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이로운 생명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자연의 빈자리>에 이은 팀 플래너리와 피터 샤우텐 콤비의 후속작이다. 옮긴이와 출판사도 전작과 동일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또한 큼지막한 판형의 풀 컬러와 고급지로 제작되어 있다. 역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실사에 가까운 멋진 실물의 동물 그림을 옆에 나란히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 팀 플래너리와 피터 샤우텐이 주목하는 것은 현존하는 생명체의 경이로울 정도로 기이한 다양성과 아름다움이다. 서두의 짧은 생명 연대기를 통해 생명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조망한 후, 생명의 경이를 잘 감상할 수 있도록 6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수직으로 본 세계, 이동 전문가들, 먹이와 섭식, 형태를 바꾸는 동물들, 특이한 서식지에 사는 동물들, 얕고 깊은 바다. 일반 독자라면 굳이 유형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제각각 신기하고 놀라움과 찬탄을 불러올 만한 개별 생명체를 보는데 매혹되면 족하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여러 풍조류의 호화찬란함을 뒤로 한 채, 흰 우아카리(P.82)가 눈길을 끈다. 과음하여 불그스레해진 영국인을 연상시킨다는데 과연 흡사하다. 두크원숭이(P.96)는 산을 바라보는 고독한 인간을 닮았다. 부갠빌원숭이얼굴박쥐(P.106)는 최근에 발견되어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입증하고 있다. 긴입바늘두더지, 갈색키위, 새부리코끼리고기(P.109)는 포유류, 조류, 어류라는 서로 다른 동물군임에도 벌레라는 먹이의 공통점으로 외형상 유사성을 지닌다. 카메룬카멜레온(P.165)은 과시행동이 기이한 형태와 어우러지니 이 세상 동물 같지 않다. 올름(P.173)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도롱뇽 종류는 어둠 속에서 거의 먹지도 않고 백년을 산다고 하는데, 생존과 망각(멸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더스강돌고래(P.174) 또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잠도 못 자고 시력도 거의 상실했다고 하니 찬탄과 탄식의 경계 즈음에 해당한다. 갑자기 양자강돌고래는 어떨지 궁금하다.
심해 생물은 하나같이 상식을 넘어선다. 자연다큐 또는 영화를 통해 접하는 그들의 모습은 낯설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데, 이 책에서도 여러 동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글자 그대로 부채 같은 부채어(P.185), 과연 물고기인지 의심되는 쥐덫고기(P.195), 거울배통안어(P.206)와 유리얼굴통안어(P.207)의 현저한 대비. 특히 후자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고양이 눈과 닮았다. 그 외 나무수염아귀(P.212)와 늑대덫아귀(P.216) 등도 외모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 늑대덫아귀는 진정한 낚시꾼의 전형이다.
바늘방석아귀(P.222)와 심해장어류(P.211)는 외모만큼이나 그네들의 삶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전자의 수컷은 암컷의 몸에 머리 전체를 파고들어 사는 완전한 기생생물이다. 후자는 짝짓기 후 자신의 이빨과 턱을 녹여 알을 만들 에너지를 만든다고 한다.
이 책은 심오한 학문상의 이론을 전개하지 않으며, 압도당할 만한 글자 수의 설명을 덧붙여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글은 그림 속 생물의 존재와 특성을 알려줄 뿐이다. 큼지막한 실사 그림을 마음껏 즐기며, 표제와 같이 생명의 경이를 깨달으면 소기의 목적을 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