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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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저자 나태주

알에이치코리아(RHK)

2023-01-25

시 > 한국시






별처럼 꽃처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 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





까닭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은방울꽃



누군가 혼자서 기다리다

돌아간 자리

은방울꽃 숨어서

남모래 지네


밤마다 밤마다

달빛에 머리 감고

찬란한 아침이면

햇빛에 몸을 씻고


누군가 혼자서

울다가 떠나간 자리

어여뻐라 산골 아씨

또다시 왔네.




또 다른 행복



그 애를 마음의 꽃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되었고

조바심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낮이면 스스로 들판에 나아가

벌 받는 나무가 되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꽃이 되었다


그렇다 한들 어떠랴!

그 애가 주는 불행은

또 다른 행복

숨 쉬는 사람으로

살아 있는 순간순간만 그저

기쁘고 고마울 뿐이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같은 시로 응원하는 나태주 시인은 진정 시의 마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의 영감이 될 수 있지요.

그의 사랑시 365편은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입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시집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중 한 권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풀꽃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나태주 시인은 작은 풀꽃 하나에서도 큰 세상을 발견하곤 하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문체가 간결해 읽다 보면 구절 하나하나 곱씹고 싶게 만들지요.

또한 좋은 시 다음에 좋은 시가 연이어 등장하니 자연스레 필사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제게 무지개같은 존재였습니다.

힘듦과 절망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따스하게 안아주시고선 매번 손수 적은 시를 건네주셨지요.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시 하나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무지개같은 존재였다면 고등학교 때 문학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햇살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귀 기울여 성심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하게 미소지어주시는 어른은 선생님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명절과 생일 선물을 꼭 챙겨드리고 있는데 선물과 함께 꼭 넣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손편지를 첫 장에 끼워 담은 시집입니다.

두분 모두 문학에 대해 남다른 분이시기에 책 또한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데 시집만큼은 절대 실패가 없지요.

『별빛 너머의 별』 또한 선생님들께 선물로 보내드렸었는데 명절은 지났지만 명절 선물 한가득 받은 기분이라 좋으셨다는 선생님들의 연락을 받고 나니 이번 선물들도 성공적이었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참 빠르지요.

벌써 2024년의 반이 지났다는 게.

이렇다할 말도 없이 7월이 되었다는게.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행복은 우리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는 일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꽃, 아무도 모르는 꽃, 아직은 이름도 없는 꽃이지만 꼭 이뤄내고 싶은 꽃이 더 활짝 피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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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일을 하는 편이다. 잠에서 깨어나 꾼 꿈을 돌이켜 보면 잠들기 직전까지 고민하던 일을 꿈속에서마저 이어받는 밤이 많다. 그렇게 꿈자리가 치열하다보니 다른 이들에게는 고역이라는 아침 기상 알람 소리가 오히려 내게는 평온을 가져다주는 신호와도 같다.

예술경영이라는 단어의 깔끔함과는 달리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공연뿐 아니라 영업, 미팅, 부서 회의, 제안서 및 기획서 등 수많은 일을 함께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란 음악을 하고 싶어서도,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계기는 다름아닌 버스 차창에 비친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성악도의 길에 뛰어들어 우리 가족을 좌절시킨 그 교수에게 "당신이 틀렸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성공‘이란 내게 있어 아직 스스로 정의내리지 못한 수많은 어려운 단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여정이 남들과 조금 달라보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예술인들에 비해 조금 더 넓게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다듬는 일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충분한 시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심과 함께 품었던 목적지를 끝까지 가져가려는 용기다. 과정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평탄하게 흘러간다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

쇳덩이가 너무 단단하면 부서진다고. 상황에 따라 단단하기도, 휘어지기도 하는 유연한 쇳덩이로 거듭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은 자연스레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새삼스럽지만 예술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극복하고 희열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까지가 예술이 지닌 본질 전체라고 생각한다. 예술 활동을 통해 고통만을 느낀다면 다음 예술은 탄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희와 극한의 지복이 주어지기에, 우리 예술인들은 창작과 제련 단계에서 겪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한 도전에 다시 한번 뛰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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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일기장을 한 번 정리해야 할 날이 다가왔다.

빼곡히 써내려간 일기장도 싹 처분하고 창고까지 쌓아올린 책들도 손길이 필요하다.

알라딘 영수증 기록을 보니 그간 책으로 바친 돈이 천 단위가 거뜬히 넘던데 YES24에서도 그만큼 썼으니 중고서점도 한껏 활용해봐야겠다.

아차차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근방에 도서관 여부는 필수다.


마치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처음으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일하고 열심히 읽고 쓰는 게 전부였던 반 년이었기에

6월 마지막 날인 어제 심히 반성하며 남은 반 년은 열심히 달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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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문예출판사

2018-11-05

원제 : Les Fleurs Du Mal (1857년)

시 > 외국시





인간과 바다



자유로운 인간이여, 항상 바다를 사랑하라!

바다는 너의 거울, 너는 네 영혼을

한없이 출렁이는 물결에 비추어 보는구나,

바다처럼 한없는 네 정신 쓰라린 심연은 아닌 것을.


너는 네 모습에 심취하길 즐기고

때때로 그 모습을 네 눈과 팔과 가슴으로 품으면

격하고 사나운 바다의 탄식으로

어느덧 네 가슴속 동요도 멎는구나.


너흰 둘 다 음흉할 만큼 치밀하구나.

인간이여, 그대의 심연 바닥을 헤아린 자 아직 없고

오 바다여, 네 보물 역시 아무도 모르게 감췄으니

그토록 너희 둘 집요하게 비밀을 감싸는가!


그런데도 너희 둘은 아득한 옛날부터

연민도 후회도 모르는 듯 서로 싸웠으니

어찌 그리 살육과 죽음에 도취하는가.

오 영원한 투사들, 오 냉혹한 형제들이여!




우주 만물을 당신 규방 안에 넣고 싶나요



우주 만물을 당신 규방 안에 넣고 싶나요

부도덕의 화신이여! 무료함이 그대 마음 악하게 했나요.

이빨로 그 이상한 놀이를 하자면

날마다 사람 심장 하나씩 걸어 놓아야겠지요.

당신 눈은 상점가 불빛처럼

아니면 축제 촛대처럼 타오르며,

남의 권력을 오만방자 휘두를 땐,

아름다움의 법 따윈 몰라도 되나요.


눈 감고 귀 닫은 기계처럼, 냉혹함의 향연!

세상 만인 피를 빠는 참 유익한 장치,

행여 부끄럽진 않은가요, 혹시 본 적은 있나요?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의 추한 모습.

악행의 대가로써 그 죄 하늘 찌르는데

죄의식에 떨린 일 정말 한 번도 없는가요?


언젠가 대자연의 원대한 섭리가 드러나면,

당신조차도 쓸모가 있을까요? 오 여인아, 오 죄악의 여왕이여,

ㅡ당신 같은 천박한 짐승이ㅡ무슨 천재라도 잉태할까?


오 거대한 진흙탕이여! 궁극의 비열함이여!




살아 있는 횃불



빛으로 가득한 그 눈들이 내 앞을 행진하네.

고귀한 천사의 자력에 끌리듯

내 형제들, 거룩한 형제들이 행진을 하네,

내 눈 속에 다이아몬드의 불빛을 흔들면서.


온갖 함정과 중죄에서 날 구원하고

그들은 아름다움의 길로 나를 인도하네.

그들이 내 하인이듯 나는 그들의 노예이니

내 존재는 온전히 이 살아 있는 횃불을 따른다네.


매혹의 눈들이여, 신비한 빛으로 반짝이도다,

한낮에 타오르는 촛불처럼.

붉은 태양도 이 환상의 불꽃을 당할 수 없도다.


횃불은 죽음의 찬미, 그대는 부활을 찬양하니

내 영혼의 부활을 노래하며 그대는 행진하고

태양조차 별들의 그 불꽃을 수그리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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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저자 신경림

창비

2024-03-29

시 > 한국시





책 _김수영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 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단 한번, 영원히 _전동균



이제는 말해다오, 하늘로 몸을 감는 덩굴잎들아

파로호의 찌불들아

울어도 울어도 캄캄한 이 밤을

이 밤의 장막 넘어

잘린 말 대가리들이 쏟아지는 허공의 또다른 밤을


한때 여기에도 사람이 살았어, 단검처럼

옆구리를 찌르는 물결들, 숨 내뱉는 순간

얼어붙는 바람을 삼키는

바람의 입들, 끝내


울지 않는 새들아, 말해다오, 이 밤의 장막 넘어

잘린 말 대가리들을 싣고

트럭이 질주하는

사막, 안개바다, 처녀의 피,

그곳의 오직 하나인 밤을


물고기들이 강의 고통을 기억하듯, 우리가

우리의 죄를 껴안아야 하는

재의 수요일이 오기 전에, 내 얼굴을 찢고

기린의 혓바닥이 튀어나오기 전에





목계장터 _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어라연 _김선우



강원도 정선

어라연 계곡 깊은 곳에

어머니 몸 씻는 소리 들리네


ㅡ자꾸 몸에 물이 들어야

숭스럽게스리 스무살모냥……

젖무덤에서 단풍잎을 훑어내시네


어라연 푸른 물에 점점홍점점홍

ㅡ그냥 두세요 어머니, 아름다워요


어라연 깊은 물

구름꽃 상여 흘러가는

어라연에 나, 가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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