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이었다. 친구가, 친애하는 다정한 친구가 다이어리를 선물해 주었다. 다이어리계의 명품으로 통하는 몰스킨 다이어리였다. 여기에다가 일기 써. 강한 다짐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평범하고 느슨한 권유였다. 핫핑크의 예쁜 다이어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해 중, 고등학교, 대학교, 직딩 때까지 이어졌다가 퇴사를 기점으로 중단되었던 종이 일기쓰기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10시가 조금 넘어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손을 씻고 다이어리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아직 만년필 세계에 입덕 하지 않은 상태라 펜에 대한 선호가 불분명하지만, 내가 가진 펜 중에 가장 새 제품이고 얇은 펜으로 밤마다 일기를 써 내려갔다. 다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쓰라는, 계속해서 쓰라는 친구의 권유와 명품 다이어리의 아름다운 외모에 힘입어 한 줄을 쓰고, 그다음 한 줄을 이어 나갔다.

 


2020, 그렇게 시작된 종이 일기쓰기는 작년에도 올해도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올해는 많이 못 써서 빈자리가 눈에 확연하기는 한데,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이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열심히, 그렇게 부지런히, 예식을 거행하듯 소중히 이어져 왔던 종이 일기쓰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다른 쓰기가 아닌 이 종이 일기쓰기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 아니라면 계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나 혼자만의 쾌락을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해, 다시 일기장을 펼친다.

 



주말부터 읽는 책은 아니 에르노의탐닉』이다. 이제 7등분선을 넘은 것 같은데 복잡한 생각에 자꾸만 읽기가 중단된다. 『단순한 열정』의 연인 A와 『탐닉』의 S는 동일인이다. 당시의 경험을 소설로 엮어냈던 에르노는 이후에 연애 기간에 썼던 일기를 모아 출간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경이롭다. 이미 작가로서 사회적 명망을 쌓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한 그녀의 전혀 다른 면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기쁨과 슬픔.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고통. 그를 욕망하듯 그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구.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 못 드는 밤. 그의 전화, 재회와 섹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기다림.

 



그녀는 촌스러운 긴 치마에 살색스타킹을 신었고, 나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검정스타킹을 신었다. , 머리, 눈 색깔, 몸매(그녀는 약간 땅딸막하다)면에서 이보다 더 대조되는 두 여자를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주부와 창녀. (58)

 


언제나 나는 한 남자에게 너무 많은 상상력을 발휘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 자신을 지나치게 소모했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가 내게 어떤 애정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단지 내 이름 때문이라면, 내가 작가라는 사실 때문이라면 도망치고 싶다. 가장 큰 두려움은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67)


S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때 아니 에르노는 48, 그의 애인은 35세였다. 나는 여자 나이 48세가 어떠할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녀의 마음을 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나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대한 문제다. 그녀는 사춘기 소녀 같다. 그녀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고, 기대하고 실망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종이에 쏟는다. 자신의 사랑과 절망을, 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그의 아내와 다른 여자들에 대한 질투와 원망을. 그녀는 종이 위에 써 내려간다. 그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으므로, 그녀는 일기를 썼다.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오겠다고 약속한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쓴다. 그가 간 후에 아쉬운 마음에 쓴다. 또다시 그를 기다린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우리 인간이 얼마나 육체에 갇힌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고상한 척, 우아한 척 하지만, 우리 인간도 결국엔 동물이고. 동물로서 하는 행동, 생존을 위한 행동은 좋고 나쁨을 가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녀에겐 음식처럼, 사랑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더 주고자 하는 사랑. 그리고 자신이 준 사랑의 일부를, 정말 극히 일부만이라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려받고 싶은 그 마음이 절절하다. 간절한 사랑. 소녀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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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01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아니 에르노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단발님. 소녀 같아서. 잘은 모르지만 실체 또한 소녀 같은 분이실 거 같아요. 저도 아니 에르노 또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8-01 11:22   좋아요 3 | URL
저는 이번에 두 번째 책인데 비타님 덕분에 읽게 됐어요. 소녀 같은 마음, 넘나 두근두근 분홍색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다음책으로 집착을 골라두었습니다. 하핫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01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책이 이렇게 많이 출간되어 있군요. 하나같이 표지들이 예술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하나도 안읽은.... ㅠㅠ 저렇게 탐닉하는 절망적인 사랑 안좋아하는데 단발님 글을 보니 또 관심이 생기고 고민이네요. ㅎㅎ 그나저나 꾸준히 일기를 쓰시는 단발님 존경합니다. ^^

단발머리 2022-08-01 15:26   좋아요 2 | URL
네, 아니 에르노 책이 이렇게나 많더라구요. <한 여자>랑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등 몇 권 빠졌는데도 이렇게 많네요. 마저 넣어야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에르노는 두 번째라서 제게는 황금 어장 같습니다. 일기를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2-08-02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님 종이일기 쓰는 분! 저도 맨날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다이어리를 간직하지만 텅텅텅 빈 결과물이 ㅋㅋ 아니 에르노 <열정> 사놓고 아직 못 읽었어요 ㅜㅜ 정말 자기 속을 긁어내어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6:57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래요. 저도 빈 칸 보면 참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는 많이 못 썼어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했더니 8월 2일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 속마음 토크 정말 절절합니다. 이런 사랑, 오랜만에 만나서 더운 여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많네요
몇권 사놓고 아직 한권도 못이읽었는데 이 페이퍼 앞에서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6:5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이번에 찾아보면서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네요. 전 다 읽는 건 꿈도 못 꾸고요 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연속해서 2-3권 읽어볼 생각합니다. 쪼그라들지 마소서, 그레이스님!!

서곡 2022-10-07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지순례 댓글 남기고 갑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2-10-07 15:25   좋아요 2 | URL
여기가 성지는 아니지만 ㅋㅋㅋ 언제든 환영합니다! 더 많이 읽었어야 하는데요. 너무 아쉬운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에르노는얼어붙은 여자』 밖에 읽지 못했다.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던 프랑수아즈 사강도 『슬픔이여 안녕』 딱 한 권 읽었고, 올해 상반기의 책인어떻게 지내요』의 시그리드 누네즈도 한 권밖에 안 읽은 상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책 딱 한 권 읽은 사람이라 그랬던가. 내가 그런 사람이다. 작가별로 책 한 권씩 읽은 사람.



 














친구가 읽은 아니 에르노의탐닉』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제목의 강렬함은 표지의 강렬함으로 이어지고, 표지가 없는 도서관 책은 더더욱 강렬하다. 눈이 부셔요. 너무 빨개요.

 

 















자체 휴가 기간 중이고 주말이라 『탐닉』 들고 집 앞 카페에 나왔는데 다들 휴가 가셨나, 조용하고 선선하다. 같이 빌려 온 책에 정희진쌤의 짧은 글이 있어서 그것 먼저 후루룩 읽었다. 역시나 좋다. 제목은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이고, 부제는 고 장춘익 교수의 <여성주의철학> 교육혁명에서 다음 세대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보다이다. 정희진쌤은 대한민국 인문대학의 현실 속에서 장춘익 교수의 업적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제자에게 전한 그의 당부를 옮긴다.

 


“ …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해. 페미니즘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140)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저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 페미니스트가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고 행복하고 건강하면, 그게 바로 여성운동이 아닐까요 - 이번 기회에 인용할 만한 좋은 텍스트가 생겨서 기쁩니다. (140)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 행복하고 건강할 것. 그게 선생님이 말하는 여성운동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지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적으로 욕망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안다. 욕망은 해소되어야 하고, 책은 소유를 부른다. 책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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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30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표지 정말 역대급입니다. 구매를 부르는.... ^^ 암요 욕망은 해소되어야지요.
삶을 바꾼 페미니즘 교실도 살포시 담아갑니다.
아래쪽의 음료와 쿠키도 와 먹고 싶은데 저 지금 대장내시경 준비 중..... 어제부터 계속 바나나 먹었더니 입에서 구린내가 나요. 그래서 좀 전에 카스테라 사먹음요. 내일부터는 흰죽만 먹어야 되는데 슬픔요. ㅠ.ㅠ

단발머리 2022-07-30 16:28   좋아요 2 | URL
저도요. 저도 4권 표지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구매를 부르다 부르다.... 욕망은 해소되었습니다.
대장내시경 준비 과정이 그렇게 힘들다고요. 제 친구도 화장실 문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는 슬픈 이야기를... 흰죽에 맛있는 거 쪼금이라도 올려 드시면 나을텐데요. 장조림이요 ㅠㅠㅠㅠ 날도 더운데 고생많으십니다 ㅠㅠㅠ

거리의화가 2022-07-30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시리즈는 계속해서 나오는 듯하여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네요~ 항상 생각하지만 이 시리즈 표지가 참 예쁩니다^^ 저는 5권을 사려고 생각중입니다ㅎㅎ(3권까지는 사두었는데 음... 읽지를 못하고 있네요) 인증샷까지 완벽하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단발머리 2022-07-30 16:25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는 처음에 기획이 5권까지라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5권이 완결편인가 싶어요. 무척 아쉽습니다. 또 다른 저작이 계속 나왔으면, 아니면 정희진쌤 글만 모아서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5권 읽을 때 여러 분들이 같이 읽게 되시면 의도치 않게 <같이읽기> 될 거 같아요. 거리의화가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요^^

mini74 2022-07-3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가 예쁘네요 ~ 정희진 시리즈, 빌려봤다가 결국은 사게되는 ㅎㅎ 전 올초에 산 정희진처럼 읽기 아직도 읽고 있어요. 소개되는 책을 읽고 그 파트 부분 읽고 ㅎㅎ 그러다간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7-30 19:55   좋아요 2 | URL
네, 진짜 넘넘 이뻐서 아… 출판사에서 무척 고심하면서 열심히 일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를 미니님처럼 읽으려던 사람은 많지만(본인 포함) 사실 실천은 어려운데 미니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따봉! 👍🏼👍🏼👍🏼
 



라고 정희진은 썼다. 정희진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쓰기'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다른데, 공부의 왕도란 정희진을 읽는 것이다. 책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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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29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이 읽은 거 따라 읽으면 공부왕 우리처럼 되는 것입니다 💕

단발머리 2022-07-29 13:56   좋아요 1 | URL
공부왕 된다는데 만원 걸고요, 쟝쟝님처럼 되는 것도 좋기는 한데 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읽은 거 다는 못 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해서ㅋㅋㅋㅋㅋ 다는 못 읽음

공쟝쟝 2022-07-29 14:02   좋아요 2 | URL
다 따라 읽을 수는 없지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열정왕 공부쟁이 희진샘 ㅋㅋㅋ 근데 저는 희진샘 보다 단발님이 더 좋아요 ㅋㅋㅋㅋ (갑자기 고백)

단발머리 2022-07-29 14:09   좋아요 2 | URL
나를 좋아해줘서 감사링 ㅋㅋㅋ 나도 쟝쟝님 좋아요😘😘😘 그러나 선생님 진짜 만나서 눈 마주쳐봐봐요 ㅋㅋㅋㅋ 막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봐주시는데 ㅋㅋ 뭐든 고백하고 싶어진다 ㅋㅋㅋ

공쟝쟝 2022-07-29 14:28   좋아요 2 | URL
ㅠㅠㅠㅠ 으꺅 ㅠㅠㅠㅠ 보러갈거야 다섯권중에 제일 좋은거 들고 가서 사인받을거야!!

청아 2022-07-29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정희진님의 저 문장을 읽으며 입이 쩍 벌어져서 감탄하다가 단발머리님 마지막 문장에 뒷통수를 호되게 맞았습니다. ㅋㅋㅋㅋㅋ역시 멋진 정희진!! 더불어 멋진 나의 페미니스트 이웃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2-07-29 15:56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의 말씀은 백번 옳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오래오래 미미님의 멋진 페미니스트 이웃이 되기위하여ㅋㅋㅋㅋ 뽜야!!

바람돌이 2022-07-29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시리즈 표지가 진짜 예술!!! 8월 구매 확정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7-29 18:13   좋아요 1 | URL
8월이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다는 행복한 소식입니다! 내용도 완벽하겠지만서도 표지 정말 예술입니다! 😍
 

















여름, 뜨거운 여름이다. 중복의 더위도 이겨내는, 더 뜨거운 이 여름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그 이름도 특이한 콜린 후버.


 

콜린 후버의 세 번째 책을 읽고 있다. 콜린의 책에서 특이한 부분은 화자 교체이다. 시점 또는 시간을 오가면서 서술이 이어진다. 『Reminders of Him』 같은 경우, 여자 주인공 Kenna와 남자 주인공 Ledger의 목소리가 한 챕터씩 교차한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번은 여자 주인공, 한 번은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Ugly Love』는 현재와 6년 전 과거를 오간다. 현재의 화자는 여자 주인공 테이트, 6년 전 과거의 화자는 남자 주인공 마일스다. 두 사람의 육체적 사랑이 꽃피고(?), 정신적 사랑이 싹을 틔워가는 현재와 상처받은 영혼 마일스의 불행한 과거가 역시 한 챕터씩 교차된다. 지금 읽고 있는 『All your perfects』NowThen으로 나뉘어 한 챕터씩 현재와 과거가 교차한다. 이른바 왔다 갔다 기법.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올해 읽은 7-8권이 전부이고, 전부 영미 소설이라서, 한국의 로맨스 소설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중요한, 피임 문제 말이다.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로에 대해 처음에는 악의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된다. 그 감정은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점차 호감으로 변해가고, 결국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가까워질 듯, 멀어질 듯, 곡예 타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특정한 자극(다른 남성/여성의 등장, 여자 주인공의 몸살감기, 서서히 밝혀지는 과거의 비밀)으로 인해 더욱더 강렬해지고, 그리고 두 사람은, 짜잔!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된다. 달아오르고(푸핫!), 뜨거워지고, 다시 한껏 달아오른 그 중요한 찰나.

 


내가 읽었던 모든 로맨스 소설에서는, 그 중요한 순간에 두 사람은 피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확히 피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여자 주인공은 피임약을 먹고 있다(I’m on the pill. I’m on birth control.)고 말하거나, ‘먹고는 있지만… (혹시 모르니 당신이 콘돔을…)’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연애 사건이 없었던 남자 주인공은 콘돔을 사러 나가고, 여주는 남주가 콘돔을 준비하기 위해 외출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주가 콘돔이 들어있는 서랍장을 스르르 열고, 여주는 그런 남주를 기다린다. 콘돔 포일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남주는 콘돔을 장착(?)한 후, 두 사람은 원래부터 하려던 일을 계속한다.

 

이 일, 섹스 전에 피임을 이야기하는 일은 너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나 다종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픽션 속에서 이런 대화는 꼭 필요하다. 픽션은 실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픽션의 힘으로 현재가 창조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혹은 드라마 속에서, 피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과 남성을 목격하는 일이 중요한 건, 보통의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때문이다. 물론 픽션이 성교육을 위한 교제는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혹은 여성이 자신의 염려와 걱정에 대해 남성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는 것, 섹스 전에 피임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니라는 걸, 남성도 여성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성관계를 갖기 직전에, 그와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이전에, 이 행동이 불러올 수도 있을 혼란과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은 반드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로맨스 소설은 주된 독자층이 여성이다 보니, 그런 과정조차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배려한다. 여자 주인공은 망설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이 임신에 대한 공포없이 남자 주인공을 맘껏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신에 대한 염려를 사랑하는 남자와 미리 이야기함으로써, 임신에 대한 대비책을 두 사람이 같이 마련해 둠으로써, 두 사람은 더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더 뜨거워질 수 있다.

 



 













마침 다음 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이임신중지』라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싶다면, 준비하자. 남자 주인공들이 그렇게나 열심히 준비하는 바로 그것을. 더 뜨거워지기 전에 준비하자. 너무 뜨거워져 그것을 준비할 시간마저 부족하다면, 그런 사랑에는 반대한다. 여보게. 너무 뜨거우면, 난 이 사랑 반댈세.

 

 



아침 등굣길에 캐리어를 밀면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가족을 만났다. 돌아오면서는 캐리어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집은 작년에도 올해도 휴가 계획이 없다. 여행 가고 싶지는 않지만, 공항에는 가고 싶고, 캐리어도 밀고 싶다. 공항에 갈 수도 없고, 하릴없이 캐리어 꺼내서 밀 수는 없으니까, 집을 나갈 때는 휴가 복장으로 나섰다. 끈나시 미니 원피스를 입고, 얇은 신발을 신었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이제부터 휴가라고 생각했다.

 

사진 올리고 싶은데 적당한 사진이 없어서 조나단 베일리와 시몬 애슐리 사진을 올려본다. (뜬금없이. 왜냐하면) 

조나단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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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9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없으면 조나단 사진이 아니라 단발님의 끈나시 원피스 사진을 올려주시면 되는거 아닙니까? 흥!!

콘돔 얘기를 로맨스 소설이 해주어서(그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 로맨스 소설의 이야기를 단발머리 님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로맨스 소설과 포르노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생각하는데요. 로맨스 소설은 주독자층이 여자잖아요. 그래서 반복해 이렇게 피임, 콘돔 얘기를 해도, 남자들 대부분이 콘돔을 쓰지 않는건, 그들이 주로 보는 포르노에서 콘돔을 안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보고 학습한 건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하자가 아니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삽입하고 여성을 굴욕적으로 만들어서 쾌감을 느끼자, 이니까요. 만약 그들이 보는 포르노에서 피임에 정말 신경써야 하고 우리는 콘돔을 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한다면 그들도 말을 듣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콘돔 쓰는 남자가 성적 능력이 더 좋음의 상징이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요. 포르노가 여성의 몸을 배려하거나 아끼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포르노에 절여진) 많은 남성들이 그대로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페이퍼를 보고 해보았습니다.

단발머리 2022-07-29 13:02   좋아요 1 | URL
적당한 사진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두번째 사진은 진작 골랐는데 다른 사진은 너무 야하고요. 그래서 얌전한 걸로다가 ㅋㅋㅋㅋ 제 끈나시 원피스 사진은 락방님 핸폰에 들어있다는데 제가 5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의견에 동의해요. 로맨스 소설에서는 피임과 콘돔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쓰이고 읽히는데 반해 포르노는 그렇지 않을 테고요. 로맨스에서 남자 주인공들, 건강하고 자신만만하며 육체적으로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하고 게다가 머리도 좋은 남자 주인공들은 그 중요한 순간에, 꼭 여자의 의견을 묻고, 또 위에 제가 쓴 것처럼... 여주가 ‘아, 나 약은 먹고 있는데..‘ 혹은 ‘지금 배란기는 아니지만...‘ 하고 머뭇거릴 때, ‘응, 그래? 알았어!‘하고는 서둘러 콘돔을 장착(?)합니다. 콘돔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 없는 그런 모습을 여자들은 ‘멋지다‘, ‘나를 배려해준다‘라고 생각할텐데 남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남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지요, 제가) 다만,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이 ‘남성적‘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게 생각하는 남성이 많은 것 같기는 하고요. 그건 다락방님 지적대로 포르노를 통해 학습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아직 ‘이런 식‘의 ‘건전한 대화‘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걸 화면으로 구성해 내는게 배우들에게는 난처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것 또한 우리 삶의 ‘실제적‘인 부분이라서, 대화만이라도 하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전 방송작가가 아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나단은 사랑입니다💕💕💕

건수하 2022-07-29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중매체에서 언급하는 것 참 중요한데 말이지요.. 이런 시대에.

제가 최근 본 로판들은 배경이 중세라, 피임 얘기는 ‘안돼, 임신할 수도 있잖아‘ ‘마지막에 빼면 되지 않을까요?‘ 정도밖에...
<루시아>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아이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왜 신경쓰지 않았냐‘ 라고 나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있네요.

현대 로맨스 소설을 좀 읽어봐야 할까봐요.
다음에 읽으려고 하는 것도 <설득> <프랑스 중위의 여자> 이런건데...;;

단발머리 2022-07-29 13:4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대중매체에서, 특별히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에서 이런 대화와 언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마지막에 빼면 되지 않을까요?‘는 너무 사실적이라서 슬프네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ㅠㅠㅠ

<설득>,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는 이런 언급 없을 거 같아요. 저 두 권 다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없었던 거 같아요. 제가 요즘 읽는 콜린 후버 책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그 점에서는 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2-07-2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길러서 시몬 애슐리 머리 해야지 ㅋㅋ

단발머리 2022-07-29 13:57   좋아요 1 | URL
나 저런 스탈의 머리였던 적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대딩 3학년 때 ㅋㅋㅋㅋ 증거 사진이 없네요 푸핫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9 14:03   좋아요 0 | URL
와 어울려요 ㅋㅋㅋㅋㅋ 어울릴것 같아 꺅😝

단발머리 2022-07-29 14:07   좋아요 0 | URL
이젠 안 돼요, 너무 무거워ㅋㅋㅋ 사람들이 가발 아니냐고 ㅋㅋㅋ 이거 다 진짜 니꺼냐고 물어봤어요 ㅋㅋㅋ 숱이 많아요, 내가 ㅋㅋㅋㅋ대신 쟝쟝님이 하면 되겠어요.
나, 사진 많이 찍어야지!!!

공쟝쟝 2022-07-29 14:29   좋아요 1 | URL
숱많 ㅋㅋㅋ 저도 머리숱 ㅋㅋㅋ ㅋㅋㅋ 뒤지지 않습니다 ㅋㅋㅋㅋ애슐리 머리 한다!!! 완전 괴짜처럼 보이겟쥬? ㅋㅋㅋ

다락방 2022-07-29 15:12   좋아요 0 | URL
나만 대머리야? 나만 머리숱없어?

mini74 2022-07-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 뱃속에서 사산된 아이조차 혹여 처벌의 대상이 될까봐 병원에서 수술을 해주지 않아 산모의 목숨이 위험한 일이 생겼단 기사를 읽었어요. 이게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난 일인가 정녕하면서 멍했습니다. 피임이야기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2-07-30 08:18   좋아요 1 | URL
저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들었던 것 같아요. 성폭행으로 임신한 10살 아이가 임신중절을 받지 못해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시간은 자꾸 흐르고 아이는 어찌해야 하는지... 이런 시대가 오다니,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ㅠㅠ
 



상영관을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켠 아롱이가 자기 핸드폰을 내민다. 엄마, 이거 보세요. ‘마침내. 왜구와 헤어질 결심’. 둘이 마주 보며 큭큭 웃었다. <한산 : 용의 출현>을 보고 나오는 길, 관람평 중 1등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월요일에 <헤어질 결심>을 한 번 더 봐야 했는데, 가정사(아침 청소 & 빨래)를 돌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영화관에 한 번 더 가기 어렵겠다, 싶어서 박해일이 했던 대사를 머릿속으로 리플레이하고 있었는데. 방학 맞이 기념으로 영화관 가자 해서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영화관에 도착해서야 <한산>을 볼 것이고, 이순신을 다룬 영화이고, 주인공이 박해일이라는 걸 알았다. , 박해일이 나온다. 이전에는 관심 없었으나 이제는 관심이 생겼고, 그리고 호감도 조금 생겨버린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이다.





 












이순신에 대해서라면, 우리 세대는 모두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민족을 구한 구국의 화신, 100 100승 천재 전략가. 불운의 시대, 불세출의 영웅. 박정희가 특히 이순신을 좋아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서. 나는 이순신이 좀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졸업 여행이 충무사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기념사진은 아주 잘 나왔다.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근데 영정 본 기억은 나는데, 난중일기 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랬다. 이순신에 대한 내 생각은 그런 정도였다. 그런 생각에 큰 변화가 생겼던 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 선조실록>을 읽은 후였다. 무책임하게 서둘러 도망가는 선조와 마지막까지 백성과 함께한 이순신의 삶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순신이 아니었으면, 난 이 글을 일본어로 쓰고 있었을 수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엄청 노력하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수준이고, 일본 정부는 아주 도도한 모습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달에 있었던 방일 과정에서 2015년 당시 일본 외무상으로서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기시다 총리에게 위안부 합의는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유를 알 수 없는밀어붙이기식 조약 체결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일본과의 정상 회담을 위해 일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태세다.

 



2018 10, 일본 전범 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측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6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 보복으로서 강제노동 금지‘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한 행위임을 지적했다.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지만,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전 국민의 대대적인 노제팬 운동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보는 것 같다. 윤정부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하나,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이다.

 


긴밀해질 것으로 보이는 한일 관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일본 자위대의 부활로 인한 군국주의의 확대이고, 그 구체적인 안은 유사시 일본군의 한반도 상륙시나리오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은 대선 과정에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법정 TV토론회에서 '한미일 군사동맹도 검토하나',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하겠냐'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물음에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2022 2 27,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0227_0001774362)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한국과 일본은 군사동맹이 아니라고 일축하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허용 문제는 일관된 대한민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쩌나.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이고. 이 정부는 북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상륙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부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힘들었던 시간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어졌다. 큰 화면 가득히 사람들은, 사람들을 죽이고 죽였다. 적을 죽이고, 같은 편을 죽이고, 그리고 자신을 죽였다.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정신 나간 생각(63)에 온 국민이 들뜬 미친 상태. 그런 상태로 일본은 1592년 조선 땅에 상륙했고, 이 땅의 민초들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자기 집을 침범한 침략자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고, 선진 무기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흘리지 않아도 될 피를 흘렸고, 죽지 않아도 될 귀한 목숨이 수없이 스러졌다. 그 와중에 선조는 부지런히 피난길에 올랐고. 지배층, 쉽게 전쟁을 말하는 그 지배층들은 그렇게 도망가기 바빴다. 남겨진 사람들만이 고통을 살고, 지옥을 산다.

 

일본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고 싶지만, 일본의 1당 독재와 언론의 행태를 볼 때, 가끔 멍청한 족속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박해일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이순신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김명민과 최민식이라는 거대한 이순신들 사이에서 박해일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박해일은 선이 굵지 않고, 카리스마 없으며, 밤새 연구하는 학자형 이순신을 올곧게 그려냈다. 물론, 나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이 더 좋지만 말이다.




 













이순신 이야기 쓰느라 무척 바빴는데, 알라딘 서재 다른 방에서는 뭔가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졌다는 소문이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또 다른 콜린 후버의 책을 펼치고. , 오늘도 더울 예정이다. 최고기온이 34도로 예상된다. , 더워. 여름이라 그런지, 진짜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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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8 14: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박해일이 이순신이라고요? 오..이런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로서는 흥미를 갖지 않는 쪽인지라 박해일이 이순신인줄도 몰랐네요. 하하하하하.

콜린 후버 책 표지 왜이렇게 예쁜가요? 저는 <컨페션> 번역본을 사둔지라 컨페션 원서를 살 예정인데, 단발님이 올리신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뻐서....(안돼, 정신차려랏!!)

단발님은 실내에서 콜린 후버 읽으시며 더, 더, 더!! 더우시길 바랍니다.
더울 땐 글로 풀어내시면 좀 나을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28 15:09   좋아요 2 | URL
박해일은 소심하고 조용하고 대사 없이 ㅋㅋㅋㅋㅋㅋ 지휘하는 이순신으로 나옵니다. 수염 안 어울리고요.

콜린 후버 책은 실제보다 사진이 더 이쁜 거 같아요. 이 책도 사세요, 재미있고 뜨겁습니다. (엥?)

저는 이제 잠시 쉬려고요. 날도 더운데, 너무 더워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더위를 글로 풀어보라고요? 그러게요, 함 해볼까요?

얄라알라 2022-07-29 00:39   좋아요 1 | URL
꽃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아요!
정말 예쁜 표지!

박해일 분량이 적다는 데 조금 실망인걸요^^;

단발머리 2022-07-29 13:36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표지가 진짜 한 몫 하고 있어요. 보통은 밥값이라고 하지요. 그 어느때보다 표지가 책선택에는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사실, 내용 하나도 모르고 서점에서 그냥 집어왔거든요. 콜린 후버 책이구나,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8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산 개봉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볼까? 싶었지만 이번 달 영화 중독으로 인해 애들이랑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자중하자!! 그러곤 자중 중인데, 단발님이 쓰신 박해일의 이순신도 갑자기 보고 싶네요.
학자형 이순신!!! 그랬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NO 자팬 했을 때가 그립군요.

단발머리 2022-07-28 15:11   좋아요 2 | URL
박해일의 이순신은 너무 애닳아서 아이구야, 누가 가서 저 분 좀 도와드려,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그 박해일이 완전 실종되었더라구요. 노제팬 곧 다시 시작될 듯 싶어요. 이 정부 하는 모양으로 봐서는요.

청아 2022-07-28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사진에 또 감탄,자괴감 느낍니다. 저는 아무리해도 이런 느낌이 안나요.🥲 언제 비결 페이퍼좀 공유 부탁드립니다ㅋㅋㅋㅋ박해일은 로맨스 영화만 찍었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7-28 15:17   좋아요 2 | URL
아이고.... 부끄러워라. 제가 원래 도서관에 주로 가는데 이번주에 몇 번 카페에 갔거든요. 간 김에 인증샷 찍었는데 인기가 있네요 ㅋㅋㅋㅋㅋㅋ 비결은, 제 친구 <사진의 달인>의 사진을 주야로 쳐다보고 감탄합니다. (전, 그 친구 만났을 때는 사진을 아예 안 찍고 친구에게서 건네 받습니다. 친구님, 미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친구와 같은 핸폰에, 보정앱을 친구꺼랑 같은 걸 쓰고요. 근데 저도 자꾸 예쁜 사진 보다보니 가끔, 정말 가끔 예쁜 사진이 나올때가 있네요.
글고... 원서빨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무시 못하겠죠.

레삭매냐 2022-07-28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 일본은 우리 같이 4-19 혁명이나
촛불혁명 같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뒤엎은 혁명의 DNA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저도 <한산>이 보고파서 어제부터
황현필 아자씨의 너튜브 강의를 보면
서 공부 중입니다.

아무래도 박해일의 짬이 전작 주인공
의 아우라에 못 미치는 것이 -

단발머리 2022-07-28 22:09   좋아요 3 | URL
전, 정치 체제(의원내각제, 대를 물려 정치하는 일본의 정치 문화)등의 문제 보다 언론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언론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요. 그건 지난 코로나 대응에서도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현대에서 근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죠.

<한산> 보시려고 공부하신다니 넘나 대단하십니다.
어떤 배우이든 김명민, 최민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님이 이순신을 연기했다고 하네요.
박해일 배우는, 순한맛 이순신으로 기억해야 할 거 같아요. 하하하.

얄라알라 2022-07-29 00:4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전 방금도 ˝짬˝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일에 손을 댈 수 있는 겨를˝
요 뜻으로 쓰신건가....궁금해하면서

항상 서재 들어오면 여러 플친님들께 배우고 갑니다요!

거리의화가 2022-07-28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산> 볼까 싶다가도 전작이 워낙 훌륭하게 나왔어서 이를 뛰어넘는 이순신을 보여줄지 싶어서 계속 갈등을ㅠㅠ
강제징용 피해 등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현 정부는 소극적 자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과 한국 정부에 정중하게 사과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커녕 저자세 외교만 하고 있는 듯 보여서 답답합니다.

단발머리 2022-07-28 16:36   좋아요 1 | URL
저는 온 국민이 다 봤다는 ㅋㅋㅋㅋㅋ 는 아니고 최대 누적 관객수에 빛나는 <명량>을 보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한산>은 보게 됐네요. 전작을 뛰어넘는 이순신은 없고요. 제가 요기 댓글에도 썼는데, 순한맛 이순신이라고요. 저는 최근에 박해일 배우 좋아져서 좋게 보았습니다. 국뽕 강요 없이 심플하게 장엄하게 그리더라구요. 그래도 애국심 샘솟습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 곧 한국 정부는 일본이 원하는대로, 니들 말이 맞다, 이런 식으로 결론낼 것 같아요. 일본을 너무 좋아합니다, 이번 정부는. 막 눈에서 하트 쏟아지고 그래요. 허허.

얄라알라 2022-07-29 00:4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도 아직 명량을 보지 못했어요^^:;;

글구 박해일 배우 <헤어질 결심> 때문에 갑자기 확 좋아졌기에 <한산>을 보려 합니다 ㅎ

단발머리 2022-07-29 13:33   좋아요 0 | URL
알라님 아직 명량 보지 못하셨다는데 전 엄청 반갑네요. 이순신 영화 이게 원래부터 3부작으로 계획되어 있었더라구요.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노량 : 죽음의 바다>도 곧 개봉한다고 합니다.
<한산 : 용의 출현>에서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배우를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수염도 붙이고 발성도 다르고 그러더라구요. 전 그래도 화면 가득히 박해일 배우 보니까 좋더라구요. <한산> 즐감하시기 바래요!!!

psyche 2022-07-29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헤어질 결심> 보고 싶어요. ㅜㅜ

단발머리 2022-07-29 13:34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는 좋아하시는 분들 여러 번 관람하셨다고 그래요. 뭐, 13번 보셨다는 분도 있던데요.
프시케님은 언제쯤이나 보실 수 있을까요. 에궁....

rnlwhrgnsska 2023-12-0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해일님 남한산성에서도 인조로 나옵니다 수염 어울리고요 오히려 역사 관심있는 사람들은 박해일님이 실제 충무공 고증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갑옷고증도 한산이 제일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