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평전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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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현대사의 대표적 비극은 일제 치하의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시킨 이승만을 절대로 인정하지 못한다. 그는 권력에 눈먼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에서 백범과 극명하게 대립각을 보인다. 또한 그는 백범의 암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백범은 왜 저격을 당해야 했을까. 그것은 그가 불의와 편한 길에 타협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과 지명도라면 당당히 이승만과 자웅을 겨뤄서 분단된 남쪽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해방된 조국의 통일이었다. 그래서 비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북행을 결단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백범의 그림자가 크게 여겨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백범같은 큰 정치인이 없는데 연유한다. 그래서 '백범일지'는 점점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범일지'는 자체로서 훌륭한 전기이자 역사서이지만, 저저의 주관적 서술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늦었지만 백범의 평전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다.

역사는 만약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만약 일제의 항복이 조금만 늦어져서 광복군이 실제로 국내로 진공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리고 남한의 점령군인 미국이 백범을 견제하지 않고 손잡았다면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사는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탄식도 금할 수 없다.

이승만도 쫓겨나고, 백범도 쓰러진 오늘, 백범의 나라사랑 민족사랑의 정신은 시퍼렇게 살아있다. 그것이 이 책을 펼쳐드는 독자가 가슴 절절이 깨닫는 교훈이자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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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0.29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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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업개발 시기에는 철저히 무시당했던 '환경'은 지금 가장 민감하면서도 파괴력이 강력한 이슈가 되었다. '환경'과 '생태(적)'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을 자연의 한 구성요소로서 파악하여 인간의 역할과 의무를 논파한 것이 생태학이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이하면서는 소위 '웰빙'이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릴적 기억에 누가 "잘 먹고 잘 살아라!"하고 말하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욕설이었다. 그만큼 우리민족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싫어했던 듯싶다. '웰빙'은 대체하는 한글말이 '참살이'다. 이는 '웰빙'의 표피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깊숙한 본질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모두 잘 사는 것, 그것은 참답게 사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알리고자 하는 것도 도시에서 참답게 사는 방법들이다. 도시라는 인위적 환경 특성상 직접적으로 자연을 접하고 어울려 사는 삶은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도시에서 더더욱 환경과 참살이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약간 주춤해졌지만, 아파트의 새집증후군이 있다. 우리가 아파트를 짓고 산지가 수십년인데 이제 와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예전이라고 아파트에 좋은 자재를 사용했을 리는 없다. 결국 우리들 각각의 인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과거에는 문제시 삼지 않았던 것도 주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도 공기정화를 위해서 숯을 들여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든다. 아울러 내 몸의 참살이를 위해서 생활단식을 해볼까 고민중이다.

過猶不及 이라고 했다. 이제는 너무나 풍요롭기에 적절하게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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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1.13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장이 -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
이용한 글, 심병우 사진 / 실천문학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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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기아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하여 과거 우리는 몸부림치면서 투쟁적인 삶을 꾸려왔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릿고개'는 잊혀진 시절이 되었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무역대국이자 경제적 성공의 표본이 되었다.

하지만 만사가 그렇듯이 빛에는 그림자가 따르는 법.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화에 따라 우리의 물질적 정신적 토대는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자본주의의 물신화에 깊이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양태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문득 뒤돌아보니 우리는 벌써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것은 아니었던가.

이 책에서는 시인과 사진가가 콤비가 되어서 스러져가는 '장이'의 모습을 때론 애절한 문구로 또는 환상적인 영상으로 비쳐주고 있다. 숯장이, 대장장이, 짚신장이, 모시장이, 쪽물장이, 옹기장이 등 하나하나가 지금은 대량생산의 시장에서 구석에 몰려서 존명의 기로에 서있는 전통문화의 한 자락들이다.

도시에서 자라난 내게 있어 이들의 삶과 토종에의 애착은 진한 감동과 아울러 애틋함마저도 자아낸다. 인공적인 획일화의 풍토에서 자연친화적인 따스한 인간적 감성이 배어있는 이들 문화가 꿋꿋하게 존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방법은 없을까. 대다수의 장이들은 이미 육, 칠십을 훌쩍 넘겨버렸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그대로 우리의 소중한 유산도 사멸하고 만다.

그렇다고 의무적인 부채감으로 내키지 않는 양심의 갈등에 시달릴 필요는 없으리라. 진정 과거의 유물이 되어서 오늘날 우리에게 불필요하다면 자연도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무관심에 의해서 아니면 무지 때문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방치되고 있다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숯의 효능이 전해지는 등 점차 토종문화의 우수한 품질과 기능이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책이 잊혀지는 유산을 되살리는데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사진작가의 절묘한 아름다운 영상은 책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16쪽의 대장간 사진을 보기바란다. 얼마나 환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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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1.29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솜씨마을 솜씨기행
이용한 지음, 안홍범 사진 / 실천문학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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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은 비단 여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점차 나이가 들수록 옛적을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사회도 마찬가지다. 원형에의 회귀본능이라고나 할까. 현대사회는 변화와 새로움을 숭상한다. 낯설음과 신선함 속에 마치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는 양. 어떤 커피 광고의 CF가 떠오른다. 대충 "일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생활은 익숙함을 구한다"라는 내용의.

이 책은 바로 잊혀져가는 우리 것을 소개하고 재발견하는데 의의가 있다. 계절별로 구분하여 22개의 마을(실제로는 더 많다)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가는 방법까지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이쯤되면 요즘 하나의 트렌드가 된 웰빙여행 류의 책이 아니냐고 항의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저자가 서운해 할 것이다. 저자는 이미 <꾼><장이>등 소중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들 마을 중에서 아직 한 곳도 가본 적이 없다. 그저 담양 죽물마을과 진부령 황태마을을 스쳐지나간 기억 밖에는. 세상이 빠르고 편리함만을 지향하면서 여기에 소개된 솜씨마을의 솜씨는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솜씨란 것이 책에 기록한다고 해서 보존되는 것은 아닌 법. 배우는 사람이 없기에 연세드신 장인들과 더불어 솜씨의 운명도 눈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됨은 어찌할 수 없는 법. 갈옷이니 모시, 안동포 등 입성과 복조리, 죽물, 짚신 등 민예품은 이제 장식용 또는 특수한 용도로 밖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수십년후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의 미와 다양성을 가르쳐 줄 역사적 자산을 상실했음을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말아야겠다. 다행히 참살이(웰빙) 유행과 관광산업의 확대에 따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내 작은 소망은 부디 이것들이 조금더 대중화되어 저렴한 가격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한다.

꾸준히 좋은 책을 우리앞에 내놓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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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2.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여자 - 그 내밀한 지리학
나탈리 앤지어 지음, 이한음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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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계기는 두가지에서였다. 먼저 여성 저자의 '여자'에 대한 가볍지 않은 즉, 진지한 탐구에 호기심이 일었고, 게다가 책표지에 자랑스럽게도 '전미도서상 수상작' 이라는 금박레이블이 붙여져 있었다.

근년들어 남성과 여성의 유사성과 차이성에 관하여 풀어쓴 대중서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그만큼 남녀의 양성이 상호간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는 것이 많다는 증거이리라. 왜 안 그렇겠는가? 인류의 절반을 각각 차지하며,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결합하여 또다른 남녀를 생산하는 두 주체인데.

나탈리 앤지어는 19장으로 세분하여 여자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반부는 난자, 클리토리스, 자궁, 가슴 등 육체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몸을 샅샅이 재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점차 신체 내부로 들어가 여성성을 형성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살펴보고, 이어서 여성성을 인류학적, 심리학적 측면으로 확대하여 사회학적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다.

앤지어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몸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것, 그러기에 항상 감추고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 그것을 낱낱이 밖으로 꺼내놓는다. 그리고 우리(여성 및 남성)의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하도록 요구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성 독자를 위한 책이다. 그래서일까. 나같은 사람은 때론 책장을 넘기기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서술한다.

따로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은 탓에 각각의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이 '불순한'(?) 의도를 지녔음을 깨닫는다. 앤지어는 중간에 과거의 페미니즘의 잘못에 비판적 칼날을 들이대지만, 이 역시 페미니즘 저작이다.

제2의 성으로 소외되었던 여성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발견하고 당당한 주체로서 자연과 사회에 올바른 자리매김을 하도록 일깨우는게 페미니즘이라면, 두말할 나위없이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피해와 박탈을 과장하고 부추겨서 그들로 하여금 남성에 대항하는 적대적 여성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잘못된 방향이다.

앤지어는 순수하게 생물학이라는 학문에 기초를 두고 남성성과 대비되는 여성성을 묘사하고 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한 제1의 성일수도 있다는 점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존의 가족과 사회제도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평가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여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체제를 창출하고 싶어하는지? 적어도 내게 있어 이따금씩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저자의 정치적 함의는 신경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간은 사물에 대한 지식은 많이 확보하였지만, 인간 자신에 대하여는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남성 또는 여성이 여성과 여자에 대하여 지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인식을 갖는데 일청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표면적 지식을 넘어서 보다 깊숙한 데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렇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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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2.28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