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저자 로이 밀스
해나무
2024-11-30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원제 : Muscle: The Gripping Story of Strength and Movement (2023년)
방금 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일부러 깜빡였든 자신도 모르게 그랬든 그 과정에서 한 세트의 미세한 모터들이 여러분의 눈꺼풀을 닫은 뒤 다른 한 세트의 미세한 모터들이 다시 눈꺼풀을 열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눈의 홍채에 있는 근육들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수정체 주변의 근육들은 망막에 글자의 상이 정확하게 맺히도록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고 있을 것이다. 생명의 기본적인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운동이다.
해부학은 가장 오래된 의학 분야이며, 지금도 모든 의과대학 1학년 학생들은 육안해부학(거시해부학) 실험실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 이집트나 고대 중국에서처럼 고대 그리스에서도 지식의 기반은 논리와 추론이었고, 논리적 추론이 관찰에 우선했다. 해부학적 관찰은 지중해 연안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헤로필로스와 에라시스트라투스가 최초로 체계적인 인체 해부를 수행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관찰과학은 지식과 학문 면에서 그리스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로마 제국에서는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원전 150년경에 갈레노스가 등장했다.
갈레노스는 원숭이, 돼지, 곰 같은 동물을 해부함으로써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지식을 보완하려고 했으며, 그러면서 그는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가 이런 동물들의 해부학적 구조와 같은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근육이 어떻게 힘과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려면 근육의 미세한 구조와 화학적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근육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평생에 걸쳐 연구하는 대상이며, 이 연구 분야에서 현재까지 3번의 노벨상 수상이 이뤄졌다. 근육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 책에서 가장 전문적인 내용이 될 것이지만, 나는 최대한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행가방을 들고 가만히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여러분은 이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여행가방을 든 채 넘어지지 않고 중력에 저항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 근육을 “동원”해야 하며, 그 근육들은 짧아지거나 길어지지 않아야 하고, 팔, 다리, 등에 있는 관절들도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이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 등척성(동일한 거리) 근육 활성화(수축)다. 이 경우 근육은 일정한 길이를 유지하면서 힘을 만들어낸다. 이와 대조적인 개념은 등장성(동일한 장력) 근육 활성화다. 등장성 근육 활성화는 근육의 길이가 변하고 관절이 움직이는 경우를 말한다. 여행가방을 올리거나 내리려면 이 등장성 근육 활성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근육은 관 모양이나 모낭을 휘감는 근육 같은 모양 외에도 다양한 모양을 띤다.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 동공의 크기와 수정체의 모양을 조절하는 눈의 근육에 대해 설명했던 것이 기억날 것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듣지 않고 읽고 있다면, 그 근육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 근육들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70세가 되면 근육량의 4분의 1이 소실된다. 운 좋게도 90세까지 생존한 사람들에게 남은 근육량은 50퍼센트에 불과하다. 근육량이 이렇게 줄어들면 호흡 약화나 기침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지만 폐렴에 걸려 사망할 위험도 매우 높아진다. 실제로 근육량이 30퍼센트만 감소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균형 감각과 민첩성이 근력보다 더 빠르게 없어진다. 이는 빠른 반응을 담당하는 빠른 연축 섬유가 느린 연축 섬유에 비해 크기와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체 근육량이 20퍼센트만 감소해도 낙상 위험이 증가하며, 엉덩관절이 부러지면 20퍼센트의 환자가 1년 이내에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의 이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 현재의 지배적인 조언은 근육이 가장 필요로 하는 때에, 즉 운동 직후에 근육에 20그램의 단백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양한 음식의 단백질 함량을 보여주는 표를 보고, 여러분의 식단과 맞으면서도 맛있고, 고칼로리가 아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출근하기 전에 스테이크를 먹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단백질바는 칼로리 함량이 너무 높다. 씹는 것을 좋아한다면 육포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물에 섞어 마시는 단백질 파우더도 좋은 선택이다. 유청 파우더 제품은 초콜릿, 쿠키앤크림, 딸기 등 다양한 맛으로 나온다. 비건인 사람은 완두콩, 콩, 씨앗 등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몸매는 대부분 근육에 의해 결정되며, 정상적인 몸매는 미적으로 매력적이다. "건강이 좋다"라는 말의 의미도 원래는 몸매가 좋다는 뜻에서 변형된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라는 표현도 고대부터 여러 문명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신체훈련에 관한 한 어떤 사람도 아마추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과 힘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고 말했다.
성장통(growing pain)에 대해 알려진 유일한 사실은 이 상태가 200년 동안 잘못된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성장통은 한 프랑스 의사가 1823년에 『성장기의 질병』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묘사한 질환이다. 4세에서 8세 사이의 어린이들 중 40퍼센트 정도가 매주 한두 번 밤에 종아리와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깬다. 그 통증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발작은 사실 성장 발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일부 까다로운 사람들은 ‘소아 양성 특발성 발작성 야간 사지 통증’ 같은 보다 정확한 이름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이름도 이 증상의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이가 특히 많은 활동을 한 뒤에는 근육 피로가 이런 증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비타민 D 결핍, 골밀도 감소, 순환계 문제, 가족 내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 그리고 정상보다 낮은 통증 내성도 어린이가 느끼는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 중 그 어떤 것도 이증상과 확실하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이런 통증이 보통 마사지와 열 찜질로 호전되며, 양성이며,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장통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아니며, 성장통 연구는 주요 연구지원 기관에 의해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