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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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기억이 맞았다. 제일 먼저 읽은 장강명 책은 <한국이 싫어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던 때, 혹은 그 단어가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이긴 한데 다들 이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걸 딱 밖으로 표현하기는 거시기(?)하다고 느낄 때, 장강명은 적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국을 싫어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이 싫어서>.

 


그다음 책은 <5년 만의 신혼여행>. 이 책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편안하고 재밌고 술술 읽혔다. 이후에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찾아보면서 그의 특별한 이력에 더욱 감탄하게 되었고(기자 생활 중에 공모하여 쟁쟁한 문학상을 연거푸 수상/아내와의 에피소드), 주경야독의 꿈을 이룬 그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표백>을 읽은 후에 나의 안목에 대해 더 과한 칭찬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적어도 그의 이름을 보고 책을 사도 후회할 일은 없겠다 생각하게 됐다. <댓글부대>는 앞부분만 읽었고(쏴리), <당선, 계급, 합격>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했고, 이런 인식이 사회적으로도 널리 공유되었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큰 호응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는 이렇게 세 권 <책 한번 써봅시다>, <, 이게 뭐라고>,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모두 에세이구나) 읽었다. 책과 관련된 책들이고 작가의 삶에 관한 책이라 재미도 있고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기는 한데, 돈이 최고의 가치인 현대 사회에서소설가라는 이름의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팍팍한지가 느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장강명 정도의 작가도 이러할진대, 이제 막 1-2개의 히트작(?)을 낸 신인 작가나 작가 지망생, 시인들은 어떻게 생활을 꾸려갈까. 한국 출판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작가 몇 사람이나 소수 독자의 힘으로 바꿔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독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1) 책을 구입하고 2)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3) 서평을 쓰고 4) 독서 모임 하기,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1, 2번 완료하고, 3번 진행 중이며 4번은... 저랑 장강명 뽀개기 하실 분? 제가 친구 따라 푸코 읽기 해야 해서 많이 바쁘기는 한데, 장강명이랑 도선생엮어 읽기로 진행하신다면 참가 용의 있습니다. 연락주세요, 010-1234-5678. 

 

 


소재의 특별함으로 승부하는 소설이 있을 테고, 독창적인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는 소설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은 이야기의 힘, 그 자체로 밀고 가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란, 우리가 열광하는 이야기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그리스 비극으로부터 반복되어 온 것으로서. 그래서 새로 쓸 수 있는 건 문장뿐이라고 김연수가 말했었고. 결국 이 세상에 완벽하게 독창적이고 새로운 소설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구조에 변화를 주고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문장으로 풀어가느냐가 중요할 테고, 주인공이 갖는 매력, 사건들 사이의 연결성, 개연성 혹은 핍진성 등이 중요하겠지만, 내 소설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가의이름인 것이며. 그래서 오늘은 장강명.

 

 


소설은 22년 전 미제 살인 사건을 맡게 된 강력계 형사인 연지혜가 피해자의 독서 모임 회원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사건 당시 밝혀지지 않았던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챕터를 번갈아 가며 범인의 독백이 이어지는데, <죄와 벌>의 로쟈와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지하인, 그리고 <악령>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이 범인을 지배하는 세 개의 인격으로 독백을 이어간다. 죄책감이 아니라 이 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과 싸우고 있다는 고백에서부터 시작해 선과 악, 죄와 벌 특별히 인간의 고통에 대한 범인의 사유는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주를 이룬다.

 


사랑하는 이를 병이나 천재지변으로 떠나 보내는 것과 살인사건으로 잃는 것은 모두 같은 손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느끼는 정의감은 매우 부조리해서, 그 죽음의 배후에 다른 인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반응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처벌된다고 해서 그들의 손실이 보상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분노가 가시지도 않을 거다. 그렇다면 나를 벌 주기보다 그들이 관점을 달리하는 게 더 생산적인 일 아니겠느냐고 지하인은 궤변을 펼친다. (44)

 


범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살인을 변명하고 자신의 범죄가 지탄받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열하고, 다른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자신의 범죄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는다. 범인의 이야기는 너무나 진지하고 치열해서, 1권을 30쪽 정도 읽고 바로 2권과 장강명의 신간 SF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주문했다. 나는 장강명을 읽는다.  

 

 


거대 담론이 사라진 시대, 각자도생이 당연한 시대에 신과 인생의 의미, 행복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죽음과 자살, 영원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떠한가. 환경운동과 채식주의는 또 어떤가.

 


모든 것이 허용될 때, 그래서 어떤 것에도 의미가 깃들 수 없고 진리라는 것이 성립할 수가 없을 때, 우리는 자살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카뮈는 반항하라고 한다. 끝내 의미를 발견할 수 없겠지만 의미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 그 자체에 우리가 시시포스처럼 끊임없이 반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9)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귀여운 북극곰들을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종이컵이 아니라 해외여행을 막아야 한다. 관광 목적의 출국은 5년에 1회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유명 해외 관광지의 사진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을 비난해야 한다. 그러나 탄소 줄이기 캠페인은 종이컵 쪽에 더 초점을 맞춘다. 해외여행보다는 종이컵이 종교적 금지 대상에 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종이컵 쪽이 보다 일상적이고, 현시적(顯示的)이며, 고통스럽다(보통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그리 자주 가지 않으며,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상태는 티가 나지 않지만 텀블러는 눈에 잘 띈다). (206)

 


채식주의도 비슷하다. 육식이라는 유혹을 참는 일은 일상적이고, 현시적이며, 고통스럽다. 그리고 자주 논리적 모순에 부딪힌다. 동물 복지를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고양이를 키워도 될까? 고양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하고, 고양이 사료는 닭이나 연어로 만든다. (206) 

 

 


계몽주의, 인권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유발 하라리도 <사피엔스>에서 민주주의의 개념과 더불어 인권개념에 대해 길게 설명했는데,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발명되고 정교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논의와도 비슷하게 읽혔다. 그리고 물론 죽음과 의미에 대한 부분도.

 


프란츠 카프카는 친구이자 비평가였던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를 전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브로트가 그 유언을 지켰다면, 카프카의 삶은 의미가 없어지는 걸까? 카프카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지 여부는 그가 무엇을 남겼느냐에 달린 문제인가?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결국엔 다 잊히지 않나? 그 말은 우리 대부분은 무의미한 존재라는 뜻일까? (233)

 


233쪽의 위의 챕터를 읽으면서는 당연히 오르한 파묵이 생각났다. 그의 책 <소설과 소설가>라고 기억하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고 대충 이런 의미였다. ‘내 책은 100년 뒤에도 읽힐까? 200년 뒤에도 읽힐까? 내 책이 200년 뒤에도 읽힌다는 게 내게 의미가 있을까? 200년 뒤라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텐데, 그 책이 읽힌다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와 상관이 있을까?’ 대답은 기억나지 않고 그의 질문만 기억에 남는 건, 그 역시 대답하지 않고 묻기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이고, 태양은 곧(아마도 50억 년) 수명을 다하고, 지구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혹은 그럴 것이기에 결국. 우리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나. 우리의 삶과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나. 답 없는 물음은 계속된다. 이건 나만의 오래된숙제로 남겨두기로 한다.

 

 

 


최근에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고 페이퍼를 썼더랬다. <노르웨이의 숲>을 쓰고 난 이후에 하루키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나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 번, ‘~~장강명!’을 소리 내어 외치기도 했으니. 소설가 장강명은 <재수사> 이전의 장강명 <재수사> 이후의 장강명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뒤쪽 책날개에는 이런 짧은 글이 있다.

 

 


작품이 곧 자기소개가 되는 것.

무슨무슨 소설을 쓴 사람으로 소개되는 것.

거기서 더 나아가면 작가와 작품이 동의어가 되는 것.

 

피와 살이 있는 인간 장강명과

동의어가 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앞으로도 장강명은 계속해서 쓸 테고 다루는 소설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아름다운 문장의 주인이 되겠지만, 나는 이 책 <재수사>에서 장강명은 자신과 동의어가 될 수 있는 책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작품이 동의어가 되는 세계로 입장한 장강명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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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9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강명 이 인간.. 단발님의 애정을 듬뿍 받는 인간..... 기립박수까지!! 😤

단발머리 2023-07-30 07:53   좋아요 0 | URL
장강명을 한두권 읽어보실 것을.... 살포시 추천합니다. 물론이죠, 장강명 말고도 우리는 읽을 작품이 많고요.
장강명도 읽어도 괜찮다고 ㅋㅋㅋㅋㅋ 말하고 싶어요. 이 작품 <재수사>는 특히 제 스타일이고요.
오늘도 덥대요. 은오님 어디 시원한대로 피신하세요, 어여~~~~

책읽는나무 2023-07-29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장강명이 부럽다.
ㄴ자의 케찹 속에도 장강명 글자가 보이는 것 같아요.
<재수사> 아직 안 읽어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장강명 뽀개기 하고 싶어도 전 단발 님의 지성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포기할랍니다.
푸코 뽀개기를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감히...ㅋㅋㅋ

단발머리 2023-07-30 07:58   좋아요 1 | URL
장강명을 부러워하지는 마소서 ㅋㅋㅋㅋㅋ 왜냐하면 장강명은 이 글을 안 읽을 것이며 ㅋㅋㅋㅋㅋ

사실 위 페이퍼에 제가 안 썼는데요. 제가 2권의 30퍼센트 정도 읽고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된 거에요. 식구들한테 아! 범인 알게 됐어, 근데 벌써 범인이 나왔네! 그랬거든요. 다 읽어보니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것입니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의 추리력 어쩌란 말입니까ㅋㅋㅋㅋㅋㅋ
푸코 쪼개기는 맡으신 분이 계셔서 괜찮아요. 물론 따라가기 헉헉대지만요.
오늘도 많이 덥다고 합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셔요, 책나무님!!

독서괭 2023-08-02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장강명 한권도 안 읽었고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요, 단발님의 글 읽으니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오호. 인용문들도 다 흥미로워요. 단발님의 오래된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8-04 19:20   좋아요 1 | URL
장강명의 한 권이 제게는 <악령>이었거든요. 이 책 읽고 <재수사(2권)>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소심하게 ㅋㅋ 장강명을 추천해 봅니다. 오래된 숙제는 간간히 리포트 올리겠습니다. 계속 쭈욱~~~~~~~ 지켜봐주세요!!
 




















밤낮이 바뀐 어린이가 있었다. 식구들 없는 아침과 오후에 내쳐자다가 하나둘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먹고 운동하고 영어책을 펼쳤다 닫았다가 도스토예프스키를 펼쳤다 닫았다가. 식구들이 잠든 깊은 밤에는 같이 잠자려 했지만 살포시 잠이 들려는 그 시간. 바로 그 시간에 매미가 울어재낀다는 주장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매미가… 매미가… 처음엔 비몽사몽이어서 5시를 추측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시간을 확인했고. 그랬다 5시였다. 그 다음날은 5시 10분. 일출시간이 5시 20분 정도일테니 그 즈음 움직이는 거였다. 매미가 맴맴. 그냥 맴맴 아니고 매애~~~~~~~~~~~~~~~~~~~~맴!!!



에어컨 송풍까지 마치고 오프모드에서 얼른 자야 하느니, 경쟁적으로 잠에 빠지려는 엄마 아빠 사이에 밤낮 바뀐 어린이. 종알종알 이야기 나누다가, 근데 이건 무슨 소리야?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구리가, 개구리들이 노래를… 노래를 한다. 아… 이거 개구리에요? 개구리가 어딨어요? 어디에 이렇게 많아? 우리집은 아파트 숲 중앙에 놀이터가 있고 그 주위를 제법 키 크고 비싼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 작은 연못에… 개골개골 개구리… 아침에는 매미, 밤에는 개구리. 야, 쟤네 진짜 열심이다. 하면서 바로 시작되는 신간 공격.



엄마가 그거 읽잖아, <암컷들>. (사실 꼼꼼히 훑어보고 자세히는 안 읽었음) 거기서 얘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더라. 그래, 그렇다니까. 블랙 위도우 말고 암튼 무슨 위도우 거미던가. 수컷이 암컷 만나러 갈때 선물 들고 감. 선물 냠냠 드시고 계실 때 교미할라고. 아, 진짜 뭘까. 생명을 거는 그 무엇은. 수컷만 그런 건 아니고 인간의 도덕률을 동물들에게 투사해서 그렇지. 와, 암컷들도 장난 아니야. 진짜 열심이야, 열심.




와아, 왜 그럴까.


날도 더운데.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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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28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덥다고 하면 제가 또 한 번 댓글 좀 달아줘야....

그러니까요. 더우면 모든 게 귀찮던데 말입니다.
인간은 먹을 것을 재배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익혔기에, 이 생산성이 높은 시기 쉴 수도 있고 다른 걸 할 수도 있는데...

매미야. 개구리들아. 생식이 다가 아니야. 한 번 뿐인 인생, 여름을 즐겨!
(사실, 하우스라는 게 있어 얘들아)

단발머리 2023-07-28 14: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매미와 개구리, 암컷들에 대해 쓰면서 저는 이 페이퍼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죠. 그러나 바로 “날도 더운데…”에서 ㅋㅋㅋ저는 저도 모르게 수하님을 호출하고 말았습니다. 더위에 온 몸으로 맞서 싸우며 애쓰는 우리 매미와 개구리들에게 응원(?)을 전합니다.

얘들아… 사랑이 다가 아니야. 한 번 뿐인 인생, 이 여름을 즐기렴!! 😆

건수하 2023-07-28 15:12   좋아요 1 | URL
네 어쩐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7-28 17:23   좋아요 1 | URL
그냥 넘어가시면 제가 얼마나 섭섭하게요. 그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날도 더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29 23:43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이 날도 더운데....ㅜㅜ
더 더운 얘기 그만!!!!!!

근데 저도 이 책 빌려왔는데 읽다 보면 더 더워진다는 건가?ㅋㅋ
 

















1일 1페이퍼의 푸른 꿈은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내내 며칠을 놀다가 오늘은 효도일정 소화해야해서 병원행.


먹고 살고 지지고 볶고의 인간사를 통칭해 살림이라 했을 때 살림에 젬병인 내게 가장 힘든 종목은 설거지 아니고 청소 아니고 요리 아니고 정리정돈. 그야말로 난장판인 집 어디에도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어 다시 김치냉장고 위.








물건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지만 마음은 구체적 형상과 질료의 모습인 물체로 전해지는가. 나는 물건을 보며 물건에 담겨진 다정하고 섬세하며 명랑한 마음을 생각하고… (장바구니 벽에 붙이는 마음. 나는 짱구를 좋아한다)




오늘, 다시 읽어야지, 살아야지,하는 나답지 않은 결심을 하는 지금. 모닝커피 생각나는데 대기해야 해서 마냥 기다리는, 어느 병원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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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7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보 독서대는 갖고 있으면서도 볼때마다 아름답네요. 저도 짱구 좋아해요 ㅋㅋㅋ 가끔 심심할때 찾아봅니다. 커서 보니까 짱구는 말썽은 부려도 귀엽고 착한듯. 이따 모닝커피 꼭 드세요!! 😍

은오 2023-07-27 09:34   좋아요 2 | URL
엥근데 저번에 커피마시면 속쓰리다하셨던거같은데 식사하셨나요?! 식사하시고 드세요 단발님 위장 소중해.....(빈속에 커피들이부으면서 이소리 하고있음 전괜찮습니다)

단발머리 2023-07-27 09:48   좋아요 3 | URL
은오님 다정한 사람…. 잠자냥님께 락방님께 책나무님께 다 쓰고도 다정함이 남았다 ㅋㅋㅋㅋ 안 그래도 뛰쳐나오느라 밥을 못 먹었 (엄마한테는 비밀 ㅋㅋㅋㅋ) 그러나 커피는 마실 것입니다. 할리스 커피 만나기 힘들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라 할리스 ㅋㅋㅋ사람 겁나 많아요. 아프지마요, 우리🥹🥹🥹

은오 2023-07-27 09:54   좋아요 2 | URL
제가 지쳐 쓰러져도 단발님 몫의 다정함은 남겨둘 것입니다 ㅋㅋㅋㅋ 할리스는 바닐라딜라이트가 맛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며 ㅋㅋㅋ 😘

단발머리 2023-07-27 11:12   좋아요 1 | URL
지치지말고 쓰러지지 마요~ 바닐라딜라이트 흡입했으요 ㅋㅋㅋㅋ 딜라이트하닼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7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도 참 글도 단정하게 쓰시지만 사진도 단정하게 찍으시네요. 사진에서도 그 사람 성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전 글러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원행이라니, 지치지 않게 잘 챙겨드시고 다니세요. 특히나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는 병원은 또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까. 힘냅시다. 힘내세요. 어머님과 맛있는 것도 꼭 드세요!!

단발머리 2023-07-27 17:34   좋아요 0 | URL
지치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지치고 엄마랑 싸움 ㅋㅋㅋㅋ 짜증나서 바로 집에 가려했는데 락방님 댓글 보고 나서… 밥 먹고 가려고요. 에휴…

잠자냥 2023-07-31 10:38   좋아요 1 | URL
글러먹은 다락방! 네덜란드 킹 사이즈 침대는 어떤가요?!

다락방 2023-08-01 11:13   좋아요 2 | URL
혼자 자기에 아주 편안합니다!!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7-28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닛 불리1803 눈에 들어옵니다 ㅋㅋ 저도 정리정돈이 제일 어려워요 ㅎㅎㅎ 먼지 청소는 자신 있는데 말입니다. 음… 요리도 어려워요. 제가 만든 요리는 아무도 안 먹어요….

병원은 기다리는 게 일인 것 같아요. 얼른 다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3-07-28 18:33   좋아요 2 | URL
아닛 불리1803 알아봐주시는 안목에 기립박수 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리정돈이 제일 어렵구요. 먼지청소도 어렵구요, 요리도 어렵 ㅋㅋㅋ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저희집 식구들은 제가 만든 요리를 먹습니다. 물론입니다, 저는 안 먹어요 ㅋㅋㅋㅋㅋ

병원은 정기적으로 가시는 거라서요 ㅋㅋㅋㅋ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3-07-28 23:33   좋아요 2 | URL
부럽습니다... 제가 만든 건 저만 먹어요... 다들 간이 안 됐다고 싫어해요 ㅋㅋㅋ 예전에 남편이 아플 때 제가 죽을 끓여줬는데 한 술 뜨더니 벌떡 일어나서 본죽 사러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아픈데...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9 20: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저 엄청 웃었어요. 저는 요리 다 못하지만 죽 중에 잣죽은 좀 잘하는 편입니다. 잣죽은 간을 하지 않습니다. 요리책에는 하라고 하는데 저는 하지 않지요. 맹숭맹숭 니맛도 내맛도 아닌 건강맛 ㅋㅋㅋㅋㅋㅋ
남편분, 벌떡 일어나셔서 죽 사러 가셨으면 많이 아프지 않은 것으로 해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8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리정돈 어렵지요... 전 김치냉장고 위도... (하아) 책 읽기는 조금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엄마랑은 오래 있다보면 별거 아닌 걸로도 싸우게 되는 거 같아요. 너무 가까워서 그런가봐요... ㅠㅠ
오늘은 더 덥다니 시원한 곳에서 편히 지내시는 하루 되시길!

단발머리 2023-07-28 18:37   좋아요 1 | URL
정리정돈이 제일 어려운데 알고 보면 물건을 좀 줄여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는 해요. 물건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ㅠ

만나면 반가운데 조금 있다 보면 금방(?)ㅋㅋㅋㅋㅋ 금방 싸우게 되지요. 하아....
오늘은 시원한 곳에 종일 틀어박혀 있다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하님도 시원한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3-07-28 20: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특히 책이 많습니다 ^^;; 이제 여성주의 책 덮어놓고 사는 걸 그만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3-08-04 19:21   좋아요 1 | URL
여성주의 책은 덮어놓고 사셔야 합니다. 오늘의 잔소리였습니다^^

하나의책장 2023-07-3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인데도 매일같이 치울 게 많아요.
아마 맥시멀리스트라 어쩔 수 없나봐요ㅠㅠ;

밥 먹을 때 짱구 볼 정도로 짱구 너무 좋아해요ㅎㅎ
짱구 접이식 에코백이라니 ♥.♥

단발머리 2023-08-04 19:23   좋아요 0 | URL
정리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을 제가 엄청 존경합니다. 정리...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의 답은 오로지 ‘버리는 것‘ 뿐이고요. 정확히는 사지 않는 것인데, 아.... 뭐가 집에 이렇게 많은지 ㅠㅠㅠ

짱구 접이식 에코백..... K문고에 가시면 여러 버전의 짱구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7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제 읽어 보네요. 덥고 지쳐 북플 띄엄띄엄 하다 보니 놓치는 글들이 많네요^^ 실은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요. 그럼 땡투를 누구에게 눌러야 하나? 친하신 분들이 눈에 띄어 나름 고민을 하다 에잇....단발 님께 누르고 갑니다. 글을 읽다 안 누를 수가 없어서...^^ 어머님과 싸우지 마세요. 전 어머님과 따님이 투닥 싸우는 모습도 부럽습니다만^^;;; 지금은 단발 님이 컨디션이 안 좋아 분투 중이실 것 같아 땡투라도!!!^^

정리정돈은 어케 하는 걸까요?
전 단발 님 정돈된 사진을 보면서 살림 고수(정리정돈)이실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저와 똑같은 맘인가? 싶네요.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다??!!!!ㅋㅋㅋ
그래도 이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멋진 일입니다. 간만에 할리스 바닐라 딜라이트 커피 마시고 싶군요.
컨디션 빨리 회복하시길^^

단발머리 2023-08-10 20:20   좋아요 1 | URL
땡투 저한테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끌 모아 제가 태산을 이루어 보겠습니다.
엄마와 투닥이는 모습도 부럽다고 하시는 마음을.... 제가 만분의 일이라도 알 거 같아요. 짜증날 때 책나무님 마음을 기억할게요.

정리정돈은 ..... 정리와 정돈이겠죠. 일단은 물건을 안 사야할텐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엔 수납이든 뭐든 다 필요없고 물건이 적어야.... 우리는 책이 많으니까 (책 공동체 ㅋㅋㅋㅋㅋㅋ) 다른 물건을 더 줄여야할 거 같아요. 전 살림도 별로 없는데 (시무룩)

컨디션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댓글이 늦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 억압의 핵심은 자녀 출산과 자녀 양육의 역할이다. (109)



이렇게 쓰기 미안한데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가까운 거리이기는 한데, 아니, 가까운 거리여서 버스를 타러 나가는 시간이 전체 이동 시간의 60퍼센트를 차지하기에,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길이 언덕이라서, 하지만 이 모든 변명은 적당한 이유가 되지 않기에. 지구에게 죄송하게도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차 안. , 아래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앞이다. 최근에 이런 신호등 공사가 한참 유행이었는데, 초록 불이 켜지면서 차량 전체가 멈추고 보행자는 자기가 서 있는 도로의 맞은 편뿐 아니라, 그 맞은편의 맞은편으로도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신호 체계다. 지금 찾아보니동시 보행신호라고 한다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고 이제 좌회전 신호 한 번만 받으면 도착이다. 아직 3분이 남았고, 마음은 여유롭다. 나는 정면을 보다가 왼쪽을 본다. 중년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여성도 아이도 민소매 옷을 입고 있다. 하얀 바탕에 연한 하늘색 무늬 옷을 한 벌로 입었다. 누구에게인지 모르지만 맞은편을 바라 보던 중년 여성이 손을 흔든다. 꽂꽂이 안겨 있는 모양새가 9-10개월이 됨직한 아이는 아직 손을 흔들지 않고 있다.


신호등 맞은편에는 조금 전에 뒷모습만 보았던 여성이 서 있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일자 슬랙스를 입었다. 갈색의 긴 웨이브 머리카락이 거의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다. 예쁘다. 내가 원하는 그러나 추구할 수 없는 멋진 출근룩이다. 신호가 바뀐다. 초록 불 보행 신호에 인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죄다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는다. 바쁜 발걸음. 젊은 여성이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뛰어가서는.


중년 여성이 안고 있는 아이에게 뽀뽀를 한다. 쪽쪽 쪽쪽! 네 번. 네 번의 뽀뽀를 하고 그 여성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의 맞은편의 맞은편으로 뛰어간다. 동시 보행신호는 보통 보행신호보다 신호 대기 시간이 길다. 이제서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20, 19, 18, 17...  세 걸음 정도 걸어가던 젊은 여성이 뒤를 돌아본다. 부지런히 오른쪽 왼쪽으로 손을 흔든 후, 다시 앞을 보고 뛰어간다. 내 차 앞에는 중년 여성과 아이가 있다. 아이는 꽂꽂하게 안겨 사라져 가는 엄마를 바라본다. 언어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의 감정을 제일 정확하게 보여주는 건 얼굴일 것이다. 눈 혹은 표정일 테지. 나는 외할머니에게 안겨 있는 (그 중년 여성은 젊은 여성의 엄마일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아이 맡기고 출근하면서 시어머니에게 인사하지 않는 며느리는 없을 것이므로.)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그 아이의 마음을 읽었다. 완벽하게, 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냥.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 주시다가 친정 근처로 이사 오면서 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다.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때는 밤마다 데려와야 했는데, 엄마는당연히밤에도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하셔서 퇴근 후에 친정에 들러 엄마 밥을 먹고 아이랑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침에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길에 친정에 들렀다. 마을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와야 해서 바쁜 아침 시간이 더욱 빠듯했는데, 그래도 거의 아침마다 친정을 경유해 출근을 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1층에 내려와 계시면 아이를 한 번 안아 보고 사진을 한 장 찍고는 바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고는 했다. 나는 내 뒷모습을 못 보니까 내 뒷모습이 어떠했을지 모르고(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만 보고 뛰어갔을 테니 엄마와 내 아이의 뒷모습이 어떠했을지 모른다


나는 아이의 주 양육자가 꼭 엄마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나쁜 양육자가 될 확률만큼이나 아빠나 할머니도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느꼈던 건 엄마가 없어서 외로운 마음이라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등을 보이며 떠나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랄까. 내게 아이의 등은 그렇게 보였다.   



모성에 대한 강요는 차고 넘친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며 내게는 댓글을 달아주시지  않는 정희진쌤은모성은 어머니와 자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여성과 자녀의 아빠와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온 나라가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 엄마와 아빠에게버림받은아이 문제로 떠들썩하다. 엄마에 대한 악마화가 도를 넘었다. 열 달 동안 함께 했던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마음과 상황과 여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성만을 문제 삼을 뿐이다. 모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 숭배와 혐오

















어머니 은 일정 부분 인간의 삶을 포기하게 하고 또 포기하는 것을기쁨으로 여기라고 강요한다.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의 외침, 항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 풍성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로서의 경험 역시 소중하다, 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오 천년 여성 혐오의 근본 뿌리 중 하나인 여성에 대한 성역할 강요임을 안다. 그러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머니라 불리는 나는, 나의 어머니 을 거부해야만 하고. 나의 생각이 캐서린 비처가 쓴 <가정경제에 대한 논문 A Treatiseon Domestic Economy(1841)>의 가정 페미니즘(domestic feminism;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는 여성들을 보호해야 하며 가정 내에서 여성의 고유한 역할인 육아와 가사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 역시 나의, 혹은 나만의 일일 것이다(<젠더와 역사의 정치>, 45).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인간은 과거를 긍정해야 한다. 아름다웠노라고, 행복했노라고 말해야 한다.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사회와 가정에서보이지 않는존재로서 존재했던전업주부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 내게 묻는다면. 그때처럼 일 vs 육아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또 다른 길워킹맘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4개월 정도 해보니, 아이들이 다 크고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요즘에도 매일 녹다운 되는 나를 데리고 살다 보니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인생에서 단 한 번 주어지는 그 짧고 소중한 순간을 누리고 싶다. 나도 그 순간을 함께 살고 싶다. 그 이유를 나는 아이들에게서 찾았다. 그런 아이들이라면, 그것이 생존을 위한 진화적 속임수라 할지라도 그렇게 귀여운 아이들이라면. 그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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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7-15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ㅜㅜㅜㅜㅜㅜ

2023-07-1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7-15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이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요.. ❤️

단발머리 2023-07-15 15:53   좋아요 1 | URL
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다행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청아 2023-07-15 1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어김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의 ‘아빠‘는 지워지고 있죠...어린이집 아이들을 학대하는 선생들을 비난하는 것으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눈 감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워요.

단발머리 2023-07-15 15:54   좋아요 3 | URL
그런 상황의 원인을 찾는 일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너무 빤히 보이는 일들인데... 그걸 밝힐 수가 없으니 눈을 감는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깝고요.

독서괭 2023-07-15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짠하네요…
단발님, 그 시절, 참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7-15 15:55   좋아요 2 | URL
저희 아이들이 다 자라서... 이제 제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자다 깨서 엄마를 찾는 아가들의 엄마들에게 독서괭님의 토닥토닥 나눠드리고 싶네요.
독서괭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토닥토닥!

수이 2023-07-15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럿 울리는 글이네. 멋지다, 아름다운 내 사람, 다시 느낌

단발머리 2023-07-15 15:55   좋아요 2 | URL
수이님만 울리고 싶어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수이님만 울기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6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7-16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이기도 할 시간들.
이 땅 위의 워킹맘들에게 박수 보내고프네요.

아이와 아침마다 헤어지기 싫어 전업주부를 선택했던 전...
지금 아이들의 행태를 살펴 보면서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면 전...전업주부를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평소 아주 많이 하면서 전업주부 생활을 해왔네요. 무슨 뜻인지는 다른 전업주부이신 분들께 들어보신다면 아시게 될껍니다.ㅋㅋㅋ

암튼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환경에 고생 많으십니다.
파이팅 하시길~^^

단발머리 2023-07-24 08:40   좋아요 1 | URL
워킹맘들의 고단함을 10분의 1 정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전업맘들의 외로움도 보이구요. 혼자 일한다는 것, 어른 없이 혼자 아이를, 아이들을 돌보는 갑갑함을 저는 조금은 아는 사람이니까요. 역시 사람에게는 사회가 필요하구나. 일이 필요하다는 건,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나무님 글, 댓글 읽을 때마다 너무 힘이 납니다. 우리 알라딘 공식 에너자이저로 임명합니다. 단발머리가요!!!

다락방 2023-07-23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저 카불 신부 땡투했어요. 아 나는 왜이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7-23 11:02   좋아요 1 | URL
그 반항, 응원합니다 ㅋㅋ

잠자냥 2023-07-23 12:47   좋아요 1 | URL
그럴 줄 알았지

다락방 2023-07-23 13:07   좋아요 1 | URL
🙄🙄🙄🙄🙄

icaru 2023-07-29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직장인이시군요!! 건투를~~~!!
저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서재에 들어와서 야곰야곰 읽을거리들이 많아 신나하고 있습니당^^
하나하나 지금부터 고고~~~

단발머리 2023-07-29 20:44   좋아요 0 | URL
저 겨우 4개월 일하고 완전 녹다운 ㅋㅋㅋㅋㅋㅋ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너무 오랜만에 오셨어요!!!!!!!!!! 저 여기에 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님 자주 좀 오시어요~~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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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래 24>에서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과 관련된 이상한 일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책인데. , 나는 뭐 여러 번 가슴이 찌릿찌릿하니 마음이 참 그랬다. 소설 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의 평범한 일상은 그것이 실제의 경험인가 싶을 정도로 냉정한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이건 작품 홍보를 위해 혹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강연을 나가게 되었을 때 에피소드 중 하나다.




서글프게도 그런 손톱만 한 우위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강연료를 묻는 순간 연락이 끊기는 섭외자들이 꽤 많다. 공짜 강연을 바랐을 확률이 매우 높다. 강연장에 와서야 그 강연이 재능기부 행사였음을 알게 됐다는 작가나 번역가도 있다. 끝까지 강연료를 묻지 못했는데 나중에 입금된 금액을 보고 너무 소액이라 속앓이를 했다는 이는 부지기수. (172)



물론 취지에 공감해 강연료에 관계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한 자리도 있다. 그런데 그랬다가 후회한 적도 많다. '가난한 소설가에게 우리가 좋은 기회를 줬다'고 믿고 생색을 내는 상대 앞에서 얼굴이 굳어지면 내가 소인배인 건가. 참석자들에게 냉대받고 나의 역할은 얼굴 마담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엔 미소가 잘 안 지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 그리고 지역 독서모임 중에는 다음 기초의원 선거 출마 준비자의 사적 네트워크 같아 뵈는 곳도 있다. 작가들은 주의하시길. (175)



사람들은 작가들이 특별히 문학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이 하늘 위에 둥둥’ (갑자기 생각나는 쟝쟝님, 쟝님 좋겠다!) 떠서 살 거라고 추측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너머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그런 삶을 추구하기를 원한다. 먹고 사는 것 같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문제보다 그 너머를, 그 이상을 혹은 그 이하를,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늘과 땅, 천국과 지옥을 그려내는 그들이 밥을 먹고 빵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옷을 입고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것 같은 문제에는 왠지 모르게초연하기를 원한다. 혹은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예술가들에게도 그런 자의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정래 선생님은 황홀한 글감옥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셨다. 감옥에 갇힌 운명, 계속해서 써내야만 하는하지만, 그런 직업적 소명을 받드는 행운도 어디까지나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아니다, 정확히는 초 베스트셀러 작가에 방송 출연도 많이 하는 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미리 강연료를 알려 주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을 입금하거나 혹은 재능 기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 사람들(작가들, 예술가들, 소설가들, 시인들)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의 원리 바깥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말이 안 된다. 대학 축제에 아이돌을 부르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그 사람들은 알까? 조그마한 지역 행사에 이름을 한 번 정도 들어봄 직한가수가 초청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 알까. 모를까? 모르지 않고서야 어쩜 이 예술가들에게만 땅을 밟지 말고 하늘에 둥둥떠 있으라고 말하는 걸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나는 이 문단이 제일 좋았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헌신할 수 있는 일인가. 어떤 직업의 귀천은 그 질문으로 대강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직업이 임금의 대가로 종사자에게 시간을, 추가 노동을, 감정을, 가끔은 건강이나 그보다 더한 것까지도 요구한다. 그런데 사모펀드 CEO가 과로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혀를 끌끌 찬다. 뭣이 중한지 모른다며. 큰돈을 벌게 해주는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몸을 해치면서까지 추구할 일은 아니라고 예리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의 희생을 우습게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화재 현장이 아니라 훈련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그 희생이 괜찮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그 가치는 높은 연봉과는 다른 무엇이다. 종사자의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 퇴근 뒤에도, 심지어 퇴직 뒤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나는 소설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9-10)





나는 소설이, 문학이, 예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써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서, 문장과 씨름하며, 단어를 고르고 지우는 그 지겨운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당연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 돈을 벌 수 없다. 밥벌이를 할 수 없다.



인간은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다.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재산이 100억인데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그 일이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일임을 알아채시는 분들에게 축복을!) 인간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능력을 발휘(과시)하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 중에 하기 어려운 일’, 큰 위험을 담보하는 일이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보상존경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네 세상이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 갭투자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본 사람이나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을 손에 넣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세상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른 한 편으로 우리는 간호사님을, 소방관님을 그리고 민원 폭주로 괴로워하는 일부의 착한 경찰관님을 존경한다. 특별히 보육 시설에 근무하는 분들의 경우, 해당 노동의 성격이 여성적인 일,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지기에 더욱 저임금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CCTV 속의 포악한 보육 선생님들은 비교적 쉬운경로(적은 비용과 시간)를 통해 유치원, 어린이집의 보조 선생님으로 채용되지만, 저임금은 물론이요 고용 연장 보장 없이 육체적으로고된 보육과 영유아 케어를 도맡아야 한다. ‘다정할 수 없는 구조가 존재한다.



노동은 고되다. 고된 노동의 수행이 성스러운 것으로 해석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중세 시대, 농민들의 실제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책은 어마어마하다.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나의 초라한 기억력을 탓한다.) 흑인 노예들이 대농장주의 횡포에 태업으로 맞섰던 일 역시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다. "노동은 신성하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윤리는 근대의 발명품이며, 노동 윤리의 과대 포장에 앞장서 온 자본의 논리가 개신교 전통과 결합함으로써 그 쓰디쓴 열매를 맺었다. 소명과 사명. 천직을 성실함으로 대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믿게 되었다.



자본가의 이익은 노동자의 시간을 착취하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 노동 시간은 8시간이지만, 그 노동을 가능하기 위한 수면 시간, 휴식 시간 등 재생산에 필요한 시간비용을 자본가는 지급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직업이었던 내게, 아무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바로 그 상황이다. 설정 자체가 착취다. 일할수록 손해다. 오늘 오전에 해야 할 일 하나가 갑자기 취소되어서 자유 시간이 생겼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친정 단톡방에, 1시간 쉬게 되었다 자랑을 했다. 아빠가 답했다. “그렇게 일하고도 한달월급 받아 일좀 많이 해.” 엄마가 답했다. “내가 답했다. “너무 많이 해요 지금도 ㅋㅋㅋ 살살 해야 함 ㅋㅋ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ㅋㅋㅋㅋㅋ



개미 같은 사람들. 우리 아빠 같은 사람들. 평생을 열심히 일하고도 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잠깐 쉬어도 미안한 사람들.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그 부지런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나이브하다는 걸 안다. 사람마다 환경과 처지가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 다만 나는 열심히 일한다는 게 기쁨의 한 축이 될 수는 있지만, 자긍심의 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카프카의 <변신>노인 문제로 읽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차를 타고 출근해서 돈을 벌어 오던 주인공. 그가 흉측한 벌레로 변해 버렸을 때. 외양은 흉측하고(냄새가 난다고 했던지 그건 잘 기억이 안 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무슨 일인가를 한다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그가 사라져 주기를 혹은 죽기를 바라는 가족의 마음들. 쓸모없는 인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제는 쓸모없는 사람, 자기 밥값도 못하는 사람, 자기 관리도 안 되는 사람, 오히려 돈, 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 이제 그 사람을 어쩌면좋단 말인가.



인간을 효용으로만 볼 때, 실직한 가장은 집에서 찬밥 신세다. 인간을 쓸모로만 이해했을 때, 여자가 암 걸리면 이혼당한다. 인간을 실적으로만 바라봤을 때, 자식이 공부 못 하면, 그 자식은 창피한자식이다. 이런 세태에 대해 우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밥벌이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격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2, 30대의 젊은이들(생각보다, 제가 나이가 많아요)이 취업을 포기하는 건, 그들이 갈 만한 좋은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배가 불러서그런 게 아니다. 소설가라면 3년 혹은 5년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습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그 기간에는 돈을 벌 수 없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데돈을 벌러 갈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내 결론은. 다시 한번. 나이브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 소득이다.



돈이 필요해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2개 정도 하면 적어도 당분간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치 출사표로 느껴진다는 댓글은 사양입니다. 전 이미 충분히, 매우 엄청나게 정치적입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50만원 (70만원이라고 적었다가 20만원 깎았다) 정도라도 기본 소득이 지급된다면 그 돈을 가지고 그다음을 도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물론 집 문제, 아파트 문제, 교육 문제와 얽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일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 말하자는 것이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나를 기쁘게 했던, 울고 웃게 했던 소설가들이 계속 소설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강명씨강명씨가 이 글을 읽을지 어쩔지 잘 모르겠어요. (제 친구는 분명 강명씨가 알라딘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천상계 우리 정희진쌤도 댓글 다시더라구요. 강명씨도 댓글 달아주면 나는 좋겠지만, 안 달아줘도 상관없어요. 저번 주에 푸코 만나야 해서 좀 바빴어요. 이 페이퍼 쓰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었을 거 같죠? 이번주에 진짜, 진짜 <재수사> 들어갑니다.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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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11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명씨도 기다리겠지만 저 역시도 단발머리 님이 <재수사> 들어가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또 이런 글이 나올 거 아녜요? 기다립니다.

제가 어제 읽은 책에 카프카에 대해 나오는데, 이 페이퍼랑은 연관이 없기 때문에 먼댓글을 달지는 않고 그러나 페이퍼는 하나 쓸게요. 오늘 이 페이퍼 읽으니 그 책에 대해 쓰고 싶어졌어요. 슝 =3

단발머리 2023-07-11 14:30   좋아요 0 | URL
혹…. 강명씨? 😍😍😍😍😍

청아 2023-07-11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르바이트 검색하면 정규직을 아르바이트라고 광고하고 있더라고요.
하루 10~12시간이 언제부터 아르바이트가 된 건지...
저는 딱 4시간만 일하고 싶어요ㅋㅋㅋㅋ
기본 소득도 필요하고 최저임금도 더 올려야 합니다. 이런 거 제일 아까워하는 정치인들이
나라 돈은 눈먼 돈이라며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있는 현실.

다락방 2023-07-11 16:16   좋아요 3 | URL
버트런트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에서 바로 그 네시간 노동을 주장합니다. 우리 모두 네 시간만 일하자!! 그러면 여유시간도 생기고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저는 그런 버트 러셀을 지지합니다. 얼쑤.

단발머리 2023-07-11 16:22   좋아요 2 | URL
딱 4시간 의견 너무너무 좋은데요. 저 그럼 진작 퇴근해서는 ㅋㅋㅋㅋ

마르크스의 둘째 사위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를 옮겨봅니다. 좋아하실 분들이라서요 ㅋㅋㅋ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의 양은 제품 소비와 원자재 공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한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하여 1년 치의 일을 6개월 만에 미친 듯이 해야 하는가? 6개월 동안 하루에 12시간이나 일하는 대신에 1년 내내 노동량을 골고루 분산시켜 모든 노동자가 하루에 대여섯 시간만 일하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매일매일의 일거리를 보장받게 된다면 더 이상 서로를 시샘하지도, 서로에게서 일거리나 먹을 것을 빼앗지도 않을 것이고, 심신이 기진맥진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게으름이라는 미덕을 실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38쪽)

달자 2023-07-11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이 나누신 말씀이랑 비슷한 내용이 정희진 선생님의 7월호 매거진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북반구 기준, 여름에 모두 더운데 진 빼면서 일하면서 건강 해치고 에너지 과소비 하고 그 와중에 피서를 가니 어쩌니 할 바엔 그냥 7,8월에 모두가 노동을 중단하자! 그래도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다!

단발머리 2023-07-15 15: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 들었는데요. 너무 귀가 솔깃하더라구요. 7, 8월 모두 노동 중단, 지구 멈춤,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시간이 전부 돈인 자본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을테지만요. 휴우...

책읽는나무 2023-07-11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노동에 대한 단발 님의 현학적인 글이 돋보입니다.^^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좀 가슴 아픈(?) 내용이군요?
예전에 장강명 작가의 다른 에세이를 읽었을 때, 이 작가는 ‘소설가‘라는 어떤 타이틀이 아니라 진정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제 시간에 출근하듯 식탁에 앉아 글을 쓰고 집안일을 하고...재택근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한여름엔 집 안이 너무 더워 아파트 독서실에 가서 글을 쓴다는 대목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작년에 전기세를 아낄겸 아파트 독서실에 가서 책을 읽어 보기도...^^;;
다른 작가들도 물론 소설가나 시인이 직업이란 생각으로 글을 쓰시겠지만 장작가님은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임하는 자세가 어떤 환상을 깨고 좀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근데 이 책은 더 구체적이고 솔직한 책이로군요?^^

전 인용문을 읽으면서 장강명이란 이름 난 작가가 이 정도의 대접을 받고 산다면, 책이 그닥 많이 팔리지 않는 작가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종종 읽다 보면.....
암튼 그래서 한국 작가들의 책을 자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서점에 갔을 때 번역 책보다는 한국 작가들의 책을 한 두 권 사곤 하는데...넘 미비해서 이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럴 땐 내가 좀 돈이 많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ㅋㅋㅋ
어디 4시간만 일 하는 곳 있음 연락 주세요^^

단발머리 2023-07-15 16:02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말씀이 딱인데요. 장강명 작가는 작가의 삶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쓰는데요. 가끔 그런 맘이 아픈 순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작업실이 어디냐,고 묻는다는 거에요. 그러면 아이도 없고 아내 출근하면 혼자라서 집에서 쓰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이런 문장 만나면 마음이 좀 그렇고요. 모든 작가가 작업실 가지는 건 어렵겠지만 창작 활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토지 문화관> 시설 관련해서 읽을 때 아... 돈 많이 번 작가들 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이런 시설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혼자 해보고요.

4시간만 일하는 곳 찾으면 연락드릴게요^^

단발머리 2023-07-15 16:18   좋아요 0 | URL
잠깐.... 근데 혹시...... 강명씨?

공쟝쟝 2023-07-14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유용성을 증명(대체 누구에게?)하기 위해 너무 열심히 산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쓸모로만 생각할뻔 한 사람이 읽기에 적당히 아픈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이 조직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쓸모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이유는 사랑받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랑과 쓸모는 애시당초 불화하는 속성을 지닌 것 도 같아요.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가장 쓸데가 없이 털을 뿜고 더워죽겠는 데 피부위로 올라오거든요. 뿐만 아니라 말도 못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강명씨, 저성장 한국 사회의 숙제... 열정 페이... 특히 창작자들에게 쏟아지..... 강명씨 같은 분이 지적해주시는 거 너무 귀합니다. 작사료 안받아도 되는데 후배들 생각해서 굳이 받는 다는 김이나 작사가도 떠올려지고요. 짝짝짝. 제가 요즘 근대적 문제설정을 탈구축하는 작업에 몰두 중인데 (ㅋㅋㅋ 아니 너무 둥둥 떠버리네) 역시나 한국은 봉건적 관습부터 타파.... 물론 이 순서를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까지 (독서로) 알게 되었는 데... 강명씨... 일단 제가 강명씨 소설을 이해하려면 도스토옙스끼부터 깨고와야하는데 도끼 읽을 시간이 없어서 어떡하죠? 강명씨... 그래도 나는 강명씨의 <표백>의 문제의식을 (여성혐오 감안하고) 이젠 조금 다르게 이해합니다. 그리고 강명씨는 역시 소설보다 에세이를 잘쓰는 것이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조지 오웰. 메롱~ 강명씨~ 소설은 필립로스가 잘쓰고 조지 오웰은 소설 못쓰던데요? 강명씨 메롱~ ㅋㅋㅋ

단발머리 2023-07-15 16:10   좋아요 0 | URL
적당히 아픈 글은 어떤 글인지... 궁금하군요. 사랑과 쓸모는 애당초 불화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되, 사랑하는 사람의 쓸모를 구하지 말자, 가 저의 모토이기는 합니다. 인간에게 기대치가 낮은 단발머리의.... 그 어떤.... 거시기...

강명씨 읽으려면 도선생 읽어야 돼요. 저 지금 <재수사> 읽는데 3장에 한 번씩 라스콜니코프 나와요. 저두 아주 예전에 읽어서 다시 읽어야 되나, 차라리 백치를 읽을까 하고 있습니다. 소설보다 에세이 잘 써요, 라는 말은 소설 뽀개고 해주시고요.
그리고.... 강명씨..... 이거는 나만 해야 돼요. 강명씨 싫어한다 했잖아요. 물론 강명씨 새책 나오는 족족 사는 사람은 쟝님이지만, 강명씨~~ 라던가 강명씨 메롱 ㅋㅋㅋ 이런 거는 나만 해야 돼요. 참고바랍니다.

2023-07-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7-2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글 멋있어요! 통찰도 넘나 멋있고~ 변신을 노인문제로 읽었다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저는 변신을 읽으며 잠자가 집밖으로 탈출했으면 좋겟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곧 죽음이었던 ㅎㅎㅎㅎ
노인문제에 대비해서 생각해 보니까 ... 사랑과 쓸모가 애당초 불화라는 말도 가슴 미어지는 통찰이십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07-29 20:47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원래 icaru님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제 글도 좋게 읽어주시고^^
전 변신도 노인문제로 읽었지만 요즘엔 다른 책, 다른 설정도 노인 문제로 읽힐 때가 있어요. 그건 좀 자세히 살펴봐야할 거 같고요.
가슴 미어지는 통찰은 역시 사랑에 대한 것이구요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