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별사
정길연 지음 / 파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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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

저자 정길연

파람북

2025-01-17

소설 > 역사소설






- 시대를 앞선 사상가의 마지막 순간

- 끝까지 꺾이지 않은 연암의 신념과 기록






성큼 다가온 봄에 잘 어울리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책은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려낸 장편소설입니다.


『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인간의 고뇌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로서의 연암이 아닌 세상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연암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맡아두었던 물건을 돌려보내오, 밤마다 내 그림자의 좋은 짝이었소. 내 이미 목을 빼고 돌아갈 날 기다린 지 오래고, 아침 일도 저녁이면 하마 옛일이니, 떠나는 이 순간도 내일이면 아마득한 옛날로 여길 것이오, 부디 자중자애하오.


때아닌 진눈깨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후 들어 바로 바뀌었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곡인 양 빗줄기는 가늘고도 검질깁니다.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여러 달 내리 가물었지요. 섣달 끝ㅈ락에 와서야 홀연히 뿌리기 시작한 비가 곡우에 이르도록 그치지 않는군요. 빠끔한 날 드물어 꽃도 풀도 나무도 땅속에서부터 감감합니다.

따로 기별은 아니 주시려나 봅니다.


정작 더 난감하고 우스운 일은 홍섬이 돌아간 뒤에 일어났어요. 집안일 하는 아이가 두 다리를 뻗고 대성통곡하였지요. 맹랑하게 울음판 벌이는 고것이 내심 부럽더군요. 제가 해볼 도리라고는 가야금 끌어당겨 가만가만 열두 줄 쓸어나 보는 정도이지요. 상중이라 악기는 그저 나무통에 불과합니다.

나리를 마주 뵌 것이 작년 가을 외할아버지를 여의었을 때가 마지막이었군요. 몸소 상청을 찾아주시니 비통함 속에서도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밤사이, 안인 듯 밖인 듯 경계가 흐릿하여 주저앉았다 일어섰다 오락가락하였지요. 묘연히 발돋움하여 관아 주변을 몇 바퀴째 돌다가, 아직 얼음 빠지지 않은 뒷산 대숲에 들어가 내아 기와지붕을 내려다보았어요. 울컥하여 무어라고 무어라고 혀 밑에 감춰둔 말을 외쳐보는데, 대나무 꼭대기에 매복 중이던 살바람이 되다 만 소리를 채가고 말았답니다. 몽중방황이런가요. 온 마을의 길들을 둥둥 떠서 헤매는 헛것이 진짜 저인 것 같았습니다. 아니, 진짜 저였습니다.


가도 가도 흙먼지와 아지랑이뿐인 요동 벌판을 내 눈으로 보았다. 산해관까지 일천이백 리. 하늘 끝과 땅 끝이 마치 아교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했다. 요동에서 나는 갓 태어난 아이마냥 한바탕 목 놓아 울고 싶었다. 경자更子년(1780) 여름의 일이었다. 조선 땅에 돌아온 뒤부터 조랑말 고삐를 잡고 맬 때마다 매양 감질이 났다. 부리는 말은 노쇠해 눈곱이 꼈고, 나서는 길마다 비좁고 굽었다. 말 잔등에 바짝 엎드린 채 비나 구름 사이를 휙휙 지나치던 경자년의 일이, 혹 장님이 꿈속에서 보았던 헛것만 같았다.


북경을 다녀온 사신이라면 연행기를 쓰는 것이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김창업이나 홍대용, 박제가 정도를 제외하면 판에 박은 듯 기술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나는 연경에서 열하로, 다시 연경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보았던 일들을 시시콜콜히 풀어놓았다. 중국의 노래나 풍습도 사실은 나라의 치란에 관련된 것들이니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다. 성곽과 궁실 구조라든지, 농사짓고 목축하는 일과라든지, 도자기 굽는 가마와 쇠 다루는 대장간의 일상도 하찮다 하여 빠트리지 않았다. 그 일체에서 이용후생의 길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용감한 과부는 단순히 개가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절개를 인정받기에 부족하다 여겨 마지막 선택을 한다. 왕왕 한낮의 촛불처럼 무의미한 여생을 스스로 끝내버리고 남편을 따라 죽기를 비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여 물에 빠져 죽거나, 불 속에 뛰어들어 죽거나, 약을 먹고 죽거나, 목매달아 죽기를 마치 극락에 들듯이 한다.

명분은 아름다우나, 목숨을 가벼이 다룸이 너무 지나치다. 나라에서도 붉은 정문을 내려 칭송하니, 방방곡곡에서 비바람에 삭아 빠개질 문짝과 꽃 같은 목숨을 맞바꾸는 결단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과부의 죽음을 장려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작은아버지 소리 듣게 된 둘째 종간은 한술 더 떠 '골상이 비범하다'고 써놓았더라. 이렇게들 요량이 없어서야.

멀리서 어린놈을 궁금쩍어 하는 할아비를 위해서라도 생김생김을 생긴 대로 구체적으로 일러주면 좀 좋을까.

가령, 이마가 넓다든지, 툭 튀어 나왔다든지, 모가 졌다든지, 정수리가 평평하다든지, 또는 둥글다든지. 천리 밖에 나와 앉아서도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말이다.

미덥지 않음이 다른 데서도 드러난다.


땅덩어리가 참말 둥글다면 이 강물도 공처럼 굴러 굴러 한곳에 가 모이지 않을까요. 엉터리없는 말인 줄 알지만, 그렇게 믿으면 그런 것이지요.

음양의 인연만 인연이겠는지요. 옷깃 스친 인연이 이 강모래처럼 쌓이고 쌓여 저마다 환희와 슬픔과 회한을 빚었겠지요.

그러니 무연재, 인연 없는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이 아닐는지요.


저 글씨들처럼 이전의 저를 지우려 합니다. 비웠으니, 비었으니, 다시금 새로이 채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지요.

그리하려고요. 모쪼록 그리하려고요.





연암의 생애를 한 편의 책으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마냥 순탄치 못했습니다.

가족들을 줄줄이 떠나 보낸 아픔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날카로운 필력과 개혁 정신은 여전히 빛나지만 그의 곁을 둘러싼 현실은 점점 더 차갑게 변해가죠.

백성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조정은 그를 지치게 만듭니다.

벗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조정의 권력 싸움은 변할 것 없이 여전해, 점점 나이 들수록 세상의 변화가 더욱 버겁게만 느껴지게 됩니다.

젊은 날 누구보다도 앞서 나가고자 했던 그였지만 훗날 그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삶과 사상을 되짚습니다.

즉 그의 마지막 여정은 단순한 퇴보가 아닌, 깊은 성찰과 깨달음의 길이었습니다.


문득 연암의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의 두 모습이 그려집니다.

젊은 시절의 연암은 날카롭고 예리한 인물이었다면, 노년 시절의 연암은 권력과 명예 따위에 지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선 채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였습니다.

여전히 책을 놓치지 않았으며,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를 갈망하며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귀감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연암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외로움과 삶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연암의 우울함은 그의 오랜 지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도 우울함을 떨쳐내보고자 책과 붓을 놓지 못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을 기록한 소설은 아닙니다.

당대의 사상가로서 시대를 앞서갔지만 그의 사상과 가치관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니깐요.

그럼에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홀로 그 마지막이 쓸쓸할지언정,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삶의 무게와 사색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지켜온 가치와 신념을 되새기는 과정인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그가 글을 통해 시대를 향해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의 고뇌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연암의 삶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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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저자 백수린

문학과지성사

2025-02-28

소설 > 한국소설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강사가 말했다. 강의실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비가 와 결석생이 생긴 탓도 있었지만 원래 수강생이 적은 수업이었다.

강의실엔 그녀까지 여섯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모두 강사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녀는 마침내 찾아온 평화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평생 동안 장사를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그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아늑했고, 그건 평생교육원에서 돌아와 식탁 의자에 앉은 채 오후의 햇살이 거실 마룻바닥 위에 넓게 퍼져 있는 걸 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평온하고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 햇빛 사이로 지난 몇 달간 그녀가 정성껏 가꾼 나리꽃의 꽃망울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꽃이 피었네."



그녀는 길을 찾기 위해 물풀을 헤치는 사람처럼 눈을 감은 채 기억들 사이를 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빼꼼 그녀를 바라보던 앵무새, 어깨에 올려놓으면 가만히 앉아 그녀와 같이 연속극을 보며 그녀의 목에 보드라운 부리를 비비던 앵무새, 화초에 물을 주기 위해 그녀가 양동이 가득 물을 담아 뒤뚱뒤뚱 걸어가면 그 뒤를 총총총, 발소리를 내며 따라오던 작고 작은 새가 아직 그녀에게 있던 시절로. 사람들은 알까. 잠에 들면 앵무새의 그 조그마한 발이 더 따뜻해진다는 걸.



그녀의 이목구비나 실루엣, 목소리의 높낮이와 이름 같은 건 세월 속에 지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일렁이던 특별한 빛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데,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사랑에 빠진 상대가 당신을 황홀한 듯 바라볼 때 당신의 눈동자에 비치는 그 빛. 터무니없는 열망과 불안, 기대가 뒤섞인. 지금까지 내가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건, 그녀 옆에서 개리를 바라보던 언니의 얼굴에서도 그 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니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걸으면서 언니는 큰이모를 위해 보이는 풍경을 묘사해주곤 했다고. "엄마와 여길 같이 걸었다면, 나는 이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애를 썼겠지. 사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고, 온통 부드러운 흰빛이라고. 눈 위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라고." 그렇게 묘사를 하고 나면 큰이모는 "이젠 내 차례야" 하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그리고 큰이모는 시각을 잃은 후 얻게 된 예민한 다른 감각들을 활용해 큰이모가 느끼는 풍경을 언니에게 묘사해주었다. 바람이 어제보다 부드럽고 가볍구나. 눈 때문인지 사방에서 지난여름 우리가 쪼개 먹었던 수박향이 나는구나. 까치 소리가 평소보다 가깝게 들리는구나.

"엄마가 묘사해주던 그 세계 역시 정말로 아름다웠어."



주미가 침묵을 깨고 내게 그렇게 말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풍경이 잃었던 색깔을 되찾는 것을 보며 일출을 보지 못해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예전엔 그런 가능성에 대해 누군가가 말하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그 비둘기가 이틀간의 몸부림 끝에 자기가 떨어진 그 좁은 통로로 탈출에 성공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믿는다고. 그 비둘기가 여러 시도 끝에 정말로 날아갔을 수도 있다고.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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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지향성

저자 존 R. 마일스

오픈도어북스

2025-02-14

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은 거의 없으며, 진정으로 영감을 주는 리더는 더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캐롤 드웩은 《마인드셋》으로 많은 사람이 고정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탐구하였다. 그런가 하면 케이티 밀크먼의 《슈퍼해빗》에서는 행동 변화를 위해 평생의 목표를 지향하는 삶에 수반되는 계획적인 노력보다 현실에 안주하기가 더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왜 현실에 안주하기를 택할까? 이에 주변에서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다."라고 말하며 만족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실제로 이처럼 평범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다수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인생의 길을 걷는다.


| 출생 - 초등학교 졸업 - 중학교 졸업 - 고등학교 졸업 - 대학 또는 직업학교 입학 - 안정적인 직장 구하기 - 내 집 마련 - 가정 이루기 - 주택 담보 대출 상환 - 은퇴 - 사망 |


이상의 인생 여정은 삶에서 이루는 것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기는 하다. …… 즉 꿈을 추구하지 않는 삶이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르게 행동하는 힘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이를 발굴하고 활용하여 목적의식과 기쁨, 의미 있는 영향력으로 가득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



재창조의 과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커다란 위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진정한 열망을 추구하더라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학위는 물론이고 커리어와 재정 능력까지 위협받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현재 하는 일에서 마음이 이미 떠난 상태라면, 성장을 좇는다는 생각은 곧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뛰게 하는 짜릿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려 한다. 마치 지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기듯 사건이 변화하는 순간을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재창조의 순간에 우리는 독특한 동기에 이끌려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기회를 얻는다.



영향력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모기와 같이 종종 잠재의식에 숨어 우리의 행동을 은밀하게 조종한다. 그러나 그 존재감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영향력이란 단순한 순응이나 모방의 문제가 아니다.



우주로 떠나는 용감한 이들의 여정은 곧 목숨을 건 모험에 발을 내딛는 것과도 같다. 어쩌면 우주로 발사되는 순간에는 공포감과 함께 짜릿한 흥분감을 느끼겠지만, 궤도에 진입한 뒤에는 수많은 우주 비행사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외감은 지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를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한다.



원대한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하면 자기가 설정해 놓은 목표에 압도되기 쉽다. 수많은 이에게 앞길이 막막해 보이는 이유는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표와 열망에 맞는 기회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탁월함을 성취할 다른 일에 ‘예’라고 말하는 셈이다. 과중한 부담을 떠안고 탈진해 그저 그런 결과만 내는 것은 꿈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특별히 해당하는 유형은 자기 인식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어떠한 가면도 쓰지 않은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을 나눌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오늘날처럼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는 영향력 있는 리더로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물론 과거의 리더십은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세부적으로 감독하는 능력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빠른 변화로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요즘은 환경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개별 요소를 일일이 관리하는 대신 집단 전체를 이끄는 데 초점이 맞춰진 리더십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모든 요소를 사사건건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발전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그동안 자기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상사나 동료, 또는 과도한 양의 일을 떠안고 있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에 책임을 회피하는 동료를 겪어 왔다. 누구나 한 번쯤 그 사례를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한 유형의 사람은 자신이 보여 주고자 하는 이미지를 깨뜨리는 것을 실패와 다름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통제권을 내려놓지 못한다.



삶에 몰입하지 못한 채 지향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즉흥적 몰입(spontaneous engagement)이다. 이는 한마디로 일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자동 반복 루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전반적인 포부에 점차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는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고, 두 번째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창조하고 새로운 행동에 나서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이에 야망과 행동, 열망의 연금술이 당신을 보다 지향적이고 충만한 삶으로 이끌 것이다.



성공에 대한 추구는 끝없는 인정 욕구와 얽히며, 자기애는 외부의 성취라는 기반 위에 불안정하게 자리 잡는다. 그러나 자기애와 성공에 대한 거래적인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를 진정한 성취와 자기 수용에서 멀어지게 하는 잘못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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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부수기 -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실행력 수업
에번 카마이클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맵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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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부수기

저자 에번 카마이클

와이즈맵

2025-01-15

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





- 망설이지도, 멈추지도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하라

- 실행하는 용기가 삶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곤 합니다.

그런데 간혹 계획만 세우고선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이러한 패턴이 잠깐이면 괜찮지만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매일매일 계획만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않아, 소위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침대 부수기』는 실행의 힘을 다루고 있으며,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즉,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완벽함보다는 움직임을, 계획보다는 실천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아침마다 되새기는 7가지 다짐



생각날 때마다 수없이 되뇌는 문장이 하나 있다.


네게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믿어.

네게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믿어.

네게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믿어.


이 문장을 주문처럼 되뇌면 머릿속에 떠오른 놀라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용기가 생긴다. 처음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별로인 것 같다면 눈을 감고 이 주문을 읊어보자.



장담하건대, 두려움 하나 없이 자신감 넘치는 '주인공'의 모습과 마음가짐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1년 후 당신의 삶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무섭고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하며 주인공답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두려워", "어려워", "힘들어". 이 말들은 대담하게 전진할 때가 왔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내가 이 말을 입 밖에 내거나, 문자로 보내거나, 글로 쓰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한다면 두렵고 어렵고 힘든 그 일을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전진 신호’를 실행력 삼아 행동에 나선다. 왜 이런 신호를 만들었을까? 나는 두렵고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해내는 사람이란 걸 나 자신에게 가르치고 싶어서다. 내가 삶에서 바라는 것들은 모두 공포와 고난, 역경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일을 이루는 사람은 '방법'이 아니라 '이유'에 집중한다. '방법'은 실행력을 죽이는 범인이다. 어떤 일을 해낼 방법에 너무 집중하면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역시 우리를 주저앉히는 감정이다!

'방법'이 아니라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초점을 맞출 때 기꺼이 하려는 의욕이 생긴다. 그 이유를 위해 미지의 영역에 뛰어들게 된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니체가 한 말이 떠오른다. "살아갈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살든지 견딜 수 있다."



하루의 시작은 곧 우리의 방향을 결정짓습는다.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다짐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좌우하죠.

만약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내 마음가짐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떠올리고, 그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겠다고 다짐하는 것!

이 작은 결심이 쌓일 때, 우리는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침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행동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싶은 긍정 에너지, 의욕과 영감에 가득 차 있는가? 그렇다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해선 안 된다! 2% 차이만 만들 수 있다면 즉시 실행해야 한다. 나는 이 원칙을 '2% 차이 만들기'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100%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싶어 한다. 계획을 세우고 나서야 실행하려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실행력을 잃지 않으려면 2% 차이만 만들 수 있어도 바로 행동해야 한다.



당신보다 더 자신감 있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당신도 그 사람을 따라 긍정적으로 변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종합하자면 다음 3단계 과정을 따라야 한다. 먼저 환경이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사물, 행동에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그러고 나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뺏는 에너지 기생충을 차단하거나 접촉을 줄인다. 다음으로 당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주는 사람과 사물, 행동으로 공백을 채워 아이디어 실현에 필요한 실행력을 얻는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책에서 말하는 침대에서 벗어난다는 건 단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익숙한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지금부터 작은 습관 하나라도 바꿔보세요. 지금 걷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잠드는 순간까지 지킬 7가지 습관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놀라운 순간이 찾아온다. 애써 생각하거나 기억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그 일을 실행하게 된다.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18일, 평균 66일, 최장 254일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수준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습관으로 만들고픈 일을 단 하루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끼길 원한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바라는 하루도 그렇다. 그러니 원대한 이유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목표를 이룰 수 없어 오늘 하루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살아가는 작은 이유를 떠올리자.



누구나 좋은 결과를 바란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성과를 얻지 못하는데도 노력을 거듭하며 그 상황에 만족하라는 뜻이 아니다.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목표고, 결과는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라는 뜻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이렇게 자문해보자. "오늘 하루 노력한 일이 자랑스러운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합격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지금 당장 무엇이든 자랑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베개 테스트'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로 마무리할 방법은 있다. 우리는 언제든 자기 평가를 바꿀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매순간 습관 속에서 살아가며, 그 습관이 곧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이 중요하듯이 하루의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전 매일 밤 일기를 씁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죠.

더 나은 내일을 위한다면, 내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를 정돈하는 것이 바로 성장이니깐요.




실행형 인간을 위한 7가지 전략



시계를 다른 방에 두는 전략은 자기 자신에게 ‘혼자 힘으로는 아침에 일어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밤에 잠들기도 전에 알람을 이길 수 없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잠자리에서 자신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잠재의식에 새기는 건 나로선 하루를 마무리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그러니까 나는 ‘망할 놈의 도리토스’ 전략을 택하겠다. 알람 시계는 바로 옆에 둘 것이다. 알람은 내 곁에서 울릴 테고, 나는 알람을 끈 뒤 곧바로 일어날 것이다. 당신도 내일 이 방법을 시도해보고 성공했을 때 자신감과 자기애, 실행력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40% 법칙'에 따르면 사람이 완전히 지쳤다고 느낄 때도 실제로는 가진 힘 중 40%밖에 쓰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아직 60%나 되는 힘이 있다. 그러니 하던 일을 계속하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훈련은 자기애와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이 바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빚어내는 길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거쳐 "한 번 더"를 외치는 사람이 된다. 이제 그만하라는 머릿속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 고삐를 조이도록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당신이 우러러보는 영웅과 당신의 차이는 돈이나 인맥, 지능에 있지 않다.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돈이나 인맥이 엄청나게 많거나 당신보다 훨씬 똑똑한 건 아니었다. 현재의 '나'와 미래에 되고 싶은 '나' 사이의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건 오늘 쉬는 시간을 5분만 미루고 조금 더 해보려는 의지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탓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이 뭘 더 잘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설령 다른 사람이 잘못한게 '확실'하고, 당신의 판단이 100퍼센트 '옳다' 한들 어쩔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면 기분은 나아지겠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당신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이런 순간에 기울이는 노력뿐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며 외부 환경이 바뀌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사람은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직접 부딪히고 시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실행형 인간이 된다는 건 완벽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줄 알고, 주저앉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행동을 넘어 습관으로 만들어갈 때 우리는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단순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강력합니다.

짧게 지나가면 모를까, 번아웃이 크게 다가오면 별의별 이유를 붙이며 해야 할 일을 조금씩 미루곤 합니다.

아마 습관처럼 계획만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요도가 높은 일도 나중에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이유까지 붙여가며 미루겠죠.

다만, 그렇게 미루는 선택을 하는 순간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 큰 목표보다는 작은 행동부터!

✔ 일단 시작하자!

✔ 일상 속 작은 선택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바꿔보자!


뼈 때리는 말들을 곱씹으며 지난 날의 저를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릅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며 미루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특히 완벽해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작 조차 못한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한동안은 고요함에 몸을 맡기며 사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나면 깊었던 고민이 단순해지는 약간의 마법을 체험하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그냥 해봐!'라고 말해주니깐요.

우리는 종종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만 현실에는 그런 타이밍이 없습니다.

움직이는 지금의 순간이 곧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오늘도 미룰 건가요? 아니면 움직일 건가요?

실행력이 부족하다면, 당신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줄 『침대 부수기』를 꼭 만나보세요!



침대에서 벗어나라. 고민하는 시간에 몸을 움직여라. 그러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더 나은 나를 원한다면, 실행이 답이다.

일단 해보면 생각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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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저자 리베카 솔닛

반비

2016-02-11

원제 : The Faraway Nearby (2013년)

인문학 > 인문 에세이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 툰드라나 얼음 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그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술탄에게 죽임당한 숫처녀들은 술탄의 이야기 안에 있었다. 셰에라자드는 노동자들의 영웅처럼, 생산수단의 통제권을 쟁취한 다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다.



동화에서 힘 자체가 살아남기에 적합한 수단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힘없는 이들이 연합하여 성공을 이룰 때가 많은데, 이는 종종 서로에 대한 친절한 행위에서 비롯된다. 망가뜨리지 않은 벌집, 죽이지 않고 풀어 준 새, 존경의 마음으로 맞아준 노파 같은 존재들이 그 행위를 되갚아준다. 미약한 존재에게 씨앗처럼 뿌렷던 친절이 동화헤서 그리고 가끔은 현실에서도, 위기의 순간에 결실을 맺는다.



그렇게 안과 밖이 뒤집힌 세상에서는 집만 아니면 어디든 안전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도 그곳엔 참나무들이 있었고, 언덕, 시내, 작은 숲, 새, 오래된 목장과 마구간,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었다. 그렇게 열린 공간이 나에게 개인적인 것에서 튀어나와 인간이 없는 세상을 껴안으라고 부추겼다.



여성이 거의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못했던 시절에 젊고 가난한 여성이었던 메리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전지전능한 지위에 오른다. 자신의 용어로 세상을 묘사하고, 잘못돼 버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그리고, 집단적 상상력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면에서 다른 낭만주의 시인 모두를 작아 보이게 만들어 버리는 걸작을 써 낸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마치 전설이나 동화처럼, 상상력을 이야기할 때 꼭 떠오르는 어떤 원형이자, 인간 조건의 일면을 축약해 보여 주는 상징이 되어 버린, 예외적인 작품이다.



부모, 예술가, 신이라는 세 부류는 뭔가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소설은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다. 그것은 또한 인간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보수적인 작품인데, 관습적 규범을 옹호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개인적 목표의 추구보다 의무감과 애정으로 묶인 유대감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그 안에는 작가의 남편이자 고집 세고 활동적이며 종종 이기적이었던 시인을 향한 보이지 않는 원망도 담겨 있었다.



작가가 된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책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마치 숲 속으로 달려 들어가듯 그 안으로 사라졌다. 나를 놀라게 했고, 지금까지도 놀라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숲과 고독 그 너머에 건너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건너편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직업의 특성상 고립되며, 또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가끔 재능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독자이며, 책 속에서, 책을 가로지르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또한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서, 매우 친밀하지만, 지극히 외롭기도 한 그 행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마치 책이 하나의 문이 된 듯했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들어와 내 삶에 발을 들이고 나를 그들의 삶으로 이끈다. 예상도 못 했던 표가 생긴 셈이었다. 실제로 그곳에 발을 디디기까지 7개월 동안, 아이슬란드는 내게는 하나의 부적이자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창이었다. 내게 벌어진 모든 문제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곳이 있다는, 나 또한 머지않아 이 문제들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가 홀로, 자족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깨뜨림으로써 외로움을 달래 주기도 한다. 당신은 타인의 골수나 혈액이 필요하다. 전문가와 사랑하는 이들의 보살핌도 필요하다. 당신이 병에 걸린 이유는 모기에 물렸다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거나,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혹은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병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사실, 유한하며, 타자와 상호 의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몇 인치에 불과한 가닥들이 서로 꼬여 한 줄의 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치 단어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그 실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거미줄이나 지푸라기, 쐐기풀 등을 가지고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 셰에라자드는 끊어지지 않는 실 같은 이야기들을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녀는 자아내고 또 자아내며, 새로운 조각들, 인물들, 사건들을 자신만의 끊어지지 않는, 끊을 수 없는 서사의 실에 덧붙여 간다. 그와 반대로 페넬로페는 몰려드는 구혼자들과의 결혼을 피하고자, 낮 동안 짰던 시아버지의 수의를 밤이면 다시 풀어 버린다. 실을 잣고, 천을 짜고, 다시 그 천을 풀어 버리는 과정을 통해 이 여성들은 시간 자체를 정복했다. 비록 ‘정복자’라는 단어 자체가 남성명사이기는 하지만, 이 정복은 여성적인 것이었다.



썰물 때의 단단하고 축축한 모래 위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다시 밀물이 들어와 지나온 흔적들을 깨끗하게 지우기 전까지는 그렇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각자 뒤에 남긴 그 긴 선을 바라보는 걸 나는 좋아한다. 가끔은 나의 삶도 그런 식으로 상상해 본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느질의 한 땀 한 땀인 것처럼, 마치 내가 바늘이 되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고 있는 것 같은 상상. 다른 이들이 만들어 내는 길과 교차하기도 하면서, 비록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방식으로 그 모든 길이 누비이불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로 엮인다. 마치 그 걸음이 바느질이고, 바느질은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삶인 것 같다.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늙음과 병, 죽음을 완전히 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부러 혹은 다른 이유로 어느 정도는 그것을 잊고 지낸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사실을 생생하게 실감하거나 상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단 그것을 실감하고 나면 그게 우리든 당신이든,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나이 든 어머니가 아프고, 곧이어 나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친구 앤이 죽어가고, 넬리의 딸이 위험한 상태로 태어났던 그해 살구 수확기에, 나는 그 점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어둠 속에서는 여러 가지가 하나로 섞인다. 그렇게 열정은 사랑이 되고, 사랑을 나누는 행위의 결과로 모든 자연과 형체가 생겨난다. 섞이는 것은 위험하다. 적어도 자아를 규정하는 경계의 차원에서는 그렇다. 어둠은 무언가를 낳고, 그렇게 생겨나는 것은 그것이 생명이든 예술이든, 미지의 것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요구한다. 그것은 당신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떤 영역, 다음에 무슨 일이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을 때만 일어난다. 빛이 비치면 생각의 구체적인 생김새나 그림자가 드러나고 다른 이들도 알아보겠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곳은 그 빛 속이 아니다.



감정이입(empathy)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으로 타인의 현실적 존재를 알아보는 일이며, 바로 이것이 감정이입을 탄생시키는 상상적 도약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 지닌 매력 중 하나는 게르다가 카이를 눈의 여왕으로부터 구출해서 다시 우정을 되찾는다는 점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많은 미국 원주민 이야기는 도무지 끝나는 법이 없다. 동물 세계로 들어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조상이나 창시자, 무언가 베푸는 이가 되어 여전히 어떤 힘으로 작용한다. 부유하고 풍족하고 사랑받고 보호받고 특혜를 받던 싯다르타가 그 모든 것을 떨치고 나가는 과정은, 마치 이야기를 거꾸로 진행시키는 것만 같다. 그는 마치 모범답안처럼 태어나서, 그 안전한 항구를 버리고 끝나지 않는 질문들과 일들이 있는 바다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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