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不學詩, 無以言.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공자가 시(詩)의 중요성을 언급한 <논어>의 대목들이다. 여기서의 시는 <시경>의 시를 언급한다. 굳이 공자를 소환하지 않더라도 현대의 우리가 <시경>을 읽을 이유는 많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전통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한 축이라는 점이다. <시경> 자체의 오랜 연구는 물론, <시경>의 자구를 인용한 수많은 저작, 한자성어가 존재한다. 경복궁의 어원조차도.
개인적으로 한자, 한문을 익힘과 아울러 고전 공부 차원에서 <시경>을 학습하였다. 1일에 시 1편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도전한 연간 프로젝트가 엊그제 끝을 맺었으니 성공한 셈이다. 다만 ‘국풍’ 편은 그런대로 무난했으나 ‘소아’, ‘대아’, ‘국송’ 편의 시는 길이가 대폭 늘어나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신동준 역본의 미덕은 친절함과 균형감이다. 원문에 한자 독음은 없지만, 상세한 해설을 통해 어렵거나 낯선 한자의 음과 의미를 친절하게 풀이한다. 또한 민속학적 관점을 도입하여 경전의 고리타분한 해석을 지양하지만, 기존의 주요 주석서들의 내용도 소개하여 독자로 하여금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점은 ‘국풍’ 편이 두드러진다. 개인적 감정과 소회를 담고 있거나 연회와 제사에 사용되는 의식적이며 장중함이 드러나는 등 수록된 각 시의 스펙트럼은 무척이나 넓다. 문왕과 무왕을 포함하여 선조들을 기리는 대목은 용비어천가와 흡사할 정도로 민망하지만 당대로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시 305편에 대한 개별적 품평은 내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 글은 완독에 대한 기쁨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무려 이천 년을 훌쩍 뛰어넘은 시대에 불리던 노래들이다. 당대의 사람, 언어, 사고 및 문화가 현재와 결코 동일할 수 없다. 따라서 번역문을 읽더라도 각각의 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원문을 토대로 한 글자씩 의미에 접근하더라도 요령부득인 모호한 대목은 어쩔 수 없다. 그렇더라도 소득은 크다. 어렴풋이나마 그네들이 살아가던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점을 떠올린다면, 짐승과 초목 명칭의 그 다종다양함, 특히 말의 종류를 색상과 무늬에 따라 무척이나 세분하여 명칭을 부여한 점이 놀랍다. 제사의 종류와 의식 절차의 상세한 표현도 인상적이다. 표현 면에서 어(기)조사의 적극적 사용과 의성어, 의태어를 나타내는 자구도 흥미로웠다. <시경>의 시는 거의가 4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훗날 중국의 시가가 5언 또는 7언으로 통일된 것과 비교하면 이질적이다. 시대와 더불어 사람들의 정서도 변모하기 마련이다.
참고로 올재클래식스로 나온 책인데, 7백면을 넘는 두꺼운 분량이다. 인간사랑의 정식 출간본은 1백면 가까이 더 분량이 많다. 다시 <시경>을 만날 날을 기약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