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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저자 존 엘리지
21세기북스
2025-08-13
역사 > 세계사

■ 책 소개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지도의 선 하나가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바꾸었는지를 추적하는 흥미로운 역사서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단순히 왕조와 전쟁, 영웅의 이야기로 보지 않고 경계라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죠.
저자는 세계 곳곳의 국경과 경계가 생겨난 배경, 그 과정에서 벌어진 권력 다툼과 비극을 풀어냅니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국경선이 사실은 식민지 지배, 제국주의, 정치적 타협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보여주죠.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경계, 베를린 장벽, 한반도의 휴전선, 아프리카 대륙의 식민지 국경까지, 각각의 경계는 단순한 선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가르고 이어 붙이고 때로는 충돌하게 만든 주체였습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의 전환은 무언가가 처음으로 발생한 순간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순간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최초의 국경이 어디에 등장했는지를 확실히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려는 충동은, 그것을 기록하여 21세기까지 남길 필요성을 느끼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경계도 필연적이거나 영원하지 않다. 경계는 자의적이며 우연적인 결과물이고, 많은 경우 단 한 번의 전쟁이나 조약, 혹은 지친 유럽인 몇 명의 결정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경계는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며, 어떤 것은 수 세기 동안 유지된다. 어떤 것은 우스꽝스럽고, 어떤 것은 터무니없으며, 또 어떤 것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반도 국경에 대해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K-팝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내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 남한과, 고립적이고 공산주의적이면서도 신정체제적인 북한, 그리고 두 국가를 가르는 국경선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권을 둘러싼 논쟁은 바다의 경계에서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1967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서명한 우주조약은 우주 탐사를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인류 전체의 영역’으로 규정했다. 이 조약은 “우주는 주권 주장, 사용, 점유 등의 수단을 통해 한 국가가 전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달과 기타 천체는 평화적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조약은 평화적 목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그 가치가 제한적이다.

■ 책 속 메시지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국경을 단단한 벽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경은 권력자가 설정한 장치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폭력적인 틀이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계가 서구 열강의 분할로 인해 인위적으로 그어졌다는 사실과 중동의 국경이 오일과 지정학적 이해관계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경은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또 나누었는지, 어떤 경계는 왜 분쟁과 전쟁을 불러오고 어떤 경계는 왜 문화 교류를 낳았는지 즉, 국경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만든 가장 오래된 발명품이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덧붙여 미래의 경계는 물리적 국경이 아닌 디지털·경제적·문화적 경계일 수도 있다는 점까지 지적하며 경계란 결국 인간이 만든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과 힘의 논리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요.
책에서는 경계 너머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그저 지도 속의 선처럼 보여도 선 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정체성을 부정당합니다.
반대로 어떤 선은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을 낳기도 하죠.
생각해보면 국경의 역사 속에는 늘 타인의 눈물이 있었고 오늘날에도 그 유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경계라는 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상상했습니다.
경계가 아닌 다리가 놓여지는 역사의 시기를 우리는 언제쯤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전 경계가 곧 이야기의 시작점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경계를 차단과 단절로만 여기지만 사실 경계는 늘 새로운 만남과 변화를 만들어왔으니깐요.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도 국경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일이 많지만 동시에 그 경계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시선을 얻는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즉, 국경은 절대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변하고 재구성되는 불완전한 합의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죠.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지도의 선들이 단순한 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흔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 건넴의 대상
세계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고 싶은 분
국제 관계와 현대 분쟁의 뿌리를 이해하고 싶은 분
지도 속 경계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고 싶은 분
♥
KEYWORD ▶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독후감 | 세계사 책 추천 | 역사책 리뷰 | 국경과 경계의 역사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존 엘리지의 역사서로, 세계의 국경과 경계를 중심으로 인류사를 새롭게 조망한 책입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 국제 분쟁과 국경의 의미를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리뷰를 읽고 이 책이 건네는 사유 속에서 당신은 어떤 경계를 떠올리셨나요?
혹시 당신의 마음속에도 아직 지워지지 않은 선이 있다면 오늘 이 글이 그 경계를 조금은 희미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