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미즈의 글을 읽는다.

소설이 아니고, 응축해 놓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비교적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고 있어서 따라읽기 딱 좋다. 1회독 뿐만 아니라 1권 이상 구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짧지 않은 시간, 여성주의 책을 읽어오면서 나는 여러 번 생각했고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이 나라가 여성혐오의 착실한 추종자였던 우리가 그 굴레를 '표면적'으로나마 벗어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정상' 상태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작금의 상태, 전쟁 때보다 더 강렬하다는 0.7(2024년도 3분기)의 초저출산율은 개개인의 인식 변화의 진폭을 보여준다.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인식차, 남성과 여성 간의 인식차, 특별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가 현재를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그게 전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를 나는 궁금해한다.

인도에 사티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열녀문이 있었다. 여성 폭력, 아내 폭력이 속담으로 박제되어 대대손손 전해지던 우리다. 가정 폭력은 주로 '주사'의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조선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증언 중에 '술을 너무 마신다'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은, 술-주사-가정폭력의 무한반복 결속을 보여주는 확실한 실례다. 그랬던 우리다.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나는 전쟁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끔찍한 한국 전쟁의 결과로 모든 것이 '0'이 되어 버린 암담한 상황에서 신분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똑같이 출발선에 설 수 있었던, 예상치 못한 '불굴의 조건'이 이런 변화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에는 언제나 교육이 자리한다.

우리 부모님은 학교에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공립 학교는 수업료가 없었으며 자녀가 많은 가정의 기숙 비용은 정부가 부담했다. (75쪽)

다시 한번 행복한 우연이 나를 도왔다. 선생님이 오셨을 때 우리는 밭에서 순무를 자르고 있었다. 그녀는 "마리아, 프랑스인들이 트리어에 새 학교를 열 예정이란다. 지금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4년 뒤에 졸업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그 후에는 교육 기관에서 공부해 공립 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단다. 관심 있니?" 물론 그랬다. (79쪽)

하녀 견습 과정을 거쳐 결혼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거부한 산골 소녀 마리아 미즈에게는 행복한 우연이 계속된다. 그녀에게는 상급 학교에 진학할 기회가 열린다. 닫힐 듯하다가 다시 열리고, 또 다른 기회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만약 돈이 필요했다면, 주변의 여러 사람들보다 넉넉했으되 만약 돈이 필요했다면,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마리아의 부모님은 12명의 아이 중에 7번째 아이, 게다가 여자아이인 마리아의 교육을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돈이 필요 없었다. 수업료가 없었고, 자녀가 많은 가정이라면 기숙 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해 주었다. 프랑스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립 교사를 공급하는 것. 그리고 프랑스 점령 정부의 교육 체계를 독일에 이식시켜, 독일인들을 재교육시키려 했던 것.











조한혜정님의 『한국의 여성과 남성』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믿기 어려운 제주도 여성들의 삶이 한없이 펼쳐지는데, 그렇게나 고된 물질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건사하며, 집에 돌아온 틈틈이 밭일을 계속하면서, 집안일을 전담하는 제주도의 여성들, 해녀들. 해녀들의 남편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조금 돌보는 척 하다가 제사 일에 신경 쓰는 척하다가, 아내에게 받은 돈으로 육지와 도시에 '작은 각시'를 얻어 집과 제2의 처소를 오가며 생활한다. 그렇게 살았다고들 한다. 해녀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이유는 그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뿐만 아니라, 해녀들이 '어머니-딸'로 이어지는 도제식 해녀 교육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이 힘든 '물질'을 나에게서 끝내겠다는 그녀들의 결심. 딸도 자식이라는 그녀들의 말이 결국 해녀들의 삶, 그리고 제주도 풍경의 상당 부분을 바꾸었다. 탈출할 길, 해녀가 되는 삶에서 탈출하는 길은 교육, 상급 학교의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예전에 한 친구가 '영어 캠프' 이야기를 했다. 구에서 주관이 되어 진행하는 영어 캠프인데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고 했다. 자기 아이도 보내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 보낼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 아이는 못 가지만, 근처의 '한 부모 가정' 아이는 그 조건을 통해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내지 못해 안타까운 친구 마음도 알지만, 혜택을 받는 아이로서는 다행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속으로만 했다.










책이 여기에 없어 확인할 수 없지만, 마리 루티의 워딩을 기억해보면 이렇다. "소련 국경 근처의 시골에 살았던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던 나도 핀란드의 공교육 덕분에 치과의사의 딸과 동일한 교육을 받았다." 미국 브라운 대학, 파리7대학을 거쳐 마리 루티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그 후에 교수로서 가르친다.

지금은 좀 다르다. 전후의 한국과 지금의 현실은 달라져 있다. 모두가 '0' 점이라 거의 비슷해 보였던 출발점이 이제는 상당히 휘어져 있고, 그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나는 한국의 교육 문제가 임금 문제와의 연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해결이 요원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일단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한다. 문제는 교육이고, 해답 역시 교육이다.

교육이 전부라는 말이 아니라, 교육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결국은 다양성이 발현된 확률을 훨씬 더 높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입시 전형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메리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재정 지급이 확대되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대학 입시에서 'EBS' 교재의 전방위적 활용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대답하고 말았다.

내가 이 책, 지적으로 탁월하며 재미있고 유익한 이 책을, 지금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짜리 산골 소녀에게 결혼 말고 다른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배웠기 때문이다. 배우고,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럴 때가 아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근데, 안 늦은 거 진짜 맞나요? 마리아 언니 말씀.

나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예술만큼이나 언어도 어설프게 습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연애편지의 영어에 만족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BBC 영어 강좌를 정기적으로 듣고 마침내 관련 시험에 응시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의 영어 인증서를 받았다.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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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2-18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 넘 부럽더라구요!
지난달 읽었던 일본작가인 다나카 미쓰의 <생명의 여자들에게>와 너무 달라 놀라울 뿐입니다. 비교하며 읽기 너무 좋은데 마리아 미즈를 읽고나서 조한혜정 님의 책을 계속 읽어봐야겠어요. 꽤 의미있는 독서가 될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4-12-18 19:2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은하수님! 전후 일본의 세계와는 많이 다르죠. 마리아 미즈 같은 경우도 당시 대부분의 학교가 ‘소년들‘을 위한 것이었고, 마리아의 오빠와 사촌들이 그 혜택을 받았던 거 같아요. 마리아 미즈는 거의 첫번재 경우, 교육 받은 첫번째 여성의 사례였던 거 같아요.
조한혜정님 책도 저도 여러권 찜해 놓았는데,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은하수님 댓글 보고 다시 생각났어요.
겨울 양식용으로 찾아봐야겠어요^^

독서괭 2024-12-18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의 글에 이어 단발님의 글까지 읽으니 이 책이 아주 궁금해졌습니다. 얻을 것이 많은 독서일 것 같아요!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배움에는 나이제한이 없으니까! 우리 아직 늦지 않았어요!

단발머리 2024-12-18 19:22   좋아요 1 | URL
쉽게 쭉쭉 읽힙니다. 자신의 삶을 쭈욱 풀어가니깐요. 인생의 길목길목마다 마리아 미즈에게는 ‘행복한 우연‘이 이어집니다. 약간 성공 드라마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늦지 않은 거 맞지요?ㅋㅋㅋㅋㅋ
독서괭님만 믿고 갑니다!!

공쟝쟝 2024-12-18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는 내일부터 화르르르르를륵!

단발머리 2024-12-18 21:06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4-12-1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에서 단발머리 님이 언급하셨지만 마리아 미즈가 인생의 길목길목마다 ‘행복한 우연‘이라고 하는건, 그걸 행복한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마리아 미즈 본인의 큰 자산 혹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페이퍼에 쓰신 것처럼 교육, 공부에 대한 것도 마리아 미즈 스스로 한것이고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면서 시야의 확장을 깨달은 것도 마리아 미즈 스스로 한거잖아요. 공부가 중요하지만 사실 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제야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어리석게도 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는 해야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하기 싫었는데 나이 드니까 공부를 하고 싶더라고요. 배움 교육 너무나 중요한데,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일찍 깨닫는거, 그제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깨닫는게 본인이라면 가장 좋은것이고 주변인이어도 좋을테고요. 오래전에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종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남자형제들이 여자주인공을 죽이려고 하거든요? 그 때 할머니가 남들 몰래 그 여자를 도망치게 하면서 ‘도시로 나가서 공부해라, 공부해서 다른 삶을 살아라‘ 라고 말해주셔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공부하면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거요. 전 그게 진짜 짜릿한 것 같아요. 그 알래스카였나, 거기 사진가가 쓴 책에서도 대학에 다니는 원주민 얘기가 나오는데, 그 원주민이 마을에 상하수도 였나 하여간 문제가 자꾸 생기는데 이거 왜이러는건지 공부하면 알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나 싶어서 대학에 오게 됐다고 말하거든요? 저는 그런 깨달음이 진짜 너무 좋아요. 제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그걸 깨달을 수 있었을까? 라고 물으면 전 어쩐지 아닐 것 같거든요. 전 그냥 이런게 삶이려니 하고 살아갈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요.

하여간 배움과 교육이 중요한 건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20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공부를 해야할 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고,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어요. 보통은 고등학교 때랑 대학교 때잖아요. 그 시간들을 그렇게 보낸게 너무 아쉽고요. 하지만 차근히 나를 돌아다보면 내가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흘러가는 시간들을 다 잡아매서 악착스럽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못 했을 거 같고요. 그럼 다시 꿀꿀해집니다. 책 펴면 고개 떨구는 저는, 중년이어서가 아니라, 예전에도 책만 펴면 고개 떨구었고, 도서관에서는 항상 숙면을 취하였고.... 이런 슬픈 이야기 ㅋㅋㅋㅋㅋㅋ 그만해야겠어요.

[그을린 사랑]의 그 할머니가 바로 제주도의 그 해녀들이네요. 도시로 나가서 공부해라. 공부해서 다른 삶을 살아라. 저는 그 책 생각났어요, [흑인 페미니즘]이요. 책을 들고 버스에 탄 자신을 바라보는 흑인 여성들의 따뜻한 눈빛. 자신들은 버스를 타고 옆동네에 가정부로 일하러 가지만 대학생이 되어 책을 들고 가는 젊은 흑인 여성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마음, 응원... 그런 게 생각나더라구요.

암튼, 우리도 공부해야겠어요. 늦지 않았대요, 독서괭님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늦지 않았어요, 우리도!!
 












다른 건 모르겠고 재미. 사건과 사실의 기술, 조합의 어떠함 말고 그냥 '재미'의 측면으로 봐서, 나는 유발 하라리가 독보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창의성 혹은 참신성보다 책 전체를 끌고 가는 '재미적(?) 요소'가 그의 책을 줄줄이 전 세계에서의 초히트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책 중간중간 제국주의에 대한 옹호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사피엔스』에서 내가 접어두었던 문단은 여기다.











그럼에도 인도라는 현대 국가는 대영제국의 자식이다. 영국인들은 인도 아대륙의 거주자들을 살해하고 부상을 입히고 처형했지만, 왕국과 공국과 부족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며 혼란스럽게 뒤섞였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여 공통의 민족의식을 가지고 어느 정도 하나의 정치 단위로 기능하는 국가를 창조해냈다. 영국인들은 인도 사법제도의 초석을 놓았으며, 행정부 구조를 창건했고, 경제적 통합에 극히 중요한 철도망을 건설했다. 독립 인도는 영국에서 구현된 형태의 서구식 민주주의를 정부 형태로 받아들였다. 영어는 아직도 공용어로 쓰여, 힌디어, 타밀어, 말라얄람어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중립적 언어로서 쓰인다. 인도인들은 크리켓 경기를 매우 좋아하고 차를 열심히 마시는데, 둘 다 모두 영국의 유산이다. (『사피엔스』, 292쪽)

나는 이 문단 옆에다 이렇게 써두었더랜다. '친일파들의 논리'.

이번에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3 역사의 배후>에서는 인류 문명 발전의 주요한 요소들을 '인물'로 형상화하는데, 제국주의는 '레이디 엠파이어'로 표현된다. 그래픽에서는 이 부분을 사진 찍어 두었다.





탈식민주의 자체가 이미 식민주의 내에 포섭된 개념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의 답은, '말할 수 없다'일 가능성이 높다. 아스시 난디가 자신의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서구에 대한 비판이 서구의 언어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한 부분은 그래서 특히 기억해 둘 만하다.











우리는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의 서구에 대한 가장 맹렬한 비난이 싸르트르(Jean-Paul Sartre)의 우아한 문체로 쓰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구는 근대 식민주의를 창안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에 대한 대부분의 해석도 만들어냈다. 그 해석을 해석하고 있는 이 책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밀한 적』, 서문, 21쪽)

나만, 우리만 특별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른 나라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박태균 교수의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의 주장에서 착안했다.













침략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바라보는 아프리카인들의 시선, 인도를 점령한 영국을 바라보는 시선, 남아메리카 지역을 침략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바라보는 피지배자들의 시선과 우리의 주권을 강탈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지점. 침략과 침탈, 지배와 융합의 과정에서 식민주의자들은 한결같이 시혜적이고 지배적인 위치를 점했다. 식민 지배 하의 여러 민족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의 지배에 저항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피지배자들은 지배자들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하라리가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기는 하다.


우리는 아니었다. 일본의 왕족이 백제 출신이라는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단 한 번도 일본은 우리의 '동경'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한반도의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우리 나라의 식민화 과정과 독립을 위한 투쟁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들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항일성은 다른 존재를 향한다. (항일성, 한자로 써두어야 하는데.../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는 '항일성'이다) 우리는 미국, 백인들의 나라, 백인이 지배하는 나라 미국으로 향한다. 다스리는 자에 대한 숭모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가 적절하게 배합되었을 때에 최고의 효능을 발휘한다. 피식민인은 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자에게 융합되기를 원하고, 혼성의 완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탈식민주의에 대해 읽게 될 때면 떠오르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고등학교 2학년 독일어 담당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독일어는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져(구텐타그! 비게트에스이넨? 당케, 구트...) 버렸지만 선생님의 수업외 이야기는 또렷하게 남아있다. 잉여란 이토록 놀랍고도 강력하다. 틈만 나면, 선생님은 이 나라를, 구체적으로는 이 나라의 국민들을 비난하셨다. 무식하다, 경우가 없다, 말이 안 통한다, 성질이 나쁘다, 등등이었는데, 외국 생활을 하고 오신 선생님으로서는 한국, 한국인들의 그 어떠함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한다. 나로서는 선생님의 말씀에 상당 부분 동의하기는 했는데, 이야기가 반복되는 와중에 선생님이 미워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임을 그리고 선생님 '자신'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는 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딱 한 번, 선생님께서 한국 사람들을 옹호하시는 발언을 하신 적이 있다. 선진국 사람들이 큰 바퀴 위에서 서서히 혹은 우아하게 바퀴를 굴려 가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그 작은 바퀴를 가지고 부지런히, 악착스럽게 바퀴를 굴려야만 한다고. 세 번을 돌려야 그들이 한 번 도달한 그 지점에 닿을 수 있다고.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혹은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시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자기 비하와 자기혐오는 오랜 시간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내 속으로 들어오고, 결국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강대교를 건너는 검은 패딩의 기나긴 행렬을 찍은 화면을 나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다. 이 사람들, 이 귀여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침이슬> 없이, <상록수> 없이, 결연함 없이, 그런 것 없이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탄핵봉을 들고, 결제 카드를 들고, 무료나눔을 들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일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윤가가 과대망상과 편집증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어떤 사람도 특정한 정신병리학적 징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든 이상하고, 누구든 과하고, 누구든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윤가의 증세는 국가 전체의 안위를 맡기기에 너무나 중대하다는 것이 이번 비상 계엄 사태를 계기로 밝혀졌다.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 있느냐, 는 물음이 이를 보여준다. 원래의 계획은 계엄 상태를 수개월간 지속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것을 범법의 방패로 쓰는 이런 정신 상태는 가히 '일상'이 불가능한 정도다.

작은 아이가 아파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 엄마, 마음대로 해요. 가고 싶으면 가던지... 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져서 가지 못했다. 대신 딸을 보냈다. 보낸 게 아니라, 스스로 가기는 했지만. 탄핵봉 없이 나가서 쿠키와 핫팩, 그리고 보조배터리를 받아가지고 들어왔다. 김밥 줄은 너무 길어 포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환호성 가득한 현장 소리에 나도 같이 소리를 질러댔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윤석열 시대를 마무리한 우리는 그런 자격이 있다고, 한강을 보유한 우리는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고생, 몸고생, 우리 모두 수고가 많았다.

장하다. 내가, 우리가.






설령 우리가 더 이전에 존재했던 진정한 문화를 재건하고 지키려는 희망에서 잔인한 제국의 유산을 모조리 거부하더라도, 보나마나 그때 우리가 지키는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덜 야만적인 제국의 유산에 불과할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로 인해 인도 문화가 불구가 되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굴 제국의 유산과 그들의 델리 점령을 신성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래 무슬림 제국의 영향에서 ‘진정한 인도 문화‘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굽타 제국, 쿠샨 제국, 마우리아 제국의 유산을 신성시하는 셈이다. - P293

인도의 무슬림 정복자들이 남긴 타지마할 같은 구조물은 어떻게 할것인가? 문화적 유산이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첫걸음은 이 딜레마가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과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선인과 악당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물론 우리가 보통 악당들의 뒤를 따른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려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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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16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보유국! 계엄령순식간에해제국.. 민주주의수호국! 따님이 저곳에 있었군요.👏👏👏👏👏 고생 많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죠!
유발 하라리, 마침 <넥서스> 읽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4-12-16 19:48   좋아요 2 | URL
나두 넥서스 읽을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7 11:18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더라구요. 어제, 오늘 부쩍 2차 계엄을 계획했었다는 보도가 있어서요.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다 싶은데 아직도 콩닥콩닥...

저도 넥서스 읽고 있거든요. 괜히 원서로 사서 말이죠. 계속 제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 넥서스 읽기, 아직도 시작 안 하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2-16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까요, 그걸...... 그 말이 맞는 부분도 있는 데, 그걸 하라리가 말하면 어디다가 입을 대냐 이쉐끼야 하게 된다니깐요!!! ㅋㅋㅋㅋㅋ 마침 세속화된 국가를 중세의 수출물로 보고 있는 책 읽고 있어서, 하라리ㅋㅋㅋㅋㅋ

더 재밌는 것은. 제가 읽고 있는 것은... 그것을 공부해서 쓴 ‘일본청년‘의 글이라는 건데...... 푸하하. ... 아이러니하다. 유럽-일본-한국-한녀(나) .... 하지만 저는 제가 읽고 있는 텍스트가 말하는 ‘세속화‘에 배팅을 해볼 생각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조건은 최악의 엉망진창 시스템일 수는 있지만, 저같은 2등시민에게 (진지하게) 읽고 쓰기를 선물해주었고ㅋㅋㅋ

보다 중요한 것은. ‘빠순이‘라는 멸칭에도 ‘응원봉‘들고 탄핵 꾸짖으러 나오는 여성들이 있으니까요. 그건 제가 여성주의 공부하면서 가장 좋아하게된 어떤 기질인데..... 니들이 뭐래든... 뭘로 보든... 웅. 뭐래... 하는... ‘쉰내나는 자기연민 없음‘...에 대해. 언젠가는 글로 써보고 싶고요..

그런데 그 독일어 선생님 혹시 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일리는 없지) 아닌가요? ㅋㅋㅋㅋ 외국 나갔다 온 우아한 남자 선생님이셨는 데, 그분도 그렇게 한국인의 미개함을 꾸짖었어요.

단발머리 2024-12-17 11:21   좋아요 1 | URL
그걸 하라리가 말하는데 웃기죠. 욕을 그렇게 찰지게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어디다가 숟가락 얹냐?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런 면이 너무 좋아요. 웅장하지 않고, 그걸 희생이라고 (전,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생각하지 않고, 나가는 거죠. 착착 시위방석 챙겨서.... 불 꺼진다고?(무식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그럼 응원봉! 건전지 챙겨서 나가는 그런 마음이요.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쟝쟝님이 글로 더 세세히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독어선생님, 여자분이셨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남자 국어 선생님, 저희 학교에도 1분 계셨더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6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비하와 자기연민이 독 중의 최고로 독성이 강하고 독하더이다. 🙊🐬💄자기 잘 났다고 하는 건 어느 정도 독성일까요? 문득. 경계가 너무 애매해 🤖💙🐬

단발머리 2024-12-17 11:23   좋아요 1 | URL
저는.... 자기가 잘났다고(예쁘다고, 잘생겼다고, 똑똑하다고) 믿는 게 독성이 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애매한 경계 사이를 사사샥 ㅋㅋㅋㅋㅋㅋㅋㅋ 뚫고 가야 한단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12-16 2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단발머리님 오늘의 글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언뜻 보면 각각 다른 주제일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아우르는 그런 사유의 통합을 어찌 이리 자유롭게, 그것도 글로 쓰시는지요. 작은아이님(?) 은 몸은 좀 괜찮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울텐데, 단발머리님도 단발머리님 가족분들도 따뜻하고 건강하고 윤가가 구속되는(!!) 연말 보내시길!!

단발머리 2024-12-17 11:26   좋아요 1 | URL
아이고, 달자님~~ 제가 달자님 덕에 기쁜 맘으로 글을 씁니다. 저의 고민과 생각이 달자님에게 가서 닿았다니 저는 그게 참 기쁘고요. 또 멀리 계신대도 우리가 그 거리를 넘어서까지 내면의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네요.
작은 아이는 많이 나아졌어요. 탄핵과 함께 소생한 육체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 가족 뿐 아니라 온 나라가 바라 마지않는대로 윤가가 구속/체포되는 따뜻하고 보람찬 연말 되기를, 그 기쁜 소식이 달자님 계신 곳까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락방 2024-12-17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으레 그렇지만, 알라딘에서도 역시 다른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는 것이 참 다양해 재미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갖기도 하고요, 어느 지점 비슷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는 또 다르고요. 단발머리 님은 가끔은 제가 생각하는 것, 제가 느끼는 것에 대한 글을 써주시지만, 또 이렇게 가끔은 제가 전혀 보지 못하는 쪽의 글을 써주시는데, 그 점이 참 고맙습니다. 그게 알라딘을 하는 큰 재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또 내 스스로가 쓰기도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저 역시 읽히는 다른 주제의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요.

위에 달자 님 말씀처럼 오늘의 글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2-17 12:48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 알라딘이 그래서 참 좋은데 서로 다른 생각이 다른 조건들을 통해 더 구체화되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저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부분에서 감응받는게 신기해요. 같은 부분 밑줄은 ‘이야호!‘ 이런 느낌이 강하다면, 다른 밑줄을 통해서 건드려지는 부분이 서로 다르고 감상도 달라서 참 좋아요.

저의 최근 관심사는 ‘달리기가 주는 삶의 기쁨‘입니다. 달려야 하나, 나도 달릴 수 있나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운동화는 있고요. 애플워치는 없고요 ㅋㅋㅋㅋㅋㅋ

2024-12-17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1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탄핵 이야기, 정치 이야기 정말 안 쓰고 싶었는데, 또 쓰고 있다. 진짜다. 나도 책이야기 하고 싶다. 근데 책을 안 읽어서 쓸 게 없...

J는 작고 귀여운 아이다. 또래에 비해 키도 덩치도 작은데 얼굴은 동그랗고 머리숱이 아주 많아서 질끈 묶고 앉아있으면 뒷모습까지 예쁜 아이다. 사랑이 많은 아이고 잘 표현하는 아이라, 수학 단원평가 빈칸에 하트를 그리고는 '*** 선생님(담임쌤), 사랑해요!'라고 적는 아이다. 지난주에는 자리 이동이 있어서 3번째줄 맨뒤에 앉던 J는 4번째줄 2번째 자리로 옮겨가게 되었다. 교과서랑 학용품을 넣는 통등 이삿짐 챙기는 걸 도와주고 있는데,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선생님! 저, (앞쪽으로) 이사 가도 제 자리에 자주 와 주셔야 해요!" 여기저기 종횡무진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기 자리 근처에도 자주 와달라는 그 말, 그 마음. 그럼, 그럼. 선생님 J 자리 근처에 자주 갈게. J 자리 근처에 자주 가는 시간. 자주 가는 일상. 자주 갈 수 있는...







어제밤에는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대학교 다닐때부터 금요일은 내게 항상 (극)성수기라 나는 일찍 자야 하는데, 얼른 잠들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내게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텔레비전 잘 못(?) 켜는 잠자냥님마저 텔레비전 앞에 떡하니 앉혀 놓는 이 묘한 정권의 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저들은 그 사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하는 불안감. 혹시 사람들이 잠든 사이? 하는 생각에 머리 속은 점점 투명해지고. 그래서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다. 얼른 일어나 밥을 안치고 냉장고 반찬으로 밥을 차리고, 이렇게 저렇게 밥을 먹으라 지시를 하고, 그리고 집을 나섰다. 종종걸음으로 내딛는 내 아침. 내 출근길. 내 일상.


조금씩 밝혀지고 드러나는 이야기 중에 가장 두려운 건 역시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북한 고위급이 주로 산다는 평양의 특정 지점에 무인 드론을 보낸 남한 국방부 장관의 의도는 사실 명백한건데, 그게 이런 사태를 엄두에 둔 것인지는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얼마나 미쳤는지 우리 다 몰랐다. 만약 북한의 김정은이, 혹은 북한 정부의 어떤 사람이 남한의 이러한 도발에 반응했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비상 계엄 소식을 듣고 집에서 입던 옷에 패딩 걸치고 뛰어나간 사람들, 국회 직원들, 민주당 당직자들, 야당의원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탱크를, 경찰을, 군인들을, 특수부대 전투원들을 막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공포와 두려움이 작은 불안으로 해체되어서 불쑥 불쑥 떠오른다.




예상대로라면 이쯤해서는, 아니 이번주 내내 한강 작가님의 수상 소감과 그의 아름다운 검은 드레스와 그 날 만찬의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다이내믹 코리아는 그러하지 못하니.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 도서관 연체자들 대사면이 있었던 것과 함께 그의 수상을 기리는 의미로 비상 계엄이 실제로 발효되...




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그 일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야무지고 발랄하며, 지치지 않고 나랏일에 내 일처럼 나서는 백의 민족, 동학혁명의 민족, 3.1운동의 민족, 4.19의 민족, 6월 항쟁의 민족, 광주의 후예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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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24-12-13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겨진 자존심이 한강 작가님 덕분에 버티고 있네요.

사전 모의 계획 중 하나만 반응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15   좋아요 1 | URL
한강 작가님이 계셔서 기댈 곳이 있고요. 우리 그렇게 바보 같은 국민들,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게 ㅠㅠㅠ

아, 진짜... 모든 우연이 놀라울 뿐입니다. 참 아슬아슬했어요 ㅠㅠ

잠자냥 2024-12-13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빌님은 그러셨군요… J이야기는 윤 씨 학창시절 성적표에 담임이 뭐라 적은 거 보고 영감 얻으신 건가요? 🤣🤣 담임도 싹수부터 알아본 윤 씨…… 저는 지금하고 비슷해요. 조용하고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책을 좋아함. 글을 잘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윤 씨 때문에 한강 언니 소식 파묻혀서 매우 속상합니다만, 다른 의미로 세계가 더 진정성 있게 계엄을 다룬 한강 언니 소설에 더 주목했을 거 같아요. 핍진성…. 하난 끝내주게 올려주네 윤가놈이…. 😂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1 | URL
핍진성 정말... 타이밍 어쩔

단발머리 2024-12-13 15:18   좋아요 0 | URL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기엔 저는 담임이 윤에게 뭐라 했는지 알지 못해서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지금하고 비슷하셨다니, 참 신기해요. 어렸을 때 모습이, 사실 우리의 제일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다고 할까요? 저는 12분의 선생님들 중에 1학년 때 담임쌤만 저에게 나쁜 말을 써주셨거든요. (진짜 나쁜 말임. 궁금하면 비댓 요망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서른 언저리에도 그 담임쌤 미워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흔 넘어가서 인정하게 됐어요. 선생님, 선생님! 저를 제대로 보셨어요. 저, 진짜 선생님 말씀 마음에 새기고 착하게 살게요!!

핍진성의 오후 지나가고 있고요. 곧 저녁, 새벽 밝아옵니다!!

잠자냥 2024-12-13 15:52   좋아요 2 | URL
‘윤석열 생기부’로 검색하면 볼 수 있어요. 왠지 누가 만든 조작 생기부 같은데 웃기긴 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3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한강 작가님 너무 좋고요. 누구였지, 아 어디서 들었지. 정희진 쌤이었나요. 한강 작가가 수상한 후의 행보도 너무나 좋다고 했었는데. 하여간 정말 그렇습니다. 책만 그렇게 쓴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마음이 바로 작가 본인의 마음이기도 했다는 것이 가장 좋고, 그래서 한강 작가의 수상이 너무나 좋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힘든 책이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은 여전히 계엄에 대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아니 잘못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거듭되는 김건희의 녹취록들은 또 왜그렇게 그 사람이 진상스러운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자기들끼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저급한 한쌍입니다. 윤석열은 너무나 고집불통에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무서운 것 같아요. 대화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점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리고 이 무서움은 내일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날 추운데 나와서 목청껏 소리지르고 응원봉 흔드는 20,30대 여성들 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차오르려고 합니다. 저는 정말이지 그들의 편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21   좋아요 0 | URL
한강 작가 수상한 이후의 행보가... 뭐랄까요. 진짜 노벨상 수상 작가 같잖아요. 우리가 이런, 어너더 레벨의 작가를 소유한, 배출한 국가인데, 오늘의 이 난국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요.

윤석열을 보면서 저도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데. 제 생각엔 ‘자기 자신‘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 그렇게 된거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가 거기에 해당되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가 너무 소중하고 또 공고해서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능력이 없는 것 같고요.
내일은 꼭 끝나야해요!! 그죠? 그래야 우리 한강책도 읽고, 파운데이션도 읽고, 메리 크리스마스 캐롤도 부르고요!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내일은 5호선으로...! 내일은 기뻤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4-12-13 15:22   좋아요 1 | URL
아, 내일은 5호선으로 가야지요. 내일은 우리 모두 같이 기뻐하자고요! 같이요~~~ 다같이 해피 토요일!!

잠자냥 2024-12-13 15:45   좋아요 1 | URL
일단 치맥파티 예상합니다. 일단!!

단발머리 2024-12-13 15:47   좋아요 1 | URL
교촌으로 갈게요, 저는요. 맵소디가 교촌꺼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교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6 09:35   좋아요 1 | URL
치킨 주문하셨습니까

건수하 2024-12-14 17:31   좋아요 0 | URL
가결!!!

독감 환자가 생겨서 여의도 못갔습니다. 치킨도 같은 이유로 좀 미루기로… 그래도 기쁘네요!

단발머리 2024-12-14 17:50   좋아요 1 | URL
오늘 저희집은 피자에요! 치킨은 어제고요! 밤새 파티입니다! 🎉🎉🎉🎉🎉

공쟝쟝 2024-12-13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밝혀지는 사안들이 너무 엄중한 것들이라 정신 못차리겠는데... 그 자는 테레비에 나와 내란과 자신의 광증을 자백하고... 이게 실화인가.. 정말 계속 실화라능.... ㅜ..ㅜ........ 할튼 내일도 따숩게 하시고 탄핵을 시킵시다! 꼭 꼭!

단발머리 2024-12-17 17:46   좋아요 0 | URL
챔피언~~~~~~~~ 우리들은 진짜 챔피언!!!

bookholic 2024-12-14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부디.....()......

단발머리 2024-12-17 17:46   좋아요 1 | URL
부디... 우리의 바램이 이루어졌습니다. 한없이 기쁩니다!!
 












마리아 미즈, 라고 치고 나이를 알아보려고 했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했는데, 조금 윗세대이시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2023년에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됐다. 아직 살아 계실 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한 번 더 읽을 것을, 다른 책도 찾아볼 것을...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해 본다.

1931년 출생. 2023년 92세의 일기로 타계하신 마리아 미즈의 삶과 그의 시대를 읽는다.

내 아이가 천재인가, 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건 아니고. 그래도 한글 정도는 스스로 깨우쳐 주지 않을까 했는데(엄마는 내게 한글 안 가르쳐 주었다고 하셨다. 제게 한글 가르쳐주신 분을 찾습니다!) 첫째는 약간의 도움으로 비교적 빨리 한글을 깨우쳤다. 둘째에게도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서너달 뒤에 유치원 가야하는데도 한글을 몰라, 어쩔 수 없이 <기적의 한글 학습>을 구매했다. 1권의 반 정도 나갔을까. 아... 생각보다 쉽지 않은 한글 학습의 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나의 무능을 탓하며. 그런 생각을 했더란다. 아, 셋째는 안 되겠다. 한글 때문에 안 되겠어. 한글책을 펴지 않는 엄마를 보며 시간 많고 의욕 충만한 큰애가 물었다. 엄마, 안 할 거야? 이거 안 할거야? 하긴 해야하는데. 그럼, 내가 해? 그래, 네가 해. 니가 가르쳐 줘.


여섯을 낳고 또 여섯을 낳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우리였다, 라고 말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에는 고대의 토지공유법을 실천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을 모두 직접 만드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 쏘옥!





우리는 언제나 우리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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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1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네요 🐥

단발머리 2024-12-11 15:03   좋아요 1 | URL
네, 그러나!! 저 책은 한글이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5:04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 하기 시러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5:15   좋아요 0 | URL
네~~~~~ 아무렴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0 | URL
독일어로 바꿀까요? 🤔

공쟝쟝 2024-12-11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아이가 천재인가............. 를 물어야할 나이에 출산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해서
바로 내가 천재인가.......... 는 무슨 증상일까요? 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2 | URL
르장드르 읽는데 애 지금 가져도 안 늦는데 쟝님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구만유 제가

단발머리 2024-12-13 15:23   좋아요 2 | URL
만약 두 가지 질문 중에 택한다면, 저는 ‘내가 천재인가‘가 ‘내 아이가 천재인가‘ 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건설적인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천재여도 문제고, 천재가 아니어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천재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증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껏 누리세요!

지금은 늦습니다, 참고 바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4 10:42   좋아요 1 | URL
내 아이도 천재고 나도 천재면 어떤 라이프인가_그것도 궁금해집니다. 따숩게 입고 출동!

다락방 2024-12-12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요, 거기에서 마리아 미즈가 사망했다는 걸 알았어요. 아... 사망... 했구나. 이제 마리아 미즈의 새 책은 없겠지요? 있는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초반 읽고 있는데 마리아 미즈가 마리아 미즈가 되기 위해서는 이 환경이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환경, 뭗든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는 엄마.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제가 작가 소개를 안 읽고 검색을 먼저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안타깝고 또 아쉽더라구요.
그래도 장수하셔서 그게 쬐금 위안......
전 일단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를 찜해 두었습니다. 계획은 이 책 읽고 이어 읽기입니다.

우리 찬찬히, 같이 읽어보자구요! 뽜야!!
 



문제는 혼자 출발했다는건데 경유지를 동작으로 잡은 게 패착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환승이 안 되는데, 그럼 어째야 하냐고, 나는 국회의사당으로 가야 한다고. 걸어가면 본인 걸음으로 40분, 보통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거리라는 경찰관님 말을 믿고 밖으로 나와 패딩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바람은 불어오고 지나가는 버스는 사람이 꽉 차서 당연히 무정차. 택시를... 택시를 타도 되나요?

가다보니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그 옆에 많이 보던 초록색 자전거. 아, 저거 서울시 유망사업 따릉이구나. 싸이클 타던 나이지만 그건 20년전 이야기고. 어디서 반납할지 모르는데 끌고 갈 수도 없는 일. 사람들은 따릉이 타고 가기로. 나는 그냥 가기로.










그렇게 걸어가는데 떡 하니 왼쪽에 웬 강이… 이것이 진정 서울의 자랑, 한강이란 말입니까. 제가 왜, 여기 지금 여기에 와 있는거죠? 저는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다고요. 저는 그냥 탄핵 집회에 가고 싶어요. 맞나요? 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에요? ... 그렇게 계속되는 걷기와 뛰기(초등 계주 대표). 부러워하던 한강변 조깅을 원치 않게 실행하게 되는 그런 순간. 제일 큰 걱정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 제가 제대로 가고 있나요? 이 길이 맞나요? 그리고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나는 검은색 패딩 행렬. 맞구나. 내가 제대로 찾았어. 그러니까, 나는 동작에서 출발해서 흑석, 노들, 노량진을 거쳐 드디어 샛강역에 도착하고. 저기 멀리 보이는 저 동그란 반원이 국회의사당. 맞구나, 제대로 찾았어.



쉽사리 통과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란수괴를 이리도 옹호할줄은 몰랐던 일이라서 그 날 밤에는 언짢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해?' 질문이 머리 속을 빙빙 돌았는데, 아침이 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부결되었다고 해서, 포기할 민족이 아니다. 이 백의 민족은, 철의 민족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상록수' 부르는 뭉쿨한 결기 없이도 이길 수 있다. 결국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나는 내 일상을, 내 하루를 잘 살아나야겠다,라는 다짐을, 작심3일의 명수인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그 생각. 그래, 나쁜 놈이 득세하는 세상. 더 나빠질 수 있겠지. 그래도 나는 열심히, 내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내야겠구나. 오늘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

바꾼다고 꺼내놓은 작은아이 침대 매트를 세탁기에 넣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찬통을 꺼내고, 깎두기와 총각무를 작은 통에 옮겨 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큰 통을 치웠다. 박스채 쌓여있는 재활용을 개봉해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고, 지난밤 만든 제육볶음이 조금 짠 것 같아 양파를 새로 하나 더 썰었다.




책장에서 꺼내 스타벅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이달의 여성주의책을 김치냉장고 위로 가져다 놓고, 그대로 쌓아두었던 <이달의 구매도서>를 책탑으로 만들고 그 옆에 친구들의 책선물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다 읽은 책의 인덱스를 정리하고, 뭐에 대해 쓰려고 했는지 간단하게 메모해 두었다.

내 일상을 찾고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그러면서 이 싸움의 끝을 보리라, 꼭 보고야 말리라, 다시 또 결심했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고,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치고, 지하철역에서부터 ‘윤석열을 / 탄핵하라!’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여서 행복하다. 거리에서, 나의 플레이리스트 1번은 여전히 '상록수'지만, 로제의 <아파트>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구호는...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 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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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2-11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동작에서부터 걸어가셨다고요..
열정의 단발머리님. 저는 9호선 피해서 5호선으로 갔었답니다. 지금은 그 사람 많던 9호선 타고 국회의사당 옆을 지나갈 예정..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단발머리 2024-12-11 10:36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왜 저는 환승역을 동작으로 잡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의나루에서부터 걸어갔으면 됐을텐데요. 덕분에 한강변을 걷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걷고 싶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차기를 바랍니다. 그럴 수 있을거라 믿고요!!
아.... 우리의 이 간절한 바람.... 꼭 이루어지기를!!

다락방 2024-12-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번에 베트남에 갈 때 나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두고 오래 안읽었던 책, 한홍구의 [4.19] 혁명을 들고 갔거든요.
그 때도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걸 놓기 싫어서 온갖 나쁜짓을 했고, 그러면 안되는거라고 시민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길로 뛰쳐나왔더라고요.
주기적으로 나쁜 놈들이 힘을 쥐고 멍청한 판단을 하지만, 그런데 그 때마다 이렇게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쁜놈들 때문에 분노했다가, 한마음이 되어 행진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또 고맙고 감사하고 벅차고 그래요.
제가 이번엔 못나갔지만, 시위라는게 그렇더라고요. 그 현장에 있으면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외치면서, 그런데 이 사람들과 한마음이라니, 가능해질 것 같은 그런 희망 같은거가 생기더라고요.

나쁜 권력자가 일상을 망친 것 같아 너무 화가 났어요. 화가 났는데, 그렇다고 내 일상이 망쳐지면 그건 그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일상을 살아나갑시다, 단발머리 님.

그런데, 파운데이션.. .사신거에요?????

단발머리 2024-12-11 10:3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4.19 때도 그랬지요. 5.18도, 6월 항쟁도 그렇구요. 나쁜 놈들은 꾸준히 나쁜 짓을 하는데, 그게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거고요. 그걸 어떻게 막아서야 하는지. 희망이라면, 이제 시위 현장이 더 이상 ‘피의 거리‘가 아니라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안심이 되요. 물론 그게 가능한 것도 화요일 밤에 국회로 달려간 분들 덕분이겠죠.
오늘의 평안과 일상을 그 분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지켜가고 싶어요.
단단하게(다락방님 모토), 명랑하게(내 모토) 지켜나갈거예요!

파운데이션은.... 올 겨울에 시간이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큰 맘 먹고요. 제가 그 사람은 아니지만, 읽는 사람은 아마도 제가 될 것 같은 예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 책이라 엄청 마음이 동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1 12:13   좋아요 1 | URL
파운데이션 저도 그게 젤 눈에 띄었는데...
파운데이션은 다른 분을 위한 책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2:39   좋아요 0 | URL
그 다른 분은 지금 많이 바쁘신 거 같아요. 시간은 많은데... 왜... 쩜쩜...
제가 읽을 겁니다. 확실합니다!!

blueyonder 2024-12-11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 토요일에 동작에서 엄청난 인파 속에서 전철 갈아타려던 1인이었습니다. 결국 타긴 했지만 여의도역 무정차라서 걸어서 한강을 건넜습니다. ^^
파운데이션,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여러가지로 응원 드립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1:31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blueyonder님과 우연히 스쳐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치진 못했겠네요. 저보다 일찍 가셨군요.
여러 가지 응원 속속들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응원합니다. 우리 꼭, 우리의 일상을 찾아오자고요!!

햇살과함께 2024-12-11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녁 일정이 있어서 일찍 갔다 일찍 나와서 다행히 지하철 무정차 풀릴 때 나왔는데,
(무정차면 한강변으로 뛸 생각으로^^)
역시 여의도는 섬이라 강바람이...춥더라고요...
저녁까지 계신 분들은 많이 추우셨을 듯해요...

단발머리 2024-12-1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은 일찍 갔다가 일찍 나오는데 그날은 일정이 꼬여서 늦게 출발했더니 이런 놀라운 일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여의도쪽 강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라구요. 늦게까지 계셨던 분들 많이 추우셨을 거에요. 저도 끝까지 자리에 있지는 못했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끝나야할텐데요. 그러리라 믿고 있습니다만... 만약 아니면, Hold on! 들어갑니다!

감은빛 2024-12-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산책이었겠네요.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말씀하시기엔 세월이...... 아, 아닙니다. 여전히 달리기를 좋아하고 잘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12-11 14:55   좋아요 0 | URL
저는 산책이 아니라 행진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방황의 길이었구요.
잘 도착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굳이 밝히는 건 제가 지금도 잘 뛸 수 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뛰지 않는 삶이지만 뛰기만 하면 잘 뛸 것이라는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벌써 수십년전 이야기네요.

2024-12-1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4:58   좋아요 0 | URL
❤️🧡💛💚🩵💙💜🩷🩶🤎🖤

수이 2024-12-11 15: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4-12-11 15:07   좋아요 0 | URL
💗

공쟝쟝 2024-12-11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 따라 불렀어요. 암온마웨-끝내이기리라.ㅋㅋㅋㅋ 이게 모예욬ㅋㅋㅋ
단발님의 도강 작전 ㅋㅋㅋㅋ
저는 시위한정 발달한 촉(?)으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ㅋㅋㅋ 국회 거의 앞까지 갔다가 눌리지 않고 빠져나오기까지 했습니다만 ㅋㅋㅋ ......응원봉... 응원봉은 챙기지 못하였나이다..... 하, 그 날은 누군가의 팬이고 싶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

단발머리 2024-12-13 15:28   좋아요 1 | URL
저의 도강은 참으로 옳았고 ㅋㅋㅋㅋㅋㅋㅋ 불안했으나 재미있었고.
무서웠으나 즐거웠습니다.
시위한정 발달한 촉ㅋㅋㅋㅋ매우 부럽구요. 우리는 왜 응원봉 하나도 없어요? 왜요, 왜?
저도 보라색 갖고 싶단 말이에요!!!!

나와같다면 2024-12-11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리라!!!

아.. 뭔가 웃기면서도 뭉클합니다

우리는 끝내 이길겁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 반드시, 끝내 이길것입니다.
이기고 또 이기고.
이기고 결국 이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