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걸은 실크로드 6000km - 36박 37일 배낭여행
조대엽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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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는 평범한 치과의사라고 한다. 무척이나 여행을 좋아함을 글 곳곳에서 알 수 있다. 방콕이나 십여차례나 가보았고 인도여행도 언급되어 있고, 북경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일가족(이라고 해봤자 달랑 4명)을 이끌고 중국여행에 나선다.

2001년 7월에서 8월까지 무려 36박 37일이라는 대장정이다. 일단 부럽기 그지없다. 내가 대학생일때 배낭여행은 일부 도전적인 친구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그건 그냥 머나먼 꿈일 따름이었다. 이제 여행에 관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을때 무척이나 아쉬운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비용은 어떻게든 무리해서라도 염출이 가능하더라도 장기를 달리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한 판 뛰고나면 사무실 책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 달 이상의 일정은 오직 부러움의 대사일 뿐이다.

북경과 서안 까지는 일가족이 동행한다. 아직 중고생들인 아들 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겠지만 아직은 참 맛을 즐기기엔 어리지 않을까 싶다. 여행이란 내부의 자발적 욕구에 의하여 어찌할 수 없는 충동으로 떠날때 진정 재미가 있다는게 짧은 소견이다. 어쨌든 북경과 서안까지는 나름대로 단란하고 오붓한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데 의의가 있으리라.

이후부터는 큰아들과 둘이서 행로를 밟는다. 둔황에서 투루판, 우루무치와 카스를 경유하여 파키스탄을 돌아나오는 길이다. 둔황에서 우루무치까지는 나도 최근에 다녀온 코스인지라 괜히 낯익고 정감어린 기분으로 읽어나간다. 여기서 배낭여행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교차한다. 여유있는 시간 안배와 느긋함, 자유로운 일정 조정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아울러 내가 짧은 시간에 돌아보았던 주요 관광포인트를 상당히 놓치고 있음을 알 수도 있다. 더구나 여행경비면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을텐데. 무엇보다 내가 인상깊게 여겼던 투루판을 스쳐지나간 점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카스에서 라호르까지는 글쎄, 이제부터는 실크로드가 아니라 파키스탄 기행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더이상 실크로드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하긴 낙타 대상들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어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을 듯.

전문 여행작가도 아닌 탓에 그의 글에는 소박함이 묻어나온다. 아울러 진솔함이 배어있다. 술을 좋아하여 프랑스청년과 고량주를 원샷하는 장면, 크나큰 기대를 품고 훈자워터를 들이켰을때의 실망감 등.

여행은 혼자 떠나야한다는게 그동안 내 지론이었다. 하지만 서로 도움이 되고 뜻이 맞는다면 누군가와 같이 다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의론이 어렴풋이나마 든다. 그것도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매인 몸 없는 나는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그나저나 부지런히 중국어를 연마해야지. 언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천양지차임을 새삼 절감한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사실이 더더욱 친밀감을 배가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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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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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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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기행문 두번째. 박재동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한겨레신문의 시사만화를 그렸다고 하니 적어도 한두번 정도는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여느 기행문과는 다른 것이 글월과 아울러 만화 스케치가 삽입되어 있어 색다른 감흥을 자아내는 동시에 글 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독특한 정취를 시각적으로 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단 그림은 좀더 접근이 용이하고 쉽지 않겠는가?

흠, 그래서 일단 호감이 갖고 책장을 펼친다.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의 취재여행 겸하여 간 모양이다. 장선우 감독, 그런데 이런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던지 영 기억이 없다. 아직 구성중이거나 아니면 흥행에 참패했던지...

일정상 중반부 우루무치까지가 내 주된 관심이지만, 워낙에 책이 흥미진진해서 끝까지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율두스 초원이나 바양블라크 호수 등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이다. 느긋한 일정 덕택인지 주마간산과는 다른 보다 깊은 사색과 체험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유익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글을 쓸때, 어떡하면 잘나보이고 기품있고 그럴듯하게 타인의 시선에 비칠까 고심한다.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문체와 내용, 섣부른 감상등이 배어있어 나 아닌 남의 눈에는 졸렬하게 판단되고 만다. 하지만 박재동은 다르다. 그는 잘난체하지 않는다. 물론 그도 우쭐대고 싶겠지만, 글의 정서상 그의 잘난체는 평범한 소시민의 허장성세로 비쳐져 웃음을 자아낸다. 이주일이나 심형래가 코미디에서 비범한 인물역을 할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면 그에게 실례일까?

또한 그의 글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마치 옆에 사람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듯 격식없이 허심탄회하게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들려주고 있다. 때로는 속마음을 토로하는 듯 시샘과 적당한 감상을 섞어서. 그래서 얼마간의 가벼운 심경으로 넘기던 페이지는 가끔씩 허를 찌르는 진지함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맨 마지막 부분의 바양블라크 호수에서 듣게 된 눈먼 소년의 노래가락에서 절정에 달한다. 워낙에 아름답게 기술한 내용에 이끌려서 알려준 인터넷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어보기조차 하였다. 물론 기대와는 달리 내게는 그리 바싹 다가오지는 않는다. 역시 나도 세속의 때가 묻어 이런 보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쩝쩝.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실크로드 여행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재미가 있는 여행기. 글과 그림이 한데 시너지효과를 발하는 여행기를 원한다면 한마디로 딱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어찌 되었는지? 아, 그리고 제2권은 아무래도 내 여행이 끝난후에나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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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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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따라 - 실크로드 기행
변해명 지음 / 진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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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여행에 대비하기 위하여 급거 펼쳐든 기행문이다. 도서관에서 가서 쭉 훑어보니 의외로 관련 서적이 좀 있다. 하긴 사람들의 발자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누가 새삼스레 일본이나 동남아, 유럽 등의 기행문을 책으로 펴낼 생각을 하겠는가.

저자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수필을 쓰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의외로 신선한 문장을 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니까.

잡지에 연재했던 글인 탓인지 문체가 평이하여 술술 쉽게 넘어간다. 전문적 용어를 나열한 것도 아니고 현학적으로 어휘를 선별한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하다는 것, 그게 꼭 비하하는 뜻은 아니다.

2002년 5월에 9일간 여정으로 살펴본 실크로드는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개발의 진행에 따라 도시적 면모도 일신했을 터이며, 다소 슬프게도 상업성도 짙게 드리웠을테니. 또한 교통편도 엄청 다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실크로도의 심장부인 우르무치 직항편이 생겼다. 전에는 북경에서 중국 국내선을 타거나 아니면 시안에서 열차편으로 힘들게 다가갔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관련 지역정보를 어느정도 숙지한 덕택에 이 기행문에 등장하는 지명이 낯설지 않다. 우르무치의 홍산공원, 천산 천지, 남산목장, 그리고 박물관. 투루판의 고창고성, 베제클리크 천불동, 화염상, 교하고성, 카레스. 돈황의 명사산과 월아천, 옥문관, 막고굴. 이 책에서는 그외에도 주천과 난주까지도 여행하고 있다.

점차 상업성에 물드기 시작하는 실크로드. 여기서는 아직까지 그런 면은 약하다. 대신 미지의 오지로 들어가는 여행객의 페이소스와 센티멘털리즘이 주류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서에 따른 기록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가끔씩 개인적 감성이 토로되고 있다. 그것은 결코 기쁨과 환희의 감정이 아니라 까닭없는 슬픔이다. 왠지 주르룩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사람은 대개가 집을 떠나면 감상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히기 마련인 법.

실크로드는 혹독한 자연환경과 아울러 복잡다단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채 시절을 견뎌왔다. 지금도 여러 민족이 혼재되어 살고 있는 그 곳. 그렇다고 하여 숙연한 감상은 배제하고 싶다. 거친 환경과 더불은 삶은 인간의 강인한 삶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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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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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전집
김용직 엮음 / 깊은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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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누구나 아하!하고 무릎을 칠 정도로 유명한 시의 일부다. 이육사, 2004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 <이육사전집>이 발간되었다. 전집이라고 해봐야 겨우 단행본 한 권 분량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육사 그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위의 시 ‘광야’ 뿐만 아니라 ‘절정’ ‘청포도’ 등 교과서에 무려 세 편이나 실렸던 시인이다.

또한 이육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호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가곡을 작곡을 해보라는 과제물을 내주었을 때 내가 선택한 시는 이육사의 ‘子夜曲’이었다. 유치한 시절의 추억이지만.

전집에는 그의 시 외에도 각종 산문과 평론 등이 실려있다. 이로써 우리는 이육사가 시의 세계에 국한되어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한다. 그는 일제치하의 대표적 저항시인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사실 그동안 그가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저항운동을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였던 상태였다. 이제 그의 행적과 연보를 보니 그가 얼마나 광복을 위해 노심초사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육사의 대표 분야는 물론 시다. 그가 독립투사이고, 그의 대표시가 저항시라고 해서 모든 시작품을 그렇게 보지는 말자. 극한의 상황에 처할수록 오히려 마음은 담담해지는 법. 아직 강철같은 시련을 맞이하기 전에도 아니면 칼날위에서 섰어도 그는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고 소리높여 외칠 수 있다. ‘꽃’을 노래하는 나긋나긋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도 썼지만 제법 볼만한 것은 사실 수필이다. ‘계절의 오행’을 보면 그는 시를 쓸지언정 유언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에게는 오직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라고 토로한다.

무엇보다도 의외였던 것이 문화평론과 시사비평이다. 그가 중국문예사와 시사에 그리 밝을 줄을 미처 알지 못하였다. 그는 한학과 중국어에도 능통하였다고 하니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토록 집중적으로 중국 사정을 소개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을 지키기 위하여 중국의 현상이 중요한 탓이리라. 이로써 나는 이육사가 단순한 시인과 독립투사를 넘어서 탁월한 그릇이었음을 깨달았으니 만시지탄인가. 그는 차디찬 옥사에서 해방을 얼마 안 남기고 한을 품은채 이승을 떠났으니.

이 책을 재미로 읽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사실 그의 글을 재미로 접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그래도 시와 수필에서는 그나마 여린 그의 면목을 대할 수 있으니 무뚝뚝함을 원망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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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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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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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동료가 심심풀이 삼아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제목에서도 풍기듯이 일본여성이 우리나라로 시집와 겪게되는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특색있는 것은 딱딱한 글자만 쭉 나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한면에는 그림(만화)이 그려져 있다는 점.

솔직히 이 책은 "인생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책입니다."라고 들어가는말에서 지은이가 고백했듯이 무슨 심오한 인생철학이 깃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일본인의 시각에서 우리문화를 엄정 해부,분석한 학술서도 아니다. 외국인인 지은이 개인이 바라보고 체험한 우리 문화와 생활이라고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난폭한 버스 질주, 아줌마의 파워, 무뚝뚝한듯 하지만 친절한 사람들, 음주문화 등 우리는 지극히 당연시하고 체화된 관습이 낯선이에게는 그대로 문화충격으로 다가오게 됨에 새삼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우리 자신도 짧은 외국여행을 가서도 현지의 문화에 이질감과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지 않은가.

글도 재밌지만 왼쪽면의 만화컷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본시 글보다는 비주얼이 눈에 확 다가오는 법이 아니던가. 더구나 그림과 더불어 일본어 문장도 한글과 나란히 적혀 있어서 일본어 공부하기에도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일본어닷컴에 연재하였다고 하니.

국제화시대가 되면서 외국인과의 결혼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사람과 결혼한다면 일가족이 펄펄 뛸 일이겠지만, 요즘은 그리 반발강도가 높지는 않은 듯 하다. 더욱이 농촌총각들의 경우 도저히 국내 여성과 결혼이 불가능하기에 구소련이나 동남아 등에서 신부감을 구하는 일이 대규모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판이다. 얼마전에 신부를 구하러 출국하는 지역민을 배웅하는 자치단체장의 사진을 보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이제 일본인 요코짱이 아니라 제2, 제3의 외국인 요코짱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 사회, 나라로 비쳐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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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8.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