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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 색으로 물들인 조선 풍경 ㅣ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17
김소연 지음, 오세정 / 다림 / 2018년 10월
평점 :
혜원 신윤복에 대해 더 읽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역시 아동 대상 도서인데, 앞서 읽은 책보다는 대상 연령층이 더 낮다. 글쓴이의 문장도 아이들에게 말하듯 더 쉬운 어휘와 구어체를 사용한다. 내용도 조금 더 친절하고 차근차근 설명함으로써 학습 의도가 강하다. 무엇보다 각 장마다 미술놀이를 배치하여 흥미와 동시에 혜원의 그림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한다.
부제 ‘색으로 물들인 조선 풍경’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중의적 문구로 다가오는데, 한자 색(色)의 원뜻에 부합하는 색깔의 의미가 우선적이겠지만, 색정과 정욕의 숨은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야 혜원 그림 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으므로.
이 책은 당연히 혜원의 풍속화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그의 특색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당대의 다른 화가는 물론 서양 화가의 작품과 작법을 비교하여 설명한다. 고흐와 호퍼, 보티첼리, 프라고나르 등에 대한 비교 해설은 혜원의 그림을 조선이라는 시대적, 지역적 한계를 넘어 거시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상적인 대목은 혜원이 밤의 풍경을 그렸다는 점을 강조한 데 있다. 이것을 고흐와 호퍼의 밤 그림과 비교한다.
신윤복은 조선 시대 그 어떤 화가도 그릴 생각조차 못한 밤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렸어. 그리고 아마도 그 솔직함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거겠지. (P.24)
이 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을 미술놀이가 차지한다. 화첩에 그림 그리기, 풍속화 재해석하기, 빛 그림 그리기, 슬라임 만들기, 종이 인형 옷 만들기, 주스로 표현하기, 사계절 카드 만들기, 풍속화 패러디, 동물 도장 만들기가 제법 큰 비중으로 수록되어 있다. 혜원의 풍속화를 통한 어린이 미술교육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름 고심한 자취가 역력하다.
혜원을 본격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성인 독자에게는 무리겠지만, 눈높이를 낮춰서 어린 독자들에게 혜원의 그림을 소개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기에는 꽤 괜찮은 책이라고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