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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따라 - 실크로드 기행
변해명 지음 / 진원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실크로드 여행에 대비하기 위하여 급거 펼쳐든 기행문이다. 도서관에서 가서 쭉 훑어보니 의외로 관련 서적이 좀 있다. 하긴 사람들의 발자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누가 새삼스레 일본이나 동남아, 유럽 등의 기행문을 책으로 펴낼 생각을 하겠는가.
저자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수필을 쓰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의외로 신선한 문장을 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니까.
잡지에 연재했던 글인 탓인지 문체가 평이하여 술술 쉽게 넘어간다. 전문적 용어를 나열한 것도 아니고 현학적으로 어휘를 선별한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하다는 것, 그게 꼭 비하하는 뜻은 아니다.
2002년 5월에 9일간 여정으로 살펴본 실크로드는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개발의 진행에 따라 도시적 면모도 일신했을 터이며, 다소 슬프게도 상업성도 짙게 드리웠을테니. 또한 교통편도 엄청 다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실크로도의 심장부인 우르무치 직항편이 생겼다. 전에는 북경에서 중국 국내선을 타거나 아니면 시안에서 열차편으로 힘들게 다가갔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관련 지역정보를 어느정도 숙지한 덕택에 이 기행문에 등장하는 지명이 낯설지 않다. 우르무치의 홍산공원, 천산 천지, 남산목장, 그리고 박물관. 투루판의 고창고성, 베제클리크 천불동, 화염상, 교하고성, 카레스. 돈황의 명사산과 월아천, 옥문관, 막고굴. 이 책에서는 그외에도 주천과 난주까지도 여행하고 있다.
점차 상업성에 물드기 시작하는 실크로드. 여기서는 아직까지 그런 면은 약하다. 대신 미지의 오지로 들어가는 여행객의 페이소스와 센티멘털리즘이 주류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서에 따른 기록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가끔씩 개인적 감성이 토로되고 있다. 그것은 결코 기쁨과 환희의 감정이 아니라 까닭없는 슬픔이다. 왠지 주르룩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사람은 대개가 집을 떠나면 감상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히기 마련인 법.
실크로드는 혹독한 자연환경과 아울러 복잡다단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채 시절을 견뎌왔다. 지금도 여러 민족이 혼재되어 살고 있는 그 곳. 그렇다고 하여 숙연한 감상은 배제하고 싶다. 거친 환경과 더불은 삶은 인간의 강인한 삶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