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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순간, 매일 밤낮을 분 단위로 '접대'해준 한국의 도서 전시회가 너무나 그리워졌다.
사인회, 술자리 모임, 술자리 모임, 취재, 술자리 모임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결국 나는
프랑스의 고급 와인보다는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한국식 스타일이 더 잘 맞는 사람
임을 새삼 실감했다. 짐짓 멋진 작가인 척 점잔을 빼지만, 와인 맛을 비교하는 것 보다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원샷! 원샷!"하고 외쳐대는 게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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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자원봉사자이니 보수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그들은 공항으로 마중 나온 청년처럼 하나같이 민첩하게 움직였고,
세심하고 예의 바르게 온몸으로 방문자들을 환영해주었다.
친한 친구 집을 방문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영화제 전체 아니 부산 거리 전체가 친한 친구
같은 인상이었다.
호텔에 먼저 도착한 유키사다 감독은 "어쨌거나 부산은 굉장히 뜨거워요.
모두 무보수로 모였다는데, 영화제를 성대하게 치러내겠다는 기백 같은 게 느껴진다니까"
라고 했다.