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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2 - 활을 든 사림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2권은 이순신이 과거에 급제하고 장수로서 북방 육진에서 영욕을 겪다가 전라좌수사가 되기 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순신은 생애 백의종군을 2번 당했다. 그 처음이 녹둔도 전투의 실패였다. 전투의 자세한 부분은 1권 맨처음 장면에 등장한다.
김탁환이 하필이면 녹둔도 패전으로 이 소설을 출발했는지 궁금하다. 그 점이 TV 드라마와의 차이점(노량해전으로 시작)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익히 잘 모르는 이순신의 실패를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순신을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는다는 진부한 격언처럼 이순신이 그 뼈아픈 패전에서 감내하는 굴욕과 뼈저린 각오를 나타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순신의 벼슬살이는 원칙과 소신에 대한 세류와의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부침을 거듭한다. 승진 청탁을 거절했기에 외직으로 쫓겨났고, 오동나무를 베지 않았던 탓에 빌미가 되어 실직을 당하기도 했다. 조금만 더 시속에 맞출줄 알았다면 그렇게 험난한 삶을 꾸려나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마저 든다.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는 '사림'이다.
소설 속에서 한 여인이 스러지고 다른 여인이 나타난다. 이순신과 여인, 정사와 난중일기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도 당당한 일개 남성이기에 여인을 배제할 수는 없으리라. 또한 딱딱한 전쟁역사물에서 여인의 등장은 삭막함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을테니 작가가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박미진'이라는 인물이 소설적 구성에서 어떠한 필연성을 갖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녀는 이순신 주변에서 언뜻 모습을 비치는 듯하다가 곧 세상과 작별한다. 굳이 연관성을 들자면 어린 박초희와의 만남이라고 할까.
이 작품은 장편소설치고는 엄청난 분량인 총 8권짜리다. 이순신의 불멸성을 감동적으로 표출하기 위하여 방대함이 요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혹이나 너무 많은 요소들을 그리기 위하여 무리한 인물 설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하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이 들자 계속해서 작품 전개의 느슨성이 마음에 걸린다. 조금만 더 아껴두었으면 어떠하였을까.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 상상력을 방해한다. 약간 감추어 두었을때 갖는 아름다움이 '여백의 미'가 아닐까.
김탁환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부여현감 귀신체포기'라고. 그의 작품 이력을 보건대, 김탁환은 스토리 텔링에 큰 관심을 지닌 듯 하다. 소설의 스토리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 어쩌면 그것은 섣부른 사상 투입보다도 더 가치가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