? 좋지요, 이 책?" 하고 물을 텐데, 나 이 책 안 샀다, 아직은.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상호대차, 다른 구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서 나름 어렵게 빌린 것임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부분만 살짝 읽어보고 싶어서 빌렸다. 아직 구매 안 했으니까, 다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내가 이 책 읽는 거, 비밀이다.


엄마한테 화분 맡긴 거, 비밀이다.

지난달에 화분을 선물받았다. 별 기대도 없었는데, 내 것도 따로 챙겨주셔서 마음이 좋았다. 퇴근하면서 사진을 찍어 친정 단톡방에 자랑했는데, 예쁘다~ 화사하다~ 이런 말은 온데간데없고. 너, 그거 못 키울 거 같으면 이리 가져와~라는 말을 들고야 말았다. 아니라고, 나도 키울 수 있다고, 일주일은 내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했는데. 엄마의 예언은 항상 옳았으며. 그저께 출근 전에 친정 잠깐 들려서 수박이랑 친구가 선물해 준 예쁜 망고 2개를 가져다 놓으면서 이 화분도 살짝궁 놓고 왔다. 이렇게 예쁘던 아이가 우리 집에서 큰 고초를 겪더니, 이렇게 되었다. 엄마에게 갔으니 부활하리라 믿는다.





조성진 시디 잃어버린 것도 비밀이다.


분명 운전석 옆 함에 넣어 두었던 거 같은데, 어디 갔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클래식 잘 안 듣는 사람이지만, 조성진은 가끔 듣는단 말이지요. 속상한 마음에 조성진 시디 하나 샀다. 잭 리처는 표지가 예뻐서 샀고, 김금희 씨 책은 작가님에게 고마운 마음에 샀다. 빈티지 미니 시리즈는 전에 친구가 제인 에어의 『 Independence 』 선물해 줘서 알게 됐는데, 그 시리즈가 다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 유발 하라리의 『 Money 』 샀다. 다음에는 하루키 살 예정이다. 빈티지 미니 시리즈 하루키 편의 제목은 뭘까. 그건 진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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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6-13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단발머리님? 이 책 빌렸어요? 좋지요, 이 책?˝ 🤣🤣🤣

단발머리 2025-06-13 16: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고요!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많이 나와서 좋아요!🤣😍😎🤩🤪

잠자냥 2025-06-13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셨어요? 단발머리 님이 좋아하시는 분 일단 두 분 나오시네요. (유시민/정희진)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89603

단발머리 2025-06-13 16:12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분 두 분 알아주심 감사드려요~~
근데 저 근무시간입니다. 지금도 근무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토요일이면 하루 종일 가능한데 ㅠㅠㅠ
왜 금요일이에요. 왜 낮이에요. 왜 50석 밖에 안 돼요.

망고 2025-06-1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랑코에 화분이네요ㅋㅋㅋ저거 다육과로 진짜 기르기 쉬운건데요ㅋㅋㅋㅋ 저건 잎만 똑 따서 흙에 꽂아두면 뿌리가 내리고 줄기 잘라서 꽂으면 카랑코에 화분 하나 뚝딱 나오는 번식력 최강 식물이고요🤣 꽃이 저렇게 시들해진 건 아마 단발머리님이 분갈이를 안 해주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

단발머리 2025-06-13 17:46   좋아요 1 | URL
네~~ 망고님! 돌아오는 길에 저도 저 카랑코에가 키우기 쉬운 식물이란걸 알았습니다. 상 중 하 중에 난이도 하 였구요 ㅠㅠㅠ
지금 망고님 댓글 보고 분갈이 찾아보고 왔습니다.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군요. 화분을 사는 건 알겠는데, 다른 흙은 어디서 구해야하는지... 적당히 배합된 흙을 살 수 있는지... 즐거운 금요일 밤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네요 ㅋㅋㅋㅋ

망고 2025-06-13 18:51   좋아요 1 | URL
ㅋㅋㅋ배양토는 마트나 다이소 물론 꽃가게에도 팔아요 단발머리님 가까이에 늘 팔고 있었을 겁니다ㅋㅋㅋ화분도 이쁜걸로 사서 분갈이 잘 해주세요

단발머리 2025-06-13 18:58   좋아요 1 | URL
일단 배양토 사야하고 화분 사야하구요. 다이소 말고 망고님 가까이에 살고 싶네요. 주중에 하게 되면 알라딘에 올릴게요 ㅋㅋㅋㅋ 가능할 것인가🤣🤣🤣

책읽는나무 2025-06-14 0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이 이리도 많으셔서 어쩐답니까?
이런 비밀스런 여자.ㅋㅋㅋㅋ
비밀이 한아름이라 풍경은 멋지군요.ㅋㅋ
조성진과 김금희 작가의 완주 책 눈에 띕니다.
가랑코에 화분을 보구서 어, 저건 키우기 쉬운데? 저도 그 생각 좀 했었는데 단발 님 어머님이 화분을 좋아하시나 보다. 대신 키워서 가랑코에 꽃을 보고 싶으셨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분홍꽃이 피었군요.
전 노랑 가랑코에를 키웠었는데 꽃이 정말 오래가서 키울 맛이 났어요.
근데 다음 해부터 꽃은 못보고 이파리만 열심히 돌봄 중이구요.ㅜ.ㅜ
근데 진짜 이파리들이 넘 잘 자라서 윗대를 꺾어 그 옆에 심어두면 계속 쑥쑥 자라나더군요. 자라나는 속도에 늘 감탄하면서 키울 수 있는 화분인 것 같아요.
근데 꽃을 매해 못봐서…ㅜ.ㅜ
분갈이가 답이었던가? 저도 망고 님 댓글을 읽으면서 갸웃해 봅니다.
분갈이 해서 꽃을 피우게 되면 팁 좀 알려 주세요. 비밀로 해드릴게요.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4 09:36   좋아요 1 | URL
미스테리의 화신으로 불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저 너무 신기한게 너무 저 화분 선물받고 나서 *이버로 사진 찍어서 그게 뭔지 확인했거든요. 이름이랑 키우는 법. 물 가끔 주고 환기 잘 되면 된다고. 난이도가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망고님도 책나무님도 딱 보시고 뭔지 아시고 키우기 쉬운 종인줄 아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오래가서 키울 맛이 난다고 하시니 저로서는ㅋㅋㅋㅋㅋ 저를 탓할 뿐입니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아이조차 살 수 없는 이 척박한 땅, 제가 바로 거기에 산답니다.
그래서! 망고님 말씀대로 분갈이 도전해보려합니다. 성공하게 되면 다음 이야기 올릴게요. 일단 엄마집에 갔으니 간단한 응급조치는 되었을거라 믿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6-14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카랑코에 꽃 못 보고 잎만 무성하게 자라난 화분을 기르는데요 그것도 많이ㅋㅋㅋㅋ자르고 꽂아 놓으면 뿌리내려서 너무 잘 자라서 지겨울정도ㅋㅋㅋㅋ근데 얘네 꽃을 보려면 밤이 길어야 한대요 실내에서 기르니 방 조명이 밤늦게까지 켜 있어서 꽃대가 안 올라온답니다 저녁6시쯤부터 까만 봉투를 화분에 씌워두고 낮에 햇빛 보게 벗기고 또 저녁에 씌우고 이렇게 한달정도 하면 꽃대가 올라온대요 하지만 전 귀찮아서 그렇게 못 해서 늘 잎만보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분갈이는 뿌리가 너무 꽉 차면 건강하지 못 하니까 해주는 거고 카랑코에 꽃을 보기 위해선 또다른 작업, 밤을 길게하는 작업을 해 줘야 한다는 말인거죠🤣

책읽는나무 2025-06-14 22:31   좋아요 1 | URL
아. 밤을 길게 해줘야 하는 거였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망고 님은 정원사!👍
저는 화분을 몇 개 키우고 있어도 늘 물만 주고 키우는 수준이라(분갈이도 잘 안해주는 편인지라 애들이 늘 비실비실) 식물들한테 늘 미안하네요. 그래도 늘 죽이고 사고 또 죽이고 사들이고.ㅋㅋㅋ
일단 쟤를 까만 봉다리를 찾아서 어디 한 번 시도해 볼까? 싶네요.
과연 꽃을 피울런지?^^
꿀팁 감사합니다. 망고 님^^

2025-06-15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5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6-18 08:30   좋아요 0 | URL
인증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대나무숲인가요? 비밀 말하는 곳? 앞으로도 많이 털어놔주시길 바랍니다ㅋㅋㅋ
예쁜 화분이 겪은 고초 사진 보며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이번에 첫째가 하고 싶어해서 내파를 심었.. 아니 담갔는데 설마 그건 잘 자라겠죠? 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19:29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알라딘이 전담해서 제 비밀 관리해주지 않으면 말이지요. 전 바로 대나무숲의 그 모자 만드는 사람이 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내파를 심었다고 하셔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대파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20:11   좋아요 1 | URL
대파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찰떡같이 이해하시는군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0:15   좋아요 0 | URL
🫢🤗😘
 













『The love hypothesis』의 올리브 엄마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올리브는 대학원에서 췌장암 조기 진단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 담당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은퇴하게 되어 다른 대학 실험실을 알아봐야 하는데, 면접을 보게 된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fake boyfriend인 애덤의 지인이자 선배이기도 한 톰 벤튼 교수다. 연구 과제에 대해 질문하던 톰은 올리브에게 개인적인,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물어본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짜 말하기 싫었지만 올리브는 대답한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의 노력이 엄마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엄마에게 도움이 될 법한 특별한 성과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그 연구를 계속해야 하기에 올리브는 말한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자체는 비밀이 아니지만, 엄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올리브에게는 감정적 동요가 일어난다. 금방 울보가 된다. 올리브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 끝내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다. 베프인 안과 룸메이트인 말콤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야기.



그런 올리브가 애덤에게는 엄마 이야기를 한다. 묻지 않았는데, 말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말한다. 말하고 싶어 한다. 주사를 맞지 않으려 떼쓰는 어린 올리브를 달래기 위해 엄마가 준비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대해 말한다. 눈물이 금방 차오르지만, 말하고 싶어 한다. 내 이야기를, 내 비밀 이야기를, 올리브는 애덤에게 하고 싶어 한다.


모든 비밀이 약점인 것은 아니지만, 비밀은 약점이 되기 쉽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랑할 수 있으되, 자랑할 수 없는 어떤 것은 결국에는 말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자랑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말할 수 있는 비밀의 범위 이내에서 '말해지는 것'이다. 비밀은, 말해질 수 없을 때 비밀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래서 비밀을 털어놓고 나면, 금세 그 사람은 취약해진다. vulnerable. vulnerable 상태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그러니까 스스로의 결정으로 그런 상태에 처하려고 한다. 올리브가 애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 자신의 비밀을, 나 자신의 아픔을, 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아직 하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밀리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그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를 거라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자신을 계속 사랑해 줄 거라는 확신 중 어느 마음이 더 큰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털어놓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밀리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비밀을 그에게 말하지 못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탐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비밀이라기 보다 신상을, 두 번 만났을 때부터 가차 없이 털어놓았던 그녀. 나는, 끝내 말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하고 싶은 자에게 말하게 하라. 털어놓고 싶은 사람에게 털어놓게 하라. 하지만, 저의 비밀을 물으시다니요. 제 인생의 비밀을, 복잡한 구내식당에서 듣고 싶다니요. 식사 시간이 25분 밖에 안 되는데, 밥을 씹으면서, 국을 퍼먹으면서 제 인생의 제일 곤란했던 시절에 대해 '말하라'니요. (그렇습니다. 비밀을 잘 털어놓지 않는 나,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낸 사람들로부터 속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나는, 여기 알라딘에서 내가 곤란했던 그 순간의 암담함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한없이 무서웠습니다.)


비밀은 큰 것일 수도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천하의 비밀인 줄 알았는데, 나 이외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내 딴에는 엄청나게 큰 실수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작은 실수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큰 불행 속에 현재까지 고통받는 사람에게 내 비밀은, 하늘이 무너질만한 큰 비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안고 있을 때, 내가 품고 있을 때, 내 비밀은 내겐 너무 버거운 그 무엇이다. 전 우주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고,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이며, 그래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마존 들어가서 이북 구경하다가 housemaid 시리즈 세 권이 묶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다음 날 들어가서 프리단 다른 책들 구경했는데. 분명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Thank you~~ "로 시작하는 문장이!!!!!!


노란색 1 click 누른 사람 누구냐. 그 사람 진짜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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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12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니까 하우스메이드 시리즈 세 권을 전부 말입니까!! ㅎㅎㅎㅎㄹ

단발머리 2025-06-12 19:04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깐 노란색 버튼 클릭한 사람 누구냐고요 ㅋㅋㅋㅋㅋㅋ
 
















이재명 대통령을 본 건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였다. 교보빌딩 앞 차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이재명 시장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그 뒤를 몇몇 지지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키가 작았다. 혹은 작다고 느껴졌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박근혜에게만 집중하기에도 바쁜 나날이었다.


내 손으로 뽑은 첫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부터 이후까지 여러 번의 선거가 있었고, 그 세월 동안 나는 한결같이 파란색 당 지지자다. 당원은 아니지만 당과의 일체감은 어떤 열성당원 못지않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재명에게는 약간 걱정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러니깐, 이재명이 싫다거나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의 정책과 집행 능력이 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받아들이기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 그의 정책은 아직은 '과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나쁜 쪽으로는 아니었고, 좋긴 한데 가능할까, 이런 느낌이 강했다. 적절한 예가 없어서 급조한 예를 들어보자면. 그러니까 내게 이재명은.


사고 싶은데 가격이 좀 나가는 근사한 원피스 같은 느낌이었다. 원피스가 필요하다. 내 몸에 잘 맞고 나를 근사하게 만들어줄 원피스. 차려입어야 하는 자리에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가끔 생기는 그런 자리에 입고 갈 만한 원피스가 필요하다. 길이도 적당하고 색상도 얌전(네이비)하고 좋은 재질의 원피스. 나의 단점을 커버해 주고 나를 우아하게 만들어줄 디자인의 원피스. 마침, 그런 원피스를 발견했다. 원래는 더 비싼 제품인데, 지하 1층 행사장에 전시된 제품이라 4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고민의 핵심은 가격에 있지 않다. 원래 가격이라면 어림도 낼 수 없겠지만, 이 가격이라면 구매를 고민해 볼 만하다. 이걸 하나 구매하면 생각보다 오래 입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든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 옷이 너무 좋은 옷이라는 데 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옷을 입어도 되나. 내가 이렇게 비싼 옷을 사도 되나. 내가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나.

내게 이재명은 그런 느낌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인 나라에 내가 살 수 있다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재명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는 그 일이 6월 3일 화요일 밤에 이루어졌고, 그렇게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이 되었다. 과한 옷을, 내게 과한 옷을 드디어 선물 받고 만 것이다. 생일도 아닌데,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데. 나는 받고야 말았다. 이재명이라는 선물을. 이재명이라는 근사한 선물을.

취임 선서 낭독 후 첫 일성이 국회 청소 노동자를 만나는 일이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영상도 보았다.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일렁인다. 대통령에 대한 보도가 쏟아진다. <소년공, 대통령 되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 서민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 대선 토론장은 가장 고생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 간의 '고통 경쟁', '고통 호소'의 장이 될 것이다. 그 고통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 유력한 정당의 대표가 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 대표와 대통령이 되는 길은 비슷하면서도 똑같지 않다. 가끔 국민들은 바보 같은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곧 그 결정을 철회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오랫동안 사람을 잘못 볼 수는 없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난,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람들은 그걸 '예술적 승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렇게 변신했을 때, 그 영광은 이전의 고통과는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완벽하게 다른 형태와 모양을 지닌다. 나쁜 것에서 가끔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쁜 것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나오는 건 아니고, 고통과 고난, 그리고 고생이 주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라는 건 확실하다. 고통은, 피하고 싶은 그 무엇이며, 중단시키고 싶은 어떤 순간이다.

이재명은 자신의 고통, 자신의 고생,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다. 피하지 않고 직면한다. 잊지 않고 반복해서 말한다. 자신의 과거, 자신의 계급, 자신의 출신에 대해 자랑스러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틈만 나면 자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걸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고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종종 아니 자주. 나의 과거, 나의 계급, 나의 출신에 대해 부정한다. 부정하고 싶다. 그건 말하기 싫은 어떤 것이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벗어난 사람만이 되돌아갈 수 있다. 극복한 사람만이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재명의 훌륭한 점, 그의 범상치 않음은 자신의 고통,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태도에 있다. 14살의 아이가 여기저기 공장을 전전하며 남의 이름을 빌려 취업을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팔에 장애를 입고 나서도 계속해야만 하는 삶이라는 굴레를, 그 끈질김을 그가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행세하지 않았다는 것. 스스럼없이 청소 노동자의 손을 잡고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손을 맞잡는다는 것. 내가 이재명에게 사로잡히는 지점은 바로 거기다.

유능함은 지도자에게 당연히 필요한 덕목이다. 중고생 교복 무상 지원과 산모를 위한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과일 공급과 만 24살 청년들에게 지급된 1인당 100만 원의 '청년 배당'. 공약 실천율 89%의 이재명은 유능한 행정가이다. 일개 자치 단체장에서 대통령까지의 영전은 그의 행정 능력을 시민들이 알아봐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능한 사람이 좋다. 말을 알아듣는 사람, 말을 잘 알아먹는 사람이 말 그대로 국민의 '심복'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도 혼자 생각한다. 혼자만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마음인가. 따뜻한 마음. 약한 사람에게 먼저 찾아가는 마음.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그 처지의 자신을,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는 마음. 자신의 성취를 뽐내지 않으면서 먼저 손 내미는 마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마음인 건가. 진공 청소기를 돌리며, 대통령의 첫 일성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내가 했던 생각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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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6-05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재명 대통령을 잘 모르지만, 단발님이 ‘과분한 느낌‘으로 비유해주시니 기대해 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5-06-05 13:18   좋아요 1 | URL
혼자 하는 건 아니니까요. 대통령이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근데 이전 정부 보면 딱 그 대통령에 그 장관, 그 정도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일 하더라구요.
좀 다를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요. 기대고 싶습니다.

잠자냥 2025-06-05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첫 행보가 청소노동자 찾아갔다는 기사 보고 좀 울컥하더라고요.
퍼포먼스라고 할지라도, 그런 퍼포먼스조차 개념에 없던 정부 이후 그런 모습을 보니.. 눙물이...
이제야 뭔가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ㅠㅠ 3년 동안 뭘 본 건지....

단발머리 2025-06-05 13:20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잠자냥님. 퍼포먼스라도 말이지요. 저는 퍼포먼스가 나쁘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하는 척도 안 했던 그 무도한 정부를 우리가 3년이나 봤던 거 아닙니까. 못 볼 거... 우리가 많이도 봤지요.
한 번에 안 되겠지만, 아무튼 사회대개혁의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다 만족할 수 없겠지만....
제 소원 여기에 하나 말해도 돼요? 최저임금인상. 전폭 인상을 저는 일단 신청해 봅니다 ㅎㅎ

잠자냥 2025-06-05 14:05   좋아요 2 | URL
전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살포시 놓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05 15:22   좋아요 0 | URL
저는 비정규직에 1.5배 임금 지급 살포시 놓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6-05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뉴스보다가 저번 대선 시장에서 한 연설이 나오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얼른 방에 들어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래도 고생을 해 본 사람, 경제적으로 좀 궁핍해 본 적도 있고 이것저것 경험도 많이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말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공감할 수 있으니까...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해서 아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단발머리 2025-06-05 18:02   좋아요 1 | URL
아.... 네, 망고님 말씀도 맞아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 봤던 사람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정말 그렇죠. 저는 어렵게 살다가 쌩 깐(?) 사람들, 더 지독한 사람들 많이 봐서요 ㅠㅠㅠㅠㅠ
간절한 마음 변치 말고 부디 국민을 위한 정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onderful 2025-06-05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지않고 일 열심히 할거같아요. 믿음이 갑니다.

단발머리 2025-06-06 18:59   좋아요 0 | URL
네~ 그럴거 같아요. 야근에 김밥에 ㅋㅋㅋ 이거 실화나요?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6-07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명대통령에 대한 단발님의 비유 재밌게 읽었네요. 그런 마음도 있구나 해요. 저는 뭐 단발님같지는 않고 그래도 이제야 사람이 정치를 하겠구나. 그간의 정치가 저것들이 사람이냐하는 날들의 연속이라 그것만 해도 감개무량합니다. ㅎㅎ 국민들의 기대가 큰만큼 부디 이 정부가 성공적인 행보를 걸을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5-06-09 21:03   좋아요 1 | URL
저것들이 사람이냐~~~ 의 시간이 길기는 했지요. 감개무량하기도 하구요.
바람돌이님과 한 마음으로 이 정부가 성공적인 진짜 국민주권정부 되기를 바래봅니다. 간절히~~

책읽는나무 2025-06-08 0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소 노동자 분들과 악수 하시는 장면을 보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마음으로 그 손을 맞잡았을지 그 마음이 짐작이 가 찡했었어요.
여동생과 어머님 생각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어머님도 아들이 대통령 되는 걸 보셨더라면 참 좋았을텐데…싶기도 했구요.
암튼 주사위는 던져졌고 걱정이 앞섰지만 이젠 그 걱정 접고 무조건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열심히 일 해줄 것이란 기대와 응원을 보내봅니다.

단발머리 2025-06-09 21:05   좋아요 2 | URL
네네~~ 저는 임기 첫날 야근에 다음날 점심 김밥 한 줄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이 장면, 청소노동자들과 손잡는 장면에서 많이 뭉클해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걱정도 많고 경제 상황도 많이 안 좋지만 잘해나가기를 바래볼 뿐입니다. 아무튼 큰 걱정은 덜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