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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법정(法頂)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보살의 눈으로 바라보는 부처님의 세계, 그러나 역시 어렵다]
동쪽나라에서 작년말에 두권의 화엄경을 출간하였다. 하나는 입법계품을 별도로 분리하여 <스승을 찾아서>라고 하였으며, 나머지가 이 <화엄경>이다. 종교적 목적이 아닌 일반대중을 위한 화엄경은 참으로 찾기 어려웠는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렇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화엄경을 접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말리고 싶다. 이것은 소설이나 단순한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종교 경전임을 새삼 자각하기 바란다.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는 것은 좋지만 어려운 불교용어에 대한 풀이가 각주로 약간 있을 뿐, 이해가 어려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냥 지나쳐갈뿐 곰곰이 되새겨 보아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확실히 불교경전은 강원(講院)에서 접해야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화엄경은 불교경전 중 가장 방대하고 심오한 사상체계를 자랑한다. 이전에 잠시 읽어보았던 <숫타니파타>는 불교 초기의 소박한 교리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암송이 용이하도록 짧은 문장을 반복하여 운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명에 화엄경은 불교사상이 난숙한 후대에 나왔던 탓인지 사용된 용어나 때로는 현학적이기조차 한 표현양식에서 매우 상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을 피하겠다. 보살문명품, 정행품, 십행품, 십회향품, 십지품, 여래출현품 및 이세간품으로 구성하여 전체를 완역하지 않고 발췌 번역하였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말처럼 이따금 편린적 이해는 가능했지만 전체적으로 무슨 의미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는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다. 다만 책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다른 경전과는 달리 부처님의 직접적인 말씀이 아니라 여러 보살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풀이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 인상에 남았다. 구약성서나 신약성서를 반드시 기독교신자만 읽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서양역사와 사상을 관통하는 거대한 뿌리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불교경전도 동양, 폭을 좁혀서 우리역사와 사상의 중요한 영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내용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교양삼아 도전하기에는 그 벽이 너무나 높다. <화엄경>도 새삼 이 사실을 절감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