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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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에쿠니 가오리 지음,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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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저자 에쿠니 가오리

미디어창비

2018-07-10

유아 > 그림책 > 창작그림책





조카가 생기고서부턴 연령대별로 읽어야 할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덕분에 유아/어린이책을 많이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곧 다가올 연휴에 읽어줄 책들을 선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나비』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나비』는 화가 마쓰다 나나코의 제1회 MOE 그림책 그랑프리 수상작입니다.

이후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글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완벽한 그림책이 될 수 있었지요!


동화책은 마법의 책이 아닐까요.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은 물론 여운 짙게 남는 짤막한 글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해방감까지 느낄 수 있어 어느새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동화책을 읽는 대상은 꼭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어른들에게도 잠시나마 치료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터지면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이 나름의 스트레스를 풀 수 없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많이 늘었었다고 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영위할 때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자존감도 높여주기 때문에 취미 활동은 하는 것이 좋죠.

저 또한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어서 친구들에게 맞는 여러 활동들을 추천해주고 있는데, 그중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취미 활동을 가지고 싶다는 친구들에게는 [동화책 읽기]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책선물을 자주 하는 편인데, 시집 외에 가장 많이 선물하는 분야가 바로 동화책입니다.

실패확률이 없습니다. 받은 사람들 모두 만족감을 느끼며 지금도 종종 구매해 읽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지요.


근래 신경쓰이는 일이 연달아 터져 근래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지만, 긍정 마인드로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그간 동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업로드하고 싶은 책들이 정말 많아 스피드를 내야 할 것 같아요 >﹏<


꼭 읽어보세요.

화려하고도 귀여운 나비의 비행을 통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푹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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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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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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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이 목소리 들었던가……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고

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

다시 한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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