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모음 법정 스님 전집 6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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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글쓴이가 말하는 영혼의 목소리]

수필집 가운데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꽤나 유명하다. 그런데 '무소유'의 출전이 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여러 수상집 가운데 첫번째에 해당한다.

짤막짤막한 글들이 읽기에 부담없이 다가온다. 그러면서 흩날리지 않고 따뜻하게 때로는 스산함마저 자아낸다. 문체는 꾸밈없고 담백하다. 화려한 수식어는 배제하였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저자가 마음으로, 영혼으로 소리를 내는데 연유하지 않나 싶다.

역시 기본 줄기는 '무소유'의 정신. 제목만으로도 유명한 글을 제외하더라도 곳곳에 그 뜻이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마음마저 빼앗기게 된다. 아끼던 물건을 잃었을때의 그 분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불안과 초조. 본래 무일물이요 무소유라고 하지만 범인들은 여전히 범속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도처에 금과옥조가 널려 있다. 어떻게 이 귀중한 샘물을 흘리지 않고 퍼올릴 것인가.

'홀로 있을때 본래적인 나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 순간은 견뎌내지 못한다' (비가 내린다)

'남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이해하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오해)

'잘산다는 것은 결코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다' (흙과 평면 공간)

'만난다는 것은 개안을 의미한다. 생명의 환희와 감사의 염이 따르지 않는 것은 만남이 아니라 마주치는 것이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만남)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눈이 덮이면 꺾이게 된다' (雪害木)

어떤 경지에 도달해야 이렇게 천의무봉을 갖출 수 있을까. 아무 것도 갖지 않는 대신 모든 것을 갖는 지고의 지혜.

오늘 이 순간에도 나는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리모콘을 손에 쥔채, 내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탐욕의 눈길을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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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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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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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가깝다! 그러나 실천은 아직 멀다!]

작년도 비즈니스부문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이다. 가정과 회사에서 생산성과 관계향상을 고민하고 있던 한 사나이가 우연히 보게된 범고래쇼를 통하여 인간사회의 절묘한 비법을 알게 되고, 이를 가정과 회사에 적용하여 성공을 거둔다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스토리가 기초를 이루지만 중심이 아니라 고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교훈을 어떻게 조직(가정, 사회)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담겨있다.

저자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엄청난 덩치와 야수성을 간직한 범고래에게 쇼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강제적이고 물질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한계에 봉착한다. 예전에 종종 뉴스에 나왔듯이, 서커스쇼에서 맹수들이 조련사사를 공격하여 죽이는 사례처럼. 반면 조련사와 범고래 사이에 우정과 신뢰를 키워나가면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고래는 행동하게 되고, 마지못해가 아니라 진정으로 쇼를 하게된다는 것이다.

신뢰와 우정을 키워나가려면, 맨먼저 해야 할 일은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그리고 진심에서. 우리는 너무나 칭찬에 인색하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자기자신과 타인에 대하여 칭찬보다는 비난이 압도적임을 깨닫게 된다.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에 관심과 주의를 집중한다.

조련사의 입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소위 '뒤통수치기'에 길들여졌는지를 폭로한다. 이미 우리의 두뇌는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에 친숙하다. 누가 업무나 행동을 잘 하고 있으면 으레 그러려니 넘어간다. 그러다 어쩌다가 잘못하게 되면 마침 잘되었다는 셈으로 꼬투리를 잡고 달달 들볶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신뢰가 아니라 불신이, 우정 대신 적대감이 싹트게 된다. 무언간 잘해보겠다는 태도 대신 복지부동의 자세만이 은연중에 배태되는 것이다.

범고래 조련에서 유추된 것이지만, 원래 진리는 간결하고 단순한 법이다. 불교나 기독교의 교리를 포함하여 유가 경전 등 핵심은 간명하지 않던가. 하지만 간명한 진리라고 해서 실행마저 쉽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에서 체득한 바 있다.

칭찬을 해라, 진심으로. 하지만 스스로 해보아라. 아마도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머리 뿐만 아니라 혀마저도 이미 굳어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사무실에서 한번 해보려고 했다가 우물쭈물하고는 유야무야 말았다.

비즈니스 부문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매우 실용적이고 자기계발적인 성향의 책들이 많이 나온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사실 내용이 충격적이지는 않다. 이전에 <아침형 인간>을 한번이라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이제는 실천의 문제다. 아무리 금과옥조의 진리도 실천을 동반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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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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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의 자치통감 1 - 진시황의 중국 통일과 멸망
사마광 지음, 권중달 역주 / 세화(도서출판)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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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중국사, 그 핵심에 이르는 힘들지만 보람찬 길]

중국사 고전의 번역본은 현재 <사기>가 나와 있다. <사기는> 잘 알고 있듯이 중국 태초시대부터 한무제 시기까지를 기전체로 정리한 것이다. 한나라 이후의 시기를 다룬 사서로 유명한 것이 바로 이 <자치통감>이다.

공자의 <춘추>에서 중단된 시점 즉, 전국시대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그리고 바로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멸망 까지의 8권을 다루고 있다. 역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번역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그 뒤 한나라 부분을 타출판사에서 펴냈으니,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사마광은 송나라 말기 사람이다. 머리말에서 역자도 언급했듯이 그는 사마천을 계승하기 보다는 공자의 역사필법을 계승하였다. 즉, 기전체가 아닌 편년체로 기술한 것이다. 따라서 진시황 통일 이전에는 주나라, 이후에는 진나라를 기준으로 연도를 정리하고 있다.

편년체이기에 한 해에도 각 제후국 별로 다양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어 당시 중국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는 상당한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시기가 <사기>와 중첩되는 까닭에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기술방법 자체가 다르고 또한 사마천과 사마광의 시대적 차이, 역사관의 차이 등으로 또다른 읽는 재미를 놓친다면 아까울 것이다.

새삼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열국지에서 획득한 상당한 지식이 있지 않는가. 각종 고사성어의 유래를 찾는 즐거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우리가 역사를 읽고 알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교훈을 오늘에 되새겨서 미래 개선을 위한 토대로 삼고자 함이다.

E.H.카가 지적했듯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역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은 학교에서 역사(국사, 세계사)를 단순한 입시도구로 교육받은 탓에 역사를 통하여 선조들이 후세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더우기 현대사회는 눈앞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철저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더욱 역사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싶다. 역사를 원전(비록 번역본이지만)을 통해서 습득하는 기회가 더욱 많이 주어지기 바란다. 역자의 번역작업이 쉼없이 지속되기를 다시 한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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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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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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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기획서 작성을 위한 제언]

<한비자>에 '세난(說難)'편이 있다. 유세객이 집권자 즉, 왕을 설득하여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의 귀란 얼마나 간사하던가, 누구나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따라서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주의깊게 혀를 놀려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갑자기 한비자가 떠오른다. 지식사회를 부르짖는 요즘, 지식인이 갖출 중요 요건 중의 하나가 소위 '기획력'이다. 그런 탓인지 최근에 들어서 기획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비즈니스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기획서 내지 제안서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기획서는 만들기가 어렵다. 끙끙 대며, 글자 하나, 문장 한 줄, 거기다가 도표 등을 덧붙이고, 혹시나 분량이 적으면 무성의하다고 여겨질까봐 각종 자료를 보태어서 두툼하게 올린다. 그런데 기획서는 또한 읽히기도 어렵다. 혹시라도 타부서나 외부업체에서 보내온 기획서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칼라인쇄로 예쁘게 단장하였더라도 일단 글씨가 작고 분량이 많으면 대충 첫 몇줄만 훑어본 후 한쪽 구석으로 쌓아놓는다. 다시금 읽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획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작성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고, 막상 받는 사람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간파한 저자는 기획서(제안서)를 One Page 즉, 한 장도 아니고 한 면으로 끝내라고 한다. 말도 안된다고...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제안 자체가 참신하지 않은가.

시간, 돈 등 각종 자원 낭비를 줄이고 효율(효과+능율)적으로 기획서가 처리될 수 있도록 하자. 솔직히 소위 고위층들은 일단 바쁘다. 그들이 두툼한 페이퍼를 천천히 정독하리라고 기대한다면 너무나 순진하다. 아마 보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면 한 페이지짜리 기획서라면 아무래도 완독의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기획내용을 한 페이지로 압축하다보니, 쓸데없는 내용을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어 문장은 스피드감이 철철 넘치리라.

말로는 쉽다. 하지만 한 페이지로 쓰려면 만만치가 않다. 무슨 내용을 어떤 표현으로 어떻게 배치하여 기획서를 작성할 것인가. 저자는 제목, 부제, 목표, 2차 목표, 논리적 근거, 재정, 현재 상태, 실행 등의 8개 부문으로 나누어서 형식을 갖추라고 권한다. 역시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작성한 한 페이지짜리 기획서를 예로 들어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 권말에는 여러개의 샘플도 덧붙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설사 한 페이지로 기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하더라도 과연 일반 조직사회에서 이것이 용납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찍 머리가 깨인 경영자(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바로 직상급자)가 쉽게 나타날까 하는 불안감. 힘들이고 공들여서 한 페이지로 기획서를 썼는데, 검토와 격려는 못 해 줄망정, 불러서 호통이나 치고 홱 집어던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한비자의 '세난'이 연상된다. 내 말이 아무리 옳더라도 상대방이 그걸 흔쾌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별로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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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3.9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셜록 홈즈 전집 6 (양장) - 셜록 홈즈의 회상록 셜록 홈즈 시리즈 6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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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물론 이후에도 후속작이 있지만, 이는 셜록 홈즈의 최후를 인정하지 못하는 독자들의 맹렬한 요구에 저자가 항복한 결과이므로 저자의 애초 의도와 구성을 존중한다면 이것을 최후의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전작들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홈즈의 개인사를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자주 등장한다. '글로리아 스콧호'를 통해 탐정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으며, '머즈그레이브 전례문'에서는 그의 첫 탐정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이 모두를 통해서 그의 대학시절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더우기 '그리스어 통역관'을 통해 드디어 그의 가족관계도 알게 된다. 그의 형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내게 이러한 면모는 흥미와 아울러 코난 도일의 작가적 상상력이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증표이다. 작가는 셜록 홈즈의 천재적인 수사기법을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비슷비슷해서는 금방 싫증을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고초의 산물이 결국은 후반부에 올수록 사건 그 자체보다는 부수적 흥미거리에 의존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 교수와 폭포 속으로 떨어졌다. 홈즈에 의하면 모리어티 교수는 범죄의 천재이며, 거대 범죄조직의 수괴라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사건은 단 2편이다. '공포의 계곡'과 '마지막 사건'이 그것이며, 그나마도 모리어티 교수의 직접적 범죄 행각을 다루고 있지도 않다. 셜록 홈즈와 대등하게 실력을 겨룰 존재라기에는 비중이 너무나 작지 않은가 하는 의아심마저 자아낸다. 아마도 작가는 모리어티 교수와 셜록 홈즈간의 기나긴 혈투를 다루었을 의도였지만, 창작력의 고갈과 셜록 홈즈의 그늘에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하여 두 인물을 모두 버리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통하여 유명해 졌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참다운 삶은 홈즈 때문에 상실되고 말았다. 난 새삼 코난 도일에게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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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9.30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